새벽의 등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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칠흑 메인퀘스트 (Lv70. 예감~ Lv71.대죄식자)

갸링 2019. 12. 20. 20:37

 

 

타타루:  님, 좋은 소식이 있어용!

크리스탈 타워 주변에 있다는 '장치' 탐색에

진전이 있었어용!

타타루: 크리스탈 타워가 세워진 곳은

'시르쿠스 협간'이라는 골짜기의 바닥인데용……

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경로를 확보했답니당!

타타루: 이번 일에는 성 코이나크 재단과 갈론드

아이언웍스,

그리고 '새벽'에 소속된 모험가님들의

아낌없는 협력이 있었어용.

타타루: 그분들은 계속해서 골짜기 바닥을 조사해 주시겠다고 합니당.

그러니까 괜찮으시다면 우리도 도우러…….

 

 

 

타타루: 웨, 웬일로

 님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시나용……!?

타타루: 하지만 서두르는 마음도 이해해용.

그 장치를 찾으면 '제1세계'로 이어지는 문이 열릴 거라고

의문의 목소리가 그랬잖아용……?

타타루: 쓰러진 분들을 깨우기 위한

단서가 틀림없이 그곳에 있을 거예용.

타타루: 제국과 동맹군의 전투도 언제 격해질지 모르잖아용…….

한시라도 빨리 다른 분들을 깨워야죵!

타타루: 그럼 당장 '시르쿠스 협간'으로 출발하도록 해용!

은빛눈물 호수 북부에서 '성 코이나크 재단 안내인'님이

배를 준비해 주시겠대용!

 

성 코이나크 재단 안내인: '새벽의 혈맹'분이시죠?

'시르쿠스 협간'은 은빛눈물 호수의 동쪽을 통해 들어갑니다.

당장 배를 타고 출발하시겠습니까?

애노어: 괜찮아요, 황토 바위와 함께 있지 않아도 잘할 수 있어요!

신세 진 동료들을 위한 일이니까요!

갈론드 아이언웍스 연구원: 항상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!

회장님의 지시로 도와 드리러 왔습니다!

클레멘스: 일단 위험한 짐승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…….

성 코이나크 재단 조사원: 이 기다란 벽은 크리스탈 타워의 외곽인

'고대인의 미궁'의 기초 부분입니다.

쿨테네: 이곳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군요.

거대한 건물의 흔적이 있기 때문일까요…….

빛바랜 바위: 오오, 님도 참가하시는군요!

그 장치인지 뭔지를 반드시 찾아냅시다!


타타루: 여러분, 다들 모여 주셨군용……!

타타루: 우리도 어서 장치 수색을 시작해용!

조금이라도 수상한 것이 있다면 몽땅 모아보자구용!

???: 오, 너도 합류하는 거야?

단서가 적어서 걱정이었는데, 와 줘서 고맙군.

타타루: 빅스 님! 웨지 님도 오셨군용!

빅스: '새벽의 혈맹'이 위기라는데

당연히 도와야지.

빅스: 제시에게 붙들려서 오지 못한 시드 회장님 몫까지

우리가 열심히 할게.

웨지: 여, 여, 열심히 하겠슴다!

타타루: 감사해용!

다 함께 장치를 꼭 찾아내도록 해용!

빅스: 음…….

이 근처에는 없는 것 같은데.

빅스: 웨지, 네가 틈새를 비집고 안쪽으로 들어갈 순 없을까?

웨지: 네엥!?

저한테도 그건 무리임다!

타타루: 그럼 제가 할게용!

빅스: 미안, 내가 말하는 걸 깜박했는데,

안쪽은 아직 안전하지 않으니

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라고 재단 조사원이…….

빅스: ……앗, 뭔가 발견했나?

빅스: 오오……!

지금까지 발견한 것 중에선 가장 그럴 듯해!

웨지: 생긴 게 왠지…… 우리 로고랑 비슷하지 않슴까?

유사품에 주의해야 함다……!

타타루: 아무래도…… 그 장치가 맞았나 보네용……!?

타타루: 부디 무사하시길……!

반드시…… 모두를…… 다녀오세용……!

 


 

 

 

 

 

빛의 무녀: 당신은 아직 사라져서는 안 돼요.

 


 

 

행상인: 보아하니, 상인……은 아닌 것 같군.

이런 한밤중에 어쩐 일인가?

행상인: 그런 농담, 참 오랜만이군.

우리 할아버지도 동료들과

늦게까지 술을 마실 때 그런 말을 했었지.

행상인: 손님, 술주정 좀 적당히 하십쇼!

깜깜한 밤이 올 리가 없잖습니까.

행상인: 이 세상에 어둠이란 어둠이 다 사라진 지

벌써 100년이나 됐군그래.

행상인: 응? 왜 그러나?

무슨 말인지 정말 모른다는 표정이군?

행상인: ……쯧쯧, 그놈들에게 습격이라도 당한 겐가.

가엽게도 넋이 나간 모양이군.

행상인: 난 장사 때문에 이만 가보겠네만

자네는 가까운 마을에서 지낼 곳을 찾아보게.

행상인: 이 숲을 동쪽으로 빠져나가면 거대한 수정 탑이 보일 걸세.

 

그 일대가 이 근방에서 가장 큰 도시……

행상인: 빛에 반역하는 자들이 모이는 '크리스타리움'이라네.

 
위병으로 보이는 여자: 거기 서세요!
위병으로 보이는 여자: 당신은…… 처음 보는 얼굴이군요.
옷차림도 그렇고요.
위병으로 보이는 여자: 보시다시피 여기서부터는 저희 구역인 크리스타리움입니다.
경비 담당자로서 수상한 사람을 들여보낼 수는 없습니다.
위병으로 보이는 여자: ……그래서,
당신은 어디에서 왔죠?
위병으로 보이는 여자: 원초…… 뭐라고요?
날 놀리는 건가요?
위병으로 보이는 여자: 크리스타리움에서는 신분이나 출신이 중요하지는 않습니다만,
그렇다고 사기꾼처럼 보이는 자를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.
위병으로 보이는 여자: 방금 사람을 먹어치웠나 보군요…….
어떻게 잡아먹혔길래…… 끔찍도 하지…….
 

 

 
???: 라이나, 괜찮나?
라이나: 네, 수정공.
떠돌이 '죄식자'…… 그것도 저급한 놈입니다.
아무 문제 없습니다.
수정공: 다행이군.
하지만 만약을 위해 주변 경계를 부탁하네.
수정공: 그리고 이 사람은 내 손님이니,
도시로 데려가고 싶은데…… 괜찮겠나?
라이나: 아…… 그렇군요.
이번에도 정체불명의 친구분이신가요…….
라이나: 알겠습니다.
앞으로는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
단원들에게도 일러두겠습니다.
라이나: 조금 전엔 실례했습니다.
……크리스타리움에서 편히 지내시길 바랍니다.
수정공: ……일단 여길 벗어나자.
궁금한 게 많겠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대답하기 곤란하거든.
수정공: 자…….
먼저,  소환에 응해줘서 진심으로 고맙다.
수정공: 원래는 내 방으로 소환하려 했는데
좌표가 어긋나는 바람에 미안하게 됐군…….
그래도 제대로 건너왔으니 정말 다행이네.
수정공: 이곳은
13개의 거울 세계 중 하나인 '제1세계'다.
……이곳 주민들이 그걸 알고 있는지 여부를 떠나서 말이지.
수정공: 난 여기서 수정공……이라고 불리고 있다.
저 앞에 있는 크리스타리움이라는 도시의 관리자이자
그대들을 소환한 당사자이기도 하지.
수정공: 그래…… 하지만 상황이 좀 복잡하니
차근차근 설명하도록 하지.
 
수정공: 우선 제일 먼저, 그대가 알아야 할 것이 있어.
수정공: 여기 제1세계는 빛으로 인해 멸망하려고 하는 세계다.
수정공: 여기 시간으로 100년 전에
'빛의 범람'이라는 대재해가 일어났고……
이 세계는 9할 이상의 토지를 잃었다.
 
수정공: 살아남은 극소수의 인간들 조차,
'빛의 범람'이 만들어 낸 괴물로 인해
멸망의 위기에 놓여 있지…….
수정공: 그 괴물이 바로 '죄식자'…….
그대가 아까 본 것도 그중 하나지.
수정공: ……난 이 땅을 '죄식자'로부터 구하기 위해
세계와 세계를 잇는 방법을 찾아내 최강의 영웅을 소환한 거다.
수정공: 그리고 이 소환이, 그대들의 세계……
즉, 원초세계를 구하는 결과로도 이어지게 된다만……
수정공: 귀한 손님을 이런 곳에 세워 두는 것도 내키지 않는군.
나머지는 크리스타리움에서 얘기하도록 하지.
 

 

 

수정공: 이곳이 우리의 도시…… 크리스타리움이다.

그대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.

수정공: 자, 곧장 내 집무실로 이동해도 좋겠지만…… 흐음.

수정공: 깊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라도

우선 우리의 실정을 알았으면 해.

수정공: 이곳의 주요 시설 몇 가지를 소개할 테니

그곳의 대표들과 대화하고 '이 세계에 대한 화제'를

모아서 와주지 않겠나?

수정공: 이 길로 곧장 가면……

아마 그대라면 알고 있을 에테라이트가 있어.

수정공: 내 추측이지만 그대가 올바른 방식으로 소환된 게 맞다면

자신이 지나온 길을 추적해서

원초세계의 지맥과 이어질 수 있을지도 몰라.

수정공: 대표들을 찾아가기 전에 한 번 시도해 보도록.

수정공: 에테라이트 왼쪽의 계단을 올라가 건물을 나가면

이 도시의 장인들이 모인 '중용의 공예관'이 있다.

대표는 '카트리스'라는 여성이다.

수정공: 계단을 올라가지 않고 왼쪽 통로로 가면

막다른 곳에 '박물진열관'이라는…… 거대한 서고가 있지.

대표는 '모렌'이라는 청년이다.

수정공: 에테라이트 광장의 오른쪽으로 가면 시장과 연결된다.

'브라기'라는 대표가 상품 유통을 담당하고 있지.

수정공: 그대가 둘러봤으면 하는 곳은 이 정도인데……

가는 방법은 대략 알았겠지?

수정공: 역시 대단하군.

계속 확장 중인 도시라 아무래도 구조가 복잡하지만……

그대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.

수정공: ……아, 그리고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어.

수정공: 관문을 통과할 때도 그랬지만,

이 세계의 주민들은 대부분 다른 세계의 존재를 몰라.

그러니 그대의 정체를 이해하기 힘들 거다.

수정공: 그러니 누군가 신원을 물으면

수정공과 같은 고향 사람이라고 대답하도록 해.

이 도시에서 그 말은 더 이상 묻지 말라는 뜻이니까.

수정공: 그럼 한 바퀴 돌고 난 후에

시내 중앙에 있는 커다란 광장에서 만나도록 하지.

……기다리고 있겠다.

 


 

멜보스: 이곳은 자유토론관이다.

회의를 하고 있을 때에는 부디 조용히 해줘.

멜보스: 이곳은 자유토론관이다.

회의를 하고 있을 때에는 부디 조용히 해줘.

안시베르트: 책을 찾고 계신가요?

찾기 힘들게 배치되어 있어서 죄송합니다…….

아무래도 양이 많다 보니,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곳이 있어요.

모렌: 저, 저기……!

주민 명단에 이름이 없는 분 같은데

혹시 바깥세상에서 오셨나요!?

모렌: 그, 그, 그, 그렇다면 혹시 책이나 서류라든지……

아니, 종잇조각이라도 갖고 계신 거 없나요!?

모렌: 아…… 죄송합니다, 저도 모르게 나쁜 버릇이…….

모렌: 저는 모렌이라고 합니다.

이곳 '박물진열관'의 사서를 맡고 있지요.

모렌: 여기는 보시다시피

온갖 서적을 수집해서 보관하는 장소예요.

모렌: '빛의 범람' 때문에 많은 토지와 생명을 잃게 되면서

엄청난 양의 지식도 사라졌죠……

우린 더 많은 지식을 잃지 않기 위해 활동하고 있어요.

모렌: 그런데…… 당신은 어쩌다 여기로 오셨나요?

혹시 뭔가 조사하고 싶은 게 있었나요……!?

모렌: 세계의 현 상황을 알고 싶으시다고요!?

멋지군요. 당연한 내용이라도 다시 공부해 보면

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기 마련이죠. 저도 압니다!

모렌: 그럼 이참에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…….

어린이용으로 근대사를 정리한 그림책이 있으니 가져올게요.

잠깐만 기다리세요.

모렌: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.

그럼 세계가 어떻게 지금에 이르렀는지

말씀드릴게요!

 

 

 

모렌: 약 100년 전의 일입니다…….

'빛의 전사'라고 불리는 대역죄인들이

세계의 빛을 관장하는 '그림자의 왕'을 죽였죠.

모렌: 그러자 이윽고 어디선가 빛이 넘쳐흐르더니

거대한 파도를 이루어 세계를 삼키기 시작했습니다.

모렌: 이것이 '빛의 범람'이라 불리는 재해…….

빛이 삼켜버린 장소는 생명이 존재할 수 없는

텅 빈 무의 대지가 되어 버렸어요.

모렌: 결국 세계의 9할이 사라지고

빛의 파도가 마지막으로 남은 이곳 '노르브란트' 땅에 도달했을 때

사람들 앞에 '빛의 무녀'가 나타났습니다.

모렌: 무녀는 다가오는 빛의 파도를 멈춰 빛의 범람을 막아냈어요.

그래서 오직 노르브란트만 소멸을 피해 살아남았죠.

모렌: ……하지만 비극은 끝나지 않았어요.

무의 대지에서 노르브란트를 향해 미지의 괴물……

죄식자'가 침입해 왔기 때문입니다.

모렌: 죄식자가 뿜는 강렬한 빛의 힘 때문에

노르브란트에서는 밤의 어둠이 사라졌습니다.

모렌: 그리고 그들은 지금도 얼마 남지 않은 인류를 잡아먹으며

계속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…….

모렌: 이것이 이 세계가 처한 현 상황입니다.

만약 복습하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제게 말씀하세요.

모렌: 그리고…… 저기……

앞으로는 같은 동료로서 잘 부탁드립니다!

모렌: 책에 기록된 내용은 똑같지만

읽는 이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는 법이죠.

 

 

즉, 복습은 대환영입니다!

카트리스: ……이렇게 물건이 많은 곳은 처음이지?

밖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일 거야.

카트리스: 못 보던 얼굴 같은데 새로 왔나 보네?

크리스타리움에 온 것을 환영해.

카트리스: 넌 좋은 도시를 선택한 거야.

죄식자가 공격하더라도 수정공이 장벽을 펼쳐 줘서

바깥보다 어느 정도는 안전하거든.

카트리스: 이 내부에서 우리 '중용의 공예관' 사람들은 힘을 모아

자재를 조달하고 물건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생활을 지원하고 있어.

바로 크리스타리움 제조업의 중심이 되는 곳이라 할 수 있지!

카트리스: 하지만!

율모어처럼 호화롭게 살 수는 없어.

일하지 않는 자, 먹지도 말라는 말도 있잖아?

카트리스: 보아하니 한창 일할 나이 같은데

원래 무슨 일을 했어? 출신은?

카트리스: 뭐? 수정공과 같은 고향 사람이라고?

그건…… 흐음…… 당신이 그렇단 말이지…….

카트리스: 그렇다면 이곳의 주민으로서 더욱 환영해야겠네.

이 도시는 수정공 덕분에 생겼으니까.

카트리스: 수정공은 정말 위대한 마법사야.

이 도시의 중심에 세워져 있는 '크리스탈 타워'도

어디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분이 불러온 거래.

카트리스: '빛의 범람' 이후, 살던 곳에서 내몰려 졸지에 난민이 된

수많은 사람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

이 탑 아래에 모이기 시작했어…….

 

카트리스: 수정공이 그들을 모두 받아들여 세운 도시가 크리스타리움이야.
그 이후로 탑 안에서 발견된 신기한 도구의 힘도 빌리면서
이 도시가 발전해 온 거고.
카트리스: 참고로 그 후로 몇십 년이 지났지만
수정공의 외모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대.
카트리스: 그것도 포함해 수수께끼가 많은 사람이지만……
우리 주민들은 모두 수정공에게 감사하고 있어.
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해도 신뢰는 흔들리지 않아.
카트리스: 그러니까 당신이 같은 고향 사람이라고 하면
아무도 쓸데없이 캐물으려 들지 않을 거야.
카트리스: 하지만 만약 당신이 장인이라면
그 실력에는 관심이 있어!
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찾아와.
카트리스: 이곳은 주민들의 생활에 빛을 비추는 중용의 공예관!
나는 관장인 카트리스!
그럼 정식으로…… 앞으로 잘 부탁해.
카트리스: 공예관을 견학하는 건 자유지만 일은 방해하지 말아줘.
당신은 물론, 주민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제공할 수 없게 되니까.
 
 
브라기: 어지간히 신기한가 보군…….
보아하니 새로 온 녀석인가…….
브라기: 이곳은 '우주의 화음 시장'……
이름은 거창하지만 그냥 시장이다.
난 이곳의 대표를 맡고 있지…….
브라기: 너 같은 미스텔족의 장비도 취급하니까
마음껏 이용해라…….
브라기: 응……?
내가 뭔가 이상한 소리를 했나……?
브라기: 저기 앞에서 얘기하는 두 사람 중에
키가 작은 쪽이 '흄족'…….
브라기: 그리고 키가 큰 쪽이 '엘프족'…….
브라기: 그 뒤쪽에 있는 건장한 자가
'갈젠트족'이고…….
브라기: 뿔이 난 쪽은 '드란족'이지.
브라기: 그리고 꼬리가 길고 피부에 비늘이 난 자는
목축에 뛰어난 '즌족'인데…….
브라기: ……보아하니 넌 그렇게 부르지 않나 보군.
종족을 부르는 방법이 다르다니, 사투리라고 해도 꽤 특이한데……
대체 어디 출신이야……?
브라기: 아아…… 그래…….
수정공과 같은 고향 사람이었군…….
브라기: 그렇다면 이해할 수 있지.
최근 몇 년 동안 그런 사람이 종종 여기를 왔었는데
다들 아주 똑똑한 반면, 묘하게 뭘 잘 모르더라고…….
브라기: 아마 너도 비슷한 경우겠지.
……앞으로도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봐라.
브라기: 아까 소개한 종족 이외에도
너와 같은 미스텔족이나 나 같은 론조족,
위병단의 라이나와 같은 비스족도 보게 될 거다.
브라기: 크리스타리움에는 온갖 종족의
난민이 모여들고 있거든…….
그래도 저 드워프족은 본 적이 거의 없다만…….
 

 

 

 

수정공: 어때, 사람들에게
이 세계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나……?
수정공: 그래, 전부 들은 그대로다.
이쪽의 상황을 이해한 것 같아 정말 다행이군…….
수정공: 참고로 다들 크리스탈 타워가 어디서 왔는지 모르고 있지만
물론 이건 그쪽…… 원초세계에서 불러온 것이다.
수정공: 그대들을 소환하기 전에 처음으로 소환을 시도해본 거라
어느 시대에서 온 건지도 알 수 없지만…….
이 탑이 온 이후로 운명이 크게 움직이기 시작했지.
수정공: 이쪽의 상황은 파악했을 테니
이제 그대의 동료들에 대한 얘기를 해야겠군.
수정공: 일단 자리를 옮기자.
내 집무실은 크리스탈 타워 내부에 있어.
'위병단 경비'에게 말을 걸어 안으로 들어가자.
수정공: 그럼, 물론이지.
이쪽에 불러왔을 때부터 탑의 문은 자유롭게 여닫을 수 있었어.
수정공: 네 시대에서는 어땠는지 몰라도……
안에 갇힐 일은 없으니까
안심하고 따라와도 돼.
위병단 경비: 수정공의 손님이시군요.
어서 들어가세요!
수정공: 여기가 내 집무실인…… '성견의 방'이다.
여기라면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얘기할 수 있겠지.
수정공: 그대에게 해야 할 이야기가 많은데,
그 모든 건 나를 제외한 제1세계 사람들은 모르는 비밀이니
그것만 유념해 주었으면 하네.
수정공: 그럼…… 먼저
'새벽의 혈맹' 사람들의 행방에 대해 말하도록 하지.
수정공: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은 이곳에 와 있다.
수정공: ……하지만 최근에 온 건 아니야.
원초세계와 거울 세계는 시간의 흐름에 차이가 있거든.
수정공: 원초세계의 1시간이 제1세계에선 1년이 될 때도 있고,
그 반대일 때도 있다.
차이가 일정하지 않아서 예측조차 할 수 없어.
수정공: 그래도 최근에는 차이가 점점 좁혀지고 있으니,
당분간은 그 점에 대해서 염려하지 않아도 돼.
수정공: 하지만 그대의 동료들은……
산크레드가 이곳에 온 지는 5년이고,
야슈톨라와 위리앙제는 3년이 되었지.
수정공: 가장 최근에 온 알피노와 알리제도
벌써 1년 가까이 제1세계에서 지내고 있다.
수정공: ……원래는 그대만 소환할 계획이었지만
세계를 넘나드는 소환술이 너무나 어려웠던 터라
그대와 가까운 동료들까지 불러오고 말았어.
수정공: 예상치 못했던 불완전한 소환으로 인해
그들은 지금 '보고 만질 수 있는 유령' 같은 상태다.
수정공: 그대는 어느 정도 자유롭게 두 세계를 오갈 수 있지만
그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도 없어…….

 

수정공: ……처음엔 나도 그들도

그들을 귀환시킬 방법을 최우선으로 찾으려 했다.

수정공: 하지만 좀처럼 쉽지 않더군.

그러다 위리앙제가 자신이 소환될 때 지나온 차원의 틈에서

'어떤 광경'을 봤다고 털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.

수정공: 차원의 틈에서는 공간과 시간, 모든 것이 뒤섞여서 존재하는데

위리앙제는 그곳에서…… 미래를 봤다더군.

수정공: 그가 말하길, 원초세계와 제1세계는 통합될 것이고,

수정공: 그와 동시에 원초세계에서 '제8재해'가 일어나

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며……

수정공: 그 희생자 중에 '새벽'의 영웅……

그대도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.

수정공: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그들은

세계의 통합을  제1세계 쪽에서 막을 방법은 없을지

검토하기 시작했다.

수정공: ……영혼은 원초세계에 없었어도

그들은 그 세계와 자네를 위해 계속 싸우고 있었던 거지.

수정공: 그 결과, 제1세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죄식자…….

그 존재의 위협을 없앤다면

세계의 통합…… 즉, 재해를 막을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.

수정공: 그 원리는 지금 내가 설명한다고 해도

쉽게 믿기 어려울 것이다.

수정공: 그러니 일단 각지에서 활동 중인 동료들을 만나서

그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군.

 

수정공: 물론 그들을 만나는 건 내가 도울 테니

함께 싸울지 말지는 그 다음에 결정해도 된다.

수정공: 그들을 원래 세계로 돌려보낼 방법도

언젠가 반드시 알아내겠다고 약속하마.

수정공: 그러니 일단 지금은…… 조금이라도 좋으니 날 믿어주지 않겠나?

수정공: 고맙다…….

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지.

수정공: 자, 그렇다면……

동료를 만나러 가려면 여행 준비가 필요하겠지?

수정공: 저쪽 세계에서 넘어오느라 많이 피곤할 거야.

방을 마련해줄 테니 좀 쉬는 것이 좋겠군.

……안내해주지.

수정공: 그럼 그대의 방 말인데……

크리스타리움에 있는 몇몇 거주지 가운데,

아마 '펜던트 거주관'에 적당한 곳이 있을 거야.

수정공: 그곳에 가려면 시장 근처를 지나가야 하니

만약에 대비해 그곳도 다시 소개해주겠다.

……이쪽으로.

수정공: 여기가 크리스타리움 상업의 중심지,

'우주의 화음 시장'이다.

여행 준비를 할 때는 이곳을 이용하도록 해.

수정공: ……아, 돈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.

그대가 갖고 있는 동전도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.

수정공: 여기서도 '빛의 범람' 이전에는

대국에서 발행한 화폐가 유통됐었지만……

범람 이후에는 워낙 혼란스러워서 말이지.

수정공: 결국, 동전의 금속 가치를 가격으로 매기는

간단한 방법을 쓰기로 했지.

수정공: 크리스탈 타워 내부에서 발견된

알라그 문명의 화폐를 참고해서,

이 도시의 화폐 단위를 '길'로 정했다.

수정공: 이 화폐 단위는

우리의 상업 활동과 함께 각지로 퍼져 나가고 있지.

수정공: 야슈톨라 말로는 원초세계에서 사용되는 동전은

여기서도 가치가 거의 비슷하다더군.

수정공: 그 밖에도 탑 내부에서 발견된 물건들은

우리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…….

수정공: 어쩌면 그대에게도 익숙한 물건이 있을지 모르지.

수정공: 하지만 여기서 모든 걸 처음부터 구하기는 힘들 거다…….

원초세계에서 물건을 가져올 수 있으면 좋을 텐데…… 흐음…….

수정공: "나의 친구여, 거기 있나?"

???: 그럼, 그럼! 물론이지!

오늘은 어떤 재미있는 용건일까?

수정공: 안녕, 페오 울.

넌 가장 뛰어난 픽시니까 특별히 부탁할 게 있어.

수정공: 이 사람은 멀리서 온 나의 친구다.

수정공: 이 친구의 고향과 이곳 사이에 물건을 주고받고 싶은데

네 힘을 빌릴 수 있을까?

페오 울: 어머!

넌 세계의 경계 너머에서 왔구나!?

페오 울: 어쩜~ 너무 재미있다!

용감하고 무모한 사람! 우리에겐 없는 마음을 가진 사람!

페오 울: 그래그래, 좋고말고!

나와 계약을 맺으면 내가 도와줄게.

페오 울: 그런데 너 말이야.

세계의 경계에서 넘어올 때 옷이나 손톱을 잃어버리지는 않았지?

페오 울: 완벽해!

그건 곧 너의 물건이 너처럼

경계를 넘어올 수 있단 뜻이거든.

페오 울: 그러니까 이제부터 난 너의 "아름다운 가지"고,

넌 나의 "귀여운 어린나무"야.

우린 단단하게 이어질 거야!

페오 울: 이제…… 손을 내밀어 줄래?

페오 울: 좋아, 끝났어!

앞으로 잘 부탁해, 나의 어린나무.

페오 울: 자, 그럼! 아무거나 얼른 부탁해 봐!

나, 경계 너머에 가 보고 싶어!

수정공: 그럼 저쪽 세계에서 그대를 기다리고 있는 자들에게

일단 무사하다는 소식을 전하면 어떨까?

페오 울: 알겠어!

그럼 잠깐 갔다 올게!

수정공: 페오 울은 픽시족일세.

마법 생물에 가까운 종족이지.

수정공: 픽시족은 대체로 인간이 사는 도시에 잘 나타나지 않는데

페오 울은 유독 호기심이 왕성해서인지

크리스타리움이 마음에 들었나 보더군.

 

수정공: 자, 이제 정말로 그대가 지낼 방으로 안내하지.

수정공: 아, 그래, 안 그래도 방금 방을 확인했어.

그대가 지낼 방이 있다고 하니까

앞으로는 그곳을 사적인 공간으로 마음껏 이용해도 좋다.

수정공: 관리인이 방으로 안내해 줄 거다.

잠시 쉬고, 여행 준비도 하도록 해.

그리고 나서 아까 그 '성견의 방'에서 다시 만나자.

수정공: 그럼 난 이만…………

수정공: ………….

이쪽으로 와 줘서 정말로 고맙다.

밤은 오지 않겠지만 그대에게는 안식이 찾아오기를 바라마.

펜던트 거주관 관리인: 반갑습니다.

저는 이곳 펜던트 거주관 관리인입니다.

펜던트 거주관 관리인: 방은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.

곧바로 휴식을 취하시겠습니까?

 

 

 

???: ……너……는………….

???: 너는 원초세계의 빛의 전사……!?

어떻게 여기에……!

???: 헛……?

내 목소리가 들리는 건가!?

???: 말도 안 돼…… 어떻게 이런 일이…….

???: 어둠의 전사……

그래, 그쪽 세계에서는 그렇게 불렀지.

아르버트: 내 진짜 이름은 아르버트.

원초세계에서 쓰던 이름과 발음은 거의 비슷하다.

아르버트: ……과거에 나와 동료들은

이 세계에 '빛의 범람'을 일으킨 원인을 만들고 말았다.

아르버트: 이대로 모든 것이 '무'로 돌아갈 바에는 차라리……

그런 심정으로 아씨엔을 따라 원초세계로 건너가

세계의 통합을 도우려 했다.

아르버트: 그러다 너희에게 패배하고 말았지.

하지만 빛의 무녀…… 민필리아를 만나

우리의 혼은 이쪽 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다.

아르버트: 돌아왔을 때는 이미, '빛의 범람'이

노르브란트를 집어삼키려 하던 바로 그때더군.

아르버트: 민필리아와 내 동료들의 혼은

그걸 막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고…… 결국엔 모두 사라졌다.

나만 남기고 말이야…….

아르버트: 이봐, 지금은 어느 시대지……?

'빛의 범람' 이후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지?

아르버트: 100년이라…….

그래…… 벌써 그렇게…….

아르버트: 난 이제 아무것도 만질 수가 없어.

아무도 내 모습을 볼 수 없고

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그 누구도 들을 수 없지.

아르버트: 그저 떠돌아다니는 망령 신세일 뿐.

아르버트: 오랫동안 계속해서 걷기만 한 것 같은데……

어느샌가 자신의 모습조차 잃고, 의식도 희미해졌다.

아르버트: 그러더니 조금 전에 갑자기 앞이 보이기 시작하더군.

뭔가에 이끌리는 느낌에,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였어.

아르버트: 어째서 너는 나를 볼 수 있지?

아니, 애초에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지……?

아르버트: 제1세계를 구하기 위해 네가 소환되었단 말인가…….

아르버트: 멍청하군…… 세계를 구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

세계를 구하려는 녀석은 더욱 구제불능이다.

 

아르버트: 적어도 나는 이미…….

그렇게 헤매다 보니 싸우던 이유조차 잊었어…….

아르버트: 하지만 이렇게 널 만난 것도

너에게만 내 모습이 보이는 것도

이유는 모르겠지만…… 무언가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군.

아르버트: 난, 내가 남겨진 의미를 알고 싶어……

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여정을 끝내고 싶다.

아르버트: 너의 싸움을 당분간 지켜보도록 하지.

아르버트: 부디 조심해라.

……이 세계는 더 이상 영웅이 있을 곳이 아니야.

 

펜던트 거주관 관리인: 이곳은 펜던트 거주관입니다.

거주실로 이동하시겠습니까?

위병단 경비: 공, 말씀은 들었습니다!

안으로 들어가시겠습니까?

수정공: 방은 어땠나?

푹 쉴 수 있었나……?

수정공: 뭐……?

그런 얘기는…… 처음 듣는데……

만약 불편해서 쉴 수 없을 것 같으면 말하게.

수정공: 자…… 그럼 이제

'새벽'의 동료들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설명하지.

수정공: 이건 '빛의 범람'을 피해 살아남은 지역……

노르브란트의 임시 지도다.

수정공: 이 부근이 크리스타리움이 있는

'레이크랜드'라고 불리는 곳이다.

수정공: 북쪽엔 요정의 땅 '일 메그'가 있고

지금 위리앙제가 이곳에 있지.

수정공: 동쪽은 과거에 번성했던 '라케티카 대삼림'인데

여긴 야슈톨라의 거점이다.

수정공: ……하지만 이 지역들은 들어가기 전에 조금 준비가 필요해.

수정공: 일단 알피노와 알리제부터 만나 보는 게 좋을 것 같군.

크리스타리움에서 날짐승을 타고 바로 갈 수 있는 곳에 있거든.

수정공: 알피노가 있는 곳은 서쪽 바다의 '콜루시아 섬'이다.

귀족과 부호들이 모여 사는 대도시 '율모어'가 있는 곳이지.

수정공: 알피노는 세계를 구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

먼저 주민들을 이해하고 인맥을 쌓는 길을 택했다.

지금은 거기서 정보를 수집하는 중이라는군.

수정공: 그리고 알리제가 있는 곳은

남쪽에 펼쳐진 메마른 땅 '아므 아랭'.

수정공: 여긴 '빛의 범람'으로 인해 '무'로 돌아간 대지와의 경계지역이다.

인간이 존재할 수 있는 한계 지역이라

죄식자와 전투도 자주 일어나는 곳이지.

수정공: 알리제는 오빠와는 달리 먼저 적부터 파악해야 한다더군.

그래서 스스로 단련도 할 겸, 그곳 사람들을 돕고 있다.

수정공: 알피노가 있는 '콜루시아 섬'과

알리제가 있는 '아므 아랭'.

어느 쪽을 먼저 가든 상관은 없다.

수정공: 어디로 갈지 정한 후에 내게 말해주면

바로 갈 수 있도록 준비하도록 하지.

수정공: 아, 그리고 산크레드는……

어떤 사람과 함께

죄식자를 사냥하며 다니고 있다…… 정도로만 말해 두지.

수정공: 당장 만나기는 어렵겠지만

때가 되면 반드시 만날 수 있을 거다.

 


 

 

 

 

수정공: 알리제를 만나러 가는군.

알리제는 특히 널 걱정했으니 다시 만나면 기뻐할 거다.

수정공: 아니…… 따지고 보면 내가 알리제를

최악의 타이밍에 소환한 탓이지만…….

그 점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혼났으니 용서해 다오…….

수정공: 알리제가 있는 '아므 아랭'으로 드나드는 상단 앞으로

소개장을 써 뒀어.

수정공: 중용의 공예관 근처에 있는 '아마로 승강장'에 가서

'카사드' 단장에게 이걸 주도록 해.

알리제가 기다리는 땅으로 데려가 줄 테니.

카사드: 오옷? 처음 보는 얼굴이네?

혹시 우리 상단에 들어오고 싶나?

카사드: 아, 수정공의 손님이구나!

……흐음, 아므 아랭에 있는 동료를 만나러 가고 싶다고?

카사드: 그렇다면 나만 믿어!

마침 거래할 것이 있어서 그쪽에 갈 예정이었거든.

가는 길에 태워 줄 테니까 준비가 끝나면 말해!

카사드: 오, 준비는 끝났나?

그럼 가혹한 사막 여행을 시작해 볼까!

카사드: 크윽~ 역시 이쪽 날씨는 지독하다니까!

빛이 하늘을 뒤덮고 있어도 황야라 낮엔 덥고 밤에는 춥거든.

너도 대비를 단단히 해 둬.

 

카사드: 자…… 수정공의 소개장에는

너를 알리제가 있는 '여행길 여관'이라는 곳까지

함께 데리고 가달라고 쓰여 있는데…….

카사드: 거기가 좀 멀거든.

일단 '모르드 수크'라는 마을부터 가자.

내가 일하러 가는 김에 안내해 줄게!

카사드: 자, 얘들아! 여기는 잘 부탁한다!

카사드: 좋아, 일단 남서쪽으로 직진이다!

카사드: 잠깐.

넌 아므 아랭에 처음 왔다고 했지?

카사드: 그럼 '모래강'을 건너기 전에

거기서 잠깐만 뒤를 돌아봐!

카사드: ……거대하지?

이곳에 '나바스아렝'이라는 나라가 있던 시절에 지어진 성,

북방을 수호하고 있던 '카스르 샬'이야.

카사드: 이렇게 큰 성을 지었을 정도로

나바스아렝은 노르브란트에서도 손꼽히는 대국이었다더군.

카사드: 그런데 '빛의 범람'이 일어나면서

수도를 포함한 영토의 대부분을 잃고…….

어렵게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주민도 대부분 떠났어.

카사드: 지금은 나라는커녕 이런 곳을 좋아서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.

저 웅장한 성마저 우리 상단의 아마로 정류장이 됐지.

카사드: 그래도 뭐, 어떤 일이든 예외라는 게 있잖아?

우리가 가고 있는 '모르드 수크'가 딱 그런 곳이니까

살짝 기대해도 좋아.

카사드: ……그럼 다시 출발하자!

여기서 더 남서쪽으로 간다!

 

 

카사드: 좋아, 도착했다!

여기가 일단 우리의 목적지인 모르드 수크야!

 

 


 

 

 

카사드: 이 마을은 '모르드족' 녀석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.

'빛의 범람' 이후로 갈 곳을 잃은 일부 사람들이 들어오면서

흄족도 살고 있지만 말이지.

카사드: 넌 모르드족은 처음 보나?

수상하고 몸에서 냄새도 나지만 좋은 놈들이야!

카사드: 일단 족장인 '게엔 겐' 씨에게 인사하러 가자.

내가 소개해 줄게!

기인 긴: 골라 골라 자바자바 골라!

아빠, 아들을 위해 장사 열시미 한다.

여행자님도 응원해죠!

아마로 관리인: 어서 오십시오.

이곳에서는 '아마로 수송'에 대해 안내해드리고 있습니다.

아마로 관리인: 이곳 아마로 정류장에는 처음 방문하셨죠?

그럼 이곳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이용하실 수 있게

조치해 놓겠습니다.

카사드: 이쪽이 족장인 게엔 겐 씨다.

카사드: 게엔 겐 씨,

이쪽이 방금 얘기한 수정공의 지인이야.

게엔 겐: 아, 망나서 방가따!

버리는 걸 줍는 도시, '모르드 수크'에 어서 아라!

카사드: 모르드 수크는 '모르드 시장'이라는 의미야.

이름 그대로 지금은 아므 아랭에서 가장 크고

활기가 넘치는 시장이지.

카사드: 이 일대의 광산에서 나는 광석은 물론,

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는 재밌는 물건도 많아.

카사드: 아까 아므 아랭을 좋아서 찾아오는 사람은 없다고 했지만

여기만큼은 달라!

희귀한 물건을 찾는 상인들이 모여들지.

게엔 겐: 모두한태 필요한 물건 여기저기 다 팔아!

그러치 않은 물건 여기바께 안 팔아!

게엔 겐: 그래서 다들 여기 오능 거야!

멀리서 오는 송님, 비싼 돈 내는 송님!

게엔 겐: 그래서 수크는 언제나 북적북적!

이 세상에 있는 것 중에 필요엄는 건 엄따!

카사드: 게인 겐 씨, 매번 그 소리네!

대대로 내려오는 말이라고 했던가?

카사드: 뭐, 그런 신념이 있었으니

종족을 따지지 않고 난민을 받아들였겠지.

고마운 일이야.

카사드: 자…… 앞으로 아므 아랭에서 활동하려면

너도 이곳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야 될 거야.

카사드: 이곳에서는 새로운 사람이 오면

신뢰 관계를 맺기 위해 어떤 의식을 치러야 하는데…….

게엔 겐: 조아조아! '첫 구매' 하능 거다!

시장애서 파는 물건, 뭐등 하나망 사!

비싸도 조코, 싸도 조코!

카사드: ……들었지?

마침 이럴 때 쓰라고

수정공이 편지에 용돈을 넣었더군.

카사드: 놀라지 마시라! 푀부트 금화야!

우와, 나도 오랜만에 봤어!

모르드족 장사꾼: 푀부트 금화!? 진짜냐!?

붙임성 좋은 상인: 새로 오신 분, 첫 구매는 우리 집에서 하세요!

모르드족 항아리 장수: 아니다! 우리 가게가 조타!

반질반질 항아리…… 엄청나게 반질반질 항아리 이따!

게엔 겐: 이바이바, 다들 진정해라!

게엔 겐: 이 사람응 황야를 오래오래 여행할꺼야.

커다랑 거, 무거웅 거, 항아리는 안 조아!

게엔 겐: 여행을 하려면 기운을 내야게찌!

첫 구매는 '로온 론이 하는 식료품점'에서

멍가 먹능 거를 추천하깨!

카사드: 푀부트 금화처럼 비싼 걸 용돈으로 주는 경우는 거의 없어.

너 혹시…… 수정공의 약점이라도 쥐고 있는 거 아냐!?

게엔 겐: 로온 론 가게, 조은 가게!

첫 구매, 신나게 즐기면 조케따!

 
로온 론: 어서 와라, 여행자님!
우리 가게에서 첫 구매하명 기운 펄펄 날 거다!
로온 론: 자자, 우리 가게의 머찐 상품,
똑똑히 말똥말똥 봐줘라!
로온 론: ……뭘 어쩌려고?
로온 론을 사려면 푀부트 금화 1개로는 부조카다!
로온 론: 그건 '쫀득간식꼬치'다!
가까운 바위터에 숨어 있는 작은 개구리를 그냥 구워따!
담백해서 먹기 조타!
로온 론: ……뭘 어쩌려고?
로온 론을 사려면 푀부트 금화 1개로는 부조카다!
로온 론: 그건 '탱글지렁이절임'이다!
모두가 조아하는 백지렁이를 꿀에 절인 꿈의 음식이다!
다른 간식은 못 머께 될 거다!
로온 론: 그건 '군침줄줄빵'이다!
안에 달콤새콤한 선인장 과육이 잔뜩 들어서
퍼석퍼석하지만 괜차나! 건강에도 조아!
로온 론: 그건 '의욕활활햄'이다!
도마뱀의 귀중한 부위에 비법 양념으로 간을 해서 만든 햄이다!
조금 이상한 냄새 나지만, 머그면 몸이 활활 타오른다!
로온 론: 똑바로 똑똑히 구경해떠?
그럼 무엇을 살 거냐?
로온 론: 쫀득간식꼬치~!
여행자님, 물건 볼 줄 안다!
여행 갈 때, 이렇게 소화 잘 되는 게 조타!
로온 론: 그럼 돈을 받게따!
로온 론: 푀부트 금화, 잘 받아따!
이걸로 꼬치 65개 먹을 수 이따!
 
로온 론: 신난다!
다들, 여행자님한태 고마워한다!
그리고 먹느라 노력해쓰니 박수친다!
로온 론: 첫 구매, 성립되어따!
스쿠 칭구가 늘어나서 로온 론, 기쁘다!
'게엔 겐' 씨한태도 가서 말해라!
로온 론: …………진짜루 괘차나?
로온 론: 우리 가게에서 첫 구매, 로온 론 기쁘다!
'게엔 겐' 씨한태도 가서 말해라!
카사드: 여기서 지켜봤는데 노력이 가상하더군…….
존경스럽더라…….
게엔 겐: 여기서 다 보고 있어따, 의 첫 구매!
기분 조케 사줘서 고맙따!
게엔 겐: 이제 도 스쿠 동료다!
다음에 오명 '단골 송님' 되는 거다!
아므 아랭에서 어려운 일 있으명 우리한태 와라!
 

 

 

카사드: 크하하! 너, 근성 있더라!

그래도 로온 론이 파는 것 중에

몸에 나쁜 건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!

카사드: 자…… 배도 채웠으니

슬슬 널 목적지로 데려가고 싶긴 한데…….

카사드: 미안하지만 나에게도 시간을 조금만 줄 수 있을까?

모르드 수크에서 급히 해결해야 할 거래가

몇 가지 있거든.

카사드: 오, 도와주겠다고?

고맙다. 그렇게 해 주면 일이 빨리 끝나겠어!

카사드: 너에게 메모를 줄 테니까

거기 적힌 3개의 물건을 받아 와.

값은 미리 치렀으니까 받아서 가져오기만 하면 돼.

카사드: 그럼 나도 내가 맡은 분량을 받아 와야겠군.

나중에 보자!

부운 분: 잠깐, 잠깐! 모냐!?

그거 부운 분 비장의 백지렁이다!

아무한태도 안 줄 거다!

부운 분: 모르드 수크에 있는 풍차는

모두가 사용하는 지하수 끌어올린다.

엄청 중요한 거니까, 여행자님은 들어가면 안 된다!

토온 톤: 앗, 카사드 씨 친구냐?

기다리고 있어따, 그거 '식용 선인장'이니까

주머니째로 가져가라!

무울 물: 잠깐! 만지명 앙 댄다!

그거, 이미 살 사람 있능 상품이다!

돈 더 마니 내명 고민해 볼수도 이따만…….

무울 물: 뭐, 뭐야, 카사드 친구여떠!?

그, 그, 그런 건 빨리 말해주명 조케따…….

무울 물: 보다시피 그거, '나바스아렝의 골동품'이다.

물론 내용물 들어 있으니까 가져가라!

지인 진: 여기는 '모르드 수크'.

모르드족의 시장이라는 뜻이다.

긍데긍데, 인간 손님과 상인도 환영한다!

토올 톨: ……혹시 카사드 대신 와떠?

어디 보자, 그런데…… 뭘 줘야 하더라?

토올 톨: 아, 그래! '철광석'!

마침 그 상자, 철광석이니 가져가라!

카사드: 오, 설마 벌써 다 끝낸 거야!?

카사드: 그래, 부탁한 물건을 전부 받아 왔군.

카사드: 거참, 처음 와 본 곳 같지 않게 일처리가 빠르구나!

너도 수정공처럼 바깥 활동을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

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게 익숙한가 봐……?

카사드: 그런데…… 이렇게 되면 좀 곤란한데.

사실 이 가게와 거래 중에 착오가 좀 생겼거든.

카사드: 이제 중개 상인도 불러서

이것저것 따져 봐야 하거든.

미안한데 조금만 더 기다려 줘야겠다…….

???: 앗, 카사드 씨?

오랜만이야!

카사드: 오, 테슬린!?

마침 잘 왔어!

카사드: 이 친구가 너희 여관에서 지내는

알리제를 만나러 왔대.

안내해 주기로 했는데 내가 지금 바빠서 말이야.

테슬린: ……혹시 씨?

테슬린: 엄청 강한 모험가이자 전 세계를 여행하는 여행자이고,

어디를 가든 인기가 어마어마하다는

씨!?

테슬린: 맞구나!

알리제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!

실제로 만나는 날이 오다니 믿기지가 않아!

테슬린: 난 테슬린이라고 해.

알리제가 경호원으로 일하고 있는

'여행길 여관'의 간병인이야!

테슬린: 괜찮다면 내가 대신 안내해 줄까?

난 마침 사야 할 물건을 다 샀는데…….

카사드: 오오, 그럼 고맙지!

카사드: 그럼 일단 여기서 이별하게 됐지만

우리 상단은 한동안 여기에 머물 거다.

네 볼일이 끝나면 크리스타리움에 데려다주마.

카사드: 네가 무사히 동료와 재회하기를 기원하마!

다시 돌아갈 때 만나자!

 


 

 

 

테슬린: 자, 그럼

얼른 가자, 씨!

알리제랑 빨리 만나게 해 주고 싶어!

테슬린: 우리가 사는 '여행길 여관'은

이곳 모르드 수크보다 더 남쪽에 있어.

테슬린: 그러니까 출발 준비가 끝나면 문 바깥에서 만나자!

나도 짐을 챙겨서 그쪽으로 갈게!

 
카사드: 네가 무사히 동료와 재회하기를 기원하마!
다시 돌아갈 때 만나자!
테슬린: 아, 왔구나!
그럼 남쪽으로 출발할 건데……
한 가지만 부탁해도 될까?
테슬린: 이 근처에는 쇼핑을 마친 손님을 노리는
굶주린 코요테가 자주 나타나.
테슬린: 나도 몸을 보호할 정도로는 검을 다룰 줄 알지만…… 그게……
이것저것 싸게 해 준대서 물건을 너무 많이 샀지 뭐야.
짐을 들고 걷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쳐.
테슬린: 그래서 말인데 만약 코요테가 나타나면
쫓아내 줄 수 있을까……?
테슬린: 다행이다, 역시 알리제가 동경하는…… 아차.
아, 아무것도 아니야. 자, 가자!
테슬린: 미안, 말하자마자 이런 일이…….
괜찮아? 다친 데는 없어?
테슬린: 그나저나 당신은 정말로 강하구나!
내가 보기에는 알리제도 충분히 강하고 용감하지만,
정말이구나…….
테슬린: 앗,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!
또 갑자기 공격받느니 이번에는 당신이 앞장서 가다가
코요테가 나타나면 처치해 줄래!?
테슬린: 미안하지만 나보다 먼저 가서 둘러봐줘!
부탁할게……!
테슬린: 앗, 무사해서 다행이야!
코요테의 울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서
가슴이 콩닥거렸어…….
테슬린: 안전을 확보해 줘서 정말 고마워!
그럼 나도 힘 내서 짐을 들고 갈게~!
테슬린: 자, 도착했어~!
 씨 덕분에 짐도 무사해!
아니, 솔직히 나 혼자였으면 엄청난 위기였을 거야…….
테슬린: 진심으로 뭔가 보답을 하면 좋겠는데…….
일단 안으로 들어갈까?
테슬린: '여행길 여관'에 온 것을 정식으로 환영할게.
크리스타리움에서 온 손님은 알리제 이후로 처음이야.
테슬린: 보다시피 여기는 환자 몇 명과
우리 간병인들이 살고 있어.
테슬린: 무슨…… 병이냐니…….
테슬린: ……정말 알리제의 동료가 맞구나.
노르브란트에 살면서 '이것'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
알리제 말고 또 있다니.
테슬린: 이곳의 사정은 나중에 알리제한테 물어봐.
아마 알리제가 잘 설명해 줄 거야.
 

 

 

 
윌포트: 아, 여행자님.
이런 곳이지만 편안히 지내.
라몬: 이곳의 환자 중에는 스스로 식사를 할 수 없는 분도 있어요.
그런 분을 위해 여러모로 고민하며 요리를 만들고 있죠.
힘들지만 보람 있는 일이에요.
아마로 관리인: 어서 오십시오.
이곳에서는 '아마로 수송'에 대해 안내해드리고 있습니다.
아마로 관리인: 이곳 아마로 정류장에는 처음 방문하셨죠?
그럼 이곳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이용하실 수 있게
조치해 놓겠습니다.
테슬린: 자, 그나저나 알리제는…….
테슬린: 흐음~ 안 보이네.
그렇다면 외부를 순찰 중이겠구나.
테슬린: 순찰할 때는 망루를 거점으로 삼으니까
거기로 가면 여기서 기다리는 것보다 빨리 만날 수 있을 거야.
테슬린: 망루는 남쪽 출구로 나가면 금방이야.
나는 길이 엇갈리지 않도록
여기서 일을 하면서 기다릴게.
 
 
……알리제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
근처에서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발자국을 발견했다.
 

……발자국은 북서쪽으로 이어져 있다.

 

……발자국은 서쪽으로 이어져 있다.

 

발자국은 있지만 도중에 거칠게 지워져 있다.

여기에서 무슨 일이 있던 걸까……?

 

 

??: 거기 서!

알리제: 설마…… 저 사람 혹시?!

알리제: 죄, 죄식자라도 이런 녀석은 피라미에 불과한걸.

이 정도는 쓰러뜨리는 게 당연하지…….

알리제: 당신이야말로 언젠가는 올 줄 알았지만

너무 늦은 거 아니야?

알리제: …………오랜만이야. 잘 지냈어?

알리제: 그래…….

제국과의 전투는 고착 상태에 놓여 있구나…….

알리제: 원초세계와 한번 연결되었다던 수정공이

일단 급한 위기는 지나갔다고 말은 해줬지만……

시간의 흐름이 다르다고 하니 걱정은 됐었어.

알리제: 알피노와 위리앙제한테는 이곳에 와서 만났을 때

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말해줬어.

알리제: 아직 만나지 못한 산크레드와 야슈톨라에게도

두 사람과 수정공을 통해서 이야기는 전달됐을 거야.

알리제: 기다리고 있을 타타루와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면

한시라도 빨리 원초세계로 돌아가고 싶지만……

알리제: 아직 방법을 찾지 못하기도 했고

무엇보다 위리앙제가 본 미래를 모른 척할 수가 없어.

알리제: 위리앙제는 원래……

말을 빙빙 돌려 하고, 혼자서만 모든 걸 이해하잖아.

 

알리제: 하지만 속으로는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라

우리에게 정말 상처가 될 거짓말은 안 할 거라 생각해.

알리제: 그런 위리앙제가 제8재해가 일어날 것이고……

영웅이 죽는다고…… 했으니,

말을 꺼내기 전까지 고민이 많지 않았을까?

알리제: ……그래서 난 믿고 있어.

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세계의 통합을 막는 것이고

그러려면 제1세계를 죄식자의 위협에서 구해야 한다는 걸.

 

 

 

알리제: 저 커다랗고 하얀 벽 보이지?

저게 '빛의 범람'이 일어났던 흔적이야.

알리제: 100년 전, 여기 제1세계는 빛의 힘이 비정상적으로 강해지다가

어느 날 한계를 넘어…… 흘러넘치고 말았대.

알리제: 그렇게 발생한 초고농도의 빛의 파도가

노르브란트를 제외한…… 세계의 9할을 삼켜 버렸고.

알리제: 일반적으로 모든 생물은

여러 가지 속성으로 이루어진 에테르를 갖고 있어.

알리제: 하지만 그 빛의 파도에 휘말리면 균형이 깨져버리고,

원래 형태를 유지할 수 없게 돼.

알리제: 소멸하거나……

이성조차 없는 괴이한 괴물로 변하는 거지.

알리제: 그래, 죄식자는……

원래 빛의 범람에 휘말린 '누군가'였다는 얘기야.

알리제: 한번 그렇게 되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없어.

죄식자는 에테르를 먹기 때문에 인간은 최적의 먹이야.

알리제: 아니면 단순한 증식…….

강력한 죄식자는 습격한 상대의 에테르를 흐트러뜨려서

죄식자로 만들 수도 있어.

알리제: 즉, 저들의 목적은 오로지 포식과 증식이야.

참 단순하지……

그러니 협상의 여지도 없는 인류의 적일 수밖에 없어.

알리제: 그리고 이곳 '여행길 여관'은

죄식자에게 습격당해 자신도 그렇게 변해 가는 사람들이

버림받아 찾아오는 곳이야.

알리제: 테슬린 같은 간병인들이 돌보고 있는 환자…….

그들은 모두 죄식자로 변하고 있는 사람들이야.

정도에 차이는 있지만.

알리제: 저렇게 되면 주변에서 두려워하기 때문에 마을에서 살 수 없어.

그래서 이런 세계의 '끝'으로 오게 되지.

알리제: 정말 지옥 같지만……

다행히 내가 수련하기에는 딱 좋은 장소였고

테슬린과 동료들에게 죄식자에 대해 배울 수 있었어.

알리제: 당신에게도 그걸 공유할게.

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하기 위해서도 말이야.

 


 

 

 

 

알리제: 자…….

우선 실습도 할 겸 순찰부터 마치도록 하자.

알리제: 당신은 여행길 여관의 북쪽을 맡아 줘.

지도에 표시해 둘 테니까 그 주변을 둘러보고 오면 돼.

알리제: 몸이 특별히 하얗고 기괴한 존재가 있다면 틀림없이 죄식자야.

인간의 에테르에 이끌려 공격해 올 테니까 반드시 쓰러뜨려.

알리제: 끝나면 북쪽 출입구 앞에서 합류하자.

……그럼 나중에 봐!

 

 

알리제: 어서 와.

그쪽은 어땠어?

알리제: 그래…… 역시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죄식자가 나타났구나.

뭐, 이 근처에서는 일상적인 일이야.

알리제: 싸워 봤으니 알겠지만 급이 낮은 죄식자는

그 근처를 배회하는 짐승과 별 차이가 없는 상대야.

알리제: 그런데 그 녀석들은……

요마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개체에게 복종하는 습성이 있어.

알리제: 그래서 강대한 죄식자가 사냥을 할 때는

어마어마한 규모의 군단으로 움직이기도 해.

그 녀석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먹이로 희생됐는지…….

알리제: 이렇게 순찰하는 것도 죄식자의 수를 줄여서

만약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의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야.

……도와줘서 고마워.

알리제: 그럼 테슬린에게도 보고하러 가자.

알리제: 그런데 테슬린이 당신한테 이상한 얘기 안 했지?

…………응? 확실하지!?

테슬린: 얘기 들었어, 순찰을 도와줬다면서!?

아까부터 위험한 일만 하게 해서 미안…… 그래도 고마워!

테슬린: 그나저나 알리제를 무사히 만나서 다행이야.

알리제가 당신을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알아?

뭘 하든 이 있었다면 이렇게 했을 텐데…… 라면서.

알리제: 헉……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거야!?

난 그저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점을 가지려던 것뿐이야!

테슬린: 우후후후후~

 씨가 싸우는 모습을 봤는데

정말 굉장하더라.

테슬린: 게다가 자연스럽게 도와주는 다정함까지…….

나 같아도 팬이 될 것 같아!

알리제: …………!!

테슬린: 아하하! 농담이야, 농담!

 씨가 좋은 사람이라는 건 진심이야!

두 사람 모두 순찰하느라 고생했어!

 

 

 

 

 

 

테슬린: 우웅…….

이런저런 일에 대한 보답도 할 겸 당신을 제대로

대접하고 싶은데…….

테슬린: 미안해!

물건을 사러 간 사이에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서……!

잠깐 알리제랑 기다려 줄 수 있을까?

알리제: 그러면 우리가 오히려 불편하잖아.

……뭔가 도울 일은 없어?

테슬린: 으으…… 정말 미안해. 그리고 고마워…….

그럼 알리제는 나랑 같이 비품을 점검하자.

테슬린: 씨는

환자들과 인사를 하면서

얼굴과 몸에 묻은 모래 먼지를 털어 주면 좋겠어.

테슬린: '파우닐', '토덴', '할리크' 이렇게 3명이야.

새로 온 사람이 도와주면 분명 기뻐할 테니까……

잘 부탁해!

 

파우닐: ……고마…………워…….

 

토덴: ……………….

 

토덴은 가만히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.

잠시 기쁜 듯이 눈으로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았다.

 

할리크: ………….

 

할리크는 뺨에 묻은 모래 먼지를 털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.

피부가 석고처럼 신기한 질감으로 변하고 있다…….

 

알리제: 일은 잘되어 가?

테슬린: 앗, 벌써 다 끝냈어……?

환자들은 상태가 어땠어?

테슬린: ……그렇구나. 다들 그렇게 기뻐했다니

당신에게 부탁한 보람이 있네.

테슬린: 하지만 할리크는 역시…….

간병인들과 얘기는 해 봐야겠지만

슬슬…… 때가 되었을지도 몰라…….

알리제: …………테슬린.

나, 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게 있어.

모르드 수크에 갈 생각인데 혹시 부탁할 일 있어?

테슬린: 알리제…….

…………미안해. 그리고 고마워.

테슬린: 그럼 '천도복숭아'를 사다 줄 수 있을까?

카사드 씨의 상단이 와 있으니까

로온 론 씨의 가게에 들어왔을지도 몰라.

알리제: 그럼, .

미안한데 잠깐 모르드 수크에 같이 가자.

먼저 로온 론의 가게부터.

 

 

알리제: 우선 천도복숭아를 사야겠구나.

로온 론: 앗, 그 여행자님.

무슨 일이냐? 우리 가게 음식 맛이 생각 나떠?

알리제: 혹시 '천도복숭아' 들어왔어?

있으면 하나 사고 싶은데…….

로온 론: 이떠! 이떠!

금방 들어와서 아주 싱싱해!

로온 론: 여행자님, 저번에 여기서 통 크게 쏴따.

그니까 천도복숭아 그냥 준다.

돈, 안 줘도 된다!

알리제: 모르드 상인이 공짜로 물건을 주다니……

이 가게에서 뭘 그렇게 많이 샀어……?

알리제: 아, 혹시 흰지렁이도 있어?

있으면 그건 내가 살게.

알리제: 아, 아니야. 내가 먹으려는 게 아니라고!

이따가 당신을 어떤 장소로 데려가려면 필요해서 그래!

알리제: ……그래서? 있어!?

로온 론: 물론 이따!

물건 사주능 거, 대환영이다!

알리제: 좋아, 사야 할 물건은 다 샀어.

이제 마을 서쪽에 있는 가장 큰 탑으로 가자.

당신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게 그 위에 있어.

모르드족 경비원: 흐아암~? 왜 그러냐?

알리제: 경비 보느라 고생이 많아.

……자, 당신이 좋아하는 흰지렁이야.

그걸 줄 테니까 탑 위에 올라가게 해 줘.

모르드족 경비원: 우와~ 탱글탱글 흰지렁이!

마, 마, 맛있게따!

모르드족 경비원: 원래 안 대지만…… 이번망이다?

딱 한 번, 딱 한 번망이다?

알리제: 탑에 올라가도 된대.

그럼 가 볼까.

알리제: 저길 봐.

커다란 결정 사이의 틈새 말이야.

알리제: 그 너머로 하얀 지평선이 보이지?

알리제: 저곳이 '빛의 범람'에 삼켜진 땅이래.

그저 하얗기만 하고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…….

알리제: 지금도 강력한 빛의 힘을 띠고 있어서

들어가려 하면 몸의 에테르 균형이 흐트러지고 말아.

저곳은 이제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이야…….

알리제: ……아까 산 천도복숭아는,

점점 죄식자로 변해 가는 그 아이…… 할리크가 좋아하던 거였어.

알리제: 그 아이를 비롯해서 그곳의 많은 환자들은

강력한 죄식자에게 습격당했다가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이야.

알리제: 하지만…… 목숨만 건졌을 뿐이지,

이미 그들의 에테르는 빛에 잠식당했어.

알리제: 게다가 보다시피 여긴 빛 뿐이니…….

보통 사람이라면 몸이 자연스럽게 균형을 맞추겠지만

그들은 빛에 노출되면 그 빛이 그대로 몸에 축적되는 거야…….

알리제: 그래서……

결국에는 모두 죄식자로 변할 거래.

알리제: 테슬린과 간호사들도 그걸 알고 있어.

그래서 어느 순간 완전한 죄식자로 변하기 전에

반드시 목숨을 끊어야 해.

알리제: 의식이 있었을 때 좋아했던 음식에 독을 섞어서 말이야.

……그런 최후를 지금까지 몇 번이나 봤어.

알리제: ……화가 나, 지금도 여전히.

아무리 싸워도 내 힘은 아직도 부족해.

알리제: 그래도 물러설 순 없어.

날 두고 가지 말라고 당신에게 그토록 말해 놓고

정작 내가 먼저 떠나버렸잖아?

알리제: 하필 그 타이밍에 날 소환한 수정공에게는

따끔하게 한 소리했지만 말이야……

알리제: 아무리 남의 탓으로 돌려도

당신을 전쟁터에 두고 왔다는 후회는 사라지지 않았어.

그래서 마음먹은 거야.

알리제: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,

어떤 가시밭길이라도 견디면서 앞으로 나아가겠다고.

알리제: ……그게 지금의 내 결심이고 버팀목이야.

알리제: 슬슬 돌아갈까?

오래 기다리게 하면 테슬린도 힘들 테니까…….

알리제: 함께 와 줘서 고마워.

'무의 대지'를 너에게도 보여 주고 싶었어.

이 세계의 실정을 알려면 반드시 필요하거든.

알리제: 그리고…… 많은 생각이 들겠지만

천도복숭아는 테슬린에게 꼭 전해 줬으면 해.

알리제: 인간이 죄식자로 변하게 되면

다른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

당사자도 끔찍한 고통을 느낀대…….

알리제: 간병인들은 환자들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

고통을 주고 싶지 않은 거라고 생각해.

그들만의 방식으로 이런 세계와 싸우고 있어…….

할리크: ………….

알리제: 테슬린도 이제 좀 여유가 생긴 것 같네.

테슬린: 아…… 어서 와.

천도복숭아는 구했어……?

테슬린: 고마워, 잘 받을게.

……보아하니 얘기를 들은 모양이구나.

테슬린: 괜찮아. 이건 보험이니까.

간병인들과 얘기해 봤는데

할리크는 좀 더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어.

테슬린: 미리 준비해 뒀으니 갑자기 그때가 찾아와도

좋아하던 음식과 함께 보내 줄 수 있을 거야…….

정말 고마워.

 


 

 

 

 

테슬린: 자,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 것도 아니고

우리의 분위기가 어두우면 환자들이 불안해할 거야!

테슬린: 이제 다 같이 먹을 식사를 준비해야겠다!

물론 당신 몫도 만들 테니까 같이 먹자!

테슬린: 부족하면 말해.

오늘은 조금 넉넉하게 만들었어.

알리제: 기분 탓인가, 평소보다 건더기가 많은 것 같은데?

테슬린: 정답이야. 크리스타리움에서 손님이 오는 게 흔한 일은 아니라서

신경 좀 썼어.

테슬린: 좋아!

한소끔 끓을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.

마음에 들었다니 기뻐.

테슬린: ……알잖아.

여긴 버려지거나 헤어지는 일만 있는 곳이니까.

테슬린: 원래는 나도

죄식자로 변해 가는 엄마를 따라 여기로 왔어.

테슬린: 구할 수 없다는 걸, 죽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

어쩔 도리가 없었어…….

다들 그래, 그래서 이런 땅끝의 황야를 찾아오는 거야.

테슬린: 여기에 있는 건 희망 따위가 아니야.

아주 잠깐의 유예기간과…… 기껏해야 고통 없는 죽음뿐이지.

테슬린: 그래도 엄마가 조용히 숨을 거뒀을 때,

이렇게 돌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했어.

테슬린: ……그래.

그것이 그들을 구원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지만,

간호해왔던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일은…….

테슬린: 이기적일지 모르지만 '어둠의 전사'가 와서

대신해줬으면 하고 매번 바라게 돼.

알리제: 어둠의 전사……?

테슬린: 어머, 몰라?

나도 유래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유명한 전설이야.

테슬린: "어둠의 전사는 죽음의 사자.

 목숨을 거두어 어두운 하늘 바다로 돌려보내니."

테슬린: "아무도 피할 수 없으리라.

 인간도, 한때는 인간이었던 죄식자조차도."

테슬린: ……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.

뭐, 실제로 그런 걸 본 적은 없으니까

옛날이야기 같은 거겠지만.

알리제: ……별 불길한 전설이 다 있네.

 

테슬린: 그래?

난 인간이든 죄식자든 목숨을 똑같이 돌려보내준다는 부분이

마음에 들던데…….

파우닐: 온다…….

당황한 간병인: 테슬린, 큰일이야……!

당황한 간병인: 할리크가…… 할리크가 없어졌어!

잠깐 안 본 사이에 사라졌어!

알리제: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……!?

당황한 간병인: 다른 환자들의 상태가 갑자기 이상해져서

그쪽에 신경을 쓰다가…….

정말 미안해……!

테슬린: , 알리제!

부탁이야, 함께 할리크를 찾아 줘……!

테슬린: 이유는 모르겠지만 밖으로 나갔다면

짐승이나 죄식자에게 공격당할 가능성도 있어…….

아무튼 빨리 찾아야 해!

알리제: 알아, 흩어져서 찾아보자.

어디로 갔을지 짐작 가는 곳은 없어?

테슬린: 아니, 이런 적은 처음이라…….

다만 다른 환자들도 왠지 모르게 술렁거리고 있어.

그들만 느낄 수 있는 어떤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지도…….

테슬린: 우선 사라진 지 얼마 안 됐으니까

여관 근처를 찾아보자!

난 동쪽부터 가 볼게……!

테슬린: 제발…… 무사해야 해, 할리크……!

알리제: 그럼 나는 북서쪽으로 가 볼게.

당신은 남쪽을…… 맡아 줘!

알리제: 어때? 뭔가 발견했어!?

알리제: 그쪽에도 단서가 없었구나…….

그렇게 멀리 가지는 못했을 텐데…….

알리제: 죄식자가 소란스러운 것도 느낌이 좋지 않아.

이번에는 다른 곳을 다시…….

알리제: 저것도 죄식자야……!

아마…… 굉장히 강할 거야!

알리제: 인간을 습격하러 온 걸지도 몰라!

뒤쫓아 가자!

알리제: 저기다!

 

 

 

알리제: 저건…… 말도 안 돼……!

알리제: 할리크!

테슬린: 도망치자……!

알리제: 테슬린!

 

테슬린: 이 세상에 있는 것 중에……

필요 없는 건 없어…….

테슬린: 너도…… 마지막 순간까지 소중한……

고통 속에…… 죽어서는…… 안 돼………….

테슬린: 그렇지……? 엄마………………

알리제: 안 돼…… 싫어……

테슬린……!

 

테슬린: 미아……해…… 알리제………….

할리크: ………….

알리제: ……………….

알리제: 미안해, …….

간병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는 했어…….

알리제: 조금만…… 조금만 더 이들 곁에 있어 줘………….

알리제: ………….

카사나: ……믿을 수가 없어.

카사나: 테슬린은 늘 환자들에게 밝게 말을 걸어 줬어.

무서운 일도 고통스러운 일도 없을 거라는 듯이 말이야.

카사나: 그 착했던 아이가…… 왜……

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거야……!

윌포트: ……너희도 충격을 받았을 텐데.

이렇게 마음을 써 줘서 고맙다.

윌포트: 솔직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허무해…….

죄식자로 변해버리면 무덤을 만들어 추모할 수도 없다고,

그걸 가장 안타까워한 사람이 바로…… 테슬린이었는데.

알리제: ………….

할리크: ………….

 

 

 

알리제: …………응.

고마워…… 여러모로…….

윌포트: 미안해, 테슬린의 일로 놀라서

할리크를 다시 데려와 준 너희에게

고맙다는 말도 못 했구나…….

윌포트: 다친 곳은 없어……?

알리제: 다쳤을 리 없지…… 싸워보지도 못했으니까.

경호원 자격이 없어, 난.

카사나: 분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란 것도 있어.

할리크가 무사한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고마운 일이야.

알리제: 미안해, 역시 난 경호원 일을 계속 못하겠어.

알리제: ……이런 처지에 부탁할 일이 아닐지도 모르지만

할리크에게 독을 주는 건 되도록 기다려 줬으면 해.

알리제: 물론 한계라고 생각되면 망설이지 마.

가능한 범위에서…… 부탁할게.

윌포트: 물론 그거야 우리도 그럴 생각이지만…….

알리제: 고마워.

그것만으로도 지금은 충분해.

알리제: 알겠지, 할리크?

테슬린이 한 말을 절대로 잊지 마.

……잘 있어.

카사나: 지금 바로 떠나려는 거야……?

괴로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…….

목적지는 정했어?

알리제: 그래. 목적지랄까, 해야 할 일은 정해졌어.

알리제: 죄식자로 변해가는 사람을 결코 구할 수 없는 이유는

이 환경 때문에 끊임없이 빛이 축적되기 때문이야…….

알리제: 그럼 환경을 정상으로 돌려놓으면 어떻게 될까?

당장은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

조금이라도 병이 나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?

윌포트: 자, 잠깐만. 진정해.

이론상으로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다지 현실적인 얘기는……!

알리제: 난 처음부터……

싸워서 세계를 바꿀 생각이었어.

알리제: 크리스타리움으로 돌아가자.

수련이 끝났으니 지금부터는 갈고닦은 검을 사용할 차례야.

 

카사드: 오, 다시 만났군.

……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데 볼일이 끝났으면

크리스타움까지 바래다줄게.

알리제: ……미안해.

도망치듯이 빠져나오고 말았네.

알리제: 하지만 내가 한 말은 전부 진심이야.

그들에게는 살기 위한 그들만의 싸움이 있듯이

나는 나의 길에서 싸울 뿐이야…….

카사드: 이, 이봐. 아가씨, 괜찮아……!?

아니, 울고 있잖아…………?

알리제: ……별일 아니니까 크리스타리움으로 돌아가자!

전속력으로, 바람보다 빠르게 날아가 줘……!

카사드: 그, 그래……!

 

알리제: 아, 정말…….

아므 아랭 상공을 날다 보면

눈에 자꾸 모래가 들어간다니까…….

알리제: ……그래도 왠지 머리가 좀 맑아졌어.

나, 이제 다시 힘낼 수 있을 것 같아.

알리제: 자, 수정공에게 가자!

죄식자를 닥치는 대로 쓰러뜨릴

작전을 짜야지!

위병단 경비: 수정공에게 볼일이 있으십니까?

제가 '성견의 방'까지 안내해드리겠습니다.

알리제: 일단 아므 아랭을 여행하느라 고생 많았어.

곧바로 다음 계획을…… 짤 생각으로 뛰어 들어왔는데

넌 콜루시아 섬에 있는 알피노도 만나러 가야 하는구나.

알리제: 뭐, 알피노만 파악할 수 있는 정보도 있을 테니까

조금은 기다려도 상관없어.

……그쪽 일도 잘 부탁해.

 


 

 

 

수정공: 알피노를 만나러 가겠다고?

알았다. 그럼 설명해 주마.

수정공: 현재, 이곳 크리스타리움에서 그가 있는 '콜루시아 섬'까지

편하게 갈 수 있을 만한 상황은 아니야.

타고 갈 날짐승을 특별히 마련해야 하지.

수정공: 그래서 소개장을 준비했다.

도시 입구 부근에 있는 '성스러운 군생지 목장'으로 가서

조련사장인 '젬 졘마이'에게 주도록 해.

수정공: 그럼 그 사람이 알아서 처리해 줄 거다.

무사히 알피노를 만나기를 기원하마.

젬 졘마이: 응? 처음 보는 얼굴이네.

이 목장에는 무슨 일인가, 친구?

젬 졘마이: ……흐음, 수정공이 보냈군.

동료를 찾으러 '콜루시아 섬'에 가고 싶다고…….

젬 졘마이: 그런 일이라면 당연히 '아마로'를 내어 줘야지.

너와 어울리는 아이로 골라 주마.

젬 졘마이: 그래. 여기 있는 날개 달린 회색 '아마로'가

여기서는 가장 일반적인 이동 수단이지.

젬 졘마이: 아마로가 낯설다니 희한하네.

극히 일부 지역에서는 초코보가 중심이라던데……

너도 그런 데서 왔나 보군.

젬 졘마이: ……아무튼 아마로가 낯설다면

내가 같이 가서 도와줄게.

젬 졘마이: 나 말고도 즌족은 모두

뛰어난 아마로 사육사이자 기수지만……

수정공의 손님을 그 땅에 데려가는 건 책임이 막중한 일이니까.

젬 졘마이: 그럼 준비를 해둘 테니까

너도 출발 준비를 마치고 '아마로 승강장'으로 와라.

거기서 '신입 아마로 조련사'에게 말을 걸어 봐.

 

 

노련한 아마로 조련사: 어서 오십시오.

이곳에서는 '아마로 수송'에 대해 안내해드리고 있습니다.

노련한 아마로 조련사: 이곳 아마로 정류장에는 처음 방문하셨죠?

그럼 이곳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이용하실 수 있게

조치해 놓겠습니다.

신입 아마로 조련사: ……아마로를 타고 콜루시아 섬에 가신다고요?

흐음, 젬 졘마이 님이 같이 가시니까 괜찮으려나…….

신입 아마로 조련사: 알겠습니다, 승강장을 이용하셔도 좋습니다.

여기서 잠시 기다리시다가

졘마이 님과 아마로가 오면 출발하세요!

젬 졘마이: 수고했어.

여긴 콜루시아 섬 동쪽에 있는 '깨진 조개 해안'이야.

일단 무사히 상륙했단 얘기지.

젬 졘마이: ……아, 아니. 딱히 여기가 위험한 섬이란 뜻은 아니야.

노르브란트 전체로 따져 보면

죄식자의 습격도 비교적 적은 편일걸.

젬 졘마이: 다만…….

젬 졘마이: 저 멀리 도시가 보이지?

저기가 이 섬을 다스리는 '율모어'야.

젬 졘마이: 크리스타리움과 어깨를 견줄 만한 대도시인데,

옛날에는 죄식자를 상대로 함께 싸우기도 했다더라고.

젬 졘마이: 저들은 계속 자기들이 세계를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더니

결국에는 '세계 정부'를 자처하며……

다른 세력들에게 자기들 밑으로 들어오라고 제안을 했었어.

젬 졘마이: 하지만 여러모로 사상이 달라서 말이야…….

크리스타리움을 포함한 모든 조직이 그 제안을 거부했고

그 후로 적대시까진 아니지만 썩 사이가 좋지는 않아.

젬 졘마이: 그러니까 이 섬에서는 웬만하면

수정공의 관계자라는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아.

특히 도시와 가까운 곳에서는 말이지.

 


 

 

 

 

 

젬 졘마이: 좋아, 그럼…… 수정공의 허락도받았으니까

이 섬에서 '수색'을 하기 위한 비법을 가르쳐 주마!

젬 졘마이: 잘 들어…….

이 해안의 남쪽으로 가면 어부의 작은 오두막이 있어.

젬 졘마이: 거기에 있는 '에이보르'라는 남자는

크리스타리움의 조력자야.

젬 졘마이: 향초 레이크랜드 백리향을 건네면 바로 알아채고

이 섬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거다.

물론 네가 찾는 동료에 대해서도.

젬 졘마이: 자, 이게 레이크랜드 백리향이야.

네가 목적을 달성하고 올 때까지 난 여기서 아마로와 기다리마.

……행운을 빈다, 친구.

에이보르: ……넌 뭐야?

생선이라도 사러 왔냐?

에이보르: 호오, 그래…….

이건 일단 받아둘게.

오랜만에 생선 구이에 풍미를 더할 수 있겠군.

에이보르: ……그래서 궁금한 게 뭐야?

한동안 특별한 이변은 없었던 것 같은데.

에이보르: 아아, 알피노를 찾으러 왔구나.

물론 알고말고.

요새 '해결의 달인'으로 유명하거든.

에이보르: 율모어 시내는 모르겠지만 이 근방 마을은 많이 가난해서……

자기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녀석들이 많은데

자진해서 사람들을 돕고 다니는 별난 친구지.

에이보르: 지금 어디 있는지도 알 것 같으니 일단 연락은 해줄게.

……하지만 의심받지 않도록 다른 장소에서 만나도록 해.

에이보르: 여기서 북쪽으로 가면 '멈춘 물결'이라는 어촌이 있는데

'구멍난 조각배 주점'이라고, 낡아 빠진 주점이 있어.

거기로 오라고 알피노에게 전해 두지.

 

세바: ……이봐, 거기서 왜 그러고 서 있어?

여긴 주점이니까 오래 있을 거면 뭐라도 주문해줄래?

세바: 오케이.

근데 계산은 뭘로 할 거지?

세바: ……이게 뭐야? 처음 보는 동전인데.

어디서 가져 온 거야?

세바: 미안한데 우리 가게에는 가치를 측정하는 시금석이 없어서

이게 우리 돈으로 어느 정도 금액인지 알 수가 없어.

이를 어쩌나, 돈을 못 내는 손님의 주문을 받을 순 없는데…….

세바: 아, 그래…… 대신 일을 좀 해줘.

마을 북쪽에 '지사님의 밭'이란 공동 농원이 있어.

요새 해충이 심각하다니까 가서 좀 없애 줄래?

세바: 끝나면 밭 근처에 사는 관리인에게

벌레 좀 제때 잡으라고 한마디만 해 줘.

원래는 저장 창고였던 건물이라 보면 금방 알 거야.

세바: 그 일을 마치고 나면 얼마든지 여기에 있어도 좋아.

세바: 어서 와.

어떻게 됐어? 관리인이 반성하고 있어?

세바: ……그래, 떠났구나.

결국 그 사람도 율모어를 꿈꾸며 가 버렸나 보네.

세바: 어머,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구나?

난 너도 율모어로 이주하고 싶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…….

세바: 뭐, 아무려면 어때.

일은 충분히 해 줬으니까 아무 데나 마음대로 앉아.

딱 한 잔만 서비스로 줄게.

???: 이보게, 장사는 좀 어떤가?

세바: 어서 와.

놀라지 마, 외지에서 손님이 와 있어.

알피노: ……오랜만이군.

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.

알피노: 부탁했던 밀 씨앗일세.

지난번 씨앗보다 낱알이 많이 열릴 걸세.

세바: 어머, 용케 구해 왔네.

역시 알피노야…… 고마워.

세바: 그럼 난 늘어난 빈집이나 정리하고 올까?

여기는 마음대로 쓰도록 해.

알피노: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군.

도마에서 포로 교환이 있었던 이후로 처음인가…….

알피노: 나는 이쪽 세계에 온 후로 시간이 좀 지났다네.

정말……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야.

알피노: 하하하하…….

알리제도 여기서 다시 만났을 때 똑같은 말을 하더군.

오랜만에 호되게 혼났다네.

알피노: 일단은 우리 둘 다 무사하니 다행일세.

그래, 여기까지 어떻게 오게 되었나? 서로 이야기해 봄세.

 

 

알피노: 그렇군…….

수정공과 알리제한테서 사정을 듣긴 했지만

역시 제국과의 전쟁은…….

알피노: 게다가 타타루에게도 걱정을 끼치고 말았군.

어떻게든 다 같이 무사히 돌아가야 할 텐데…….

알피노: 사과의 뜻으로 좋은 소식을 잔뜩 갖고 말일세.

알피노: 그러기 위해서라도 원초세계와 제1세계의 통합……

제8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못 본 척할 수는 없네.

알피노: 위리앙제가 본 미래는

정말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네.

알피노: 위리앙제의 말에 따르면

원초세계에서 제8재해가 일어난 계기는

제국이 사용한 형체 없는 죽음의 병기였다더군…….

알피노: '검은 장미'라는 독가스 병기가 틀림없네.

난 가이우스와 함께 각 지역을 돌아다닐 때

그 병기가 재개발되고 있는 걸 직접 확인했다네.

알피노: 가이우스는 과거에 폐기된 연구라고 했지만

인간의 전쟁이 끊이지 않는 한

한 번 만들어진 병기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걸세…….

 

 

알피노: 원초세계에 현존하는 '검은 장미'만 폐기한다고

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네.

알피노: ……그런 의미에서

우리가 제1세계로 소환된 건 행운이라고 할 수 있지.

알피노: 우리는 수정공과 지식을 모은 결과

세계 통합이 일어나는 진정한 조건을 어느 정도 밝혀냈네.

알피노: 자세한 얘기는 언젠가 위리앙제가 하겠지만……

알피노: 세계 통합은 흡수하는 쪽과 흡수당하는 쪽

양쪽이 모두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되면 발생한다네.

알피노: 그리고 지금 이곳 제1세계의 위기는

바로 '죄식자' 문제.

알피노: 그래서 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네.

설사 그것이…….

알피노: 내가 태어난 세계의 일이 아니라고 해도 말일세.

눈앞에서 고통받는 사람을

못 본 척하고 싶지 않다네……!

알피노: 그래서 그 첫걸음으로

세계 정부를 자처하며 사실상 거대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도시,

'율모어'에 대해 알아볼 생각이었네.

알피노: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하기 위해……

괜찮다면 자네도 동행해 줬으면 하는데, 어떤가?

알피노: 기쁘군…… 오랜만에 자네와 여행을 할 수 있겠어.

여기서도 잘 부탁하네.

 


 

 

 

 

 

알피노: 그렇다면 당장 움직이세.

일단 자네를 율모어 앞까지 안내하겠네.

알피노: 시간만 잘 맞으면 거기서 알게 될걸세…….

그 도시를 조사하고 싶다면서 왜 내가 아직도 밖에 있는지.

그리고 이 세계 전체의 실정도 말일세.

알피노: ……자, 우선 이 마을의 서쪽으로 가도록 하지.

작은 다리가 있으니 그걸 건너세.

 

 

알피노: ……콜루시아 섬은 평화롭지 않은가?

크리스타리움도 그렇지만 어느 세계든

사람이 사는 곳은 비슷하다네…….

알피노: 원초세계에서 재해는 위협이기도 하지만, 그 이면에서

이런 거울 세계가 통합되고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……

여자의 비명: 아, 안 돼…… 누, 누가 좀 도와줘요!

알피노: 뭐지? 이 비명 소리는……!?

알피노: 그냥 지나칠 수는 없어!

흩어져서 찾아보세……!

 

 

겁먹은 노부인: 당신은……!?

조심해요. 죄식자예요……!

겁먹은 노부인: 아아……!

구해 줘서 고마워요.

알피노: 이쪽이었군……!

자네가 찾아서 다행이야……!

알피노: 부인,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?

겁먹은 노부인: 네, 넘어지기만 했어요.

이분이 죄식자를 처치해 주셔서 난 무사해요.

겁먹은 노부인: 하지만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.

난 이제 빨리 달릴 수도 없고……

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여기도 빈집이어서.

겁먹은 노부인: ……나도 이제 내 집을 지키는 건 포기하고

율모어에 신세를 져야 할지도 모르겠군요.

겁먹은 노부인: 아무래도 나 같은 늙은이를

쉽게 들여보내 주지는 않겠지만…….

그래도 율모어 근처에 있는 편이 안전하겠죠.

알피노: ……저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군요.

하지만 부디 본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십시오.

되도록 혼자 다니지 마시고요.

 

 

겁먹은 노부인: 날 구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.

당신은 아주 강해 보이지만

이 부근은 황폐한 곳이니 조심하도록 해요.

알피노: 저 부인 말대로

이 부근엔 이제 사람이 별로 없다네.

다들 율모어 쪽으로 이주해 버렸지.

알피노: 죄식자가 공격해와도 몰아낼 힘을 가진 자는

이제 거의 없네…….

알피노: ……그러고 보니 자네, 죄식자에 대해서는

이미 설명을 들었나?

알피노: 그래, 알리제에게 벌써 들었군.

알피노: 아므 아랭에 비하면 여긴 평화로운 편이지만……

그래도 죄식자의 습격이 아예 없지는 않다네.

……자네가 아니었다면 희생자가 더 늘었겠지.

알피노: ……아무튼 여기는 이제 걱정할 필요 없겠군.

다시 율모어로 출발하세.

알피노: 아까 그 갈림길로 돌아가서 이번에는 서쪽 길로 가세.

그대로 길을 따라서 가면 목적지에 도착할 걸세.

알피노: 자, 여기일세…….

알피노: 저 안쪽에 있는 것이 '환영의 문'……

그 너머로 보이는 도시가 목적지인 율모어라네.

알피노: 그리고 여기는 '문전촌'이네.

율모어에서 살고 싶어 하는 자들이

선택받기를 기다리며 사는 곳일세.

꾀죄죄한 남자: 오오……!

늘 오던 이상한 꼬마가 오늘은 신입을 데려왔네!

꾀죄죄한 남자: 헤헤헤……

특기가 있는 놈이라면 대환영이야.

그래, 넌 뭘 할 줄 알지?

알피노: 이 사람은 이주 희망자가 아니네.

자네들을 방해하지 않을 테니 내버려 두게나.

꾀죄죄한 남자: 뭐라고~?

기껏 좋은 뜻으로 물어봐 줬더니!

???: 자아~!

여러분, 모두 주목~!

붉은 광대: 전도유망한 시민 후보자 여러분!

잘들 있었어~?

붉은 광대: 오늘은 말이지, 어떤 귀부인께서

아주아주 맛있는 생선 요리를 드시고 싶으시다네~!

푸른 광대: 그래서 그걸 만들어 줄 사람을 찾으러 왔어!

부인을 만족시키면 물론 도시 안에서 살 수 있지.

생선을 먹지 않는 날에도 쭈욱~!

붉은 광대: 어때? 지원할 사람?

추천도 받을게~!

알피노: ……율모어는 세계 정부를 자처한다고 했지?

사실 저 도시에는 다른 이름도 있다네.

알피노: 마지막 환락 도시…….

'빛의 범람'에서 살아남은 귀족과 부호가

남은 시간 동안 즐겁게 놀고먹으며 지내는 곳…….

알피노: '가진 게 없는' 일반인이 그 낙원에서 살려면

특별한 재능이 있어서 저런 식으로 팔려 가는 수밖에 없다네.

붉은 광대: 응, 나쁘지 않네!

붉은 광대: 널 율모어로 데려가줄게!

행복의 도시에서 앞으로 쭈~욱 실력을 발휘해 봐!

푸른 광대: 자…… 다들 기대에 찬 얼굴이네!

뭘 기대하고 있는지 말 안해도 다 알지~!

푸른 광대: 자, 오래 기다렸지?

그녀의 멋진 새 출발을 축복하며 '메올'을 임시 배급할게~!

알피노: 저 '메올'이란 건, 문전촌 주민에게

율모어에서 무상으로 나눠 주는 식량일세.

도시 안에서도 주식으로 먹는다더군.

알피노: 먹고살기 힘든 시대다 보니

메올 배급에 생계를 의존하는 주민도 적지 않다네.

알피노: 하지만…… 나는 도무지…….

알피노: ……마치 인신매매 같은 입국 심사 같지 않았나?

이것이 내가 좀처럼 율모어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라네.

알피노: 약 20년 전에 지금의 통치자가 취임한 후로

계속 이런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더군.

알피노: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죄식자와 싸우기는커녕,

자립해서 생활하는 것조차 점점 더 어려워질 걸세.

나는 이곳 사람들에게 몇 번이나 개선안을 제시했지만…….

알피노: …………아니, 자네도 직접 보는 편이 좋겠지.

나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

문전촌을 한 바퀴 돌고 오게.

알피노: 문전촌의 상황을 둘러보고 오게.

나는 여기서 기다리겠네.

꾀죄죄한 남자: 뭐야, 아까 그놈이네.

봤지? 율모어가 얼마나 관대한지.

너도 그런 꼬마와 어울리지 말고 여기서 살아!

꾀죄죄한 남자: 여기가 얼마나 좋은데…….

겉보기에는 좀 허름해도 다른 곳보다 안전하고

무엇보다 배급받는 메올이 아주 맛있어!

먼 곳을 바라보는 여자: 저기 봐…… 오늘도 율모어는 아름다워…….

나도 빨리 시민으로 선택받고 싶어…….

먼 곳을 바라보는 여자: 저 안에서는 분명 꿈 같은 생활이 기다릴 거야.

이 황폐한 세계에 남은 마지막 낙원인걸…….

알피노: 문전촌의 상황을 보고 왔나?

 


 

 

 

 

 

알피노: 그들의 식생활은 메올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 데다가

율모어를 강하게 동경하는 사람도 많다네.

알피노: 여러 번 얘기해 봤지만

지금보다 나은 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네…….

알피노: 글쎄…….

아직 내부에 들어가지도 못했고, 잘 모르겠네.

모르기 때문에 더욱 불길한 느낌이 드는 건 확실하지만.

알피노: 어떤 방식이든

이 땅에 사는 주민들이 행복하기만 하다면

나도 납득할 수 있을 테지.

알피노: 하지만 아까 자네가 구한 부인처럼……

율모어에 의존하지 않는 주민은 방치당하는 거나 마찬가지일세.

알피노: 그 상태로는 살 수 없으니 사람들은 결국 도시로 몰려든다네.

콜루시아 섬 곳곳에 버려진 마을과 밭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.

이 땅은 점점 더 황폐해지고 있는 거지…….

알피노: ……율모어가 제시하는 길이

과연 진정한 주민의 행복으로 이어질런지.

알피노: 모든 걸 원만하게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건 알고 있어도

도저히 고민을 멈출 수가 없다네.

가난한 마을들, 그리고 여기서 기꺼이 팔려 가는 사람을 보면서.

알피노: 이 의문의 답을 찾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려면

역시 율모어에 들어가야 할 것 같네.

알피노: 자네가 온 시기가 마침 지금이라 다행일세.

저 도시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일이

이제 마무리만 남았으니 말이네.

알피노: 이 섬의 인근 해역에는

'온도족'이라는 종족이 살고 있다네.

원초세계에서 말하는 사하긴족이지.

알피노: 그들은 평소 해저에서 조용히 숨어 살기 때문에

인간과 교류가 많지 않다네.

알피노: ……하지만 그런 곳일수록 거래의 기회가 있는 법이라고

위대하신 타타루 스승께서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셨거든.

난 온도족과 접촉을 시도해봤네.

알피노: 그리고 사실은 그들이 지상에서 나는 농작물……

특히 과일을 기호품으로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.

그걸 제공해줄 수 있으면 진주를 주겠다고도 하더군.

알피노: 그래서 그들과 거래를 통해 진주를 얻고

그 실적을 보여주면서 나를 고용하라고 하면……

율모어가 관심을 갖지 않을까 생각했다네.

알피노: 후후…… 나도 이제는 부르는 대로 값을 쳐주고

칼을 사던 그 알피노가 아니라고!

알피노: 곧 온도족과 거래를 하러 갈 걸세.

농작물을 마련한 후에 해안에서 그들과 만나기로 했지.

알피노: 그래서 준비에 착수해야 하네만……

자네도 함께 가 주겠나?

 

 

알피노: 고맙네. 든든하군.

알피노: 농작물은 여기서 북서쪽에 있는 '직공 마을'의

모샤 모아' 씨가 제공해 주기로 했다네.

바로 가 보세.

알피노: 이쪽이 모샤 모아 씨라네.

모샤 모아: 응? 처음 보는 사람이네?

나한테 무슨 볼일 있어?

알피노: 모샤 모아 씨, 이쪽은 제 동료입니다.

요전에 값을 치른 농작물을 받으러 왔습니다.

모샤 모아: 이상하네……?

방금 어떤 남자아이가 당신 심부름꾼이라며 찾아와서

약속한 분량을 받아 갔는데…….

알피노: 심부름꾼……!?

이 일은 아무한테도 부탁한 적이 없는데……!

모샤 모아: 흐음, 짙은 파란머리를 짧게 깎은 미스텔족 소년이었어.

알피노의 인상착의를 정확하게 말하길래

나는 의심을 못 했지.

알피노: 짙은 파란머리…… 도통 모르겠군.

아까 우리가 하던 얘기를 몰래 들었나…….

알피노: 찾아보세. 방금 왔다 갔다면 멀리 가지는 못했을 걸세.

자네는 우선 마을 남쪽을 부탁하네.

주위를 잘 둘러볼 수 있는 곳부터 살펴보게!

알피노: !

이쪽은 어땠나!?

알피노: ……알겠네, 붙잡도록 하세!

 

알피노: 찾았다!

알피노: 내 심부름꾼이라고 속이고 농작물을 받아간 사람이 자네지?

그건 중요한 거래에 쓸 물건이네…… 돌려주지 않겠나?

파란머리 미스텔족: 아…… 으…………

파란머리 미스텔족: 용서해주세요!

어떻게든 율모어에 들어가고 싶어서 그만……!

파란머리 미스텔족: 전 가족도 없고 여기서 생긴 친구들은

모두 진작에 뽑혀서 율모어로 가버렸어요…….

파란머리 미스텔족: 그 뒤로는 주변 사람들과 친해지지도 못하고……

배급받는 메올조차 저한테는 남은 찌꺼기만 돌아온다구요.

파란머리 미스텔족: 뭘 하든 저를 추천해 주는 사람도 없고

배도 고프고…… 너무 비참해서…….

파란머리 미스텔족: 그래서 이렇게 죽을 바엔

남의 기회라도 빼앗아서 율모어에 들어가려고…….

알피노: ……자네, 이름이 뭔가?

카이 시르: 카이 시르입니다…….

알피노: 그래, 카이 시르.

율모어에 들어가는 것 말고 다른 길은 없겠나……?

알피노: 예를 들어 크리스타리움에 가 보는 건 어떤가.

그곳에 가면 공짜로 음식을 주지는 않지만

일한 만큼 확실한 보상은 받을 수 있을 걸세.

카이 시르: 안 돼요…… 율모어가 아니면…….

카이 시르: 제 친구들이 저 도시에 있는걸요…….

언젠가 저 호화로운 도시에서 다 함께 살자고

약속했단 말이에요…….

알피노: ……온도족과 거래하기로 한 곳은 빗장 등대일세.

지금부터 내가 하려고 했던 거래와 율모어에 뭘 팔아서

들어가려 했는지 설명해줄 테니 잘 듣게나.

카이 시르: 야, 양보해 주시려고요……!?

알피노: 어디까지나 기회를 빌려주는 것뿐일세.

그 다음부터는 자네가 스스로 노력해야 이룰 수 있어.

카이 시르: 네, 네……!

감사합니다!

알피노: 우리에겐 단순한 조사고…… 다시 기회를 만들 수도 있네.

하지만 저 아이에게는 인생이 걸린 중대사 아니겠나.

알피노: 양보한 걸 후회하지는 않네.

저 아이의 성공도 바라고 있어.

하지만…… 어쩌면 좋은 판단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군.

알피노: 한시라도 빨리 이 세계를 구하려면……

그래야 많은 사람들과 자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거라면

저 아이를 제치고 내가 갔어야 했을지도 몰라.

알피노: 그런가…….

에스티니앙 공이 있었다면 여전히 철부지 도련님이라고

나무랐겠지.

알피노: 그래도 고맙네.

결과적으로는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다시 노력해야지.

알피노: 그럼 일단 직공 마을로 돌아가세.

 

 

알피노: 저게 뭐지……?

알피노: 멀어서 잘 안 보이는데…… 누가 쓰러져 있는 건가……!?알피노: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르겠군.

어서 구하러 가세!

알피노: 좋아, 일단 응급 처치는 끝냈지만…….

쇠약해진 조난자: 으, 으윽…….

제발…… 제발 용서를………….

알피노: 진정하고 천천히 숨을 쉬십시오.

괜찮습니다…… 해치지 않아요.

알피노: 환자의 몸이 아주 차갑네.

내가 불을 피울 테니

자네는 여기서 계속 이 자를 보고 있어 주겠나?

쇠약해진 조난자: 살아 있다는 게 정말 기적 같아요…….

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…….

알피노: 당신은 누구죠……?

왜 이런 곳에 쓰러져 있던 겁니까?

트리스톨: ……저는 트리스톨이라고 합니다.

율모어에 화가로 고용됐었어요.

트리스톨: 어느 부부의 집으로 팔려 갔는데

제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해고하더군요.

트리스톨: 그 뒤로 절 거둬주는 곳도 없고…….

제 운명은 율모어의 원수 손에 맡겨졌어요.

트리스톨: 그분이 저에게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물어보는데……

완전히 자신감을 잃은 저는 도시를 떠나고 싶다고 했어요…….

트리스톨: 그랬더니…… 으아아……!

저를 율모어에서 바다로 던져 버리지 뭡니까……!

알피노: 그, 그 높은 곳에서……!?

그러다 죽을 수도 있을 텐데……!

트리스톨: 네…… 저는 그나마 운이 좋았나 봅니다…….

그래도 여러분이 저를 발견해 주시지 않았더라면

그게 끝이었을지도 몰라요.

알피노: 말도 안 돼…….

그 도시에서는 그런 횡포가 가능하단 말입니까……!?

트리스톨: ……하지만 그걸 횡포로 여기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.

원수가 그걸 처벌이라고 부르면 그냥 받아들여야 하죠.

트리스톨: 율모어에서는 원수……

'돈 바우스리'가 곧 법이자 도덕인걸요.

알피노: …….

난 역시 율모어에 대해서 더 알고 싶네…….

아니, 알아야만 하네.

알피노: 어서 도시에 들어가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야 해.

분명 방법이 있을 걸세…….

알피노: 일단 트리스톨 씨를 직공 마을까지 데려다주세.

계속 여기에 있다가는 다시 체온이 내려갈 테니까.

트리스톨: 그랬군요…… 여러분은 그런 생각을…….

알피노: 트리스톨 씨는 앞으로 어쩔 생각일까…….

트리스톨: 두 분 다, 정말 감사합니다.

목숨도 구해 주셨는데 여기까지 데려다 주시고…….

트리스톨: 그래서 말인데 저기…… 아까 말씀을 들으니

두 분은 율모어에 가시려는 것 같던데, 맞나요?

트리스톨: 솔직히 제 은인을 그런 곳에 보내고 싶지는 않습니다…….

하지만 무슨 사정이 있으신 것 같으니

이걸 가져가 보세요.

트리스톨: 제가 사용하던 붓입니다.

트리스톨: 제가 추방되었으니 곧 새로운 화가를 찾겠지요.

그때 이 낡은 붓을 보여 주면

숙련된 화가라고 믿어 줄지도 모릅니다.

알피노: 괜찮겠습니까……?

이건 당신에게 중요한 장사 도구일 텐데…….

트리스톨: 두 분께는 뭘 드려도 아깝지 않습니다.

게다가…… 아마 전 앞으로 두려워서 붓을 잡지 못할 겁니다.

트리스톨: 아무튼 율모어의 눈 밖에 난 이상, 이 땅에는 머물 수 없습니다.

다른 곳에서 새로운 일을 찾아야겠어요.

……두 분이 무사하시기를 빌면서요.

트리스톨: 부디 조심하세요…….

이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.

 

 

 

 

알피노: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더니

이런 기회를 얻게 될 줄이야…….

알피노: 당장 트리스톨 씨의 제안대로 해 보세.

다행히 나도 그림에는 일가견이 있다네…….

물론 전문 화가만큼은 아니지만 흉내는 낼 수 있을 걸세.

알피노: 자네는…… 흐음…… 조수라고 해도 되겠지?

썩 내키지는 않지만 그게 가장 자연스럽겠군.

알피노: ……좋아!

그럼 어서 문전촌으로 돌아가서

그 광대들이 다시 오기를 기다리세!

알피노: 이 부근에서 그 광대들을 기다리세.

알피노: 왔군……!

인신매매를 하는 광대들일세……!

붉은 광대: 어머, 여러분, 안녕?

당신들은 운이 좋은가 봐, 오늘은 우리가 아주 바쁘거든!

푸른 광대: 아까는 스스로 지원한 젊은 상인을 맞이했는데……

이번에는 화가가 필요해졌어!

붉은 광대: 자, 내가 딱이다 싶은 사람 있으면 어서 나서 봐!

알피노: 그림을 그리는 일, 특히 초상화라면

제가 도움이 될 겁니다.

붉은 광대: 호오…….

새로운 얼굴들이 보인다 싶더니

그래, 화가였구나.

푸른 광대: 실력은 어느 정도지?

지금까지 그린 작품은 있어?

알피노: 아뇨, 저희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신세입니다.

그림은 전부 돈으로 바꿨습니다.

알피노: 하지만 이 낡은 붓을 보시면

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아시겠죠.

푸른 광대: 호오, 흐음…….

많이 더러워져 있기도 하고 최근까지 쓴 게 맞는 것 같네.

붉은 광대: 좋아, 그럼 한 번 시험해보지, 뭐!

당장 율모어에 와서 일을 해줘!

푸른 광대: 근데 이쪽은 누구?

알피노: 이쪽은 제 조수입니다.

그림을 그리려면 이 친구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…….

꼭 같이 들어갈 수 있게 해 주십시오!

푸른 광대: 흐음……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.

네 고용주가 될 분들이 거부하지만 않는다면 상관없어.

붉은 광대: 그럼 사랑과 행복의 도시, 율모어로 초대할게!

문전촌의 주민들: ………….

푸른 광대: 아이쿠! 메올, 메올 말이지!?

물론 알고 있지!

붉은 광대: 얼른 나눠 주고 우린 레츠 고하자!

알피노: 드디어 율모어에…….

푸른 광대: 이렇게 바로 밑에서 보니까 어마어마하지?

붉은 광대: 우리 율모어에 온 것을 환영해!

어때? 감동했어? 울어도 돼!

뭐? 안 울 거라고? 알았어!

붉은 광대: ……아무튼 일단 이주 수속부터 해야 돼!

얘기는 미리 해 뒀으니까

너희는 이 길을 쭉 따라 기쁨의 회관으로 가도록 해.

붉은 광대: 통로 왼쪽에 있는 첫 번째 방이 '입국관리실'이야.

거기서 이름과 직업을 말하면 나머지는 가르쳐 줄 거야.

붉은 광대: 아, 그래그래. 이 길 양쪽에 있는 사람들은

문전촌 주민들과 마찬가지로……

아직 건물 안에 들어갈 권리가 없어.

붉은 광대: 괜한 시샘을 받기 싫으면

곧장 기쁨의 회관으로 가도록 해.

……그럼 빛나는 낙원 생활을 보내길 바랄게!

 

알피노: ……우선 정해진 절차를 따르는 게 좋겠네.

먼저 '입국관리실'이라고 했던가?

자오 모스크: 너, 정말로 초대받은 하층민 맞아?

영광의 문을 지나갈 생각이라면

반드시 입국관리실로 가서 확인을 받아야 해.

유리그: 이 앞은 노동시민 등록실이야.

하인에 적합한 자가 있으면 가로채는 것이

현명한 자유시민이지.

라라스무드: 아주 드물게……

율모어에 초대받았다는 거짓말을 하고 들어오는 자들이 있다.

이 도시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경비를 소홀히 할 수 없어.

입국관리실 직원: 행운아 여러분, 율모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.

성함이 어떻게 되시죠?

알피노: 화가인 알피노와

조수인 입니다.

입국관리실 직원: 알겠습니다.

이미 얘기는 되어 있으니 심사는 통과된 걸로 하겠습니다. 

이제 등록용 서류를 작성하셔야 합니다. 

입국관리실 직원: 이곳 율모어에는

원수가 허가한 '자유시민'과

그들을 위해 일하는 '노동시민'이 있습니다.

입국관리실 직원: 두 분은 노동시민으로 등록될 것이고

화가를 구하고 있는 자유시민분을

모시게 될 겁니다.

입국관리실 직원: 만약 해고당했을 경우에는 다른 분을 모시거나

도시 전체를 위해 일하게 되실 거고요.

알피노: ……알겠습니다.

그런데 화가를 구한다는 자유시민은

어떤 분이십니까?

입국관리실 직원: 미스텔족 명사이신 차이 누즈 님과

그 분의 부인, 둘리아 차이 님이십니다.

여기서는 '차이 부부'로 불리고 계시죠.

입국관리실 직원: 좋은 분들이지만 여러분의 미래를 위해서도

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.

입국관리실 직원: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.

입국관리실 직원: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.

여기, 두 분의 등록용 서류입니다.

입국관리실 직원: 그 서류를 옆에 있는 방……

'시민등록실' 접수처에 제출하세요.

도장을 받으면 등록이 끝납니다.

입국관리실 직원: 두 분 모두 빛나는 낙원 생활을 보내시길 바랄게요!

입국관리실 직원: 제가 드린 노동시민 등록 신청서를

옆에 있는 '시민등록실' 접수처에 제출하세요.

도다나: 돈 바우스리의 관대한 마음씨 덕분에

우리 노동시민은 이 도시의 운영이라는 중대한 임무의

일부분을 맡게 되었습니다.

시민등록실 직원: 그래, 그래! 여기가 '시민등록실'이야.

서류는 가져왔겠지?

 

시민등록실 직원: 화가 알피노와 조수 .

고용주는 차이 부부…….

시민등록실 직원: 좋아, 좋아!

특별히 문제는 없으니까 도장 찍을게.

시민등록실 직원: 그럼 곧바로 부부의 집으로…………

시민등록실 직원: 응……?

아이고 세상에…….

시민등록실 직원: 당신들 좀………… 이상한 냄새가 나!

시민등록실 직원: 으아아…… 대체 어디를 돌아다니다 온 거야?

익숙하지 않은 땅 냄새랑…… 정체 모를 짐승의 냄새……!

마치 역전의 현상금 사냥꾼 같잖아!

시민등록실 직원: 어휴, 옆에 '세민실'이라는 샤워실이 있으니까

구석구석 박박 씻고 와.

샤워기는 아무거나 써도 되니까.

시민등록실 직원: 그리고 이거 받아. 노동시민용 향수야.

다 씻고 나면 온몸에 촥촥 뿌리도록 해!

시민등록실 직원: 다 하고 나면 차이 부부를 찾아가도 돼.

자세한 위치는 계단 앞에 있는 '코르넨'이란 경비병에게 물어봐.

알피노: …………우리 냄새가 그렇게 지독한가?

츄 즘: 나도 드디어 율모어 시민이 될 수 있어……!

이런, 너무 좋아서 떨림이 멈추지 않아……!

 

알피노: 여, 여기서 샤워를……?

 
……샤워로 몸을 씻었다!
 

노동시민용 향수를 뿌렸다.

우아한 장미 향이 몸을 감싼다……!

 

알피노: 그, 그래…….

자네는 벌써 끝냈나…… 그렇군…….

알피노: 저, 그게…… 괜찮나……?

이런…… 개방적인 장소에서 샤워를…….

 

알피노: …………!

어, 얼른 다녀오겠네!

알피노: 휴우…….

내가 기다리게 했군. 나도 준비가 끝났네.

아주 개운한 기분이군그래.

알피노: 자, 차이 부부를 만나러 가세.

위치는 '코르넨'이라는 경비병에게 물어보라고 했지?

알피노: 차이 부부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세.

코르넨: 뭐? 차이 부부에게 고용됐다고?

흐음…… 일단 이 건물은 말이야,

3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어.

코르넨: 지금 있는 여기가 '나무뿌리층'.

이 위층이 군의 사령본부가 있는 '나무줄기층'.

그리고 제일 위층이 자유시민들이 지내시는 '나뭇가지층'이지.

코르넨: 차이 부부는 '나뭇가지층'에 있는

'귀부인의 거실'에 계실 거야.

일단 계단 맨 위까지 올라가면 돼!

 

차이 누즈: 음……?

뭐야, 넌…….

 

둘리아 차이: 어머, 넌 누구지……?

알피노: 처음 뵙겠습니다.

화가를 구하시는 차이 부부가 맞으신지요?

차이 누즈: 오오, 그럼 너희가 새로운……

둘리아 차이: 어머, 어머, 어머!

어쩜 이렇게 귀여운 소년이 있을까!

둘리아 차이: 부드러운 머리카락, 기품 있는 외모……

게다가 왠지 꽃향기도 나는 것 같아~!

둘리아 차이: 여보!

나 이 아이, 마음에 쏙 들어!

분명…… 아니, 반드시 멋진 그림을 그려줄 거야!

차이 누즈: 흐음…….

얼마 전에 해고한 그 실력 없고 음침한 화가보다는

나아야 할 텐데…….

둘리아 차이: 그럼 정식으로 잘 부탁할게.

이름이……

알피노: 알피노라고 합니다. 사모님, 그리고 주인님.

그리고 이쪽 제 조수도 함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.

차이 누즈: 흐음…….

간혹 고용되면서 가족을 데려오는 놈은 있지만

그 나이에 조수를 데려오다니 희한하군?

알피노: 사실상 가족이나 다름없습니다.

핏줄은 이어져 있지 않지만

제가 힘들 때마다 늘 곁에 있어준 자입니다.

알피노: 그리고 누구보다도 제 그림을 이해해 줍니다.

조수와 함께 완성해야만

두 분께 걸맞은 그림이 나올 겁니다.

알피노: ……하지만 그림을 처음 시작할 때만큼은

저 혼자 집중할 시간이 필요합니다.

알피노: 그래서 말입니다만…… 혹시 괜찮으시다면

제 조수가 잠시 도시를 견학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?

알피노: 지금까지 저를 도와준 답례로

그토록 꿈꾸던 율모어를 빨리 보여주고 싶습니다.

둘리아 차이: 어머, 어쩜 이렇게 착한 애들이 다 있지?

그런 거라면 마음껏 견학하고 와도 된단다~!

둘리아 차이: ……괜찮지, 여보?

차이 누즈: 그, 그래…… 뭐…… 당신 뜻이 그렇다면야…….

둘리아 차이: 그럼, 실컷 도시를 구경하고 와.

 

바깥쪽에 둘러진 '하늘관람석'은 조금 좁으니까

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.

차이 누즈: 아내가 괜찮다고 했으니 넌 마음껏 견학하고 와.

단, 너무 들떠서 소동을 일으키면 안 된다.

품위 없는 행동도 삼가도록!

 


 

 

 

알피노: ……그럼 자네는 이 도시의 내부를 살펴보고 오게.

있는 그대로…… 속속들이 말일세.

알피노: 우선 이 '나뭇가지층'부터……

특히 사람들이 모이는 상점 주변을 보는 게 어떻겠나.

적극적으로 말을 걸고 다니며 율모어에 대해 알아보게나.

알피노: 한차례 견학한 후에 여기로 돌아오게.

……부탁하네, .

 

우아한 자유시민: 반가워, 앞으로 잘 부탁해.

……그런데 혹시 내 하인 못 봤어?

머리를 묶은 건장한 남자인데.

우아한 자유시민: 함께 쇼핑하던 중이었는데

내 정신도 참, 도중에 손수건을 잃어버렸지 뭐야.

하인이 찾아오겠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인데…….

우아한 자유시민: 역시 혼자 기다리고 있으려니 불안해.

혹시 내 하인을 만나면

손수건은 됐으니까 그만 돌아오라고 전해 줄래?

 

건장한 노동시민: 사, 살았다……!

건장한 노동시민: 정말 감사합니다.

당신이 지나가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.

건장한 노동시민: 실은 소중한 마님의 손수건이

바람에 날렸는지 난간의 바깥쪽에 걸려 있어서……

간신히 그걸 잡기는 했는데 그 참에 발이 미끄러졌지 뭡니까.

건장한 노동시민: 무슨 그런 말씀을!

마님의…… 주인님의 물건은 전부 소중한 보물이죠.

건장한 노동시민: 이걸 잃어버려서 마님이 한순간이라도 슬퍼하신다면

저는 무슨 짓을 해서든 이 손수건을 찾아낼 겁니다.

건장한 노동시민: ……전 처음에 조금 편하게 살고 싶다는 얕은 생각으로

이 도시에 들어왔습니다.

건장한 노동시민: 하지만 율모어에는 부만 있는 게 아니었어요.

이곳에서는 아무도 싸우지 않고

주민들은 서로를 아끼고 있습니다…….

건장한 노동시민: 마님도 저한테 정말 잘해 주십니다.

요즘 같은 시대에 이렇게 행복한 곳은 없어요!

건장한 노동시민: ……앗, 저도 모르게 흥분했군요.

죄송합니다. 워낙 행복하다 보니…….

건장한 노동시민: 괜찮으시다면 저를 구출해 주신 당신을

마님께 소개시켜 드리고 싶습니다.

분명 너그럽게 사례해 주실 겁니다.

건장한 노동시민: 네……!?

마님이 외로우니까 저를 데려오라고 하셨다고요!?

건장한 노동시민: 아아, 이럴 수가……!

어서 저와 함께 마님께 가시죠!

건장한 노동시민: 다시는 마님 곁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!

우아한 자유시민: 얘기는 다 들었어.

내 하인을 구해 줘서 정말 고마워.

우아한 자유시민: 어머머, 내가 딱히 특별한 건 아니야.

노동시민들 덕분에 매일매일 생활할 수 있는걸.

우리 자유시민은 모두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대해.

우아한 자유시민: 밖에서는 신분이 다르면 편견이나 대립도 일어난다지만……

여기서는 그런 씁쓸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

훌륭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어.

우아한 자유시민: 그중 하나가 자유시민의 재산 포기야.

시민으로 등록할 때, 개인의 재산……

돈, 이권, 지식 등을 도시에 양도하지.

우아한 자유시민: 그 대신 아무 불편 없이 살 수 있을 만큼

금전과 물자를 도시에서 지급받고 있어.

우아한 자유시민: 그러면 돈을 운용해야 하는 불안에서도 벗어날 수 있고

남들과 우열을 가리지 않아도 되거든.

아무도 상처 입힐 필요가 없어.

우아한 자유시민: ……그럼 난 하인과 계속 쇼핑을 즐겨 볼까.

손수건을 찾아 줬으니 뭔가 선물을 해 줘야지.

내 하인을 찾아서 말을 전해준 당신에게도…… 자, 받아줘!

 


 

 

 

우아한 자유시민: 그러고 보니 당신, 하던 일이 있었던 건 아니야……?

우아한 자유시민: 어머나, 도시를 견학 중이었구나!

그렇다면 '벌집 주점'에 가 보면 어떨까?

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늘 북적북적하거든.

우아한 자유시민: 거기 가면 '티스타 바이'라는 여성이

입구 근처의 자리에 앉아 있을 텐데,

그 사람이라면 다양한 얘기를 해줄 거야…… 당신하기에 달렸지만!

미나드: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'꿀벌'이라 불리지.

경비 담당인 나도……

물론 꿀벌이다.

리스탄: 맛있는 술과 밥, 그리고 사랑스러운 꿀벌들…….

여기는 정말 끝내줘!

아, 신난다, 신나!

티스타 바이: 벌집 주점에 온 걸 환영해.

우아한 일상에 벌에 쏘인 듯한 자극 한 방, 어때?

티스타 바이: 너, 새로 왔구나?

이곳 분위기에서 겉도는 게 딱 봐도 알겠네.

……난 너 같은 애가 그렇게 관심이 가더라.

티스타 바이: 나랑 카드로 대결 한 판 어때?

누구의 카드 숫자가 더 큰지 맞히는

아주 간단한 '하이 앤 로우' 게임이야.

티스타 바이: 네가 이기면 뭐든 부탁을 하나 들어줄게.

생각이 있으면…… 말만 해.

티스타 바이: 나랑 '하이 앤 로우' 게임을 해 볼래?

티스타 바이: 좋아, 그럼 시작해 볼까…….

티스타 바이: 그럼 3장씩 카드를 나눠 줄게.

넌 그중 1장을 뒤집고, 난 2장을 뒤집을 거야.

 

티스타 바이: 축하해. 네 예상이 적중했어.

티스타 바이: 너의 승리! ……그런데 이렇게 끝내도 좋지만

이것도 인연인데 한 번 더 도전해 보는 건 어때?

생각이 있으면 내게 다시 말해.

티스타 바이: 나와 다시 '하이 앤 로우'를 해 보면 어때?

부탁할게, 귀여운 신입 씨.

티스타 바이: 고마워, 그럼 다시 해 보자…….

티스타 바이: 그럼 3장씩 카드를 나눠 줄게.

넌 그중 1장을 뒤집고, 난 2장을 뒤집을 거야.

 

티스타 바이: 오…… 네 예상대로야.

티스타 바이: 축하해. 이번에는 정말로 네가 이겼어.

약속대로 뭐든지 부탁을 하나 들어줄게.

티스타 바이: 그래, 부탁이 뭐야?

신분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말해 봐.

티스타 바이: ……새로 왔으니까 이 도시에 대해 알고 싶다고?

뭐, 그야 상관없지만…… 참 귀여운 부탁이네.

티스타 바이: 율모어의 가장 좋은 점은

뭐니 뭐니 해도 죄식자에게 습격당하지 않는다는 거야.

티스타 바이: 이곳의 원수, 돈 바우스리는 태어날 때부터

'죄식자를 다스릴 수 있는 능력'이 있었대.

그래서 이 도시는 싸울 필요가 없어진 거지.

티스타 바이: ……이 정도 정보면 되겠어?

궁금한 게 더 있으면 저기서 술에 취해 있는 '아산'이

신이 나서 얘기해 줄 거야.

 

 

아산: 응……?

이 도시에 대해 가르쳐 달라고?

아산: 아하하, 뭐 이렇게 성미 급한 청년이 다 있나!

가르쳐 주는 건 상관없는데 즐겁게 수다를 떨려면

여유가 좀 더 있어야지!

아산: 그래, 일단 무대 위에서 '춤'이라도 추고 오는 건 어떤가.

몸도 마음도 풀어져야 무슨 얘기를 하든 말든 하지!

 

아산: 우와!

제법인데!

아산: 캬아, 춤 실력이 제법이네? 아주 개성 있어!

이곳 무대는 언제든지 들어가서 춰도 되니까

마음이 내킬 때 또 춤을 춰 보라고!

아산: 아…… 그래, 이 도시에 대해 가르쳐 달랬지?

지금 이토록 평화로운 율모어도 선대 원수가 통치하던 시절에는

죄식자와 싸웠던 건 알고 있어?

아산: 율모어군은 최강을 뜻하는 대명사나 다름없는데

그런 율모어군조차 죄식자와 전투할 때는 피해가 막심했었어.

아산: 상황이 바뀐 건 20년 전……

선대의 아들인 바우스리 님이 원수로 취임하고 나서부터야!

아산: 그의 힘 덕분에 더 이상 죄식자는 적이 아니게 되었거든.

오히려 돈 바우스리의 비호 아래서 우리와 함께 지내는

동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.

아산: 다른 지역에서는 아직도 전투가 계속된다는데……

정말 어리석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.

돈 바우스리 만세!

 

다가오는 유혹'의 목표 '무대 위 표시에서 감정 표현 '/춤' 사용'을 달성했습니다!

일단 몇 가지 정보를 획득했다.

알피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보자.

 

 

차이 누즈: ……응? 돌아왔군.

둘리아 차이: 어머나, 어서 와.

그래, 견학은 잘 끝냈고?

둘리아 차이: 시간은 걱정하지 말고 더 천천히 구경하다 와도 돼.

알피노도 아직 작업을 시작하지 않았거든.

차이 누즈: 아, 걱정하지 마라.

너와 함께 온 그 화가라면 곧 돌아올 테니까.

차이 누즈: ……저길 봐.

알피노: 주신 옷으로 갈아입고 왔습니다.

마음에 드시는지요……?

둘리아 차이: 어머, 어머, 세상에!

아까 입어 본 옷도 근사했는데

이 옷도 늠름하고 좋네~!

둘리아 차이: 알피노는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!

뭘 입혀야 될지 고민되잖아~!

차이 누즈: 내 말이 그 말이야!

저 녀석은 화가지, 모델이 아니라고.

슬슬 그림을 그리게 해야 할 거 아냐!

둘리아 차이: 꼭 그래야 해……?

물론 그림을 그리라고 하는 것도 좋지만

지금도 이렇게 즐거운데…….

차이 누즈: 아니, 내 말은 안 된다는 게 아니라…………

차이 누즈: 그…… 그림 그릴 준비도 시켜줘야지…….

일을 못 하면 저 녀석도 초조할 텐데…….

둘리아 차이: 후훗, 알았어~!

이번에는 같이 보석을 골라 보자, 여보!

 


 

 

 

 

알피노: 둘리아 부인은 아주 미의식이 뛰어난 분이군.

화가의 복장까지 이렇게 까다롭게 고르다니…….

알피노: 덕분에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을 것 같네.

괜찮다면 이 틈에 다시 '견학'을 다녀오지 않겠나?

알피노: 이번에는 아까 지나왔던 한 층 아래……

군의 사령본부가 있다는 '나무줄기층'도 보고 오게.

……부탁하네.
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으윽…… 훌쩍…… 훌쩍…….
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다, 당신은……?

당신도 누군가를 모시는 노동시민이야……?
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그렇다면 부탁이야, 나 좀 도와줘……!

난…… 나는…… 가수인데 목이 상하는 바람에

노래를 잘 부를 수 없게 되었어…….
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그동안 요리조리 피해 왔지만 이제 한계야.

주인님이 이 일을 아시면…… 아니, 그 전에 나아야 해!
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있잖아, 당신이 나 대신

건물 밖 '폐선 거리'에 있는

'소어리치'라는 약사를 찾아가 줄래……?
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내 목의 증상을 적은 메모랑 약값으로 낼 메올을 줄게.

제발…… 제발 부탁이야……!

 

소어리치: ……이힛!

뭐야, 약이 필요해?

소어리치: 흐음, 이 메모에 적힌 증상을 고칠 약이 필요하단 말이지…….

소어리치: 미안한데 이건 약으로 고칠 수 있는 증상이 아니야.

아마 목에 좋지 않은 뭔가가 생겼겠지…….

그걸 제거해도 목소리가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을 거야.

소어리치: 이히힛, 가여워라…….

이 아이는 버려질까, 아니면 사라지게 될까…….

소어리치: 뭐야, 몰랐어?

율모어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오지만

나가는 녀석은 거의 없어…… 시체조차 말이야.

소어리치: 가끔 바다로 버려지는 바보는 있지만 나머지는……

어디론가 '사라져' 버리거든.

소어리치: 참 무서운 동네야.

나처럼 이렇게 건물밖에 떡하니 자리잡고 앉아서

찌꺼기나 받아먹고 사는 팔자가 딱 좋은데 말이지.

소어리치: ……자, 수다는 여기까지!

그래도 진단은 해 줬으니까 메올은 받아 둘게!
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어, 어떻게 됐어……? 약은 받았어……!?
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윽…… 으윽……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니…….

난 이제 어쩌면 좋지…….

신사적인 자유시민: 오오, 나의 카나리아가 여기 있었구나.

왜 이런 데서 울고 있지?

목소리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은 또 뭐고……?
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아아, 주인님……!

그게, 저기…… 사실은…… 제가…….

신사적인 자유시민: ……그랬구나, 네 목에 병이 생겼을 줄이야.

신사적인 자유시민: 미리 알아채지 못해서 미안하구나.

괜찮아. 지금까지 나를 위해 노래해 준 카나리아를

버릴 생각은 없단다.
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감사합니다…… 주인님…….
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하지만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면 전 쓸모가 없잖아요.

언젠가 정말로 필요 없어질까 봐…… 겁이 나요…….

신사적인 자유시민: 그렇다면 돈 바우스리께 부탁을 드려서

너를 하늘로 올라가게 해 달라고 하자꾸나.

신사적인 자유시민: 고통도, 병도 없는 그곳이라면

너도 목을 걱정하지 않고 또 노래할 수 있을 거야.

신사적인 자유시민: ……아니면 그곳에서는 날 위해 노래하는 게 싫은 게냐?
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저, 정말요……?

그래도 되나요……!?

신사적인 자유시민: 그럼, 물론이지.

너의 맑은 노랫소리가 기다린다고 생각하니

나도 하늘로 올라갈 날이 기다려지는구나.

신사적인 자유시민: 그래, 혹시 자네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나?

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기억해 두게.

신사적인 자유시민: 죄식자는 죄를 지은 사람은 잡아먹지만,

죄 없는 자의 혼은 멸망을 앞둔 이 땅에서 구원해

하늘에 있는 낙원으로 인도해 주지…….

신사적인 자유시민: 돈 바우스리가 분명 그렇게 말했어.

이 도시 주민들은 그의 백성이니 구원을 받을 거라고도 했지.

신사적인 자유시민: 그러니 우리는 이 도시에서 사랑하면서 즐겁게 살고

그것을 충분히 만끽한 후에는 하늘로 올라가는 거야.

노동시민도 주인이 허락하면 올라갈 수 있고.

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: 바우스리 님은 정말

희망의 빛 같은 분이시죠.

신사적인 자유시민: 그럼 우리는 이만 실례해야겠군.

내 카나리아를 도와준 자네도

영원한 구원을 받게 되길 기원하겠어…….

 

 

 

알피노: 아, 돌아와서 다행이군.

생각보다 시간이 걸려서 걱정하던 참일세.

알피노: 나는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네만…… 흐음……

지금은 이들 부부도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모양이네.

자네의 견학 성과를 들어 보세.

알피노: 돈 바우스리가 죄식자를 다스릴 수 있다고……?

그래서 시민들의 신망을 얻은 모양이군.

알피노: 하지만 죄식자가 시민의 혼을 하늘로 올려 보낸다는 건…….

'율모어에 들어오는 이는 많아도 나가는 이는 없다'는 말과

관련이 있을까……?

둘리아 차이: 저기, 여보.

역시 그 장갑도 살 걸 그랬나?

차이 누즈: 으, 으음…… 그러게…….

 


 

 

 

차이 누즈: ……응? 잠깐 안 보는 사이에 조수와 잡담 중이군.

밑그림은 잘 진행되고 있겠지?

차이 누즈: 아, 아니 이럴 수가……!?

차이 누즈: 이봐, 이게 뭐야!

이건 너무…… 있는 그대로 그렸잖아!

차이 누즈: 화가라면 좀 더 센스 있게 그려야 할 거 아냐!

호사스럽고 화려하면서도 기품이 넘치고

보는 사람을 모두 압도할 정도로 아름답게……!

 

알피노: 하지만 주인님…….

이건 결혼 기념일을 기념하는 부부의 초상화 아닙니까?

두 분은 있는 그대로가 가장 정답고……

차이 누즈: 있! 는! 그! 대! 로 라니!?

우리는 현실을 원하는 게 아니라고!

완성됐을 때 '정말 아름답다!'고 감탄만 할 수 있음 돼.

차이 누즈: 알아들었으면 당장 처음부터 다시……!

남자의 비명: 으윽, 으아아아아악……!

차이 누즈: 뭐지……?

위층에서 나는 소리인가……?

붉은 광대: 여러분~!

큰일이야, 큰일! 엄청난 사건이라고!

붉은 광대: 이 도시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파렴치한이 나타났어!

아아, 너무 무서워!

푸른 광대: 하지만 안심하시라!

그 파렴치한은 이미 잡았거든!

푸른 광대: 정의의 철퇴, 질서의 회복!

돈 바우스리의 심판을 보고 싶은 사람은

어서 '원수의 집무실'로 모여줘!

둘리아 차이: 어머나…… 파렴치한이라니 무서워라…….

알피노: 저기, 심판이라는 건……?

차이 누즈: 아, 궁금하면 다녀와도 좋다.

집무실은 여기보다 한 층 위……

원수를 위한 '나뭇잎층'에 있어.

차이 누즈: 평소에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지금은 괜찮을 거다.

남쪽의 '왕관 승강기' 앞에 있는 경비병에게 부탁하면

안내해 줄 거야.

알피노: ……가 보세.

 

차덴: 돈 바우스리 님의 뜻에 따라 지금은 집무실을 개방 중이다.

……너도 가겠나?

알피노: 저자가……

율모어의 원수, 바우스리로군!

알피노: 저 옆에 있는 건 죄식자……?

인간을 공격하지 않다니…… 저자의 힘인 건가…….

???: 윽…… 으윽………….

알피노: 아니, 이 아이는……!

알피노: 카이 시르 아닌가!

이게 무슨……!?

바우스리: 하아……? 너희는 뭐냐…….

멋대로 끼어들다니 무례한 놈들…….

알피노: 돈 바우스리!

이게 무슨!! 왜 이 아이가 피를 흘리고 있습니까?

바우스리: 왜냐니……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하지.

그놈은 거짓말을 했거든.

바우스리: 수완 좋은 상인이라길래 들어오게 했더니

털면 털수록 밑천이 드러나더라니까?

바우스리: 율모어는 서로 돕고 사는 사랑의 도시라 이 말이다!

줄 능력도 없는 주제에 받기만 하려 하다니

용서받을 수 없는 쓰레기 아닌가!

바우스리: 그~래~서~!

거짓말을 한 죗값으로 저기서 뛰어내리라고 명령했거든?

바우스리: 그랬는데 그것만은 제발 봐달라면서

빽빽 울어대지 뭔가…….

바우스리: 그렇다면 자비로운 지도자로서

다른 방법으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하지 않겠나?

안 그래……?

알피노: 무슨 짓을…… 시킨 거지……!

바우스리: 죄식자는 율모어의 동포다.

그리고 생명체를 구성하는 에테르는 그들의 먹이지…….

바우스리: 그래서 저 녀석더러 고기를 바치라고 명했다!

제 손으로 제 몸을 잘라 내서 말이야!

바우스리: 그~런~데~!

그것마저도 제대로 못 하다니!

바우스리: 내참,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어!!

알피노: ……물론 카이 시르가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.

하지만 그는 이 도시를 정말로 동경하고 있었어.

알피노: 그런 소년에게 이런 식의 폭력과 굴욕으로 대응하는 것이

율모어의 방식이란 말인가!

바우스리: 하아…… 멍청한 녀석…….

이 망가진 세상에 꿈이 넘치는 낙원을 만드는 게

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?

바우스리: 영원히 위협받지 않을 안전과

흔들림 없는 단 하나의 질서가 필요한 법이라고.

바우스리: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하는 건

죄식자를 복종시킬 수 있는 나밖에 없다 이거야…….

바우스리: 따라서 내가 절대 정의다!

내 말을 따르지 않는 자는 처벌받아 마땅한 악당이야!

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말이다!

알피노: 이런 곳이 낙원이라고……!?

바우스리: 그런데 너도 여기에 있는 걸 보면 무슨 재주가 있어서겠지?

무슨 일을 하기 위해 고용됐나?

알피노: ……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다.

바우스리: 오호, 화가라?

그렇다면 나를 위해 한 장 그려 보거라.

바우스리: 잘만 그리면 이 무례는 용서해주지.

계속 율모어에 살게 해 주겠다는 말이다.

바우스리: 어이, 멋대로 무슨 짓이냐?

그림 그리라고 한 소리 못 들었어?

알피노: 당신에게 필요한 건 그림이 아니라 거울이다.

추악한 혼이 썩어 문드러진 본인의 모습을

똑똑히 보길 바란다.

 

 

 

바우스리: 저것들이 나, 나를?

감히 나를? 모욕…….

바우스리: 저것들, 저것들, 용서하지 않겠다!!

바우스리: 인형으로 만들 가치도 없어!

치욕스럽게 고통스럽게 죽여버리고 말겠어!!

 

카이 시르: 저…… 감사합니다…….

 

알피노: ………….

알피노: ……홧김에 여기까지 나오게 해서 미안하네.

다시는 안에 돌아가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으니

이대로 콜루시아 섬을 떠나세.

알피노: 세계 정부를 자처하는 율모어의 실태는 충분히 알았네…….

우리가 죄식자 토벌을 목표로 삼는 이상,

쉽게 손을 잡을 수 없으리라는 것도.

알피노: 난 자네와 함께 크리스타리움으로 돌아가겠네.

새로운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.

알피노: 카이 시르…….

사과해서 끝날 일은 아니지만 자네에게는 진심으로 미안하네.

알피노: 자네가 순수했기 때문에 더욱……

나는 자네에게 거짓말을 시키면 안 되는 거였어.

카이 시르: 그러지 마세요…….

많은 걸 가르쳐 주셨는데 제가 제대로 못 한 거예요.

전부 자업자득이에요.

카이 시르: 그런데도 두 분은 저를 구해 주시고…….

정말 죄송합니다…… 그리고 감사합니다…….

알피노: 어떤가, 자네만 괜찮다면

함께 크리스타리움으로 가지 않겠나?

분명 일자리가 있을 걸세.

카이 시르: 아뇨…….

그럼 저는 또 남에게 의지하는 사람이 되어 버려요.

카이 시르: 당분간은 혼자서……착실하게 살아갈 방법을 찾아보려고요.

알피노: ……알겠네.

하지만 율모어에서 추격자가 따라붙을지도 몰라.

그것만은 조심하도록 하게.

카이 시르: 네, 두 분도 조심하세요.

이 은혜는 언젠가 반드시 갚겠습니다…….

그때까지 무사하셔야 합니다.

 

???: 허억, 허억…… 알피노!

알피노: 차이 부부…….

차이 누즈: 너희들,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!?

안에서는 지금 화가는 어디 갔냐고 난리가 났어!

둘리아 차이: ……알피노.

난 당신이 그린 밑그림을 봤어.

둘리아 차이: 지금까지 아름답고 호화로운 그림을 많이 받았지만

당신의 그림은 좀 달랐어…….

마치 우리 부부가 그대로 그림 속에 들어간 듯했지.

둘리아 차이: 정말 마음에 들었어.

그러니 제발 여기에 남아서 그림을 완성해 줘……!

돈 바우스리께는 잘 설명해 줄게. 걱정할 필요 없어!

알피노: ……아닙니다, 마님.

죄송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제가 해야 할 일이 없습니다.

둘리아 차이: 해야 할 일……?

매일매일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 말고

해야 할 일이 따로 있다는 말이야?

알피노: ……역시 저희는 가야겠습니다.

이 옷도 돌려 드리죠.

둘리아 차이: 안 돼……!

적어도 그 옷은 그냥 입고 가줘!

둘리아 차이: 그리고 내가 따로 부탁해서

도시의 문은 몰래 빠져나갈 수 있게 해 둘게.

그러니까…… 언젠가 꼭 다시 돌아와 줘.

알피노: ……알겠습니다.

그럼 이 옷을 제 분노의 기억, 맹세로 삼겠습니다.

알피노: 다음에 만날 때는 이 도시의 기만을 바로잡아야 한다는……

그 다짐을 늘 잊지 않기 위해서.

 

 

젬 졘마이: 어서 와, 친구.

언제든지 크리스타리움으로 돌아갈 수 있어.

알피노: …….

여기까지 함께해 줘서 고맙네.

알피노: 바라던 결과는 아니지만

율모어의 실태와 사상을 알게 된 건

제1세계를 구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데 있어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네.

알피노: 자, 수정공이 기다리는 크리스타리움으로 돌아가세.

그곳에서 다시 몇 번이 됐든…… 난 포기하지 않을 거라네.

 

위병단 경비: 수정공에게 볼일이 있으십니까?

제가 '성견의 방'까지 안내해드리겠습니다.

알리제: 알피노도 만난 모양이군.

그 이야기도 나중에 자세히 들려줘.

수정공: 알피노와 함께 율모어를 보고 왔군.

소감은……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겠지.

알피노: 콜루시아 섬까지 여행하느라 수고했네.

알리제를 만나는 건 오랜만이지만…….

그래, 알리제도 각오를 한 것 같군.

알피노: 자네도 두 지역을 여행하며 제1세계의 상황을 파악했겠지.

이곳과 원초세계, 양쪽을 위해 뭘 해야 할지……

지금이 바로 수정공과 얘기할 때가 아니겠나.

 
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알리제: 알피노도 만난 모양이군.

그 이야기도 나중에 자세히 들려줘.

수정공: 알피노와 함께 율모어를 보고 왔군.

소감은……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겠지.

알피노: 콜루시아 섬까지 여행하느라 수고했네.

알리제를 만나는 건 오랜만이지만…….

그래, 알리제도 각오를 한 것 같군.

알피노: 자네도 두 지역을 여행하며 제1세계의 상황을 파악했겠지.

이곳과 원초세계, 양쪽을 위해 뭘 해야 할지……

지금이 바로 수정공과 얘기할 때가 아니겠나.

위병단 경비: 수정공에게 볼일이 있으십니까?

제가 '성견의 방'까지 안내해드리겠습니다.

수정공: 셋 다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다.

수정공: 제1세계가 직면한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보고

이해했을 것이라 생각하네.

알리제: 그래,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왔어…….

알리제: '빛의 범람'을 피할 수 있었던 건 극히 일부 지역뿐이었고,

그나마도 그곳 사람들은 계속 죄식자의 위협을 받고 있어.

수정공: 그래…….

그들을 없앤다는 건 터무니없는 이야기처럼 들리겠지.

수정공: 하지만 인류는 수많은 희생을 치른 끝에

한 가지 가능성을 발견해냈다.

수정공: 바로 죄식자 집단을 통솔하는 상위 개체……

즉, '대죄식자'의 수는 한정돼 있다는 걸 알아낸 거다.

수정공: 개미가 여왕을 잃으면 집을 짓지 못하듯이

'대죄식자'만 쓰러뜨리면

하위 개체들은 이 일대에서 활동하는 것을 포기하겠지.

알피노: ……하지만 죄식자 토벌을 율모어가 묵인할까?

알피노: 돈 바우스리는

죄식자를 조종할 수 있다는 걸 최대의 무기로

현재의 통치 체제를 구축했다네.

알피노: 그런데 죄식자를 토벌하고 다니는 자가 나타나면……

최악의 경우, 적으로 여길 수도 있을 걸세.

수정공: 맞아.

그러니 경우에 따라서는 율모어를 견제하면서

대죄식자를 토벌해야 할 수도 있을 거다.

수정공: 이것이 나……

그리고 제8재해를 막고자 하는 그대들이

당면한 현재의 목표다.

 

수정공: 흠…….

잠깐 시간이 괜찮다면

세계의 통합과 재해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지.

수정공: 아득히 먼 옛날……

단 하나였던 세계가 14개의 세계로 갈라졌다.

수정공: 그대들이 있던 '원초세계'.

그리고 여기 제1세계를 포함한 13개의 '거울 세계'로.

수정공: 이 세계들은 각각 떨어져 있지만 서로를 간섭하고 있다.

특히 그 뿌리인 원초세계와 말이지.

수정공: ……그러다, 어떤 거울 세계에서 특정 속성의 힘이

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고 가정해보자.

수정공: 그럼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

높아진 속성의 힘이 원초세계로 흘러들기 시작할 거다.

수정공: 당연히 원초세계는 그 영향을 받게 되겠지.

수정공: 그 특정 속성이 불속성이라면 큰 화재나 가뭄,

얼음속성이라면 혹독한 한파…… 이런 식으로 말이다.

수정공: 이런 이상 현상이 점점 자주 일어나다가

어떤 계기로 인해 대규모 천재지변이 발생해서……

세계를 나누는 벽에 균열이 생긴다면?

수정공: 원초세계를 향해 힘의 격류가 일어날 것이고,

그 기세에 힘입어 세계는 통합될 거다.

수정공: 그와 동시에 거울 세계가 가진 편중된 속성이

모두 원초세계로 흘러들어가서

애초에 계기가 되었던 천재지변을 순식간에 더 키우게 될 거야.

수정공: 지진에 땅속성의 힘이 더해지면 지각까지 파괴되겠지.

해일에 물속성이 더해지면 대륙마저 집어삼킬 규모가 될 테고.

수정공: 이게 바로 '재해'라고 불리는 것의 정체다.

수정공: 지금까지 7번의 재해를 겪으면서

7개의 거울 세계가 통합되었다…….

수정공: 현재 빛에 편중되어 있는 제1세계 또한,

통합 조건을 충족시킬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볼 수 있지.

수정공: 그리고 이 세계를 빛에 편중되게 만든 원인 중 하나가

바로 죄식자다.

수정공: 앞서 말했던 '대죄식자'는 자신의 영역에 강력한 빛을 흩뿌린다.

수정공: '빛의 범람' 자체는 피했던 노르브란트가

밤을 잃을 만큼 빛으로 가득차 있는 것도 '대죄식자'가 원인이다.

수정공: 따라서 제1세계의 속성 균형을 정상으로 되돌리고

세계의 통합을 막기 위해서라도

반드시 '대죄식자'를 토벌해야 해.

알리제: 우리는 전에 이 이야기를 들었어.

그래서 각자의 방법으로 준비를 하고 있긴 했지만…….

알피노: 구체적인 성과는 아직일세.

알피노: '대죄식자'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탓도 있지만,

특히나 어떤 특성 때문에 자네가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네.

 

 

라이나: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!

수정공, 긴급 사태가 발생했습니다……!

라이나: 죄식자가 홀민스터를 습격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.

적의 숫자가 많아 마을이 전멸할 위험도 있다고 합니다……!

 

수정공: 홀민스터를 습격한 죄식자가

크리스타리움으로 올 가능성도 있겠군.

모든 문에 경계 태세를 갖추라고 명령하도록.

수정공: 자네는 현장 지시를 맡아주게.

단, 진입은 내가 도착한 후에 해야 한다고

알피노와 알리제에게도 전달하게.

라이나: 네!

수정공: 부디 자네도 힘을 빌려주지 않겠나?

뒷 이야기는 어쩌면 이 싸움에서 자연히 깨달을 수도 있을 테니.

수정공: 그럼 우리도 어서 전투 준비를 하고 출발하자.

습격당하고 있는 '홀민스터' 마을은

레이크랜드 북쪽에 있어.

수정공: 자세한 위치는 직접 안내하지.

크리스타리움을 나가면 일단 서쪽으로 직진하도록 해.

'추종자의 문'을 지나면 갈림길이 나올 테니 거기서 합류하지.

위병단 경비: 수정공에게 볼일이 있으십니까?

제가 '성견의 방'까지 안내해드리겠습니다.

수정공: 어서 와라.

이 길을 따라서 북쪽으로 올라가면

'북부 집결지'라는 위병단의 거점이 있다.

수정공: 목적지인 '홀민스터'는 거기서 멀지 않아.

자, 서두르자……!

알리제: 왔구나!

우리도 들어가자!

알피노: 일단 지시받은 대로 진입하지 않고 기다렸네만…….

라이나: 협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……!

수정공: 이 앞에 펼쳐진 숲을 통과하면 '홀민스터'다.

크리스타리움에서 거리는 약간 떨어져 있지만

같은 지역의 마을로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지.

수정공: 어떤 상황이지?

라이나: 최근에는 거의 드물었던 대규모 습격입니다.

위병단을 최대한 투입했지만

구출한 주민은 절반도 안 됩니다…….

라이나: 저 정도 수의 죄식자를 거느리고 있는 걸 보면

그 중심에 '대죄식자'가 하나 있다고 봐야 할 듯합니다.

알리제: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…….

토벌할 기회라는 뜻이기도 하지만.

라이나: 토벌이라뇨? 당치도 않습니다!

'대죄식자'를 쓰러뜨리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십니까?

라이나: 놈들은 다른 죄식자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

방대한 빛의 힘을 갖고 있습니다.

라이나: 쓰러뜨리면 그 힘이 한꺼번에 해방되어……

근처에 있는 다른 생물을 새로운 '대죄식자'로 만듭니다.

수정공: 그 점에 대해서는 생각이 있다.

'대죄식자'는 우리가 상대하도록 해다오.

수정공: 위병단은 계속해서 생존자를 구출하도록.

한 명이라도 더 많이 구해야 한다.

라이나: 하, 하지만……!

라이나: ……아닙니다, 알겠습니다.

하지만 저도 함께 가게 해 주세요.

위병단의 수장으로서 여러분만 보낼 수는 없습니다.

수정공: 알겠다.

그럼 대죄식자 쪽으로 갈 사람은

나와 알피노, 알리제, 라이나 그리고…….

수정공: 든든하군.

……그럼 '홀민스터'로 진입하자!

대죄식자를 발견하면 주저하지 말고 쓰러뜨려!

알리제: 대죄식자의 대규모 사냥이 시작된 것과

죄식자가 동료를 늘리기 위해 아므 아랭까지 왔던 것은……

어쩌면 관계가 있을지도 몰라.

알리제: 어쨌든 드디어 우두머리와 싸울 수 있다니

지금까지 갈고닦은 적마법을 발휘해주지!

 

알피노: 대죄식자를 쓰러뜨려도 새로운 대죄식자가 생겨난다네.

그게 아까 성견의 방에서 의논하려던 문제일세.

알피노: 수정공이 아무리 면밀하게 대책을 세웠다 해도

위험은 있을 걸세…… 그래도 나는 믿고 가 보려 하네.

치유나 보조라면 내게 맡기게!

수정공: 전투 중에는 그대가 지시를 내려주게.

나름대로 오랜 세월 살다 보니,

비록 잘하진 못해도 역할을 주면 어느 정도 해낼 순 있다.

수정공: 마법을 사용한 치유나 공격은 물론,

마력을 검과 방패로 바꾸어 수비에 중점을 둘 수도 있지.

라이나: 대죄식자를 상대할 대책이란 게 정말 있기는 할까요…….

수정공이 거짓말을 할 리는 없겠지만

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가차 없이 여러분을 대피시킬 겁니다.

라이나: 이래 봬도 위병단의 단장입니다.

이 무기도, 무예도 겉보기처럼 가볍지 않습니다.

 


 

 

 

라이나: 이런……! 대죄식자가 빛을 뿜기 시작했습니다……!

라이나: 저 빛에 닿아서는 안 됩니다.

수정공, 역시 후퇴해야……!

수정공: 아니, 그럴 필요는 없다.

수정공: 물론 대죄식자를 죽이면 방대한 빛이 방출되지.

그 빛은 새로운 대죄식자를 낳고……

인류는 지난 100년 동안 제대로 반격조차 하지 못했다.

수정공: 하지만……

유일하게 그것을 상쇄할 수 있는 힘이 있다.

수정공: 바로 '빛의 가호'라 불리는 힘.

그래서 나는 그를 이 땅에 소환한 것이다……!

 

 

 

수정공: 보라!

대죄식자가 내뿜던 빛,

그로 인해 변했던 세계가 지금, 돌아오고 있다……!

모렌: 어두운 하늘 바다…….

모렌: 어둠의 전사가 나타난 거야……!

라이나: 너무나 아름다워…… 이건 대체…….

알피노: 진정한 밤하늘이라네…….

원래 있어야 했던 어둠이 비로소 돌아온 거지.

라이나: 당신들은 정체가 뭐죠?

라이나: 대죄식자를 쓰러뜨리고, 그 빛을 받고도 괜찮다니……

게다가 이 하늘은…… 마치 전설 속의……!

라이나: 수정공…………?

수정공: 저 너머에서 온 영웅이여.

나는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기다려왔다.

수정공: 빛의 가호를 받아,

죄식자를 멸할 수 있는…… 그대를.

수정공: 레이크랜드의 대죄식자가 방금 그대 손에 쓰러졌고

본디 있어야 할 어둠이 돌아와 이 땅에 진정한 밤이 찾아왔다.

수정공: 힘을 잃은 죄식자는 더 이상

어둠이 돌아온 이 땅에 뿌리를 내릴 수 없을 테지.

수정공: 하지만……

밤을 되찾은 건 아마도 이 일대뿐.

수정공: 여전히 대죄식자는 각지에서 몸을 숨긴 채

빛으로 뒤덮인 하늘 아래서 생명을 먹어치우려 하고 있다.

수정공: 나는, 멸망하리라 정해진 이 운명을 거역하고 싶은 거다.

최대이자…… 최후의 저항을……!

수정공: 그렇게 해서 결국 그쪽 세계도 구할 수 있다 하더라도

강제로 그대들을 소환한 건 이런 내 이기심에서 비롯된 일.

수정공: 이 무례는 언젠가 반드시……

나의 힘과 목숨, 그 모든 것을 바쳐서 갚겠다.

그러니 지금은……!

수정공: 우리에게 힘을……!

죄식자를 쓰러뜨리고 이 세계에 어둠을 되찾아 다오……!

수정공: 아아……!

고맙다…………!

알리제: 그런데

당신은 왜 이렇게까지 싸우는 거야?

우리를 소환하는 것도 상당히 힘들었을 텐데.

수정공: 물론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……

크리스타리움의 주민이 평화로운 미래를 누렸으면 해서다.

알리제: 그건 부정하지 않지만……

당신이 크리스탈 타워를 소환했을 때는

아직 도시가 생기기 전이었잖아?

알리제: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첫 계기가 뭐였는지 궁금해서 그래.

수정공: ……구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.

수정공: 그 사람의 미래가 계속될 수 있다면……

세계 하나쯤이야 얼마든지 구해 낼 것이다.

수정공: 뜻밖인가?

미안하지만 더 이상은 묻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군.

수정공: 나는 이렇게 보여도 꽤 오래 살았어.

내 자신을 설명하는 단어 하나 하나의 무게가

이제는 너무나 커진 나머지 그저 가슴이 메여온다.

알리제: ……알았어.

꼬치꼬치 캐물어서 미안해.

알피노: 우리도 계속해서 함께 싸우겠네.

먼 곳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죄식자를 쓰러뜨리세!

수정공: 그럼 구조한 주민들을 데리고 돌아가도록 하지.

 

알피노: 레이크랜드도 이렇게 보니 느낌이 다르군.

알리제: 이제 일단락된 거지?

그럼…….

라이나: 마치 하늘이 더 높아진 것 같은 기분마저 듭니다.

계속 바라보고 싶지만 일단 저들부터 치료하고 이송하겠습니다.

 
수정공: 수고했다.
그리고 고맙다…… .
수정공: 그대 덕분에 사람들이 목숨을 구했고, 이렇게 하늘도 돌아왔다.
이제 겨우 한 걸음 뗀 것이지만 아주 큰 한 걸음이야.
……그래, 정말로!