새벽의 등대
칠흑 메인퀘스트 (Lv70. 예감~ Lv71.대죄식자) 본문
타타루: ○○○ 님, 좋은 소식이 있어용!
크리스탈 타워 주변에 있다는 '장치' 탐색에
진전이 있었어용!
타타루: 크리스탈 타워가 세워진 곳은
'시르쿠스 협간'이라는 골짜기의 바닥인데용……
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경로를 확보했답니당!
타타루: 이번 일에는 성 코이나크 재단과 갈론드
아이언웍스,
그리고 '새벽'에 소속된 모험가님들의
아낌없는 협력이 있었어용.
타타루: 그분들은 계속해서 골짜기 바닥을 조사해 주시겠다고 합니당.
그러니까 괜찮으시다면 우리도 도우러…….
타타루: 웨, 웬일로
○○○ 님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시나용……!?
타타루: 하지만 서두르는 마음도 이해해용.
그 장치를 찾으면 '제1세계'로 이어지는 문이 열릴 거라고
의문의 목소리가 그랬잖아용……?
타타루: 쓰러진 분들을 깨우기 위한
단서가 틀림없이 그곳에 있을 거예용.
타타루: 제국과 동맹군의 전투도 언제 격해질지 모르잖아용…….
한시라도 빨리 다른 분들을 깨워야죵!
타타루: 그럼 당장 '시르쿠스 협간'으로 출발하도록 해용!
은빛눈물 호수 북부에서 '성 코이나크 재단 안내인'님이
배를 준비해 주시겠대용!
성 코이나크 재단 안내인: '새벽의 혈맹'분이시죠?
'시르쿠스 협간'은 은빛눈물 호수의 동쪽을 통해 들어갑니다.
당장 배를 타고 출발하시겠습니까?
애노어: 괜찮아요, 황토 바위와 함께 있지 않아도 잘할 수 있어요!
신세 진 동료들을 위한 일이니까요!
갈론드 아이언웍스 연구원: 항상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!
회장님의 지시로 도와 드리러 왔습니다!
클레멘스: 일단 위험한 짐승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…….
성 코이나크 재단 조사원: 이 기다란 벽은 크리스탈 타워의 외곽인
'고대인의 미궁'의 기초 부분입니다.
쿨테네: 이곳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군요.
거대한 건물의 흔적이 있기 때문일까요…….
빛바랜 바위: 오오, ○○○ 님도 참가하시는군요!
그 장치인지 뭔지를 반드시 찾아냅시다!
타타루: 여러분, 다들 모여 주셨군용……!
타타루: 우리도 어서 장치 수색을 시작해용!
조금이라도 수상한 것이 있다면 몽땅 모아보자구용!
???: 오, 너도 합류하는 거야?
단서가 적어서 걱정이었는데, 와 줘서 고맙군.
타타루: 빅스 님! 웨지 님도 오셨군용!
빅스: '새벽의 혈맹'이 위기라는데
당연히 도와야지.
빅스: 제시에게 붙들려서 오지 못한 시드 회장님 몫까지
우리가 열심히 할게.
웨지: 여, 여, 열심히 하겠슴다!
타타루: 감사해용!
다 함께 장치를 꼭 찾아내도록 해용!
빅스: 음…….
이 근처에는 없는 것 같은데.
빅스: 웨지, 네가 틈새를 비집고 안쪽으로 들어갈 순 없을까?
웨지: 네엥!?
저한테도 그건 무리임다!
타타루: 그럼 제가 할게용!
빅스: 미안, 내가 말하는 걸 깜박했는데,
안쪽은 아직 안전하지 않으니
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라고 재단 조사원이…….
빅스: ……앗, 뭔가 발견했나?
빅스: 오오……!
지금까지 발견한 것 중에선 가장 그럴 듯해!
웨지: 생긴 게 왠지…… 우리 로고랑 비슷하지 않슴까?
유사품에 주의해야 함다……!
타타루: 아무래도…… 그 장치가 맞았나 보네용……!?
타타루: 부디 무사하시길……!
반드시…… 모두를…… 다녀오세용……!
빛의 무녀: 당신은 아직 사라져서는 안 돼요.
행상인: 보아하니, 상인……은 아닌 것 같군.
이런 한밤중에 어쩐 일인가?
행상인: 그런 농담, 참 오랜만이군.
우리 할아버지도 동료들과
늦게까지 술을 마실 때 그런 말을 했었지.
행상인: 손님, 술주정 좀 적당히 하십쇼!
깜깜한 밤이 올 리가 없잖습니까.
행상인: 이 세상에 어둠이란 어둠이 다 사라진 지
벌써 100년이나 됐군그래.
행상인: 응? 왜 그러나?
무슨 말인지 정말 모른다는 표정이군?
행상인: ……쯧쯧, 그놈들에게 습격이라도 당한 겐가.
가엽게도 넋이 나간 모양이군.
행상인: 난 장사 때문에 이만 가보겠네만
자네는 가까운 마을에서 지낼 곳을 찾아보게.
행상인: 이 숲을 동쪽으로 빠져나가면 거대한 수정 탑이 보일 걸세.
그 일대가 이 근방에서 가장 큰 도시……
행상인: 빛에 반역하는 자들이 모이는 '크리스타리움'이라네.
수정공: 이곳이 우리의 도시…… 크리스타리움이다.
그대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.
수정공: 자, 곧장 내 집무실로 이동해도 좋겠지만…… 흐음.
수정공: 깊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라도
우선 우리의 실정을 알았으면 해.
수정공: 이곳의 주요 시설 몇 가지를 소개할 테니
그곳의 대표들과 대화하고 '이 세계에 대한 화제'를
모아서 와주지 않겠나?
수정공: 이 길로 곧장 가면……
아마 그대라면 알고 있을 에테라이트가 있어.
수정공: 내 추측이지만 그대가 올바른 방식으로 소환된 게 맞다면
자신이 지나온 길을 추적해서
원초세계의 지맥과 이어질 수 있을지도 몰라.
수정공: 대표들을 찾아가기 전에 한 번 시도해 보도록.
수정공: 에테라이트 왼쪽의 계단을 올라가 건물을 나가면
이 도시의 장인들이 모인 '중용의 공예관'이 있다.
대표는 '카트리스'라는 여성이다.
수정공: 계단을 올라가지 않고 왼쪽 통로로 가면
막다른 곳에 '박물진열관'이라는…… 거대한 서고가 있지.
대표는 '모렌'이라는 청년이다.
수정공: 에테라이트 광장의 오른쪽으로 가면 시장과 연결된다.
'브라기'라는 대표가 상품 유통을 담당하고 있지.
수정공: 그대가 둘러봤으면 하는 곳은 이 정도인데……
가는 방법은 대략 알았겠지?
수정공: 역시 대단하군.
계속 확장 중인 도시라 아무래도 구조가 복잡하지만……
그대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.
수정공: ……아, 그리고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어.
수정공: 관문을 통과할 때도 그랬지만,
이 세계의 주민들은 대부분 다른 세계의 존재를 몰라.
그러니 그대의 정체를 이해하기 힘들 거다.
수정공: 그러니 누군가 신원을 물으면
수정공과 같은 고향 사람이라고 대답하도록 해.
이 도시에서 그 말은 더 이상 묻지 말라는 뜻이니까.
수정공: 그럼 한 바퀴 돌고 난 후에
시내 중앙에 있는 커다란 광장에서 만나도록 하지.
……기다리고 있겠다.
멜보스: 이곳은 자유토론관이다.
회의를 하고 있을 때에는 부디 조용히 해줘.
멜보스: 이곳은 자유토론관이다.
회의를 하고 있을 때에는 부디 조용히 해줘.
안시베르트: 책을 찾고 계신가요?
찾기 힘들게 배치되어 있어서 죄송합니다…….
아무래도 양이 많다 보니,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곳이 있어요.
모렌: 저, 저기……!
주민 명단에 이름이 없는 분 같은데
혹시 바깥세상에서 오셨나요!?
모렌: 그, 그, 그, 그렇다면 혹시 책이나 서류라든지……
아니, 종잇조각이라도 갖고 계신 거 없나요!?
모렌: 아…… 죄송합니다, 저도 모르게 나쁜 버릇이…….
모렌: 저는 모렌이라고 합니다.
이곳 '박물진열관'의 사서를 맡고 있지요.
모렌: 여기는 보시다시피
온갖 서적을 수집해서 보관하는 장소예요.
모렌: '빛의 범람' 때문에 많은 토지와 생명을 잃게 되면서
엄청난 양의 지식도 사라졌죠……
우린 더 많은 지식을 잃지 않기 위해 활동하고 있어요.
모렌: 그런데…… 당신은 어쩌다 여기로 오셨나요?
혹시 뭔가 조사하고 싶은 게 있었나요……!?
모렌: 세계의 현 상황을 알고 싶으시다고요!?
멋지군요. 당연한 내용이라도 다시 공부해 보면
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기 마련이죠. 저도 압니다!
모렌: 그럼 이참에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…….
어린이용으로 근대사를 정리한 그림책이 있으니 가져올게요.
잠깐만 기다리세요.
모렌: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.
그럼 세계가 어떻게 지금에 이르렀는지
말씀드릴게요!
모렌: 약 100년 전의 일입니다…….
'빛의 전사'라고 불리는 대역죄인들이
세계의 빛을 관장하는 '그림자의 왕'을 죽였죠.
모렌: 그러자 이윽고 어디선가 빛이 넘쳐흐르더니
거대한 파도를 이루어 세계를 삼키기 시작했습니다.
모렌: 이것이 '빛의 범람'이라 불리는 재해…….
빛이 삼켜버린 장소는 생명이 존재할 수 없는
텅 빈 무의 대지가 되어 버렸어요.
모렌: 결국 세계의 9할이 사라지고
빛의 파도가 마지막으로 남은 이곳 '노르브란트' 땅에 도달했을 때
사람들 앞에 '빛의 무녀'가 나타났습니다.
모렌: 무녀는 다가오는 빛의 파도를 멈춰 빛의 범람을 막아냈어요.
그래서 오직 노르브란트만 소멸을 피해 살아남았죠.
모렌: ……하지만 비극은 끝나지 않았어요.
무의 대지에서 노르브란트를 향해 미지의 괴물……
죄식자'가 침입해 왔기 때문입니다.
모렌: 죄식자가 뿜는 강렬한 빛의 힘 때문에
노르브란트에서는 밤의 어둠이 사라졌습니다.
모렌: 그리고 그들은 지금도 얼마 남지 않은 인류를 잡아먹으며
계속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…….
모렌: 이것이 이 세계가 처한 현 상황입니다.
만약 복습하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제게 말씀하세요.
모렌: 그리고…… 저기……
앞으로는 같은 동료로서 잘 부탁드립니다!
모렌: 책에 기록된 내용은 똑같지만
읽는 이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는 법이죠.
즉, 복습은 대환영입니다!
카트리스: ……이렇게 물건이 많은 곳은 처음이지?
밖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일 거야.
카트리스: 못 보던 얼굴 같은데 새로 왔나 보네?
크리스타리움에 온 것을 환영해.
카트리스: 넌 좋은 도시를 선택한 거야.
죄식자가 공격하더라도 수정공이 장벽을 펼쳐 줘서
바깥보다 어느 정도는 안전하거든.
카트리스: 이 내부에서 우리 '중용의 공예관' 사람들은 힘을 모아
자재를 조달하고 물건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생활을 지원하고 있어.
바로 크리스타리움 제조업의 중심이 되는 곳이라 할 수 있지!
카트리스: 하지만!
율모어처럼 호화롭게 살 수는 없어.
일하지 않는 자, 먹지도 말라는 말도 있잖아?
카트리스: 보아하니 한창 일할 나이 같은데
원래 무슨 일을 했어? 출신은?
카트리스: 뭐? 수정공과 같은 고향 사람이라고?
그건…… 흐음…… 당신이 그렇단 말이지…….
카트리스: 그렇다면 이곳의 주민으로서 더욱 환영해야겠네.
이 도시는 수정공 덕분에 생겼으니까.
카트리스: 수정공은 정말 위대한 마법사야.
이 도시의 중심에 세워져 있는 '크리스탈 타워'도
어디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분이 불러온 거래.
카트리스: '빛의 범람' 이후, 살던 곳에서 내몰려 졸지에 난민이 된
수많은 사람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
이 탑 아래에 모이기 시작했어…….
수정공: ……처음엔 나도 그들도
그들을 귀환시킬 방법을 최우선으로 찾으려 했다.
수정공: 하지만 좀처럼 쉽지 않더군.
그러다 위리앙제가 자신이 소환될 때 지나온 차원의 틈에서
'어떤 광경'을 봤다고 털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.
수정공: 차원의 틈에서는 공간과 시간, 모든 것이 뒤섞여서 존재하는데
위리앙제는 그곳에서…… 미래를 봤다더군.
수정공: 그가 말하길, 원초세계와 제1세계는 통합될 것이고,
수정공: 그와 동시에 원초세계에서 '제8재해'가 일어나
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며……
수정공: 그 희생자 중에 '새벽'의 영웅……
그대도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.
수정공: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그들은
세계의 통합을 제1세계 쪽에서 막을 방법은 없을지
검토하기 시작했다.
수정공: ……영혼은 원초세계에 없었어도
그들은 그 세계와 자네를 위해 계속 싸우고 있었던 거지.
수정공: 그 결과, 제1세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죄식자…….
그 존재의 위협을 없앤다면
세계의 통합…… 즉, 재해를 막을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.
수정공: 그 원리는 지금 내가 설명한다고 해도
쉽게 믿기 어려울 것이다.
수정공: 그러니 일단 각지에서 활동 중인 동료들을 만나서
그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군.
수정공: 물론 그들을 만나는 건 내가 도울 테니
함께 싸울지 말지는 그 다음에 결정해도 된다.
수정공: 그들을 원래 세계로 돌려보낼 방법도
언젠가 반드시 알아내겠다고 약속하마.
수정공: 그러니 일단 지금은…… 조금이라도 좋으니 날 믿어주지 않겠나?
수정공: 고맙다…….
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지.
수정공: 자, 그렇다면……
동료를 만나러 가려면 여행 준비가 필요하겠지?
수정공: 저쪽 세계에서 넘어오느라 많이 피곤할 거야.
방을 마련해줄 테니 좀 쉬는 것이 좋겠군.
……안내해주지.
수정공: 그럼 그대의 방 말인데……
크리스타리움에 있는 몇몇 거주지 가운데,
아마 '펜던트 거주관'에 적당한 곳이 있을 거야.
수정공: 그곳에 가려면 시장 근처를 지나가야 하니
만약에 대비해 그곳도 다시 소개해주겠다.
……이쪽으로.
수정공: 여기가 크리스타리움 상업의 중심지,
'우주의 화음 시장'이다.
여행 준비를 할 때는 이곳을 이용하도록 해.
수정공: ……아, 돈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.
그대가 갖고 있는 동전도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.
수정공: 여기서도 '빛의 범람' 이전에는
대국에서 발행한 화폐가 유통됐었지만……
범람 이후에는 워낙 혼란스러워서 말이지.
수정공: 결국, 동전의 금속 가치를 가격으로 매기는
간단한 방법을 쓰기로 했지.
수정공: 크리스탈 타워 내부에서 발견된
알라그 문명의 화폐를 참고해서,
이 도시의 화폐 단위를 '길'로 정했다.
수정공: 이 화폐 단위는
우리의 상업 활동과 함께 각지로 퍼져 나가고 있지.
수정공: 야슈톨라 말로는 원초세계에서 사용되는 동전은
여기서도 가치가 거의 비슷하다더군.
수정공: 그 밖에도 탑 내부에서 발견된 물건들은
우리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…….
수정공: 어쩌면 그대에게도 익숙한 물건이 있을지 모르지.
수정공: 하지만 여기서 모든 걸 처음부터 구하기는 힘들 거다…….
원초세계에서 물건을 가져올 수 있으면 좋을 텐데…… 흐음…….
수정공: "나의 친구여, 거기 있나?"
???: 그럼, 그럼! 물론이지!
오늘은 어떤 재미있는 용건일까?
수정공: 안녕, 페오 울.
넌 가장 뛰어난 픽시니까 특별히 부탁할 게 있어.
수정공: 이 사람은 멀리서 온 나의 친구다.
수정공: 이 친구의 고향과 이곳 사이에 물건을 주고받고 싶은데
네 힘을 빌릴 수 있을까?
페오 울: 어머!
넌 세계의 경계 너머에서 왔구나!?
페오 울: 어쩜~ 너무 재미있다!
용감하고 무모한 사람! 우리에겐 없는 마음을 가진 사람!
페오 울: 그래그래, 좋고말고!
나와 계약을 맺으면 내가 도와줄게.
페오 울: 그런데 너 말이야.
세계의 경계에서 넘어올 때 옷이나 손톱을 잃어버리지는 않았지?
페오 울: 완벽해!
그건 곧 너의 물건이 너처럼
경계를 넘어올 수 있단 뜻이거든.
페오 울: 그러니까 이제부터 난 너의 "아름다운 가지"고,
넌 나의 "귀여운 어린나무"야.
우린 단단하게 이어질 거야!
페오 울: 이제…… 손을 내밀어 줄래?
페오 울: 좋아, 끝났어!
앞으로 잘 부탁해, 나의 어린나무.
페오 울: 자, 그럼! 아무거나 얼른 부탁해 봐!
나, 경계 너머에 가 보고 싶어!
수정공: 그럼 저쪽 세계에서 그대를 기다리고 있는 자들에게
일단 무사하다는 소식을 전하면 어떨까?
페오 울: 알겠어!
그럼 잠깐 갔다 올게!
수정공: 페오 울은 픽시족일세.
마법 생물에 가까운 종족이지.
수정공: 픽시족은 대체로 인간이 사는 도시에 잘 나타나지 않는데
페오 울은 유독 호기심이 왕성해서인지
크리스타리움이 마음에 들었나 보더군.
수정공: 자, 이제 정말로 그대가 지낼 방으로 안내하지.
수정공: 아, 그래, 안 그래도 방금 방을 확인했어.
그대가 지낼 방이 있다고 하니까
앞으로는 그곳을 사적인 공간으로 마음껏 이용해도 좋다.
수정공: 관리인이 방으로 안내해 줄 거다.
잠시 쉬고, 여행 준비도 하도록 해.
그리고 나서 아까 그 '성견의 방'에서 다시 만나자.
수정공: 그럼 난 이만…………
수정공: …………○○○.
이쪽으로 와 줘서 정말로 고맙다.
밤은 오지 않겠지만 그대에게는 안식이 찾아오기를 바라마.
펜던트 거주관 관리인: 반갑습니다.
저는 이곳 펜던트 거주관 관리인입니다.
펜던트 거주관 관리인: 방은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.
곧바로 휴식을 취하시겠습니까?
???: ……너……는………….
???: 너는 원초세계의 빛의 전사……!?
어떻게 여기에……!
???: 헛……?
내 목소리가 들리는 건가!?
???: 말도 안 돼…… 어떻게 이런 일이…….
???: 어둠의 전사……
그래, 그쪽 세계에서는 그렇게 불렀지.
아르버트: 내 진짜 이름은 아르버트.
원초세계에서 쓰던 이름과 발음은 거의 비슷하다.
아르버트: ……과거에 나와 동료들은
이 세계에 '빛의 범람'을 일으킨 원인을 만들고 말았다.
아르버트: 이대로 모든 것이 '무'로 돌아갈 바에는 차라리……
그런 심정으로 아씨엔을 따라 원초세계로 건너가
세계의 통합을 도우려 했다.
아르버트: 그러다 너희에게 패배하고 말았지.
하지만 빛의 무녀…… 민필리아를 만나
우리의 혼은 이쪽 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다.
아르버트: 돌아왔을 때는 이미, '빛의 범람'이
노르브란트를 집어삼키려 하던 바로 그때더군.
아르버트: 민필리아와 내 동료들의 혼은
그걸 막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고…… 결국엔 모두 사라졌다.
나만 남기고 말이야…….
아르버트: 이봐, 지금은 어느 시대지……?
'빛의 범람' 이후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지?
아르버트: 100년이라…….
그래…… 벌써 그렇게…….
아르버트: 난 이제 아무것도 만질 수가 없어.
아무도 내 모습을 볼 수 없고
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그 누구도 들을 수 없지.
아르버트: 그저 떠돌아다니는 망령 신세일 뿐.
아르버트: 오랫동안 계속해서 걷기만 한 것 같은데……
어느샌가 자신의 모습조차 잃고, 의식도 희미해졌다.
아르버트: 그러더니 조금 전에 갑자기 앞이 보이기 시작하더군.
뭔가에 이끌리는 느낌에,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였어.
아르버트: 어째서 너는 나를 볼 수 있지?
아니, 애초에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지……?
아르버트: 제1세계를 구하기 위해 네가 소환되었단 말인가…….
아르버트: 멍청하군…… 세계를 구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
세계를 구하려는 녀석은 더욱 구제불능이다.
아르버트: 적어도 나는 이미…….
그렇게 헤매다 보니 싸우던 이유조차 잊었어…….
아르버트: 하지만 이렇게 널 만난 것도
너에게만 내 모습이 보이는 것도
이유는 모르겠지만…… 무언가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군.
아르버트: 난, 내가 남겨진 의미를 알고 싶어……
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여정을 끝내고 싶다.
아르버트: 너의 싸움을 당분간 지켜보도록 하지.
아르버트: 부디 조심해라.
……이 세계는 더 이상 영웅이 있을 곳이 아니야.
펜던트 거주관 관리인: 이곳은 펜던트 거주관입니다.
거주실로 이동하시겠습니까?
위병단 경비: ○○○ 공, 말씀은 들었습니다!
안으로 들어가시겠습니까?
수정공: 방은 어땠나?
푹 쉴 수 있었나……?
수정공: 뭐……?
그런 얘기는…… 처음 듣는데……
만약 불편해서 쉴 수 없을 것 같으면 말하게.
수정공: 자…… 그럼 이제
'새벽'의 동료들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설명하지.
수정공: 이건 '빛의 범람'을 피해 살아남은 지역……
노르브란트의 임시 지도다.
수정공: 이 부근이 크리스타리움이 있는
'레이크랜드'라고 불리는 곳이다.
수정공: 북쪽엔 요정의 땅 '일 메그'가 있고
지금 위리앙제가 이곳에 있지.
수정공: 동쪽은 과거에 번성했던 '라케티카 대삼림'인데
여긴 야슈톨라의 거점이다.
수정공: ……하지만 이 지역들은 들어가기 전에 조금 준비가 필요해.
수정공: 일단 알피노와 알리제부터 만나 보는 게 좋을 것 같군.
크리스타리움에서 날짐승을 타고 바로 갈 수 있는 곳에 있거든.
수정공: 알피노가 있는 곳은 서쪽 바다의 '콜루시아 섬'이다.
귀족과 부호들이 모여 사는 대도시 '율모어'가 있는 곳이지.
수정공: 알피노는 세계를 구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
먼저 주민들을 이해하고 인맥을 쌓는 길을 택했다.
지금은 거기서 정보를 수집하는 중이라는군.
수정공: 그리고 알리제가 있는 곳은
남쪽에 펼쳐진 메마른 땅 '아므 아랭'.
수정공: 여긴 '빛의 범람'으로 인해 '무'로 돌아간 대지와의 경계지역이다.
인간이 존재할 수 있는 한계 지역이라
죄식자와 전투도 자주 일어나는 곳이지.
수정공: 알리제는 오빠와는 달리 먼저 적부터 파악해야 한다더군.
그래서 스스로 단련도 할 겸, 그곳 사람들을 돕고 있다.
수정공: 알피노가 있는 '콜루시아 섬'과
알리제가 있는 '아므 아랭'.
어느 쪽을 먼저 가든 상관은 없다.
수정공: 어디로 갈지 정한 후에 내게 말해주면
바로 갈 수 있도록 준비하도록 하지.
수정공: 아, 그리고 산크레드는……
어떤 사람과 함께
죄식자를 사냥하며 다니고 있다…… 정도로만 말해 두지.
수정공: 당장 만나기는 어렵겠지만
때가 되면 반드시 만날 수 있을 거다.
수정공: 알리제를 만나러 가는군.
알리제는 특히 널 걱정했으니 다시 만나면 기뻐할 거다.
수정공: 아니…… 따지고 보면 내가 알리제를
최악의 타이밍에 소환한 탓이지만…….
그 점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혼났으니 용서해 다오…….
수정공: 알리제가 있는 '아므 아랭'으로 드나드는 상단 앞으로
소개장을 써 뒀어.
수정공: 중용의 공예관 근처에 있는 '아마로 승강장'에 가서
'카사드' 단장에게 이걸 주도록 해.
알리제가 기다리는 땅으로 데려가 줄 테니.
카사드: 오옷? 처음 보는 얼굴이네?
혹시 우리 상단에 들어오고 싶나?
카사드: 아, 수정공의 손님이구나!
……흐음, 아므 아랭에 있는 동료를 만나러 가고 싶다고?
카사드: 그렇다면 나만 믿어!
마침 거래할 것이 있어서 그쪽에 갈 예정이었거든.
가는 길에 태워 줄 테니까 준비가 끝나면 말해!
카사드: 오, 준비는 끝났나?
그럼 가혹한 사막 여행을 시작해 볼까!
카사드: 크윽~ 역시 이쪽 날씨는 지독하다니까!
빛이 하늘을 뒤덮고 있어도 황야라 낮엔 덥고 밤에는 춥거든.
너도 대비를 단단히 해 둬.
카사드: 자…… 수정공의 소개장에는
너를 알리제가 있는 '여행길 여관'이라는 곳까지
함께 데리고 가달라고 쓰여 있는데…….
카사드: 거기가 좀 멀거든.
일단 '모르드 수크'라는 마을부터 가자.
내가 일하러 가는 김에 안내해 줄게!
카사드: 자, 얘들아! 여기는 잘 부탁한다!
카사드: 좋아, 일단 남서쪽으로 직진이다!
카사드: 잠깐.
넌 아므 아랭에 처음 왔다고 했지?
카사드: 그럼 '모래강'을 건너기 전에
거기서 잠깐만 뒤를 돌아봐!
카사드: ……거대하지?
이곳에 '나바스아렝'이라는 나라가 있던 시절에 지어진 성,
북방을 수호하고 있던 '카스르 샬'이야.
카사드: 이렇게 큰 성을 지었을 정도로
나바스아렝은 노르브란트에서도 손꼽히는 대국이었다더군.
카사드: 그런데 '빛의 범람'이 일어나면서
수도를 포함한 영토의 대부분을 잃고…….
어렵게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주민도 대부분 떠났어.
카사드: 지금은 나라는커녕 이런 곳을 좋아서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.
저 웅장한 성마저 우리 상단의 아마로 정류장이 됐지.
카사드: 그래도 뭐, 어떤 일이든 예외라는 게 있잖아?
우리가 가고 있는 '모르드 수크'가 딱 그런 곳이니까
살짝 기대해도 좋아.
카사드: ……그럼 다시 출발하자!
여기서 더 남서쪽으로 간다!
카사드: 좋아, 도착했다!
여기가 일단 우리의 목적지인 모르드 수크야!
카사드: 이 마을은 '모르드족' 녀석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.
'빛의 범람' 이후로 갈 곳을 잃은 일부 사람들이 들어오면서
흄족도 살고 있지만 말이지.
카사드: 넌 모르드족은 처음 보나?
수상하고 몸에서 냄새도 나지만 좋은 놈들이야!
카사드: 일단 족장인 '게엔 겐' 씨에게 인사하러 가자.
내가 소개해 줄게!
기인 긴: 골라 골라 자바자바 골라!
아빠, 아들을 위해 장사 열시미 한다.
여행자님도 응원해죠!
아마로 관리인: 어서 오십시오.
이곳에서는 '아마로 수송'에 대해 안내해드리고 있습니다.
아마로 관리인: 이곳 아마로 정류장에는 처음 방문하셨죠?
그럼 이곳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이용하실 수 있게
조치해 놓겠습니다.
카사드: 이쪽이 족장인 게엔 겐 씨다.
카사드: 게엔 겐 씨,
이쪽이 방금 얘기한 수정공의 지인이야.
게엔 겐: 아, 망나서 방가따!
버리는 걸 줍는 도시, '모르드 수크'에 어서 아라!
카사드: 모르드 수크는 '모르드 시장'이라는 의미야.
이름 그대로 지금은 아므 아랭에서 가장 크고
활기가 넘치는 시장이지.
카사드: 이 일대의 광산에서 나는 광석은 물론,
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는 재밌는 물건도 많아.
카사드: 아까 아므 아랭을 좋아서 찾아오는 사람은 없다고 했지만
여기만큼은 달라!
희귀한 물건을 찾는 상인들이 모여들지.
게엔 겐: 모두한태 필요한 물건 여기저기 다 팔아!
그러치 않은 물건 여기바께 안 팔아!
게엔 겐: 그래서 다들 여기 오능 거야!
멀리서 오는 송님, 비싼 돈 내는 송님!
게엔 겐: 그래서 수크는 언제나 북적북적!
이 세상에 있는 것 중에 필요엄는 건 엄따!
카사드: 게인 겐 씨, 매번 그 소리네!
대대로 내려오는 말이라고 했던가?
카사드: 뭐, 그런 신념이 있었으니
종족을 따지지 않고 난민을 받아들였겠지.
고마운 일이야.
카사드: 자…… 앞으로 아므 아랭에서 활동하려면
너도 이곳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야 될 거야.
카사드: 이곳에서는 새로운 사람이 오면
신뢰 관계를 맺기 위해 어떤 의식을 치러야 하는데…….
게엔 겐: 조아조아! '첫 구매' 하능 거다!
시장애서 파는 물건, 뭐등 하나망 사!
비싸도 조코, 싸도 조코!
카사드: ……들었지?
마침 이럴 때 쓰라고
수정공이 편지에 용돈을 넣었더군.
카사드: 놀라지 마시라! 푀부트 금화야!
우와, 나도 오랜만에 봤어!
모르드족 장사꾼: 푀부트 금화!? 진짜냐!?
붙임성 좋은 상인: 새로 오신 분, 첫 구매는 우리 집에서 하세요!
모르드족 항아리 장수: 아니다! 우리 가게가 조타!
반질반질 항아리…… 엄청나게 반질반질 항아리 이따!
게엔 겐: 이바이바, 다들 진정해라!
게엔 겐: 이 사람응 황야를 오래오래 여행할꺼야.
커다랑 거, 무거웅 거, 항아리는 안 조아!
게엔 겐: 여행을 하려면 기운을 내야게찌!
첫 구매는 '로온 론이 하는 식료품점'에서
멍가 먹능 거를 추천하깨!
카사드: 푀부트 금화처럼 비싼 걸 용돈으로 주는 경우는 거의 없어.
너 혹시…… 수정공의 약점이라도 쥐고 있는 거 아냐!?
게엔 겐: 로온 론 가게, 조은 가게!
첫 구매, 신나게 즐기면 조케따!
카사드: 크하하! 너, 근성 있더라!
그래도 로온 론이 파는 것 중에
몸에 나쁜 건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!
카사드: 자…… 배도 채웠으니
슬슬 널 목적지로 데려가고 싶긴 한데…….
카사드: 미안하지만 나에게도 시간을 조금만 줄 수 있을까?
모르드 수크에서 급히 해결해야 할 거래가
몇 가지 있거든.
카사드: 오, 도와주겠다고?
고맙다. 그렇게 해 주면 일이 빨리 끝나겠어!
카사드: 너에게 메모를 줄 테니까
거기 적힌 3개의 물건을 받아 와.
값은 미리 치렀으니까 받아서 가져오기만 하면 돼.
카사드: 그럼 나도 내가 맡은 분량을 받아 와야겠군.
나중에 보자!
부운 분: 잠깐, 잠깐! 모냐!?
그거 부운 분 비장의 백지렁이다!
아무한태도 안 줄 거다!
부운 분: 모르드 수크에 있는 풍차는
모두가 사용하는 지하수 끌어올린다.
엄청 중요한 거니까, 여행자님은 들어가면 안 된다!
토온 톤: 앗, 카사드 씨 친구냐?
기다리고 있어따, 그거 '식용 선인장'이니까
주머니째로 가져가라!
무울 물: 잠깐! 만지명 앙 댄다!
그거, 이미 살 사람 있능 상품이다!
돈 더 마니 내명 고민해 볼수도 이따만…….
무울 물: 뭐, 뭐야, 카사드 친구여떠!?
그, 그, 그런 건 빨리 말해주명 조케따…….
무울 물: 보다시피 그거, '나바스아렝의 골동품'이다.
물론 내용물 들어 있으니까 가져가라!
지인 진: 여기는 '모르드 수크'.
모르드족의 시장이라는 뜻이다.
긍데긍데, 인간 손님과 상인도 환영한다!
토올 톨: ……혹시 카사드 대신 와떠?
어디 보자, 그런데…… 뭘 줘야 하더라?
토올 톨: 아, 그래! '철광석'!
마침 그 상자, 철광석이니 가져가라!
카사드: 오, 설마 벌써 다 끝낸 거야!?
카사드: 그래, 부탁한 물건을 전부 받아 왔군.
카사드: 거참, 처음 와 본 곳 같지 않게 일처리가 빠르구나!
너도 수정공처럼 바깥 활동을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
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게 익숙한가 봐……?
카사드: 그런데…… 이렇게 되면 좀 곤란한데.
사실 이 가게와 거래 중에 착오가 좀 생겼거든.
카사드: 이제 중개 상인도 불러서
이것저것 따져 봐야 하거든.
미안한데 조금만 더 기다려 줘야겠다…….
???: 앗, 카사드 씨?
오랜만이야!
카사드: 오, 테슬린!?
마침 잘 왔어!
카사드: 이 친구가 너희 여관에서 지내는
알리제를 만나러 왔대.
안내해 주기로 했는데 내가 지금 바빠서 말이야.
테슬린: ……혹시 ○○○ 씨?
테슬린: 엄청 강한 모험가이자 전 세계를 여행하는 여행자이고,
어디를 가든 인기가 어마어마하다는
그 ○○○ 씨!?
테슬린: 맞구나!
알리제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!
실제로 만나는 날이 오다니 믿기지가 않아!
테슬린: 난 테슬린이라고 해.
알리제가 경호원으로 일하고 있는
'여행길 여관'의 간병인이야!
테슬린: 괜찮다면 내가 대신 안내해 줄까?
난 마침 사야 할 물건을 다 샀는데…….
카사드: 오오, 그럼 고맙지!
카사드: 그럼 일단 여기서 이별하게 됐지만
우리 상단은 한동안 여기에 머물 거다.
네 볼일이 끝나면 크리스타리움에 데려다주마.
카사드: 네가 무사히 동료와 재회하기를 기원하마!
다시 돌아갈 때 만나자!
테슬린: 자, 그럼
얼른 가자, ○○○ 씨!
알리제랑 빨리 만나게 해 주고 싶어!
테슬린: 우리가 사는 '여행길 여관'은
이곳 모르드 수크보다 더 남쪽에 있어.
테슬린: 그러니까 출발 준비가 끝나면 문 바깥에서 만나자!
나도 짐을 챙겨서 그쪽으로 갈게!
……발자국은 북서쪽으로 이어져 있다.
……발자국은 서쪽으로 이어져 있다.
발자국은 있지만 도중에 거칠게 지워져 있다.
여기에서 무슨 일이 있던 걸까……?
??: 거기 서!
알리제: 설마…… 저 사람 혹시?!
알리제: 죄, 죄식자라도 이런 녀석은 피라미에 불과한걸.
이 정도는 쓰러뜨리는 게 당연하지…….
알리제: 당신이야말로 언젠가는 올 줄 알았지만
너무 늦은 거 아니야?
알리제: …………오랜만이야. 잘 지냈어?
알리제: 그래…….
제국과의 전투는 고착 상태에 놓여 있구나…….
알리제: 원초세계와 한번 연결되었다던 수정공이
일단 급한 위기는 지나갔다고 말은 해줬지만……
시간의 흐름이 다르다고 하니 걱정은 됐었어.
알리제: 알피노와 위리앙제한테는 이곳에 와서 만났을 때
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말해줬어.
알리제: 아직 만나지 못한 산크레드와 야슈톨라에게도
두 사람과 수정공을 통해서 이야기는 전달됐을 거야.
알리제: 기다리고 있을 타타루와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면
한시라도 빨리 원초세계로 돌아가고 싶지만……
알리제: 아직 방법을 찾지 못하기도 했고
무엇보다 위리앙제가 본 미래를 모른 척할 수가 없어.
알리제: 위리앙제는 원래……
말을 빙빙 돌려 하고, 혼자서만 모든 걸 이해하잖아.
알리제: 하지만 속으로는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라
우리에게 정말 상처가 될 거짓말은 안 할 거라 생각해.
알리제: 그런 위리앙제가 제8재해가 일어날 것이고……
영웅이 죽는다고…… 했으니,
말을 꺼내기 전까지 고민이 많지 않았을까?
알리제: ……그래서 난 믿고 있어.
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세계의 통합을 막는 것이고
그러려면 제1세계를 죄식자의 위협에서 구해야 한다는 걸.
알리제: 저 커다랗고 하얀 벽 보이지?
저게 '빛의 범람'이 일어났던 흔적이야.
알리제: 100년 전, 여기 제1세계는 빛의 힘이 비정상적으로 강해지다가
어느 날 한계를 넘어…… 흘러넘치고 말았대.
알리제: 그렇게 발생한 초고농도의 빛의 파도가
노르브란트를 제외한…… 세계의 9할을 삼켜 버렸고.
알리제: 일반적으로 모든 생물은
여러 가지 속성으로 이루어진 에테르를 갖고 있어.
알리제: 하지만 그 빛의 파도에 휘말리면 균형이 깨져버리고,
원래 형태를 유지할 수 없게 돼.
알리제: 소멸하거나……
이성조차 없는 괴이한 괴물로 변하는 거지.
알리제: 그래, 죄식자는……
원래 빛의 범람에 휘말린 '누군가'였다는 얘기야.
알리제: 한번 그렇게 되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없어.
죄식자는 에테르를 먹기 때문에 인간은 최적의 먹이야.
알리제: 아니면 단순한 증식…….
강력한 죄식자는 습격한 상대의 에테르를 흐트러뜨려서
죄식자로 만들 수도 있어.
알리제: 즉, 저들의 목적은 오로지 포식과 증식이야.
참 단순하지……
그러니 협상의 여지도 없는 인류의 적일 수밖에 없어.
알리제: 그리고 이곳 '여행길 여관'은
죄식자에게 습격당해 자신도 그렇게 변해 가는 사람들이
버림받아 찾아오는 곳이야.
알리제: 테슬린 같은 간병인들이 돌보고 있는 환자…….
그들은 모두 죄식자로 변하고 있는 사람들이야.
정도에 차이는 있지만.
알리제: 저렇게 되면 주변에서 두려워하기 때문에 마을에서 살 수 없어.
그래서 이런 세계의 '끝'으로 오게 되지.
알리제: 정말 지옥 같지만……
다행히 내가 수련하기에는 딱 좋은 장소였고
테슬린과 동료들에게 죄식자에 대해 배울 수 있었어.
알리제: 당신에게도 그걸 공유할게.
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하기 위해서도 말이야.
알리제: 자…….
우선 실습도 할 겸 순찰부터 마치도록 하자.
알리제: 당신은 여행길 여관의 북쪽을 맡아 줘.
지도에 표시해 둘 테니까 그 주변을 둘러보고 오면 돼.
알리제: 몸이 특별히 하얗고 기괴한 존재가 있다면 틀림없이 죄식자야.
인간의 에테르에 이끌려 공격해 올 테니까 반드시 쓰러뜨려.
알리제: 끝나면 북쪽 출입구 앞에서 합류하자.
……그럼 나중에 봐!
알리제: 어서 와.
그쪽은 어땠어?
알리제: 그래…… 역시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죄식자가 나타났구나.
뭐, 이 근처에서는 일상적인 일이야.
알리제: 싸워 봤으니 알겠지만 급이 낮은 죄식자는
그 근처를 배회하는 짐승과 별 차이가 없는 상대야.
알리제: 그런데 그 녀석들은……
요마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개체에게 복종하는 습성이 있어.
알리제: 그래서 강대한 죄식자가 사냥을 할 때는
어마어마한 규모의 군단으로 움직이기도 해.
그 녀석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먹이로 희생됐는지…….
알리제: 이렇게 순찰하는 것도 죄식자의 수를 줄여서
만약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의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야.
……도와줘서 고마워.
알리제: 그럼 테슬린에게도 보고하러 가자.
알리제: 그런데 테슬린이 당신한테 이상한 얘기 안 했지?
…………응? 확실하지!?
테슬린: 얘기 들었어, 순찰을 도와줬다면서!?
아까부터 위험한 일만 하게 해서 미안…… 그래도 고마워!
테슬린: 그나저나 알리제를 무사히 만나서 다행이야.
알리제가 당신을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알아?
뭘 하든 ○○○이 있었다면 이렇게 했을 텐데…… 라면서.
알리제: 헉……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거야!?
난 그저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점을 가지려던 것뿐이야!
테슬린: 우후후후후~
○○○ 씨가 싸우는 모습을 봤는데
정말 굉장하더라.
테슬린: 게다가 자연스럽게 도와주는 다정함까지…….
나 같아도 팬이 될 것 같아!
알리제: …………!!
테슬린: 아하하! 농담이야, 농담!
○○○ 씨가 좋은 사람이라는 건 진심이야!
두 사람 모두 순찰하느라 고생했어!
테슬린: 우웅…….
이런저런 일에 대한 보답도 할 겸 당신을 제대로
대접하고 싶은데…….
테슬린: 미안해!
물건을 사러 간 사이에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서……!
잠깐 알리제랑 기다려 줄 수 있을까?
알리제: 그러면 우리가 오히려 불편하잖아.
……뭔가 도울 일은 없어?
테슬린: 으으…… 정말 미안해. 그리고 고마워…….
그럼 알리제는 나랑 같이 비품을 점검하자.
테슬린: ○○○ 씨는
환자들과 인사를 하면서
얼굴과 몸에 묻은 모래 먼지를 털어 주면 좋겠어.
테슬린: '파우닐', '토덴', '할리크' 이렇게 3명이야.
새로 온 사람이 도와주면 분명 기뻐할 테니까……
잘 부탁해!
파우닐: ……고마…………워…….
토덴: ……………….
토덴은 가만히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.
잠시 기쁜 듯이 눈으로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았다.
할리크: ………….
할리크는 뺨에 묻은 모래 먼지를 털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.
피부가 석고처럼 신기한 질감으로 변하고 있다…….
알리제: 일은 잘되어 가?
테슬린: 앗, 벌써 다 끝냈어……?
환자들은 상태가 어땠어?
테슬린: ……그렇구나. 다들 그렇게 기뻐했다니
당신에게 부탁한 보람이 있네.
테슬린: 하지만 할리크는 역시…….
간병인들과 얘기는 해 봐야겠지만
슬슬…… 때가 되었을지도 몰라…….
알리제: …………테슬린.
나, ○○○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게 있어.
모르드 수크에 갈 생각인데 혹시 부탁할 일 있어?
테슬린: 알리제…….
…………미안해. 그리고 고마워.
테슬린: 그럼 '천도복숭아'를 사다 줄 수 있을까?
카사드 씨의 상단이 와 있으니까
로온 론 씨의 가게에 들어왔을지도 몰라.
알리제: 그럼, ○○○.
미안한데 잠깐 모르드 수크에 같이 가자.
먼저 로온 론의 가게부터.
알리제: 우선 천도복숭아를 사야겠구나.
로온 론: 앗, 그 여행자님.
무슨 일이냐? 우리 가게 음식 맛이 생각 나떠?
알리제: 혹시 '천도복숭아' 들어왔어?
있으면 하나 사고 싶은데…….
로온 론: 이떠! 이떠!
금방 들어와서 아주 싱싱해!
로온 론: 여행자님, 저번에 여기서 통 크게 쏴따.
그니까 천도복숭아 그냥 준다.
돈, 안 줘도 된다!
알리제: 모르드 상인이 공짜로 물건을 주다니……
이 가게에서 뭘 그렇게 많이 샀어……?
알리제: 아, 혹시 흰지렁이도 있어?
있으면 그건 내가 살게.
알리제: 아, 아니야. 내가 먹으려는 게 아니라고!
이따가 당신을 어떤 장소로 데려가려면 필요해서 그래!
알리제: ……그래서? 있어!?
로온 론: 물론 이따!
물건 사주능 거, 대환영이다!
알리제: 좋아, 사야 할 물건은 다 샀어.
이제 마을 서쪽에 있는 가장 큰 탑으로 가자.
당신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게 그 위에 있어.
모르드족 경비원: 흐아암~? 왜 그러냐?
알리제: 경비 보느라 고생이 많아.
……자, 당신이 좋아하는 흰지렁이야.
그걸 줄 테니까 탑 위에 올라가게 해 줘.
모르드족 경비원: 우와~ 탱글탱글 흰지렁이!
마, 마, 맛있게따!
모르드족 경비원: 원래 안 대지만…… 이번망이다?
딱 한 번, 딱 한 번망이다?
알리제: 탑에 올라가도 된대.
그럼 가 볼까.
알리제: 저길 봐.
커다란 결정 사이의 틈새 말이야.
알리제: 그 너머로 하얀 지평선이 보이지?
알리제: 저곳이 '빛의 범람'에 삼켜진 땅이래.
그저 하얗기만 하고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…….
알리제: 지금도 강력한 빛의 힘을 띠고 있어서
들어가려 하면 몸의 에테르 균형이 흐트러지고 말아.
저곳은 이제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이야…….
알리제: ……아까 산 천도복숭아는,
점점 죄식자로 변해 가는 그 아이…… 할리크가 좋아하던 거였어.
알리제: 그 아이를 비롯해서 그곳의 많은 환자들은
강력한 죄식자에게 습격당했다가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이야.
알리제: 하지만…… 목숨만 건졌을 뿐이지,
이미 그들의 에테르는 빛에 잠식당했어.
알리제: 게다가 보다시피 여긴 빛 뿐이니…….
보통 사람이라면 몸이 자연스럽게 균형을 맞추겠지만
그들은 빛에 노출되면 그 빛이 그대로 몸에 축적되는 거야…….
알리제: 그래서……
결국에는 모두 죄식자로 변할 거래.
알리제: 테슬린과 간호사들도 그걸 알고 있어.
그래서 어느 순간 완전한 죄식자로 변하기 전에
반드시 목숨을 끊어야 해.
알리제: 의식이 있었을 때 좋아했던 음식에 독을 섞어서 말이야.
……그런 최후를 지금까지 몇 번이나 봤어.
알리제: ……화가 나, 지금도 여전히.
아무리 싸워도 내 힘은 아직도 부족해.
알리제: 그래도 물러설 순 없어.
날 두고 가지 말라고 당신에게 그토록 말해 놓고
정작 내가 먼저 떠나버렸잖아?
알리제: 하필 그 타이밍에 날 소환한 수정공에게는
따끔하게 한 소리했지만 말이야……
알리제: 아무리 남의 탓으로 돌려도
당신을 전쟁터에 두고 왔다는 후회는 사라지지 않았어.
그래서 마음먹은 거야.
알리제: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,
어떤 가시밭길이라도 견디면서 앞으로 나아가겠다고.
알리제: ……그게 지금의 내 결심이고 버팀목이야.
알리제: 슬슬 돌아갈까?
오래 기다리게 하면 테슬린도 힘들 테니까…….
알리제: 함께 와 줘서 고마워.
'무의 대지'를 너에게도 보여 주고 싶었어.
이 세계의 실정을 알려면 반드시 필요하거든.
알리제: 그리고…… 많은 생각이 들겠지만
천도복숭아는 테슬린에게 꼭 전해 줬으면 해.
알리제: 인간이 죄식자로 변하게 되면
다른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
당사자도 끔찍한 고통을 느낀대…….
알리제: 간병인들은 환자들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
고통을 주고 싶지 않은 거라고 생각해.
그들만의 방식으로 이런 세계와 싸우고 있어…….
할리크: ………….
알리제: 테슬린도 이제 좀 여유가 생긴 것 같네.
테슬린: 아…… 어서 와.
천도복숭아는 구했어……?
테슬린: 고마워, 잘 받을게.
……보아하니 얘기를 들은 모양이구나.
테슬린: 괜찮아. 이건 보험이니까.
간병인들과 얘기해 봤는데
할리크는 좀 더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어.
테슬린: 미리 준비해 뒀으니 갑자기 그때가 찾아와도
좋아하던 음식과 함께 보내 줄 수 있을 거야…….
정말 고마워.
테슬린: 자,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 것도 아니고
우리의 분위기가 어두우면 환자들이 불안해할 거야!
테슬린: 이제 다 같이 먹을 식사를 준비해야겠다!
물론 당신 몫도 만들 테니까 같이 먹자!
테슬린: 부족하면 말해.
오늘은 조금 넉넉하게 만들었어.
알리제: 기분 탓인가, 평소보다 건더기가 많은 것 같은데?
테슬린: 정답이야. 크리스타리움에서 손님이 오는 게 흔한 일은 아니라서
신경 좀 썼어.
테슬린: 좋아!
한소끔 끓을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.
마음에 들었다니 기뻐.
테슬린: ……알잖아.
여긴 버려지거나 헤어지는 일만 있는 곳이니까.
테슬린: 원래는 나도
죄식자로 변해 가는 엄마를 따라 여기로 왔어.
테슬린: 구할 수 없다는 걸, 죽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
어쩔 도리가 없었어…….
다들 그래, 그래서 이런 땅끝의 황야를 찾아오는 거야.
테슬린: 여기에 있는 건 희망 따위가 아니야.
아주 잠깐의 유예기간과…… 기껏해야 고통 없는 죽음뿐이지.
테슬린: 그래도 엄마가 조용히 숨을 거뒀을 때,
이렇게 돌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했어.
테슬린: ……그래.
그것이 그들을 구원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지만,
간호해왔던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일은…….
테슬린: 이기적일지 모르지만 '어둠의 전사'가 와서
대신해줬으면 하고 매번 바라게 돼.
알리제: 어둠의 전사……?
테슬린: 어머, 몰라?
나도 유래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유명한 전설이야.
테슬린: "어둠의 전사는 죽음의 사자.
목숨을 거두어 어두운 하늘 바다로 돌려보내니."
테슬린: "아무도 피할 수 없으리라.
인간도, 한때는 인간이었던 죄식자조차도."
테슬린: ……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.
뭐, 실제로 그런 걸 본 적은 없으니까
옛날이야기 같은 거겠지만.
알리제: ……별 불길한 전설이 다 있네.
테슬린: 그래?
난 인간이든 죄식자든 목숨을 똑같이 돌려보내준다는 부분이
마음에 들던데…….
파우닐: 온다…….
당황한 간병인: 테슬린, 큰일이야……!
당황한 간병인: 할리크가…… 할리크가 없어졌어!
잠깐 안 본 사이에 사라졌어!
알리제: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……!?
당황한 간병인: 다른 환자들의 상태가 갑자기 이상해져서
그쪽에 신경을 쓰다가…….
정말 미안해……!
테슬린: ○○○, 알리제!
부탁이야, 함께 할리크를 찾아 줘……!
테슬린: 이유는 모르겠지만 밖으로 나갔다면
짐승이나 죄식자에게 공격당할 가능성도 있어…….
아무튼 빨리 찾아야 해!
알리제: 알아, 흩어져서 찾아보자.
어디로 갔을지 짐작 가는 곳은 없어?
테슬린: 아니, 이런 적은 처음이라…….
다만 다른 환자들도 왠지 모르게 술렁거리고 있어.
그들만 느낄 수 있는 어떤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지도…….
테슬린: 우선 사라진 지 얼마 안 됐으니까
여관 근처를 찾아보자!
난 동쪽부터 가 볼게……!
테슬린: 제발…… 무사해야 해, 할리크……!
알리제: 그럼 나는 북서쪽으로 가 볼게.
당신은 남쪽을…… 맡아 줘!
알리제: 어때? 뭔가 발견했어!?
알리제: 그쪽에도 단서가 없었구나…….
그렇게 멀리 가지는 못했을 텐데…….
알리제: 죄식자가 소란스러운 것도 느낌이 좋지 않아.
이번에는 다른 곳을 다시…….
알리제: 저것도 죄식자야……!
아마…… 굉장히 강할 거야!
알리제: 인간을 습격하러 온 걸지도 몰라!
뒤쫓아 가자!
알리제: 저기다!
알리제: 저건…… 말도 안 돼……!
알리제: 할리크!
테슬린: 도망치자……!
알리제: 테슬린!
테슬린: 이 세상에 있는 것 중에……
필요 없는 건 없어…….
테슬린: 너도…… 마지막 순간까지 소중한……
고통 속에…… 죽어서는…… 안 돼………….
테슬린: 그렇지……? 엄마………………
알리제: 안 돼…… 싫어……
테슬린……!
테슬린: 미아……해…… 알리제………….
할리크: ………….
알리제: ……………….
알리제: 미안해, ○○○…….
간병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는 했어…….
알리제: 조금만…… 조금만 더 이들 곁에 있어 줘………….
알리제: ………….
카사나: ……믿을 수가 없어.
카사나: 테슬린은 늘 환자들에게 밝게 말을 걸어 줬어.
무서운 일도 고통스러운 일도 없을 거라는 듯이 말이야.
카사나: 그 착했던 아이가…… 왜……
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거야……!
윌포트: ……너희도 충격을 받았을 텐데.
이렇게 마음을 써 줘서 고맙다.
윌포트: 솔직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허무해…….
죄식자로 변해버리면 무덤을 만들어 추모할 수도 없다고,
그걸 가장 안타까워한 사람이 바로…… 테슬린이었는데.
알리제: ………….
할리크: ………….
알리제: …………응.
고마워…… 여러모로…….
윌포트: 미안해, 테슬린의 일로 놀라서
할리크를 다시 데려와 준 너희에게
고맙다는 말도 못 했구나…….
윌포트: 다친 곳은 없어……?
알리제: 다쳤을 리 없지…… 싸워보지도 못했으니까.
경호원 자격이 없어, 난.
카사나: 분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란 것도 있어.
할리크가 무사한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고마운 일이야.
알리제: 미안해, 역시 난 경호원 일을 계속 못하겠어.
알리제: ……이런 처지에 부탁할 일이 아닐지도 모르지만
할리크에게 독을 주는 건 되도록 기다려 줬으면 해.
알리제: 물론 한계라고 생각되면 망설이지 마.
가능한 범위에서…… 부탁할게.
윌포트: 물론 그거야 우리도 그럴 생각이지만…….
알리제: 고마워.
그것만으로도 지금은 충분해.
알리제: 알겠지, 할리크?
테슬린이 한 말을 절대로 잊지 마.
……잘 있어.
카사나: 지금 바로 떠나려는 거야……?
괴로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…….
목적지는 정했어?
알리제: 그래. 목적지랄까, 해야 할 일은 정해졌어.
알리제: 죄식자로 변해가는 사람을 결코 구할 수 없는 이유는
이 환경 때문에 끊임없이 빛이 축적되기 때문이야…….
알리제: 그럼 환경을 정상으로 돌려놓으면 어떻게 될까?
당장은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
조금이라도 병이 나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?
윌포트: 자, 잠깐만. 진정해.
이론상으로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다지 현실적인 얘기는……!
알리제: 난 처음부터……
싸워서 세계를 바꿀 생각이었어.
알리제: 크리스타리움으로 돌아가자.
수련이 끝났으니 지금부터는 갈고닦은 검을 사용할 차례야.
카사드: 오, 다시 만났군.
……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데 볼일이 끝났으면
크리스타움까지 바래다줄게.
알리제: ……미안해.
도망치듯이 빠져나오고 말았네.
알리제: 하지만 내가 한 말은 전부 진심이야.
그들에게는 살기 위한 그들만의 싸움이 있듯이
나는 나의 길에서 싸울 뿐이야…….
카사드: 이, 이봐. 아가씨, 괜찮아……!?
아니, 울고 있잖아…………?
알리제: ……별일 아니니까 크리스타리움으로 돌아가자!
전속력으로, 바람보다 빠르게 날아가 줘……!
카사드: 그, 그래……!
알리제: 아, 정말…….
아므 아랭 상공을 날다 보면
눈에 자꾸 모래가 들어간다니까…….
알리제: ……그래도 왠지 머리가 좀 맑아졌어.
나, 이제 다시 힘낼 수 있을 것 같아.
알리제: 자, 수정공에게 가자!
죄식자를 닥치는 대로 쓰러뜨릴
작전을 짜야지!
위병단 경비: 수정공에게 볼일이 있으십니까?
제가 '성견의 방'까지 안내해드리겠습니다.
알리제: 일단 아므 아랭을 여행하느라 고생 많았어.
곧바로 다음 계획을…… 짤 생각으로 뛰어 들어왔는데
넌 콜루시아 섬에 있는 알피노도 만나러 가야 하는구나.
알리제: 뭐, 알피노만 파악할 수 있는 정보도 있을 테니까
조금은 기다려도 상관없어.
……그쪽 일도 잘 부탁해.
수정공: 알피노를 만나러 가겠다고?
알았다. 그럼 설명해 주마.
수정공: 현재, 이곳 크리스타리움에서 그가 있는 '콜루시아 섬'까지
편하게 갈 수 있을 만한 상황은 아니야.
타고 갈 날짐승을 특별히 마련해야 하지.
수정공: 그래서 소개장을 준비했다.
도시 입구 부근에 있는 '성스러운 군생지 목장'으로 가서
조련사장인 '젬 졘마이'에게 주도록 해.
수정공: 그럼 그 사람이 알아서 처리해 줄 거다.
무사히 알피노를 만나기를 기원하마.
젬 졘마이: 응? 처음 보는 얼굴이네.
이 목장에는 무슨 일인가, 친구?
젬 졘마이: ……흐음, 수정공이 보냈군.
동료를 찾으러 '콜루시아 섬'에 가고 싶다고…….
젬 졘마이: 그런 일이라면 당연히 '아마로'를 내어 줘야지.
너와 어울리는 아이로 골라 주마.
젬 졘마이: 그래. 여기 있는 날개 달린 회색 '아마로'가
여기서는 가장 일반적인 이동 수단이지.
젬 졘마이: 아마로가 낯설다니 희한하네.
극히 일부 지역에서는 초코보가 중심이라던데……
너도 그런 데서 왔나 보군.
젬 졘마이: ……아무튼 아마로가 낯설다면
내가 같이 가서 도와줄게.
젬 졘마이: 나 말고도 즌족은 모두
뛰어난 아마로 사육사이자 기수지만……
수정공의 손님을 그 땅에 데려가는 건 책임이 막중한 일이니까.
젬 졘마이: 그럼 준비를 해둘 테니까
너도 출발 준비를 마치고 '아마로 승강장'으로 와라.
거기서 '신입 아마로 조련사'에게 말을 걸어 봐.
노련한 아마로 조련사: 어서 오십시오.
이곳에서는 '아마로 수송'에 대해 안내해드리고 있습니다.
노련한 아마로 조련사: 이곳 아마로 정류장에는 처음 방문하셨죠?
그럼 이곳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이용하실 수 있게
조치해 놓겠습니다.
신입 아마로 조련사: ……아마로를 타고 콜루시아 섬에 가신다고요?
흐음, 젬 졘마이 님이 같이 가시니까 괜찮으려나…….
신입 아마로 조련사: 알겠습니다, 승강장을 이용하셔도 좋습니다.
여기서 잠시 기다리시다가
졘마이 님과 아마로가 오면 출발하세요!
젬 졘마이: 수고했어.
여긴 콜루시아 섬 동쪽에 있는 '깨진 조개 해안'이야.
일단 무사히 상륙했단 얘기지.
젬 졘마이: ……아, 아니. 딱히 여기가 위험한 섬이란 뜻은 아니야.
노르브란트 전체로 따져 보면
죄식자의 습격도 비교적 적은 편일걸.
젬 졘마이: 다만…….
젬 졘마이: 저 멀리 도시가 보이지?
저기가 이 섬을 다스리는 '율모어'야.
젬 졘마이: 크리스타리움과 어깨를 견줄 만한 대도시인데,
옛날에는 죄식자를 상대로 함께 싸우기도 했다더라고.
젬 졘마이: 저들은 계속 자기들이 세계를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더니
결국에는 '세계 정부'를 자처하며……
다른 세력들에게 자기들 밑으로 들어오라고 제안을 했었어.
젬 졘마이: 하지만 여러모로 사상이 달라서 말이야…….
크리스타리움을 포함한 모든 조직이 그 제안을 거부했고
그 후로 적대시까진 아니지만 썩 사이가 좋지는 않아.
젬 졘마이: 그러니까 이 섬에서는 웬만하면
수정공의 관계자라는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아.
특히 도시와 가까운 곳에서는 말이지.
젬 졘마이: 좋아, 그럼…… 수정공의 허락도받았으니까
이 섬에서 '수색'을 하기 위한 비법을 가르쳐 주마!
젬 졘마이: 잘 들어…….
이 해안의 남쪽으로 가면 어부의 작은 오두막이 있어.
젬 졘마이: 거기에 있는 '에이보르'라는 남자는
크리스타리움의 조력자야.
젬 졘마이: 향초 레이크랜드 백리향을 건네면 바로 알아채고
이 섬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거다.
물론 네가 찾는 동료에 대해서도.
젬 졘마이: 자, 이게 레이크랜드 백리향이야.
네가 목적을 달성하고 올 때까지 난 여기서 아마로와 기다리마.
……행운을 빈다, 친구.
에이보르: ……넌 뭐야?
생선이라도 사러 왔냐?
에이보르: 호오, 그래…….
이건 일단 받아둘게.
오랜만에 생선 구이에 풍미를 더할 수 있겠군.
에이보르: ……그래서 궁금한 게 뭐야?
한동안 특별한 이변은 없었던 것 같은데.
에이보르: 아아, 알피노를 찾으러 왔구나.
물론 알고말고.
요새 '해결의 달인'으로 유명하거든.
에이보르: 율모어 시내는 모르겠지만 이 근방 마을은 많이 가난해서……
자기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녀석들이 많은데
자진해서 사람들을 돕고 다니는 별난 친구지.
에이보르: 지금 어디 있는지도 알 것 같으니 일단 연락은 해줄게.
……하지만 의심받지 않도록 다른 장소에서 만나도록 해.
에이보르: 여기서 북쪽으로 가면 '멈춘 물결'이라는 어촌이 있는데
'구멍난 조각배 주점'이라고, 낡아 빠진 주점이 있어.
거기로 오라고 알피노에게 전해 두지.
세바: ……이봐, 거기서 왜 그러고 서 있어?
여긴 주점이니까 오래 있을 거면 뭐라도 주문해줄래?
세바: 오케이.
근데 계산은 뭘로 할 거지?
세바: ……이게 뭐야? 처음 보는 동전인데.
어디서 가져 온 거야?
세바: 미안한데 우리 가게에는 가치를 측정하는 시금석이 없어서
이게 우리 돈으로 어느 정도 금액인지 알 수가 없어.
이를 어쩌나, 돈을 못 내는 손님의 주문을 받을 순 없는데…….
세바: 아, 그래…… 대신 일을 좀 해줘.
마을 북쪽에 '지사님의 밭'이란 공동 농원이 있어.
요새 해충이 심각하다니까 가서 좀 없애 줄래?
세바: 끝나면 밭 근처에 사는 관리인에게
벌레 좀 제때 잡으라고 한마디만 해 줘.
원래는 저장 창고였던 건물이라 보면 금방 알 거야.
세바: 그 일을 마치고 나면 얼마든지 여기에 있어도 좋아.
세바: 어서 와.
어떻게 됐어? 관리인이 반성하고 있어?
세바: ……그래, 떠났구나.
결국 그 사람도 율모어를 꿈꾸며 가 버렸나 보네.
세바: 어머,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구나?
난 너도 율모어로 이주하고 싶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…….
세바: 뭐, 아무려면 어때.
일은 충분히 해 줬으니까 아무 데나 마음대로 앉아.
딱 한 잔만 서비스로 줄게.
???: 이보게, 장사는 좀 어떤가?
세바: 어서 와.
놀라지 마, 외지에서 손님이 와 있어.
알피노: ……오랜만이군.
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.
알피노: 부탁했던 밀 씨앗일세.
지난번 씨앗보다 낱알이 많이 열릴 걸세.
세바: 어머, 용케 구해 왔네.
역시 알피노야…… 고마워.
세바: 그럼 난 늘어난 빈집이나 정리하고 올까?
여기는 마음대로 쓰도록 해.
알피노: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군.
도마에서 포로 교환이 있었던 이후로 처음인가…….
알피노: 나는 이쪽 세계에 온 후로 시간이 좀 지났다네.
정말……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야.
알피노: 하하하하…….
알리제도 여기서 다시 만났을 때 똑같은 말을 하더군.
오랜만에 호되게 혼났다네.
알피노: 일단은 우리 둘 다 무사하니 다행일세.
그래, 여기까지 어떻게 오게 되었나? 서로 이야기해 봄세.
알피노: 그렇군…….
수정공과 알리제한테서 사정을 듣긴 했지만
역시 제국과의 전쟁은…….
알피노: 게다가 타타루에게도 걱정을 끼치고 말았군.
어떻게든 다 같이 무사히 돌아가야 할 텐데…….
알피노: 사과의 뜻으로 좋은 소식을 잔뜩 갖고 말일세.
알피노: 그러기 위해서라도 원초세계와 제1세계의 통합……
제8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못 본 척할 수는 없네.
알피노: 위리앙제가 본 미래는
정말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네.
알피노: 위리앙제의 말에 따르면
원초세계에서 제8재해가 일어난 계기는
제국이 사용한 형체 없는 죽음의 병기였다더군…….
알피노: '검은 장미'라는 독가스 병기가 틀림없네.
난 가이우스와 함께 각 지역을 돌아다닐 때
그 병기가 재개발되고 있는 걸 직접 확인했다네.
알피노: 가이우스는 과거에 폐기된 연구라고 했지만
인간의 전쟁이 끊이지 않는 한
한 번 만들어진 병기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걸세…….
알피노: 원초세계에 현존하는 '검은 장미'만 폐기한다고
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네.
알피노: ……그런 의미에서
우리가 제1세계로 소환된 건 행운이라고 할 수 있지.
알피노: 우리는 수정공과 지식을 모은 결과
세계 통합이 일어나는 진정한 조건을 어느 정도 밝혀냈네.
알피노: 자세한 얘기는 언젠가 위리앙제가 하겠지만……
알피노: 세계 통합은 흡수하는 쪽과 흡수당하는 쪽
양쪽이 모두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되면 발생한다네.
알피노: 그리고 지금 이곳 제1세계의 위기는
바로 '죄식자' 문제.
알피노: 그래서 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네.
설사 그것이…….
알피노: 내가 태어난 세계의 일이 아니라고 해도 말일세.
눈앞에서 고통받는 사람을
못 본 척하고 싶지 않다네……!
알피노: 그래서 그 첫걸음으로
세계 정부를 자처하며 사실상 거대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도시,
'율모어'에 대해 알아볼 생각이었네.
알피노: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하기 위해……
괜찮다면 자네도 동행해 줬으면 하는데, 어떤가?
알피노: 기쁘군…… 오랜만에 자네와 여행을 할 수 있겠어.
여기서도 잘 부탁하네.
알피노: 그렇다면 당장 움직이세.
일단 자네를 율모어 앞까지 안내하겠네.
알피노: 시간만 잘 맞으면 거기서 알게 될걸세…….
그 도시를 조사하고 싶다면서 왜 내가 아직도 밖에 있는지.
그리고 이 세계 전체의 실정도 말일세.
알피노: ……자, 우선 이 마을의 서쪽으로 가도록 하지.
작은 다리가 있으니 그걸 건너세.
알피노: ……콜루시아 섬은 평화롭지 않은가?
크리스타리움도 그렇지만 어느 세계든
사람이 사는 곳은 비슷하다네…….
알피노: 원초세계에서 재해는 위협이기도 하지만, 그 이면에서
이런 거울 세계가 통합되고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……
여자의 비명: 아, 안 돼…… 누, 누가 좀 도와줘요!
알피노: 뭐지? 이 비명 소리는……!?
알피노: 그냥 지나칠 수는 없어!
흩어져서 찾아보세……!
겁먹은 노부인: 당신은……!?
조심해요. 죄식자예요……!
겁먹은 노부인: 아아……!
구해 줘서 고마워요.
알피노: 이쪽이었군……!
자네가 찾아서 다행이야……!
알피노: 부인,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?
겁먹은 노부인: 네, 넘어지기만 했어요.
이분이 죄식자를 처치해 주셔서 난 무사해요.
겁먹은 노부인: 하지만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.
난 이제 빨리 달릴 수도 없고……
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여기도 빈집이어서.
겁먹은 노부인: ……나도 이제 내 집을 지키는 건 포기하고
율모어에 신세를 져야 할지도 모르겠군요.
겁먹은 노부인: 아무래도 나 같은 늙은이를
쉽게 들여보내 주지는 않겠지만…….
그래도 율모어 근처에 있는 편이 안전하겠죠.
알피노: ……저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군요.
하지만 부디 본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십시오.
되도록 혼자 다니지 마시고요.
겁먹은 노부인: 날 구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.
당신은 아주 강해 보이지만
이 부근은 황폐한 곳이니 조심하도록 해요.
알피노: 저 부인 말대로
이 부근엔 이제 사람이 별로 없다네.
다들 율모어 쪽으로 이주해 버렸지.
알피노: 죄식자가 공격해와도 몰아낼 힘을 가진 자는
이제 거의 없네…….
알피노: ……그러고 보니 자네, 죄식자에 대해서는
이미 설명을 들었나?
알피노: 그래, 알리제에게 벌써 들었군.
알피노: 아므 아랭에 비하면 여긴 평화로운 편이지만……
그래도 죄식자의 습격이 아예 없지는 않다네.
……자네가 아니었다면 희생자가 더 늘었겠지.
알피노: ……아무튼 여기는 이제 걱정할 필요 없겠군.
다시 율모어로 출발하세.
알피노: 아까 그 갈림길로 돌아가서 이번에는 서쪽 길로 가세.
그대로 길을 따라서 가면 목적지에 도착할 걸세.
알피노: 자, 여기일세…….
알피노: 저 안쪽에 있는 것이 '환영의 문'……
그 너머로 보이는 도시가 목적지인 율모어라네.
알피노: 그리고 여기는 '문전촌'이네.
율모어에서 살고 싶어 하는 자들이
선택받기를 기다리며 사는 곳일세.
꾀죄죄한 남자: 오오……!
늘 오던 이상한 꼬마가 오늘은 신입을 데려왔네!
꾀죄죄한 남자: 헤헤헤……
특기가 있는 놈이라면 대환영이야.
그래, 넌 뭘 할 줄 알지?
알피노: 이 사람은 이주 희망자가 아니네.
자네들을 방해하지 않을 테니 내버려 두게나.
꾀죄죄한 남자: 뭐라고~?
기껏 좋은 뜻으로 물어봐 줬더니!
???: 자아~!
여러분, 모두 주목~!
붉은 광대: 전도유망한 시민 후보자 여러분!
잘들 있었어~?
붉은 광대: 오늘은 말이지, 어떤 귀부인께서
아주아주 맛있는 생선 요리를 드시고 싶으시다네~!
푸른 광대: 그래서 그걸 만들어 줄 사람을 찾으러 왔어!
부인을 만족시키면 물론 도시 안에서 살 수 있지.
생선을 먹지 않는 날에도 쭈욱~!
붉은 광대: 어때? 지원할 사람?
추천도 받을게~!
알피노: ……율모어는 세계 정부를 자처한다고 했지?
사실 저 도시에는 다른 이름도 있다네.
알피노: 마지막 환락 도시…….
'빛의 범람'에서 살아남은 귀족과 부호가
남은 시간 동안 즐겁게 놀고먹으며 지내는 곳…….
알피노: '가진 게 없는' 일반인이 그 낙원에서 살려면
특별한 재능이 있어서 저런 식으로 팔려 가는 수밖에 없다네.
붉은 광대: 응, 나쁘지 않네!
붉은 광대: 널 율모어로 데려가줄게!
행복의 도시에서 앞으로 쭈~욱 실력을 발휘해 봐!
푸른 광대: 자…… 다들 기대에 찬 얼굴이네!
뭘 기대하고 있는지 말 안해도 다 알지~!
푸른 광대: 자, 오래 기다렸지?
그녀의 멋진 새 출발을 축복하며 '메올'을 임시 배급할게~!
알피노: 저 '메올'이란 건, 문전촌 주민에게
율모어에서 무상으로 나눠 주는 식량일세.
도시 안에서도 주식으로 먹는다더군.
알피노: 먹고살기 힘든 시대다 보니
메올 배급에 생계를 의존하는 주민도 적지 않다네.
알피노: 하지만…… 나는 도무지…….
알피노: ……마치 인신매매 같은 입국 심사 같지 않았나?
이것이 내가 좀처럼 율모어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라네.
알피노: 약 20년 전에 지금의 통치자가 취임한 후로
계속 이런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더군.
알피노: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죄식자와 싸우기는커녕,
자립해서 생활하는 것조차 점점 더 어려워질 걸세.
나는 이곳 사람들에게 몇 번이나 개선안을 제시했지만…….
알피노: …………아니, 자네도 직접 보는 편이 좋겠지.
나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
문전촌을 한 바퀴 돌고 오게.
알피노: 문전촌의 상황을 둘러보고 오게.
나는 여기서 기다리겠네.
꾀죄죄한 남자: 뭐야, 아까 그놈이네.
봤지? 율모어가 얼마나 관대한지.
너도 그런 꼬마와 어울리지 말고 여기서 살아!
꾀죄죄한 남자: 여기가 얼마나 좋은데…….
겉보기에는 좀 허름해도 다른 곳보다 안전하고
무엇보다 배급받는 메올이 아주 맛있어!
먼 곳을 바라보는 여자: 저기 봐…… 오늘도 율모어는 아름다워…….
나도 빨리 시민으로 선택받고 싶어…….
먼 곳을 바라보는 여자: 저 안에서는 분명 꿈 같은 생활이 기다릴 거야.
이 황폐한 세계에 남은 마지막 낙원인걸…….
알피노: 문전촌의 상황을 보고 왔나?
알피노: 그들의 식생활은 메올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 데다가
율모어를 강하게 동경하는 사람도 많다네.
알피노: 여러 번 얘기해 봤지만
지금보다 나은 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네…….
알피노: 글쎄…….
아직 내부에 들어가지도 못했고, 잘 모르겠네.
모르기 때문에 더욱 불길한 느낌이 드는 건 확실하지만.
알피노: 어떤 방식이든
이 땅에 사는 주민들이 행복하기만 하다면
나도 납득할 수 있을 테지.
알피노: 하지만 아까 자네가 구한 부인처럼……
율모어에 의존하지 않는 주민은 방치당하는 거나 마찬가지일세.
알피노: 그 상태로는 살 수 없으니 사람들은 결국 도시로 몰려든다네.
콜루시아 섬 곳곳에 버려진 마을과 밭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.
이 땅은 점점 더 황폐해지고 있는 거지…….
알피노: ……율모어가 제시하는 길이
과연 진정한 주민의 행복으로 이어질런지.
알피노: 모든 걸 원만하게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건 알고 있어도
도저히 고민을 멈출 수가 없다네.
가난한 마을들, 그리고 여기서 기꺼이 팔려 가는 사람을 보면서.
알피노: 이 의문의 답을 찾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려면
역시 율모어에 들어가야 할 것 같네.
알피노: 자네가 온 시기가 마침 지금이라 다행일세.
저 도시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일이
이제 마무리만 남았으니 말이네.
알피노: 이 섬의 인근 해역에는
'온도족'이라는 종족이 살고 있다네.
원초세계에서 말하는 사하긴족이지.
알피노: 그들은 평소 해저에서 조용히 숨어 살기 때문에
인간과 교류가 많지 않다네.
알피노: ……하지만 그런 곳일수록 거래의 기회가 있는 법이라고
위대하신 타타루 스승께서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셨거든.
난 온도족과 접촉을 시도해봤네.
알피노: 그리고 사실은 그들이 지상에서 나는 농작물……
특히 과일을 기호품으로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.
그걸 제공해줄 수 있으면 진주를 주겠다고도 하더군.
알피노: 그래서 그들과 거래를 통해 진주를 얻고
그 실적을 보여주면서 나를 고용하라고 하면……
율모어가 관심을 갖지 않을까 생각했다네.
알피노: 후후…… 나도 이제는 부르는 대로 값을 쳐주고
칼을 사던 그 알피노가 아니라고!
알피노: 곧 온도족과 거래를 하러 갈 걸세.
농작물을 마련한 후에 해안에서 그들과 만나기로 했지.
알피노: 그래서 준비에 착수해야 하네만……
자네도 함께 가 주겠나?
알피노: 고맙네. 든든하군.
알피노: 농작물은 여기서 북서쪽에 있는 '직공 마을'의
모샤 모아' 씨가 제공해 주기로 했다네.
바로 가 보세.
알피노: 이쪽이 모샤 모아 씨라네.
모샤 모아: 응? 처음 보는 사람이네?
나한테 무슨 볼일 있어?
알피노: 모샤 모아 씨, 이쪽은 제 동료입니다.
요전에 값을 치른 농작물을 받으러 왔습니다.
모샤 모아: 이상하네……?
방금 어떤 남자아이가 당신 심부름꾼이라며 찾아와서
약속한 분량을 받아 갔는데…….
알피노: 심부름꾼……!?
이 일은 아무한테도 부탁한 적이 없는데……!
모샤 모아: 흐음, 짙은 파란머리를 짧게 깎은 미스텔족 소년이었어.
알피노의 인상착의를 정확하게 말하길래
나는 의심을 못 했지.
알피노: 짙은 파란머리…… 도통 모르겠군.
아까 우리가 하던 얘기를 몰래 들었나…….
알피노: 찾아보세. 방금 왔다 갔다면 멀리 가지는 못했을 걸세.
자네는 우선 마을 남쪽을 부탁하네.
주위를 잘 둘러볼 수 있는 곳부터 살펴보게!
알피노: ○○○!
이쪽은 어땠나!?
알피노: ……알겠네, 붙잡도록 하세!
알피노: 찾았다!
알피노: 내 심부름꾼이라고 속이고 농작물을 받아간 사람이 자네지?
그건 중요한 거래에 쓸 물건이네…… 돌려주지 않겠나?
파란머리 미스텔족: 아…… 으…………
파란머리 미스텔족: 용서해주세요!
어떻게든 율모어에 들어가고 싶어서 그만……!
파란머리 미스텔족: 전 가족도 없고 여기서 생긴 친구들은
모두 진작에 뽑혀서 율모어로 가버렸어요…….
파란머리 미스텔족: 그 뒤로는 주변 사람들과 친해지지도 못하고……
배급받는 메올조차 저한테는 남은 찌꺼기만 돌아온다구요.
파란머리 미스텔족: 뭘 하든 저를 추천해 주는 사람도 없고
배도 고프고…… 너무 비참해서…….
파란머리 미스텔족: 그래서 이렇게 죽을 바엔
남의 기회라도 빼앗아서 율모어에 들어가려고…….
알피노: ……자네, 이름이 뭔가?
카이 시르: 카이 시르입니다…….
알피노: 그래, 카이 시르.
율모어에 들어가는 것 말고 다른 길은 없겠나……?
알피노: 예를 들어 크리스타리움에 가 보는 건 어떤가.
그곳에 가면 공짜로 음식을 주지는 않지만
일한 만큼 확실한 보상은 받을 수 있을 걸세.
카이 시르: 안 돼요…… 율모어가 아니면…….
카이 시르: 제 친구들이 저 도시에 있는걸요…….
언젠가 저 호화로운 도시에서 다 함께 살자고
약속했단 말이에요…….
알피노: ……온도족과 거래하기로 한 곳은 빗장 등대일세.
지금부터 내가 하려고 했던 거래와 율모어에 뭘 팔아서
들어가려 했는지 설명해줄 테니 잘 듣게나.
카이 시르: 야, 양보해 주시려고요……!?
알피노: 어디까지나 기회를 빌려주는 것뿐일세.
그 다음부터는 자네가 스스로 노력해야 이룰 수 있어.
카이 시르: 네, 네……!
감사합니다!
알피노: 우리에겐 단순한 조사고…… 다시 기회를 만들 수도 있네.
하지만 저 아이에게는 인생이 걸린 중대사 아니겠나.
알피노: 양보한 걸 후회하지는 않네.
저 아이의 성공도 바라고 있어.
하지만…… 어쩌면 좋은 판단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군.
알피노: 한시라도 빨리 이 세계를 구하려면……
그래야 많은 사람들과 자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거라면
저 아이를 제치고 내가 갔어야 했을지도 몰라.
알피노: 그런가…….
에스티니앙 공이 있었다면 여전히 철부지 도련님이라고
나무랐겠지.
알피노: 그래도 고맙네.
결과적으로는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다시 노력해야지.
알피노: 그럼 일단 직공 마을로 돌아가세.
알피노: 저게 뭐지……?
알피노: 멀어서 잘 안 보이는데…… 누가 쓰러져 있는 건가……!?알피노: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르겠군.
어서 구하러 가세!
알피노: 좋아, 일단 응급 처치는 끝냈지만…….
쇠약해진 조난자: 으, 으윽…….
제발…… 제발 용서를………….
알피노: 진정하고 천천히 숨을 쉬십시오.
괜찮습니다…… 해치지 않아요.
알피노: 환자의 몸이 아주 차갑네.
내가 불을 피울 테니
자네는 여기서 계속 이 자를 보고 있어 주겠나?
쇠약해진 조난자: 살아 있다는 게 정말 기적 같아요…….
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…….
알피노: 당신은 누구죠……?
왜 이런 곳에 쓰러져 있던 겁니까?
트리스톨: ……저는 트리스톨이라고 합니다.
율모어에 화가로 고용됐었어요.
트리스톨: 어느 부부의 집으로 팔려 갔는데
제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해고하더군요.
트리스톨: 그 뒤로 절 거둬주는 곳도 없고…….
제 운명은 율모어의 원수 손에 맡겨졌어요.
트리스톨: 그분이 저에게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물어보는데……
완전히 자신감을 잃은 저는 도시를 떠나고 싶다고 했어요…….
트리스톨: 그랬더니…… 으아아……!
저를 율모어에서 바다로 던져 버리지 뭡니까……!
알피노: 그, 그 높은 곳에서……!?
그러다 죽을 수도 있을 텐데……!
트리스톨: 네…… 저는 그나마 운이 좋았나 봅니다…….
그래도 여러분이 저를 발견해 주시지 않았더라면
그게 끝이었을지도 몰라요.
알피노: 말도 안 돼…….
그 도시에서는 그런 횡포가 가능하단 말입니까……!?
트리스톨: ……하지만 그걸 횡포로 여기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.
원수가 그걸 처벌이라고 부르면 그냥 받아들여야 하죠.
트리스톨: 율모어에서는 원수……
'돈 바우스리'가 곧 법이자 도덕인걸요.
알피노: ……○○○.
난 역시 율모어에 대해서 더 알고 싶네…….
아니, 알아야만 하네.
알피노: 어서 도시에 들어가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야 해.
분명 방법이 있을 걸세…….
알피노: 일단 트리스톨 씨를 직공 마을까지 데려다주세.
계속 여기에 있다가는 다시 체온이 내려갈 테니까.
트리스톨: 그랬군요…… 여러분은 그런 생각을…….
알피노: 트리스톨 씨는 앞으로 어쩔 생각일까…….
트리스톨: 두 분 다, 정말 감사합니다.
목숨도 구해 주셨는데 여기까지 데려다 주시고…….
트리스톨: 그래서 말인데 저기…… 아까 말씀을 들으니
두 분은 율모어에 가시려는 것 같던데, 맞나요?
트리스톨: 솔직히 제 은인을 그런 곳에 보내고 싶지는 않습니다…….
하지만 무슨 사정이 있으신 것 같으니
이걸 가져가 보세요.
트리스톨: 제가 사용하던 붓입니다.
트리스톨: 제가 추방되었으니 곧 새로운 화가를 찾겠지요.
그때 이 낡은 붓을 보여 주면
숙련된 화가라고 믿어 줄지도 모릅니다.
알피노: 괜찮겠습니까……?
이건 당신에게 중요한 장사 도구일 텐데…….
트리스톨: 두 분께는 뭘 드려도 아깝지 않습니다.
게다가…… 아마 전 앞으로 두려워서 붓을 잡지 못할 겁니다.
트리스톨: 아무튼 율모어의 눈 밖에 난 이상, 이 땅에는 머물 수 없습니다.
다른 곳에서 새로운 일을 찾아야겠어요.
……두 분이 무사하시기를 빌면서요.
트리스톨: 부디 조심하세요…….
이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.
알피노: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더니
이런 기회를 얻게 될 줄이야…….
알피노: 당장 트리스톨 씨의 제안대로 해 보세.
다행히 나도 그림에는 일가견이 있다네…….
물론 전문 화가만큼은 아니지만 흉내는 낼 수 있을 걸세.
알피노: 자네는…… 흐음…… 조수라고 해도 되겠지?
썩 내키지는 않지만 그게 가장 자연스럽겠군.
알피노: ……좋아!
그럼 어서 문전촌으로 돌아가서
그 광대들이 다시 오기를 기다리세!
알피노: 이 부근에서 그 광대들을 기다리세.
알피노: 왔군……!
인신매매를 하는 광대들일세……!
붉은 광대: 어머, 여러분, 안녕?
당신들은 운이 좋은가 봐, 오늘은 우리가 아주 바쁘거든!
푸른 광대: 아까는 스스로 지원한 젊은 상인을 맞이했는데……
이번에는 화가가 필요해졌어!
붉은 광대: 자, 내가 딱이다 싶은 사람 있으면 어서 나서 봐!
알피노: 그림을 그리는 일, 특히 초상화라면
제가 도움이 될 겁니다.
붉은 광대: 호오…….
새로운 얼굴들이 보인다 싶더니
그래, 화가였구나.
푸른 광대: 실력은 어느 정도지?
지금까지 그린 작품은 있어?
알피노: 아뇨, 저희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신세입니다.
그림은 전부 돈으로 바꿨습니다.
알피노: 하지만 이 낡은 붓을 보시면
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아시겠죠.
푸른 광대: 호오, 흐음…….
많이 더러워져 있기도 하고 최근까지 쓴 게 맞는 것 같네.
붉은 광대: 좋아, 그럼 한 번 시험해보지, 뭐!
당장 율모어에 와서 일을 해줘!
푸른 광대: 근데 이쪽은 누구?
알피노: 이쪽은 제 조수입니다.
그림을 그리려면 이 친구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…….
꼭 같이 들어갈 수 있게 해 주십시오!
푸른 광대: 흐음……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.
네 고용주가 될 분들이 거부하지만 않는다면 상관없어.
붉은 광대: 그럼 사랑과 행복의 도시, 율모어로 초대할게!
문전촌의 주민들: ………….
푸른 광대: 아이쿠! 메올, 메올 말이지!?
물론 알고 있지!
붉은 광대: 얼른 나눠 주고 우린 레츠 고하자!
알피노: 드디어 율모어에…….
푸른 광대: 이렇게 바로 밑에서 보니까 어마어마하지?
붉은 광대: 우리 율모어에 온 것을 환영해!
어때? 감동했어? 울어도 돼!
뭐? 안 울 거라고? 알았어!
붉은 광대: ……아무튼 일단 이주 수속부터 해야 돼!
얘기는 미리 해 뒀으니까
너희는 이 길을 쭉 따라 기쁨의 회관으로 가도록 해.
붉은 광대: 통로 왼쪽에 있는 첫 번째 방이 '입국관리실'이야.
거기서 이름과 직업을 말하면 나머지는 가르쳐 줄 거야.
붉은 광대: 아, 그래그래. 이 길 양쪽에 있는 사람들은
문전촌 주민들과 마찬가지로……
아직 건물 안에 들어갈 권리가 없어.
붉은 광대: 괜한 시샘을 받기 싫으면
곧장 기쁨의 회관으로 가도록 해.
……그럼 빛나는 낙원 생활을 보내길 바랄게!
알피노: ……우선 정해진 절차를 따르는 게 좋겠네.
먼저 '입국관리실'이라고 했던가?
자오 모스크: 너, 정말로 초대받은 하층민 맞아?
영광의 문을 지나갈 생각이라면
반드시 입국관리실로 가서 확인을 받아야 해.
유리그: 이 앞은 노동시민 등록실이야.
하인에 적합한 자가 있으면 가로채는 것이
현명한 자유시민이지.
라라스무드: 아주 드물게……
율모어에 초대받았다는 거짓말을 하고 들어오는 자들이 있다.
이 도시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경비를 소홀히 할 수 없어.
입국관리실 직원: 행운아 여러분, 율모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.
성함이 어떻게 되시죠?
알피노: 화가인 알피노와
조수인 ○○○입니다.
입국관리실 직원: 알겠습니다.
이미 얘기는 되어 있으니 심사는 통과된 걸로 하겠습니다.
이제 등록용 서류를 작성하셔야 합니다.
입국관리실 직원: 이곳 율모어에는
원수가 허가한 '자유시민'과
그들을 위해 일하는 '노동시민'이 있습니다.
입국관리실 직원: 두 분은 노동시민으로 등록될 것이고
화가를 구하고 있는 자유시민분을
모시게 될 겁니다.
입국관리실 직원: 만약 해고당했을 경우에는 다른 분을 모시거나
도시 전체를 위해 일하게 되실 거고요.
알피노: ……알겠습니다.
그런데 화가를 구한다는 자유시민은
어떤 분이십니까?
입국관리실 직원: 미스텔족 명사이신 차이 누즈 님과
그 분의 부인, 둘리아 차이 님이십니다.
여기서는 '차이 부부'로 불리고 계시죠.
입국관리실 직원: 좋은 분들이지만 여러분의 미래를 위해서도
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.
입국관리실 직원: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.
입국관리실 직원: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.
여기, 두 분의 등록용 서류입니다.
입국관리실 직원: 그 서류를 옆에 있는 방……
'시민등록실' 접수처에 제출하세요.
도장을 받으면 등록이 끝납니다.
입국관리실 직원: 두 분 모두 빛나는 낙원 생활을 보내시길 바랄게요!
입국관리실 직원: 제가 드린 노동시민 등록 신청서를
옆에 있는 '시민등록실' 접수처에 제출하세요.
도다나: 돈 바우스리의 관대한 마음씨 덕분에
우리 노동시민은 이 도시의 운영이라는 중대한 임무의
일부분을 맡게 되었습니다.
시민등록실 직원: 그래, 그래! 여기가 '시민등록실'이야.
서류는 가져왔겠지?
시민등록실 직원: 화가 알피노와 조수 ○○○.
고용주는 차이 부부…….
시민등록실 직원: 좋아, 좋아!
특별히 문제는 없으니까 도장 찍을게.
시민등록실 직원: 그럼 곧바로 부부의 집으로…………
시민등록실 직원: 응……?
아이고 세상에…….
시민등록실 직원: 당신들 좀………… 이상한 냄새가 나!
시민등록실 직원: 으아아…… 대체 어디를 돌아다니다 온 거야?
익숙하지 않은 땅 냄새랑…… 정체 모를 짐승의 냄새……!
마치 역전의 현상금 사냥꾼 같잖아!
시민등록실 직원: 어휴, 옆에 '세민실'이라는 샤워실이 있으니까
구석구석 박박 씻고 와.
샤워기는 아무거나 써도 되니까.
시민등록실 직원: 그리고 이거 받아. 노동시민용 향수야.
다 씻고 나면 온몸에 촥촥 뿌리도록 해!
시민등록실 직원: 다 하고 나면 차이 부부를 찾아가도 돼.
자세한 위치는 계단 앞에 있는 '코르넨'이란 경비병에게 물어봐.
알피노: …………우리 냄새가 그렇게 지독한가?
츄 즘: 나도 드디어 율모어 시민이 될 수 있어……!
이런, 너무 좋아서 떨림이 멈추지 않아……!
알피노: 여, 여기서 샤워를……?
노동시민용 향수를 뿌렸다.
우아한 장미 향이 몸을 감싼다……!
알피노: 그, 그래…….
자네는 벌써 끝냈나…… 그렇군…….
알피노: 저, 그게…… 괜찮나……?
이런…… 개방적인 장소에서 샤워를…….
알피노: …………!
어, 얼른 다녀오겠네!
알피노: 휴우…….
내가 기다리게 했군. 나도 준비가 끝났네.
아주 개운한 기분이군그래.
알피노: 자, 차이 부부를 만나러 가세.
위치는 '코르넨'이라는 경비병에게 물어보라고 했지?
알피노: 차이 부부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세.
코르넨: 뭐? 차이 부부에게 고용됐다고?
흐음…… 일단 이 건물은 말이야,
3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어.
코르넨: 지금 있는 여기가 '나무뿌리층'.
이 위층이 군의 사령본부가 있는 '나무줄기층'.
그리고 제일 위층이 자유시민들이 지내시는 '나뭇가지층'이지.
코르넨: 차이 부부는 '나뭇가지층'에 있는
'귀부인의 거실'에 계실 거야.
일단 계단 맨 위까지 올라가면 돼!
차이 누즈: 음……?
뭐야, 넌…….
둘리아 차이: 어머, 넌 누구지……?
알피노: 처음 뵙겠습니다.
화가를 구하시는 차이 부부가 맞으신지요?
차이 누즈: 오오, 그럼 너희가 새로운……
둘리아 차이: 어머, 어머, 어머!
어쩜 이렇게 귀여운 소년이 있을까!
둘리아 차이: 부드러운 머리카락, 기품 있는 외모……
게다가 왠지 꽃향기도 나는 것 같아~!
둘리아 차이: 여보!
나 이 아이, 마음에 쏙 들어!
분명…… 아니, 반드시 멋진 그림을 그려줄 거야!
차이 누즈: 흐음…….
얼마 전에 해고한 그 실력 없고 음침한 화가보다는
나아야 할 텐데…….
둘리아 차이: 그럼 정식으로 잘 부탁할게.
이름이……
알피노: 알피노라고 합니다. 사모님, 그리고 주인님.
그리고 이쪽 제 조수도 함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.
차이 누즈: 흐음…….
간혹 고용되면서 가족을 데려오는 놈은 있지만
그 나이에 조수를 데려오다니 희한하군?
알피노: 사실상 가족이나 다름없습니다.
핏줄은 이어져 있지 않지만
제가 힘들 때마다 늘 곁에 있어준 자입니다.
알피노: 그리고 누구보다도 제 그림을 이해해 줍니다.
조수와 함께 완성해야만
두 분께 걸맞은 그림이 나올 겁니다.
알피노: ……하지만 그림을 처음 시작할 때만큼은
저 혼자 집중할 시간이 필요합니다.
알피노: 그래서 말입니다만…… 혹시 괜찮으시다면
제 조수가 잠시 도시를 견학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?
알피노: 지금까지 저를 도와준 답례로
그토록 꿈꾸던 율모어를 빨리 보여주고 싶습니다.
둘리아 차이: 어머, 어쩜 이렇게 착한 애들이 다 있지?
그런 거라면 마음껏 견학하고 와도 된단다~!
둘리아 차이: ……괜찮지, 여보?
차이 누즈: 그, 그래…… 뭐…… 당신 뜻이 그렇다면야…….
둘리아 차이: 그럼, 실컷 도시를 구경하고 와.
바깥쪽에 둘러진 '하늘관람석'은 조금 좁으니까
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.
차이 누즈: 아내가 괜찮다고 했으니 넌 마음껏 견학하고 와.
단, 너무 들떠서 소동을 일으키면 안 된다.
품위 없는 행동도 삼가도록!
알피노: ……그럼 자네는 이 도시의 내부를 살펴보고 오게.
있는 그대로…… 속속들이 말일세.
알피노: 우선 이 '나뭇가지층'부터……
특히 사람들이 모이는 상점 주변을 보는 게 어떻겠나.
적극적으로 말을 걸고 다니며 율모어에 대해 알아보게나.
알피노: 한차례 견학한 후에 여기로 돌아오게.
……부탁하네, ○○○.
우아한 자유시민: 반가워, 앞으로 잘 부탁해.
……그런데 혹시 내 하인 못 봤어?
머리를 묶은 건장한 남자인데.
우아한 자유시민: 함께 쇼핑하던 중이었는데
내 정신도 참, 도중에 손수건을 잃어버렸지 뭐야.
하인이 찾아오겠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인데…….
우아한 자유시민: 역시 혼자 기다리고 있으려니 불안해.
혹시 내 하인을 만나면
손수건은 됐으니까 그만 돌아오라고 전해 줄래?
건장한 노동시민: 사, 살았다……!
건장한 노동시민: 정말 감사합니다.
당신이 지나가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.
건장한 노동시민: 실은 소중한 마님의 손수건이
바람에 날렸는지 난간의 바깥쪽에 걸려 있어서……
간신히 그걸 잡기는 했는데 그 참에 발이 미끄러졌지 뭡니까.
건장한 노동시민: 무슨 그런 말씀을!
마님의…… 주인님의 물건은 전부 소중한 보물이죠.
건장한 노동시민: 이걸 잃어버려서 마님이 한순간이라도 슬퍼하신다면
저는 무슨 짓을 해서든 이 손수건을 찾아낼 겁니다.
건장한 노동시민: ……전 처음에 조금 편하게 살고 싶다는 얕은 생각으로
이 도시에 들어왔습니다.
건장한 노동시민: 하지만 율모어에는 부만 있는 게 아니었어요.
이곳에서는 아무도 싸우지 않고
주민들은 서로를 아끼고 있습니다…….
건장한 노동시민: 마님도 저한테 정말 잘해 주십니다.
요즘 같은 시대에 이렇게 행복한 곳은 없어요!
건장한 노동시민: ……앗, 저도 모르게 흥분했군요.
죄송합니다. 워낙 행복하다 보니…….
건장한 노동시민: 괜찮으시다면 저를 구출해 주신 당신을
마님께 소개시켜 드리고 싶습니다.
분명 너그럽게 사례해 주실 겁니다.
건장한 노동시민: 네……!?
마님이 외로우니까 저를 데려오라고 하셨다고요!?
건장한 노동시민: 아아, 이럴 수가……!
어서 저와 함께 마님께 가시죠!
건장한 노동시민: 다시는 마님 곁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!
우아한 자유시민: 얘기는 다 들었어.
내 하인을 구해 줘서 정말 고마워.
우아한 자유시민: 어머머, 내가 딱히 특별한 건 아니야.
노동시민들 덕분에 매일매일 생활할 수 있는걸.
우리 자유시민은 모두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대해.
우아한 자유시민: 밖에서는 신분이 다르면 편견이나 대립도 일어난다지만……
여기서는 그런 씁쓸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
훌륭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어.
우아한 자유시민: 그중 하나가 자유시민의 재산 포기야.
시민으로 등록할 때, 개인의 재산……
돈, 이권, 지식 등을 도시에 양도하지.
우아한 자유시민: 그 대신 아무 불편 없이 살 수 있을 만큼
금전과 물자를 도시에서 지급받고 있어.
우아한 자유시민: 그러면 돈을 운용해야 하는 불안에서도 벗어날 수 있고
남들과 우열을 가리지 않아도 되거든.
아무도 상처 입힐 필요가 없어.
우아한 자유시민: ……그럼 난 하인과 계속 쇼핑을 즐겨 볼까.
손수건을 찾아 줬으니 뭔가 선물을 해 줘야지.
내 하인을 찾아서 말을 전해준 당신에게도…… 자, 받아줘!
우아한 자유시민: 그러고 보니 당신, 하던 일이 있었던 건 아니야……?
우아한 자유시민: 어머나, 도시를 견학 중이었구나!
그렇다면 '벌집 주점'에 가 보면 어떨까?
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늘 북적북적하거든.
우아한 자유시민: 거기 가면 '티스타 바이'라는 여성이
입구 근처의 자리에 앉아 있을 텐데,
그 사람이라면 다양한 얘기를 해줄 거야…… 당신하기에 달렸지만!
미나드: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'꿀벌'이라 불리지.
경비 담당인 나도……
물론 꿀벌이다.
리스탄: 맛있는 술과 밥, 그리고 사랑스러운 꿀벌들…….
여기는 정말 끝내줘!
아, 신난다, 신나!
티스타 바이: 벌집 주점에 온 걸 환영해.
우아한 일상에 벌에 쏘인 듯한 자극 한 방, 어때?
티스타 바이: 너, 새로 왔구나?
이곳 분위기에서 겉도는 게 딱 봐도 알겠네.
……난 너 같은 애가 그렇게 관심이 가더라.
티스타 바이: 나랑 카드로 대결 한 판 어때?
누구의 카드 숫자가 더 큰지 맞히는
아주 간단한 '하이 앤 로우' 게임이야.
티스타 바이: 네가 이기면 뭐든 부탁을 하나 들어줄게.
생각이 있으면…… 말만 해.
티스타 바이: 나랑 '하이 앤 로우' 게임을 해 볼래?
티스타 바이: 좋아, 그럼 시작해 볼까…….
티스타 바이: 그럼 3장씩 카드를 나눠 줄게.
넌 그중 1장을 뒤집고, 난 2장을 뒤집을 거야.
티스타 바이: 축하해. 네 예상이 적중했어.
티스타 바이: 너의 승리! ……그런데 이렇게 끝내도 좋지만
이것도 인연인데 한 번 더 도전해 보는 건 어때?
생각이 있으면 내게 다시 말해.
티스타 바이: 나와 다시 '하이 앤 로우'를 해 보면 어때?
부탁할게, 귀여운 신입 씨.
티스타 바이: 고마워, 그럼 다시 해 보자…….
티스타 바이: 그럼 3장씩 카드를 나눠 줄게.
넌 그중 1장을 뒤집고, 난 2장을 뒤집을 거야.
티스타 바이: 오…… 네 예상대로야.
티스타 바이: 축하해. 이번에는 정말로 네가 이겼어.
약속대로 뭐든지 부탁을 하나 들어줄게.
티스타 바이: 그래, 부탁이 뭐야?
신분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말해 봐.
티스타 바이: ……새로 왔으니까 이 도시에 대해 알고 싶다고?
뭐, 그야 상관없지만…… 참 귀여운 부탁이네.
티스타 바이: 율모어의 가장 좋은 점은
뭐니 뭐니 해도 죄식자에게 습격당하지 않는다는 거야.
티스타 바이: 이곳의 원수, 돈 바우스리는 태어날 때부터
'죄식자를 다스릴 수 있는 능력'이 있었대.
그래서 이 도시는 싸울 필요가 없어진 거지.
티스타 바이: ……이 정도 정보면 되겠어?
궁금한 게 더 있으면 저기서 술에 취해 있는 '아산'이
신이 나서 얘기해 줄 거야.
아산: 응……?
이 도시에 대해 가르쳐 달라고?
아산: 아하하, 뭐 이렇게 성미 급한 청년이 다 있나!
가르쳐 주는 건 상관없는데 즐겁게 수다를 떨려면
여유가 좀 더 있어야지!
아산: 그래, 일단 무대 위에서 '춤'이라도 추고 오는 건 어떤가.
몸도 마음도 풀어져야 무슨 얘기를 하든 말든 하지!
아산: 우와!
제법인데!
아산: 캬아, 춤 실력이 제법이네? 아주 개성 있어!
이곳 무대는 언제든지 들어가서 춰도 되니까
마음이 내킬 때 또 춤을 춰 보라고!
아산: 아…… 그래, 이 도시에 대해 가르쳐 달랬지?
지금 이토록 평화로운 율모어도 선대 원수가 통치하던 시절에는
죄식자와 싸웠던 건 알고 있어?
아산: 율모어군은 최강을 뜻하는 대명사나 다름없는데
그런 율모어군조차 죄식자와 전투할 때는 피해가 막심했었어.
아산: 상황이 바뀐 건 20년 전……
선대의 아들인 바우스리 님이 원수로 취임하고 나서부터야!
아산: 그의 힘 덕분에 더 이상 죄식자는 적이 아니게 되었거든.
오히려 돈 바우스리의 비호 아래서 우리와 함께 지내는
동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.
아산: 다른 지역에서는 아직도 전투가 계속된다는데……
정말 어리석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.
돈 바우스리 만세!
다가오는 유혹'의 목표 '무대 위 표시에서 감정 표현 '/춤' 사용'을 달성했습니다!
일단 몇 가지 정보를 획득했다.
알피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보자.
차이 누즈: ……응? 돌아왔군.
둘리아 차이: 어머나, 어서 와.
그래, 견학은 잘 끝냈고?
둘리아 차이: 시간은 걱정하지 말고 더 천천히 구경하다 와도 돼.
알피노도 아직 작업을 시작하지 않았거든.
차이 누즈: 아, 걱정하지 마라.
너와 함께 온 그 화가라면 곧 돌아올 테니까.
차이 누즈: ……저길 봐.
알피노: 주신 옷으로 갈아입고 왔습니다.
마음에 드시는지요……?
둘리아 차이: 어머, 어머, 세상에!
아까 입어 본 옷도 근사했는데
이 옷도 늠름하고 좋네~!
둘리아 차이: 알피노는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!
뭘 입혀야 될지 고민되잖아~!
차이 누즈: 내 말이 그 말이야!
저 녀석은 화가지, 모델이 아니라고.
슬슬 그림을 그리게 해야 할 거 아냐!
둘리아 차이: 꼭 그래야 해……?
물론 그림을 그리라고 하는 것도 좋지만
지금도 이렇게 즐거운데…….
차이 누즈: 아니, 내 말은 안 된다는 게 아니라…………
차이 누즈: 그…… 그림 그릴 준비도 시켜줘야지…….
일을 못 하면 저 녀석도 초조할 텐데…….
둘리아 차이: 후훗, 알았어~!
이번에는 같이 보석을 골라 보자, 여보!
알피노: 둘리아 부인은 아주 미의식이 뛰어난 분이군.
화가의 복장까지 이렇게 까다롭게 고르다니…….
알피노: 덕분에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을 것 같네.
괜찮다면 이 틈에 다시 '견학'을 다녀오지 않겠나?
알피노: 이번에는 아까 지나왔던 한 층 아래……
군의 사령본부가 있다는 '나무줄기층'도 보고 오게.
……부탁하네.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으윽…… 훌쩍…… 훌쩍…….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다, 당신은……?
당신도 누군가를 모시는 노동시민이야……?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그렇다면 부탁이야, 나 좀 도와줘……!
난…… 나는…… 가수인데 목이 상하는 바람에
노래를 잘 부를 수 없게 되었어…….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그동안 요리조리 피해 왔지만 이제 한계야.
주인님이 이 일을 아시면…… 아니, 그 전에 나아야 해!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있잖아, 당신이 나 대신
건물 밖 '폐선 거리'에 있는
'소어리치'라는 약사를 찾아가 줄래……?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내 목의 증상을 적은 메모랑 약값으로 낼 메올을 줄게.
제발…… 제발 부탁이야……!
소어리치: ……이힛!
뭐야, 약이 필요해?
소어리치: 흐음, 이 메모에 적힌 증상을 고칠 약이 필요하단 말이지…….
소어리치: 미안한데 이건 약으로 고칠 수 있는 증상이 아니야.
아마 목에 좋지 않은 뭔가가 생겼겠지…….
그걸 제거해도 목소리가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을 거야.
소어리치: 이히힛, 가여워라…….
이 아이는 버려질까, 아니면 사라지게 될까…….
소어리치: 뭐야, 몰랐어?
율모어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오지만
나가는 녀석은 거의 없어…… 시체조차 말이야.
소어리치: 가끔 바다로 버려지는 바보는 있지만 나머지는……
어디론가 '사라져' 버리거든.
소어리치: 참 무서운 동네야.
나처럼 이렇게 건물밖에 떡하니 자리잡고 앉아서
찌꺼기나 받아먹고 사는 팔자가 딱 좋은데 말이지.
소어리치: ……자, 수다는 여기까지!
그래도 진단은 해 줬으니까 메올은 받아 둘게!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어, 어떻게 됐어……? 약은 받았어……!?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윽…… 으윽……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니…….
난 이제 어쩌면 좋지…….
신사적인 자유시민: 오오, 나의 카나리아가 여기 있었구나.
왜 이런 데서 울고 있지?
목소리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은 또 뭐고……?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아아, 주인님……!
그게, 저기…… 사실은…… 제가…….
신사적인 자유시민: ……그랬구나, 네 목에 병이 생겼을 줄이야.
신사적인 자유시민: 미리 알아채지 못해서 미안하구나.
괜찮아. 지금까지 나를 위해 노래해 준 카나리아를
버릴 생각은 없단다.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감사합니다…… 주인님…….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하지만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면 전 쓸모가 없잖아요.
언젠가 정말로 필요 없어질까 봐…… 겁이 나요…….
신사적인 자유시민: 그렇다면 돈 바우스리께 부탁을 드려서
너를 하늘로 올라가게 해 달라고 하자꾸나.
신사적인 자유시민: 고통도, 병도 없는 그곳이라면
너도 목을 걱정하지 않고 또 노래할 수 있을 거야.
신사적인 자유시민: ……아니면 그곳에서는 날 위해 노래하는 게 싫은 게냐?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저, 정말요……?
그래도 되나요……!?
신사적인 자유시민: 그럼, 물론이지.
너의 맑은 노랫소리가 기다린다고 생각하니
나도 하늘로 올라갈 날이 기다려지는구나.
신사적인 자유시민: 그래, 혹시 자네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나?
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기억해 두게.
신사적인 자유시민: 죄식자는 죄를 지은 사람은 잡아먹지만,
죄 없는 자의 혼은 멸망을 앞둔 이 땅에서 구원해
하늘에 있는 낙원으로 인도해 주지…….
신사적인 자유시민: 돈 바우스리가 분명 그렇게 말했어.
이 도시 주민들은 그의 백성이니 구원을 받을 거라고도 했지.
신사적인 자유시민: 그러니 우리는 이 도시에서 사랑하면서 즐겁게 살고
그것을 충분히 만끽한 후에는 하늘로 올라가는 거야.
노동시민도 주인이 허락하면 올라갈 수 있고.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바우스리 님은 정말
희망의 빛 같은 분이시죠.
신사적인 자유시민: 그럼 우리는 이만 실례해야겠군.
내 카나리아를 도와준 자네도
영원한 구원을 받게 되길 기원하겠어…….
알피노: 아, 돌아와서 다행이군.
생각보다 시간이 걸려서 걱정하던 참일세.
알피노: 나는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네만…… 흐음……
지금은 이들 부부도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모양이네.
자네의 견학 성과를 들어 보세.
알피노: 돈 바우스리가 죄식자를 다스릴 수 있다고……?
그래서 시민들의 신망을 얻은 모양이군.
알피노: 하지만 죄식자가 시민의 혼을 하늘로 올려 보낸다는 건…….
'율모어에 들어오는 이는 많아도 나가는 이는 없다'는 말과
관련이 있을까……?
둘리아 차이: 저기, 여보.
역시 그 장갑도 살 걸 그랬나?
차이 누즈: 으, 으음…… 그러게…….
차이 누즈: ……응? 잠깐 안 보는 사이에 조수와 잡담 중이군.
밑그림은 잘 진행되고 있겠지?
차이 누즈: 아, 아니 이럴 수가……!?
차이 누즈: 이봐, 이게 뭐야!
이건 너무…… 있는 그대로 그렸잖아!
차이 누즈: 화가라면 좀 더 센스 있게 그려야 할 거 아냐!
호사스럽고 화려하면서도 기품이 넘치고
보는 사람을 모두 압도할 정도로 아름답게……!
알피노: 하지만 주인님…….
이건 결혼 기념일을 기념하는 부부의 초상화 아닙니까?
두 분은 있는 그대로가 가장 정답고……
차이 누즈: 있! 는! 그! 대! 로 라니!?
우리는 현실을 원하는 게 아니라고!
완성됐을 때 '정말 아름답다!'고 감탄만 할 수 있음 돼.
차이 누즈: 알아들었으면 당장 처음부터 다시……!
남자의 비명: 으윽, 으아아아아악……!
차이 누즈: 뭐지……?
위층에서 나는 소리인가……?
붉은 광대: 여러분~!
큰일이야, 큰일! 엄청난 사건이라고!
붉은 광대: 이 도시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파렴치한이 나타났어!
아아, 너무 무서워!
푸른 광대: 하지만 안심하시라!
그 파렴치한은 이미 잡았거든!
푸른 광대: 정의의 철퇴, 질서의 회복!
돈 바우스리의 심판을 보고 싶은 사람은
어서 '원수의 집무실'로 모여줘!
둘리아 차이: 어머나…… 파렴치한이라니 무서워라…….
알피노: 저기, 심판이라는 건……?
차이 누즈: 아, 궁금하면 다녀와도 좋다.
집무실은 여기보다 한 층 위……
원수를 위한 '나뭇잎층'에 있어.
차이 누즈: 평소에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지금은 괜찮을 거다.
남쪽의 '왕관 승강기' 앞에 있는 경비병에게 부탁하면
안내해 줄 거야.
알피노: ……가 보세.
차덴: 돈 바우스리 님의 뜻에 따라 지금은 집무실을 개방 중이다.
……너도 가겠나?
알피노: 저자가……
율모어의 원수, 바우스리로군!
알피노: 저 옆에 있는 건 죄식자……?
인간을 공격하지 않다니…… 저자의 힘인 건가…….
???: 윽…… 으윽………….
알피노: 아니, 이 아이는……!
알피노: 카이 시르 아닌가!
이게 무슨……!?
바우스리: 하아……? 너희는 뭐냐…….
멋대로 끼어들다니 무례한 놈들…….
알피노: 돈 바우스리!
이게 무슨!! 왜 이 아이가 피를 흘리고 있습니까?
바우스리: 왜냐니……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하지.
그놈은 거짓말을 했거든.
바우스리: 수완 좋은 상인이라길래 들어오게 했더니
털면 털수록 밑천이 드러나더라니까?
바우스리: 율모어는 서로 돕고 사는 사랑의 도시라 이 말이다!
줄 능력도 없는 주제에 받기만 하려 하다니
용서받을 수 없는 쓰레기 아닌가!
바우스리: 그~래~서~!
거짓말을 한 죗값으로 저기서 뛰어내리라고 명령했거든?
바우스리: 그랬는데 그것만은 제발 봐달라면서
빽빽 울어대지 뭔가…….
바우스리: 그렇다면 자비로운 지도자로서
다른 방법으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하지 않겠나?
안 그래……?
알피노: 무슨 짓을…… 시킨 거지……!
바우스리: 죄식자는 율모어의 동포다.
그리고 생명체를 구성하는 에테르는 그들의 먹이지…….
바우스리: 그래서 저 녀석더러 고기를 바치라고 명했다!
제 손으로 제 몸을 잘라 내서 말이야!
바우스리: 그~런~데~!
그것마저도 제대로 못 하다니!
바우스리: 내참,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어!!
알피노: ……물론 카이 시르가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.
하지만 그는 이 도시를 정말로 동경하고 있었어.
알피노: 그런 소년에게 이런 식의 폭력과 굴욕으로 대응하는 것이
율모어의 방식이란 말인가!
바우스리: 하아…… 멍청한 녀석…….
이 망가진 세상에 꿈이 넘치는 낙원을 만드는 게
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?
바우스리: 영원히 위협받지 않을 안전과
흔들림 없는 단 하나의 질서가 필요한 법이라고.
바우스리: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하는 건
죄식자를 복종시킬 수 있는 나밖에 없다 이거야…….
바우스리: 따라서 내가 절대 정의다!
내 말을 따르지 않는 자는 처벌받아 마땅한 악당이야!
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말이다!
알피노: 이런 곳이 낙원이라고……!?
바우스리: 그런데 너도 여기에 있는 걸 보면 무슨 재주가 있어서겠지?
무슨 일을 하기 위해 고용됐나?
알피노: ……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다.
바우스리: 오호, 화가라?
그렇다면 나를 위해 한 장 그려 보거라.
바우스리: 잘만 그리면 이 무례는 용서해주지.
계속 율모어에 살게 해 주겠다는 말이다.
바우스리: 어이, 멋대로 무슨 짓이냐?
그림 그리라고 한 소리 못 들었어?
알피노: 당신에게 필요한 건 그림이 아니라 거울이다.
추악한 혼이 썩어 문드러진 본인의 모습을
똑똑히 보길 바란다.
바우스리: 저것들이 나, 나를?
감히 나를? 모욕…….
바우스리: 저것들, 저것들, 용서하지 않겠다!!
바우스리: 인형으로 만들 가치도 없어!
치욕스럽게 고통스럽게 죽여버리고 말겠어!!
카이 시르: 저…… 감사합니다…….
알피노: ………….
알피노: ……홧김에 여기까지 나오게 해서 미안하네.
다시는 안에 돌아가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으니
이대로 콜루시아 섬을 떠나세.
알피노: 세계 정부를 자처하는 율모어의 실태는 충분히 알았네…….
우리가 죄식자 토벌을 목표로 삼는 이상,
쉽게 손을 잡을 수 없으리라는 것도.
알피노: 난 자네와 함께 크리스타리움으로 돌아가겠네.
새로운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.
알피노: 카이 시르…….
사과해서 끝날 일은 아니지만 자네에게는 진심으로 미안하네.
알피노: 자네가 순수했기 때문에 더욱……
나는 자네에게 거짓말을 시키면 안 되는 거였어.
카이 시르: 그러지 마세요…….
많은 걸 가르쳐 주셨는데 제가 제대로 못 한 거예요.
전부 자업자득이에요.
카이 시르: 그런데도 두 분은 저를 구해 주시고…….
정말 죄송합니다…… 그리고 감사합니다…….
알피노: 어떤가, 자네만 괜찮다면
함께 크리스타리움으로 가지 않겠나?
분명 일자리가 있을 걸세.
카이 시르: 아뇨…….
그럼 저는 또 남에게 의지하는 사람이 되어 버려요.
카이 시르: 당분간은 혼자서……착실하게 살아갈 방법을 찾아보려고요.
알피노: ……알겠네.
하지만 율모어에서 추격자가 따라붙을지도 몰라.
그것만은 조심하도록 하게.
카이 시르: 네, 두 분도 조심하세요.
이 은혜는 언젠가 반드시 갚겠습니다…….
그때까지 무사하셔야 합니다.
???: 허억, 허억…… 알피노!
알피노: 차이 부부…….
차이 누즈: 너희들,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!?
안에서는 지금 화가는 어디 갔냐고 난리가 났어!
둘리아 차이: ……알피노.
난 당신이 그린 밑그림을 봤어.
둘리아 차이: 지금까지 아름답고 호화로운 그림을 많이 받았지만
당신의 그림은 좀 달랐어…….
마치 우리 부부가 그대로 그림 속에 들어간 듯했지.
둘리아 차이: 정말 마음에 들었어.
그러니 제발 여기에 남아서 그림을 완성해 줘……!
돈 바우스리께는 잘 설명해 줄게. 걱정할 필요 없어!
알피노: ……아닙니다, 마님.
죄송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제가 해야 할 일이 없습니다.
둘리아 차이: 해야 할 일……?
매일매일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 말고
해야 할 일이 따로 있다는 말이야?
알피노: ……역시 저희는 가야겠습니다.
이 옷도 돌려 드리죠.
둘리아 차이: 안 돼……!
적어도 그 옷은 그냥 입고 가줘!
둘리아 차이: 그리고 내가 따로 부탁해서
도시의 문은 몰래 빠져나갈 수 있게 해 둘게.
그러니까…… 언젠가 꼭 다시 돌아와 줘.
알피노: ……알겠습니다.
그럼 이 옷을 제 분노의 기억, 맹세로 삼겠습니다.
알피노: 다음에 만날 때는 이 도시의 기만을 바로잡아야 한다는……
그 다짐을 늘 잊지 않기 위해서.
젬 졘마이: 어서 와, 친구.
언제든지 크리스타리움으로 돌아갈 수 있어.
알피노: ○○○…….
여기까지 함께해 줘서 고맙네.
알피노: 바라던 결과는 아니지만
율모어의 실태와 사상을 알게 된 건
제1세계를 구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데 있어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네.
알피노: 자, 수정공이 기다리는 크리스타리움으로 돌아가세.
그곳에서 다시 몇 번이 됐든…… 난 포기하지 않을 거라네.
위병단 경비: 수정공에게 볼일이 있으십니까?
제가 '성견의 방'까지 안내해드리겠습니다.
알리제: 알피노도 만난 모양이군.
그 이야기도 나중에 자세히 들려줘.
수정공: 알피노와 함께 율모어를 보고 왔군.
소감은……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겠지.
알피노: 콜루시아 섬까지 여행하느라 수고했네.
알리제를 만나는 건 오랜만이지만…….
그래, 알리제도 각오를 한 것 같군.
알피노: 자네도 두 지역을 여행하며 제1세계의 상황을 파악했겠지.
이곳과 원초세계, 양쪽을 위해 뭘 해야 할지……
지금이 바로 수정공과 얘기할 때가 아니겠나.
알리제: 알피노도 만난 모양이군.
그 이야기도 나중에 자세히 들려줘.
수정공: 알피노와 함께 율모어를 보고 왔군.
소감은……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겠지.
알피노: 콜루시아 섬까지 여행하느라 수고했네.
알리제를 만나는 건 오랜만이지만…….
그래, 알리제도 각오를 한 것 같군.
알피노: 자네도 두 지역을 여행하며 제1세계의 상황을 파악했겠지.
이곳과 원초세계, 양쪽을 위해 뭘 해야 할지……
지금이 바로 수정공과 얘기할 때가 아니겠나.
위병단 경비: 수정공에게 볼일이 있으십니까?
제가 '성견의 방'까지 안내해드리겠습니다.
수정공: 셋 다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다.
수정공: 제1세계가 직면한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보고
이해했을 것이라 생각하네.
알리제: 그래,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왔어…….
알리제: '빛의 범람'을 피할 수 있었던 건 극히 일부 지역뿐이었고,
그나마도 그곳 사람들은 계속 죄식자의 위협을 받고 있어.
수정공: 그래…….
그들을 없앤다는 건 터무니없는 이야기처럼 들리겠지.
수정공: 하지만 인류는 수많은 희생을 치른 끝에
한 가지 가능성을 발견해냈다.
수정공: 바로 죄식자 집단을 통솔하는 상위 개체……
즉, '대죄식자'의 수는 한정돼 있다는 걸 알아낸 거다.
수정공: 개미가 여왕을 잃으면 집을 짓지 못하듯이
'대죄식자'만 쓰러뜨리면
하위 개체들은 이 일대에서 활동하는 것을 포기하겠지.
알피노: ……하지만 죄식자 토벌을 율모어가 묵인할까?
알피노: 돈 바우스리는
죄식자를 조종할 수 있다는 걸 최대의 무기로
현재의 통치 체제를 구축했다네.
알피노: 그런데 죄식자를 토벌하고 다니는 자가 나타나면……
최악의 경우, 적으로 여길 수도 있을 걸세.
수정공: 맞아.
그러니 경우에 따라서는 율모어를 견제하면서
대죄식자를 토벌해야 할 수도 있을 거다.
수정공: 이것이 나……
그리고 제8재해를 막고자 하는 그대들이
당면한 현재의 목표다.
수정공: 흠…….
잠깐 시간이 괜찮다면
세계의 통합과 재해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지.
수정공: 아득히 먼 옛날……
단 하나였던 세계가 14개의 세계로 갈라졌다.
수정공: 그대들이 있던 '원초세계'.
그리고 여기 제1세계를 포함한 13개의 '거울 세계'로.
수정공: 이 세계들은 각각 떨어져 있지만 서로를 간섭하고 있다.
특히 그 뿌리인 원초세계와 말이지.
수정공: ……그러다, 어떤 거울 세계에서 특정 속성의 힘이
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고 가정해보자.
수정공: 그럼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
높아진 속성의 힘이 원초세계로 흘러들기 시작할 거다.
수정공: 당연히 원초세계는 그 영향을 받게 되겠지.
수정공: 그 특정 속성이 불속성이라면 큰 화재나 가뭄,
얼음속성이라면 혹독한 한파…… 이런 식으로 말이다.
수정공: 이런 이상 현상이 점점 자주 일어나다가
어떤 계기로 인해 대규모 천재지변이 발생해서……
세계를 나누는 벽에 균열이 생긴다면?
수정공: 원초세계를 향해 힘의 격류가 일어날 것이고,
그 기세에 힘입어 세계는 통합될 거다.
수정공: 그와 동시에 거울 세계가 가진 편중된 속성이
모두 원초세계로 흘러들어가서
애초에 계기가 되었던 천재지변을 순식간에 더 키우게 될 거야.
수정공: 지진에 땅속성의 힘이 더해지면 지각까지 파괴되겠지.
해일에 물속성이 더해지면 대륙마저 집어삼킬 규모가 될 테고.
수정공: 이게 바로 '재해'라고 불리는 것의 정체다.
수정공: 지금까지 7번의 재해를 겪으면서
7개의 거울 세계가 통합되었다…….
수정공: 현재 빛에 편중되어 있는 제1세계 또한,
통합 조건을 충족시킬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볼 수 있지.
수정공: 그리고 이 세계를 빛에 편중되게 만든 원인 중 하나가
바로 죄식자다.
수정공: 앞서 말했던 '대죄식자'는 자신의 영역에 강력한 빛을 흩뿌린다.
수정공: '빛의 범람' 자체는 피했던 노르브란트가
밤을 잃을 만큼 빛으로 가득차 있는 것도 '대죄식자'가 원인이다.
수정공: 따라서 제1세계의 속성 균형을 정상으로 되돌리고
세계의 통합을 막기 위해서라도
반드시 '대죄식자'를 토벌해야 해.
알리제: 우리는 전에 이 이야기를 들었어.
그래서 각자의 방법으로 준비를 하고 있긴 했지만…….
알피노: 구체적인 성과는 아직일세.
알피노: '대죄식자'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탓도 있지만,
특히나 어떤 특성 때문에 자네가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네.
라이나: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!
수정공, 긴급 사태가 발생했습니다……!
라이나: 죄식자가 홀민스터를 습격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.
적의 숫자가 많아 마을이 전멸할 위험도 있다고 합니다……!
수정공: 홀민스터를 습격한 죄식자가
크리스타리움으로 올 가능성도 있겠군.
모든 문에 경계 태세를 갖추라고 명령하도록.
수정공: 자네는 현장 지시를 맡아주게.
단, 진입은 내가 도착한 후에 해야 한다고
알피노와 알리제에게도 전달하게.
라이나: 네!
수정공: 부디 자네도 힘을 빌려주지 않겠나?
뒷 이야기는 어쩌면 이 싸움에서 자연히 깨달을 수도 있을 테니.
수정공: 그럼 우리도 어서 전투 준비를 하고 출발하자.
습격당하고 있는 '홀민스터' 마을은
레이크랜드 북쪽에 있어.
수정공: 자세한 위치는 직접 안내하지.
크리스타리움을 나가면 일단 서쪽으로 직진하도록 해.
'추종자의 문'을 지나면 갈림길이 나올 테니 거기서 합류하지.
위병단 경비: 수정공에게 볼일이 있으십니까?
제가 '성견의 방'까지 안내해드리겠습니다.
수정공: 어서 와라.
이 길을 따라서 북쪽으로 올라가면
'북부 집결지'라는 위병단의 거점이 있다.
수정공: 목적지인 '홀민스터'는 거기서 멀지 않아.
자, 서두르자……!
알리제: 왔구나!
우리도 들어가자!
알피노: 일단 지시받은 대로 진입하지 않고 기다렸네만…….
라이나: 협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……!
수정공: 이 앞에 펼쳐진 숲을 통과하면 '홀민스터'다.
크리스타리움에서 거리는 약간 떨어져 있지만
같은 지역의 마을로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지.
수정공: 어떤 상황이지?
라이나: 최근에는 거의 드물었던 대규모 습격입니다.
위병단을 최대한 투입했지만
구출한 주민은 절반도 안 됩니다…….
라이나: 저 정도 수의 죄식자를 거느리고 있는 걸 보면
그 중심에 '대죄식자'가 하나 있다고 봐야 할 듯합니다.
알리제: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…….
토벌할 기회라는 뜻이기도 하지만.
라이나: 토벌이라뇨? 당치도 않습니다!
'대죄식자'를 쓰러뜨리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십니까?
라이나: 놈들은 다른 죄식자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
방대한 빛의 힘을 갖고 있습니다.
라이나: 쓰러뜨리면 그 힘이 한꺼번에 해방되어……
근처에 있는 다른 생물을 새로운 '대죄식자'로 만듭니다.
수정공: 그 점에 대해서는 생각이 있다.
'대죄식자'는 우리가 상대하도록 해다오.
수정공: 위병단은 계속해서 생존자를 구출하도록.
한 명이라도 더 많이 구해야 한다.
라이나: 하, 하지만……!
라이나: ……아닙니다, 알겠습니다.
하지만 저도 함께 가게 해 주세요.
위병단의 수장으로서 여러분만 보낼 수는 없습니다.
수정공: 알겠다.
그럼 대죄식자 쪽으로 갈 사람은
나와 알피노, 알리제, 라이나 그리고…….
수정공: 든든하군.
……그럼 '홀민스터'로 진입하자!
대죄식자를 발견하면 주저하지 말고 쓰러뜨려!
알리제: 대죄식자의 대규모 사냥이 시작된 것과
죄식자가 동료를 늘리기 위해 아므 아랭까지 왔던 것은……
어쩌면 관계가 있을지도 몰라.
알리제: 어쨌든 드디어 우두머리와 싸울 수 있다니
지금까지 갈고닦은 적마법을 발휘해주지!
알피노: 대죄식자를 쓰러뜨려도 새로운 대죄식자가 생겨난다네.
그게 아까 성견의 방에서 의논하려던 문제일세.
알피노: 수정공이 아무리 면밀하게 대책을 세웠다 해도
위험은 있을 걸세…… 그래도 나는 믿고 가 보려 하네.
치유나 보조라면 내게 맡기게!
수정공: 전투 중에는 그대가 지시를 내려주게.
나름대로 오랜 세월 살다 보니,
비록 잘하진 못해도 역할을 주면 어느 정도 해낼 순 있다.
수정공: 마법을 사용한 치유나 공격은 물론,
마력을 검과 방패로 바꾸어 수비에 중점을 둘 수도 있지.
라이나: 대죄식자를 상대할 대책이란 게 정말 있기는 할까요…….
수정공이 거짓말을 할 리는 없겠지만
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가차 없이 여러분을 대피시킬 겁니다.
라이나: 이래 봬도 위병단의 단장입니다.
이 무기도, 무예도 겉보기처럼 가볍지 않습니다.
라이나: 이런……! 대죄식자가 빛을 뿜기 시작했습니다……!
라이나: 저 빛에 닿아서는 안 됩니다.
수정공, 역시 후퇴해야……!
수정공: 아니, 그럴 필요는 없다.
수정공: 물론 대죄식자를 죽이면 방대한 빛이 방출되지.
그 빛은 새로운 대죄식자를 낳고……
인류는 지난 100년 동안 제대로 반격조차 하지 못했다.
수정공: 하지만……
유일하게 그것을 상쇄할 수 있는 힘이 있다.
수정공: 바로 '빛의 가호'라 불리는 힘.
그래서 나는 그를 이 땅에 소환한 것이다……!
수정공: 보라!
대죄식자가 내뿜던 빛,
그로 인해 변했던 세계가 지금, 돌아오고 있다……!
모렌: 어두운 하늘 바다…….
모렌: 어둠의 전사가 나타난 거야……!
라이나: 너무나 아름다워…… 이건 대체…….
알피노: 진정한 밤하늘이라네…….
원래 있어야 했던 어둠이 비로소 돌아온 거지.
라이나: 당신들은 정체가 뭐죠?
라이나: 대죄식자를 쓰러뜨리고, 그 빛을 받고도 괜찮다니……
게다가 이 하늘은…… 마치 전설 속의……!
라이나: 수정공…………?
수정공: 저 너머에서 온 영웅이여.
나는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기다려왔다.
수정공: 빛의 가호를 받아,
죄식자를 멸할 수 있는…… 그대를.
수정공: 레이크랜드의 대죄식자가 방금 그대 손에 쓰러졌고
본디 있어야 할 어둠이 돌아와 이 땅에 진정한 밤이 찾아왔다.
수정공: 힘을 잃은 죄식자는 더 이상
어둠이 돌아온 이 땅에 뿌리를 내릴 수 없을 테지.
수정공: 하지만……
밤을 되찾은 건 아마도 이 일대뿐.
수정공: 여전히 대죄식자는 각지에서 몸을 숨긴 채
빛으로 뒤덮인 하늘 아래서 생명을 먹어치우려 하고 있다.
수정공: 나는, 멸망하리라 정해진 이 운명을 거역하고 싶은 거다.
최대이자…… 최후의 저항을……!
수정공: 그렇게 해서 결국 그쪽 세계도 구할 수 있다 하더라도
강제로 그대들을 소환한 건 이런 내 이기심에서 비롯된 일.
수정공: 이 무례는 언젠가 반드시……
나의 힘과 목숨, 그 모든 것을 바쳐서 갚겠다.
그러니 지금은……!
수정공: 우리에게 힘을……!
죄식자를 쓰러뜨리고 이 세계에 어둠을 되찾아 다오……!
수정공: 아아……!
고맙다…………!
알리제: 그런데
당신은 왜 이렇게까지 싸우는 거야?
우리를 소환하는 것도 상당히 힘들었을 텐데.
수정공: 물론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……
크리스타리움의 주민이 평화로운 미래를 누렸으면 해서다.
알리제: 그건 부정하지 않지만……
당신이 크리스탈 타워를 소환했을 때는
아직 도시가 생기기 전이었잖아?
알리제: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첫 계기가 뭐였는지 궁금해서 그래.
수정공: ……구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.
수정공: 그 사람의 미래가 계속될 수 있다면……
세계 하나쯤이야 얼마든지 구해 낼 것이다.
수정공: 뜻밖인가?
미안하지만 더 이상은 묻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군.
수정공: 나는 이렇게 보여도 꽤 오래 살았어.
내 자신을 설명하는 단어 하나 하나의 무게가
이제는 너무나 커진 나머지 그저 가슴이 메여온다.
알리제: ……알았어.
꼬치꼬치 캐물어서 미안해.
알피노: 우리도 계속해서 함께 싸우겠네.
먼 곳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죄식자를 쓰러뜨리세!
수정공: 그럼 구조한 주민들을 데리고 돌아가도록 하지.
알피노: 레이크랜드도 이렇게 보니 느낌이 다르군.
알리제: 이제 일단락된 거지?
그럼…….
라이나: 마치 하늘이 더 높아진 것 같은 기분마저 듭니다.
계속 바라보고 싶지만 일단 저들부터 치료하고 이송하겠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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