칠흑 메인 퀘스트 (Lv.73 봉인의 열쇠~ Lv.75 수호자의 마을)
슬 윈: 말해 봐, 우리가 어떻게 보답하면 될까?
인간이니까 푀부트의 오래된 금화를 달라고 하려나?
위리앙제: 아니요, 저희의 목적은 대죄식자를 쓰러뜨리는 일입니다.
그러기 위해서 리예 기아 성의 봉인을 풀어 주셨으면 합니다.
슬 윈: 어머나!
그런 짓을 했다가는 너희들은 죽을 텐데?
소원이 죽는 거라니 특이한 인간들이네!
슬 윈: 하지만 그게 소원이라면……
동료들과 의논하고 올 테니까 잠깐 기다려.
알리제: 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가 너무 갑작스럽네?
우리한테도 요약 설명 좀 부탁해, 위리앙제.
알피노: 그렇군. 그래서 픽시족에게 선물을…….
알리제: 그 정도까지 조사가 진행되었다면
대죄식자가 어떤 놈인지도 정보가 더 있겠지?
위리앙제: 있기는 합니다.
이곳 일 메그의 대죄식자는……
슬 윈: 우리의 왕인 요정왕 '티타니아' 님이야.
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야.
우리의 왕은 일 메그를 습격하러 온 대죄식자와 싸우다가
그놈을 그만…… 쓰러뜨리고 말았어.
대죄식자에게서 방출된 빛이 티타니아 님을 잠식했고
새로운 대죄식자로 변해 버린 거야…….
슬 윈: 무지개 나라를 다스리던 현명한 초록빛 왕의 모습이 없어져서
우리 요정들은 달리 방법을 못 찾은 채, 왕을 성과 함께 봉인했어.
슬 윈: 그리고 봉인의 열쇠가 될 마법을 4개의 보물에 새겨서
각자 나눠 갖기로 했지…….
슬 윈: 그래, 그리고 이게 그중 하나……
픽시족이 갖고 있던 '순백 드레스'야.
모두 함께 상의해서 당신들에게 맡기기로 했어.
알피노: 고맙긴 하네만…… 괜찮겠나?
슬 윈: 응, 멋진 선물에는 보답을 하는 게 우리 관습이고
아주 잠깐이지만 당신들은 우리와 함께 놀아 줬잖아.
슬 윈: 당신들이 왕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
우리는 지금까지 손 놓고 기다리기만 했어.
그럴 바엔 기회를 주는 편이 '재미있겠다'고 생각했을 뿐이야.
슬 윈: 하지만 나머지 3개의 보물까지 다 있어야
꽃의 성의 문을 열 수 있어.
슬 윈: 물의 요정 푸아족이 가진 '조가비 왕관'.
대가를 중시하는 응 모우족이 가진 '돌지팡이'.
볼레크도르프의 총명한 아마로들이 가진 '수정 구두'…….
슬 윈: 열심히 모아 봐!
위리앙제: 제가 알고 있는 정보와도 일치합니다.
이 시련을 삼가 받아들이겠습니다.
위리앙제: 자, 여러분. 곧바로 호숫가로 가시죠.
다음 보물인 푸아족의 '조가비 왕관'을
받으러 가도록 하겠습니다.
위리앙제: 그들은 신출귀몰하지만
물가에 있는 '만질 수 없는 문'에서 부르면
응답해 줄 겁니다.
슬 윈: 어머, 당신, 여기 있어도 돼?
리예 기아 성의 봉인을 풀기 위해 보물을 모으고 있지 않았어?
위리앙제: 이것이 '만질 수 없는 문'입니다.
알피노: 여기는 유독 풀인간이 많군…….
알리제: 이번에는 대화가 통하는 녀석이면 좋겠는데…….
산크레드 쪽 반응을 보면 별로 기대가 안 되는걸.
민필리아: 괜찮을까요…….
예전에 푸아족과 얽히지 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…….
산크레드: 예전에 일 메그에서 지낼 때
호수 쪽은 최대한 접근을 피했어.
……그 정도면 알아들었을 거라 믿는다.
위리앙제: 들리시나요, 푸아족 여러분.
저희는 여러분께 부탁이 있어 왔습니다.
산크레드: ……대답이 없군.
알리제: 물의 요정이라는 이름이 있는 걸 보면
푸아족은 물과 관련된 요정이겠지?
알리제: 이 문은 누가 봐도 호수와 이어져 있는데……
반응이 없다면 물속을 찾아봐야 하나?
알피노: 그, 그래…….
나도 아주 긴 시간만 아니라면
헤엄쳐서 찾을 수도…… 있겠지.
알리제: 산크레드는 물론 괜찮을 테고……
민필리아는 어때? 헤엄칠 줄 알아?
민필리아: 네, 잘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…….
산크레드에게 가라앉지 않을 정도로는 배웠어요.
알리제: 좋았어.
알리제: 그러고 보니…….
위리앙제는 헤엄칠 줄 알던가?
위리앙제: ……헤엄을 치느니
물 위를 걷는 술법을 만드는 편이 효율적이지 않을까요?
알피노: 오오! 오오! 위리앙제!
설마 자네가 나와 같을 줄이야!
알피노: 하지만 안심하게.
내가 받은 아렌발드식 특훈을 자네에게도 전수하지.
괜찮아, 배우면 할 수 있네! 할 수 있다니까!
호수 바닥에서 울리는 목소리: 이런…… 아주 떠들썩한데?
인간이 우리에게 볼일이 있다니 별일이네.
위리앙제: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……당신은 푸아족이시죠?
저희는 대죄식자와 대결하려는 사람들입니다…….
위리앙제: 리예 기아 성의 문을 열기 위해
여러분이 가진 '조가비 왕관'을 빌리고 싶습니다.
호수 바닥에서 울리는 목소리: 뭐야, 그런 거였어?
그래그래, 가져가.
산크레드: 생각보다 가벼운 태도로군.
……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니겠지?
호수 바닥에서 울리는 목소리: 크큭……!
꿍꿍이고 뭐고, 사실 그렇게 소중한 물건도 아니거든.
호수 바닥에서 울리는 목소리: 요정왕이 어떻게 되든 세계가 어떻게 되든
'처음부터 이미 끝난'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야!
호수 바닥에서 울리는 목소리: ……아, 하지만 모처럼 인간들이 찾아왔으니까
이 기회를 즐기긴 해야겠지!
호수 바닥에서 울리는 목소리: 그 만질 수 없는 문을 '만져서' 이쪽으로 와.
이곳은 어딘가의 누군가가 부르길 '도느 메그'……
금단의 정원이란 곳이야.
호수 바닥에서 울리는 목소리: 우리는 마치 형태 없는 물, 우리의 정원은 수면의 환상.
그래도 네가 가슴 뛰는 대모험을 보여 준다면 보물을 줄게!
위리앙제: 역시 순순히 주지는 않는군요…….
푸아족은 사실 픽시족보다 장난을 좋아합니다.
위리앙제: 심지어 악질적인 장난을 좋아하죠…….
아무렇지도 않게 물속으로 끌어당겨 목숨을 빼앗기도 합니다.
여러분에게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.
알피노: 대모험을 보여 주면 보물을 주겠다니…….
말투를 보니 평온한 곳은 아닌 것 같군.
단단히 준비하세, ○○○.
알리제: 끝없는 장난에 휘둘리는 것보다는
모험을 하라는 쪽이 훨씬 낫지.
푸아족을 깜짝 놀라게 해 주자.
산크레드: 저들의 말을 따르겠다면 선두는 내게 맡겨라.
현재 내 전투 방식은 방어 역할에 제격이니까.
산크레드: 건블레이드를 다루는 법은 원초세계에 있던 시절,
제국 식민지에 잠입했을 때 어떤 사람에게 배운 적 있어.
탄환을 보충할 수 없는 내게 맞지 않아 썩히고 있었지만…….
산크레드: 이곳에 와서 민필리아를 구출하겠다고 결심했을 때
이전에 비해 적을 유인할 수 있는 전투 방식이 낫겠다 싶었어.
그래서 공예관의 실력 있는 장인에게 특별히 주문한 거야.
민필리아: 저, 저도 여러분을 따라갈게요……!
산크레드에게 배워서 조금은 싸울 줄 알아요……!
민필리아: 우, 우리가…
꿈이라도 꾸고 있는 걸까요?
위리앙제: 아름다움에 홀리지 마십시오…
모두 환영입니다…
도느 푸아: 물은 생명의 원천이지!
메마른 초목에 물을 펑펑 뿌려라!
민필리아: 푸아족이네요…
뭘 하고 있는 걸까요?
산크레드: 마물에 물을 줘서
강화시키는 모양이군
민필리아: 괴, 굉장해요…!
꽃이 한꺼번에!
산크레드: 너무 한눈팔았어!
경계를 늦추지 마!
도느 푸아: 시든 꽃은 도저히 보고 있을 수 없는걸!
생명의 물을 마시고 활짝 피어나라!
눈이 예쁜 잉크 돈: 어? 손님이 도착했나?
그렇다면 환영해줘야지!
위리앙제: 호오… 물의 요정 족장이
몸소 나서겠다는 걸까요?
산크레드: 어쨌든 쓰러뜨려야겠지…
눈이 예쁜 잉크 돈: 떨릴 정도의 대환영! 이것이 푸아족의 환대지!
눈이 예쁜 잉크 돈: 아직 부족해……. 덜덜 떨라고!
푸아족의 진면목을 보여줄 테니!
눈이 예쁜 잉크 돈: 브라보! 실력이 꽤 좋은데!
눈이 예쁜 잉크 돈: 하지만, 지금부터가 즐거운 시간이야!
자자, 안으로 들어오라고!
신난 푸아족의 목소리: 브라보!
멋진 싸움이었어!
잉크 돈: 아야야야…….
정말 인정사정없더라…….
잉크 돈: 근데 정말 흥미진진한 전투였어.
이렇게 유쾌한 경험은 자주 못 하는데.
위리앙제: 그럼 약속대로
'조가비 왕관'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?
잉크 돈: 그럼, 물론이지!
잉크 돈: 저게 바로 찾고 있던 그 왕관이야!
망가지지 않게 조심해서 가져가.
잉크 돈: 아니, 그나저나 거기 너 말이야……
진짜로 강하고 정말 볼 만하더라.
신난 푸아족의 목소리: 저 사람, 더 보고 싶다!
심술궂은 푸아족의 목소리: 맞아, 계속 보고 싶어.
흥분한 푸아족의 목소리: 곁에 두면 되잖아?
발랄한 푸아족의 목소리: 멋지다, 그렇게 하자!
잉크 돈: 만장일치!
그럼 왕관을 주는 대신, 너는 우리 차지다!
???: …………이봐………… 눈을 떠……!
아르버트: 숨은…… 붙어 있군.
넌 물속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건가…….
아르버트: 요정들의 초대를 받았는데, 정신을 차려 보니 물속이라…….
푸아족에게 단단히 당했구만.
아르버트: 그 녀석들은 물에 빠져 죽은 자의 혼에서 태어난다고 들었다.
네가 아니었다면 분명 그들처럼 되었겠지.
아르버트: 그래도 다른 녀석들은 무사히 지상으로 돌려보낸 것 같더군.
지금쯤 널 찾고 있지 않을까?
아르버트: ……여긴 내가 살아 있던 시절,
푀부트라는 왕국의 수도였던 곳이다.
아르버트: 매사에 관례만 따지는 고지식한 녀석도 많았어…….
하지만 마음을 터놓고 나니 그렇게 지내기 편한 곳도 없었다.
아르버트: 산속이라선지 겨울은 무시무시하게 춥더라고.
이곳의 명물인 양고기 스튜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어.
거리의 등불은 꺼지지 않고 계속 붉게 타올랐고…….
아르버트: ……지금은 다 옛날이야기다.
그 시절을 아는 사람도, 장소도, 남아 있지 않아.
아르버트: 진정 우리는……
무엇을 위해 싸운 걸까…….
아르버트: 너라면 구할 수 있을까?
재앙으로부터 누군가의 미래를…… 지키고 싶었던 모든 것을…….
알리제: 허억…… 허억………….
알리제: 허억…… 허억…….
난 다시 잠수해서 찾아보고 올게……!
위리앙제: 안 됩니다, 알리제 님.
무리하시면 알리제 님까지 위험해집니다.
부디 잠시 휴식을…….
산크레드: 그쪽은 어때? 뭔가 단서라도…….
산크레드: ○○○!
너, 무사히 돌아온 거냐!?
알피노: 그랬군…… 정신을 차려 보니 호수 바닥에…….
그래도 별일 없는 것 같아 다행일세…….
알리제: 못살아, 정말……!
급류에 휩쓸린 줄 알았더니 언제 지상으로 돌아온 거야?
당신만 행방불명되어서 여긴 난리가 났었다고!
알리제: 여기 있어, '조가비 왕관'!
그것만은 친절하게도 손에 꼭 쥐어 줬더라.
산크레드: 결과적으로는 너도 무사히 돌아왔으니
일단은 목적을 달성한 셈이군.
슬 윈: 아아, 아직도 거기 있어서 다행이다.
알피노: 슬 윈이로군!
무슨 일인가?
슬 윈: 우리 일 메그에
인간들이 엄청 많이 접근해오고 있어.
무기를 들고 무서운 얼굴을 한 인간들이 말이야.
슬 윈: 혹시 너희 동료야?
산크레드: 지원군이라면 기쁘겠지만……
크리스타리움에선 지금 위병단을 움직일 상황이 아닐 거다.
틀림없이 우리를 뒤쫓아 온 율모어군이겠지.
슬 윈: 어머, 동료가 아니구나?
그럼 쓰러질 때까지 데리고 놀아도 돼?
알피노: 혹시 모르니까 내가 동행해서 확인해 보겠네.
상대가 율모어군이라면 자네들의 힘을 빌려주게.
슬 윈: 멋지다! 아주 재미있을 것 같아!
알피노가 오면 알리제도 오는 거지?
다른 듯 똑같은 귀여운 쌍둥이!
알리제: 으으…… 아, 알았어.
단, 장난을 칠 상대는 우리가 아니라 율모어군이야!
그것만은 잊지 말아 줘!
알피노: 그럼 우린 픽시족과 함께 다녀오겠네.
보물을 모으는 일을 떠넘기게 되어서 면목이 없네만…….
알피노: 그래, 자네만 믿겠네!
나중에 다시 무사히 만나세!
민필리아: ……죄송해요.
그때 제가 붙잡히지만 않았어도…….
산크레드: 만약 율모어군이라면
틀림없이 란지트 장군이 이끌고 왔겠지.
그 노병은 강해…… 진심으로.
위리앙제: 이렇게 된 이상, 강행군이 되겠습니다만
이대로 다음 목적지까지 이동하도록 하죠…….
위리앙제: 보물을 가진 나머지 두 종족 중에서
'응 모우족'의 거점이 더 가깝습니다.
위리앙제: 그들은 요정의 도시가 되기 전부터 이 땅에 살았는데
인간에게 가장 호의적인 요정이기도 합니다.
제가 가진 대부분의 정보도 그들에게 얻은 것입니다.
위리앙제: ……그럼 일단
제가 머물던 '독학자의 장원' 주변으로 가시죠.
위리앙제: 자…… 이 앞의 고개를 넘으면 응 모우족이 사는
'플라 엔니 버섯굴'이 있습니다.
위리앙제: 산크레드와 민필리아는
미리 정찰도 할 겸, 먼저 출발했습니다.
어서 따라가도록 하죠.
위리앙제: ……호숫가치고는 길이 험하지 않습니까?
푀부트 왕국 시절에는 여기가 실제로 산길이었다고 합니다.
위리앙제: 저 거대한 호수는 인간이 떠난 이 땅에 푸아족이 왔을 때
물을 불러들여 만든 것입니다…….
원래는 왕국의 수도가 있던 골짜기였습니다.
위리앙제: 지금 저희가 있는 장소는 말하자면 교외……
산을 올라가면 나오는 방목지였습니다.
위리앙제: 환경을 바꿔 버린 요정들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.
인간은 그들보다 앞서 이 땅을 버렸으니까요…….
위리앙제: 솔직히 말하면 저는
인간이 이 모든 것을 버리게 만든 죄식자가……
'빛의 범람'이라는 세계의 멸망이 두렵고…… 슬픕니다.
위리앙제: 그래도…… ○○○ 님.
저는 이 세계로 소환된 것을 감사하고 있습니다.
위리앙제: 저는 과거에 원초세계로 넘어온 아르버트와 빛의 전사들을
빛의 무녀인 민필리아와 만나게 했습니다…….
위리앙제: 그렇기 때문에……
설령 제8재해를 막는다는 대의명분이 없었다고 해도
저는 이 세계의 미래를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합니다.
위리앙제: ……아니, 의무처럼 말해서는 안 되겠군요.
이건 어떤 분이 제게 해주신 말씀입니다만……
위리앙제: 소중한 이가 걷는 길을 슬픈 결말로 만들 수는 없다…….
그러기 위해서 나는 계속 싸울 것이다.
……저 역시 그런 마음가짐입니다.
위리앙제: 제1세계에서도 심상치 않은 싸움이 벌어지겠지만
반드시 마지막까지 함께 싸워나가도록 합시다…….
떠들썩한 픽시족: 앗! 있다, 있어!
역시 인간이 있네!
위리앙제: 당신은……?
저희에게 무슨 용건이십니까?
떠들썩한 픽시족: 용건 같은 건 없어!
그냥 인간 냄새가 나서 놀러 왔을 뿐이야!
있잖아, 우리 놀자! 같이 놀자!
위리앙제: ……아, 리다 란의 픽시족은 아닌 것 같군요.
위리앙제: 죄송하지만 저희는 지금 바쁩니다.
놀이 상대라면 다음에…….
떠들썩한 픽시족: 어머, 바빠? 바쁘게 어디 가는 길이야?
우후후후…… 그렇다면 이렇게 해 줘야지!
위리앙제: 흐음…… 전송 마법을 건 모양입니다.
아주 멀리까지는 날아가지 않은 것이 불행 중 다행입니다만…….
위리앙제: 보아하니 저희를 발견하자마자
또 마법을 걸지도 모르겠습니다.
그렇다고 멀리 돌아서 가면 시간이 걸릴 테고…….
위리앙제: 이렇게 된 이상, 일 메그에 살기 위해 공부한
'요정막이 주술'을 사용해야겠군요.
위리앙제: 주술이 걸려 있는 동안에는
요정이 저희의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.
그 틈을 타서 이 산길을 통과해 주십시오.
위리앙제: 그럼 '요정막이 주술'을 걸겠습니다.
효과가 있는 동안에 이 산길을 통과해서
앞서 출발한 산크레드 일행과 합류합시다.
위리앙제: 이 주술은 대상이 작고 조용할수록 효과가 있습니다…….
부디 뭔가에 탑승하시지 않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.
그럼…….
민필리아: 아, 저기. 이쪽은 아무 문제 없어요.
산크레드: 바로 뒤에서 따라오는 줄 알았는데
상당히 늦었군.
……무슨 일이 있었나?
산크레드: 그렇군. 고생 좀 했겠어…….
산크레드: 어쨌든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.
이 틈새를 지나면 응 모우족이 사는 '플라 엔니 버섯굴'이야.
위리앙제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들어가 보자.
티르 니: 크, 큰일이다……!
인간이…… 인간이 잔뜩 왔어~!
산크레드: ……잠깐, 겁을 먹었잖아.
응 모우족은 인간에게 호의적인 요정이라고 하지 않았나?
위리앙제: 네, 틀림없습니다.
저건 겁을 먹은 것이 아니라………….
위드 잉크: 고, 곤란합니다! 곤란해요!
인간이 갑자기…… 많이 오시면……
위드 잉크: 이럴 수가…… 아아……
기뻐서 곤란합니다아!
위리앙제: 오랜만입니다, 위드 잉크 장로님.
다른 응 모우족 여러분도…….
위리앙제: 오늘은 여러분이 가진 '돌지팡이'를 빌리고자
찾아뵙게 되었습니다만…….
위드 잉크: 도, '돌지팡이' 말입니까!?
그렇다면 성의 봉인을 푸실 생각이십니까!?
위드 잉크: 고, 고, 곤란합니다! 곤란해요!
그런 짓을 했다가 티타니아 님이 풀려 나오기라도 하면
이번에는 얼마나 큰 피해를 입게 될지!
위드 잉크: 우리 응 모우족은 옛부터 이 땅에 살던 요정입니다.
다른 종족과는 달리 여기가 아무리 황폐하다 해도
떠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…….
위드 잉크: 그래서 죄식자로 변모한 티타니아 님을 봉인할 때도
우리 응 모우족이 가장 많은 희생을 치러가면서
노력했단 말입니다!
위드 잉크: 그, 그렇게 말씀하셔도…….
쉽게 수긍할 수 없습니다!
위리앙제: 장로님…… 이분은 대죄식자를 쓰러뜨릴 수 있는 강인함과
방출된 빛을 상쇄하는 특별한 힘을 갖고 계십니다.
위리앙제: 이 땅에 대한 애정은 여러분과 다를지도 모르지만
죄식자를 물리치고 평화를 되찾고 싶은 마음은 똑같습니다.
위리앙제: 이 아름답고 유서 깊은 땅을 올바른 형태로 되돌리기 위해
힘을 빌려주실 수는 없겠습니까……?
위드 잉크: 으음…… 지금까지의 거래를 통해
위리앙제 공이 선한 인간이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.
그분에겐 분명히 범상치 않은 힘이 있겠지요.
위드 잉크: 게다가 당신의 말씀대로
저희가 사랑하는 이 땅에서 죄식자와 빛을 몰아낼 수 있다면
더 바랄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.
위드 잉크: 하지만…… 역시 지금 당장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.
모두 함께 의논할 시간을 한 달 정도 주시길 바랍니다.
산크레드: ……어쩔 텐가.
율모어군까지 점점 압박해 오는 상황에서
한 달은 도저히 기다릴 수 없어.
위리앙제: 장로님…… 여러분……
저희는 아주 '곤란한' 상황입니다.
위리앙제: 무례한 줄은 압니다만 부디 조금 더 일찍
판단을 '부탁'드려도 되겠습니까……?
티르 니: 고, 곤란하시다고요……? 부, 부, 부, 부, 부탁……!?
아아…… 아아아아아아……!
위드 잉크: 아, 안 됩니다! 안 돼요!
어, 어, 어떻게 저희에게……
위드 잉크: 인간을 돕는 일을 삶의 낙으로 삼는 저희에게
그렇게 매력적인 단어를 말씀하시면 곤란합니다~~~!!
위드 잉크: 휴우…… 휴우…….
저희는 곤란해하는 인간을 찾아가서 그분을 도와드리고
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것을 명예로 생각하고 있습니다…….
위드 잉크: 하지만 푀부트 왕국이 멸망한 후로는
이런 거래의 기회를 얻지 못했는데……
오랜만에 부탁을 받으니…… 거절하기 어렵군요…….
위드 잉크: ……알겠습니다.
이렇게 된 이상, 최대한 빨리 답변을 드릴 것을
약속드리지요.
위드 잉크: 그 대신, 결론이 날 때까지 여기에 머물며
모두가 명예로 여길 수 있는 거래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.
위드 잉크: 그럼 당신도 부디
응 모우족과 거래를 하고 가시기 바랍니다.
위드 잉크: 어디 보자…….
수리공인 '만 오세'는 어떨까요?
예전에 푀부트의 기사들에게 사랑받던 명장이었습니다.
위드 잉크: 하지만 지금은 그 실력을 썩히고만 있어요.
인간과 거래를 할 수 있다면 아주 기뻐할 겁니다.
……그럼 저는 '돌지팡이'에 대해 의논하고 오겠습니다.
위리앙제: 응 모우족은 선한 이웃 같은 요정입니다.
다만 온화해 보이는 저들에게도 엄밀한 불문율이 있죠…….
위리앙제: 거래를 할 때는 요구받은 것과
정확히 동일한 대가를 줘야 하니 조심하세요.
산크레드: 저들이 요구하는 대가가 구하기 쉬운 거라면 좋겠군.
만 오세: 잎사귀가 1182장…… 1183장…… 1184장…….
아…… 저기는 벌써 셌던가…….
만 오세: 으아아악!?
앗…… 응……어엇…… 인간!?
만 오세: 우와아아아! 만세!!
안녕하세요, 인간! 인간!
무기나 방어구가 낡아서 곤란하지는 않은가요!?
만 오세: 만약 나에게 '이끼버섯의 다리' 2개를 가져오면
당신의 장비를 수리해 드리겠습니다!
만 오세: 이끼버섯의 다리는
이 동굴 밖에 있는 '이끼버섯'에서 잘라 낼 수 있습니다.
괜찮으시다면, 아니 꼭! 거래해 주세요!
만 오세: 어떻습니까, 인간! 인간!
이끼버섯의 다리는 구하셨습니까?
만 오세: 사실은 그게 제 작업 도구입니다.
그 다리로 문지르면 철이든 가죽이든 반짝반짝 빛이 나죠.
일을 다시 시작하려면 보충해 둬야죠!
만 오세: 만세! 정확하게 2개 받았습니다!
이렇게 제 일에 적절한 기대를 걸어 주시는 게
저희에게는 가장 큰 명예입니다!
만 오세: 그래서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확하게 받아야 합니다.
너무 적으면 제가 하는 일을 싸구려로 여긴다는 뜻이고
너무 많으면 실력을 얕본다는 증거니까요.
만 오세: 자, 그럼 멋진 거래에 보답하며
저는 당신의 작은 수리공이 되겠습니다.
곧바로 장비를 점검해 보겠습니다.
만 오세: 흠…… 흐음…… 그렇군…….
어떤 상태인지 잘 알겠습니다.
만 오세: 재료비는 약간 들겠지만 전부 수리 가능합니다!
그런데 만약 곧 장비를 바꿀 예정이 있으시다면
지금 억지로 수리할 필요는 없겠죠.
만 오세: 1회분의 재료비를 드릴 테니까
수리하고 싶으실 때 원하는 물건에 사용해 주세요!
만 오세: 아, 그래요!
괜찮으시면 이번에는 저쪽에 있는 '이스 규프'와
거래해 보시지 않겠습니까?
만 오세: 장비 상태를 보니 당신은 경험 많은 여행자 맞죠?
그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을 거예요!
이스 규프: 어머나, 세상에!
위리앙제 씨 말고 다른 인간이 찾아오다니
이게 대체 얼마 만이람?
이스 규프: 오랜만에 보는 여행자님, 괜찮으면 부탁 좀 들어줄래?
이 동굴 안에 자란,
위험한 버섯인 불꽃버섯을 뽑아 줬으면 해.
이스 규프: 우린 웬만한 일은 다 마법으로 처리하는데
그건 불태우면 독성 강한 재가 남기 때문에
꼭 손으로 뽑아야 해서…… 여간 힘든 게 아니야.
이스 규프: 만약 내 부탁을 들어준다면 그걸 대가로 받고,
내가 수집한 아주 특별한 물건을 줄게.
여행할 때 도움이 될 거야!
이스 규프: 어쩜, 불꽃버섯을 뽑아 줬구나!
일하는 속도가 빠르기도 해라!
이스 규프: ……그런데 서쪽 입구 쪽도 찾아봤나 모르겠네?
거기서도 불꽃버섯을 봤다고 들었으니까
혹시 아직 안 가 봤으면 부탁할게.
민필리아: …………!
민필리아: 아…… 저는 그러니까……
마침 제가 맡은 거래를 끝내서, 그게…….
민필리아: …………아, 아니에요.
죄송해요. 저는 가서 보고부터 할게요……!
이스 규프: 어때?
입구 쪽도 포함해서 불꽃버섯은 다 없앴어?
이스 규프: 잘했어!
당분간 독성 있는 포자 때문에 코가 근질거리는 일도 없겠네!
이스 규프: ……옛날에는 이런 거래를 매일같이 했어.
난 야산에서 재료를 모으는 일이 특기라
모은 재료를 들고 성까지 거래하러 가기도 했었어.
이스 규프: 지금 그 성은 요정어로 리예 기아 성이라 불리지만
그 성이 지어진 푀부트 왕가 시절에는
초록빛의 성…… 그뤼네스리히트 성이라는 이름이었어.
이스 규프: 왕족과 기사들 그리고 마을 주민들도
마지막까지 남은 인간들은 결국 죄식자의 먹이로…….
이스 규프: 자, 대가를 받았으니
나도 당신에게 상응하는 선물을 해야지!
이스 규프: 그리고 도구나 재료가 필요할 때는
꼭 나를 다시 찾아와.
서로에게 유익한 거래를 하자!
이스 규프: 그러고 보니 요새 '위드 라드'가 영 기운이 없던데.
이스 규프: 혹시 괜찮으면 그 친구와도 거래를 해 줄래?
명예로운 거래가 성립하면 분명 기운을 되찾을 거야.
위드 라드: 호오……!?
나랑 거래를 해 주시겠다고요……?
위드 라드: 근데 난 지금 아무것도 못하는데요…….
내 주특기인 마도구 제작을 하고 싶어도
투명 잉크를 '반규정자'들에게 빼앗겨서…….
위드 라드: 아, '반규정자'가 누구냐면
우리랑 같은 응 모우족인데 일을 하기 싫어하는 놈들이에요.
위드 라드: 명예고 뭐고, 노는 데 빠져서 도적처럼 살고 있죠…….
나도 산책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털린 거고요!
위드 라드: ……아, 혹시 실력에 자신이 있으면
빼앗긴 투명 잉크를 되찾아 주실래요!?
위드 라드: 그렇게 해주시면
비장의 마도구를 만들어 줄게요!!
민필리아: 저, 저기…… ○○○ 씨……
저, 저도 그 일을 같이 하면 안 될까요……?
민필리아: 저도 돕고 싶고…… 또 곁에서 배우고 싶어서……
물론 괜찮으시다면 말이지만요…….
[물론이지!]
민필리아: ……네!
위드 라드: 빼앗긴 투명 잉크는 여러 개예요.
남쪽에 있는 반규정자들의 근거지 '콜라드의 온상'에서
하나라도 더 많이 되찾아 주셨으면 해요!
위드 라드: 반규정자들의 근거지는 남쪽에 있는 '콜라드의 온상'이에요.
그놈들은 외지인을 발견하면 곧바로 공격하니까
조심하세요!
민필리아: 이 틈새 안쪽이 '콜라드의 온상'인가 봐요…….
살짝 엿보니 반규정자로 추정되는 응 모우족이
잔뜩 있었어요…….
민필리아: 하지만 괜찮아요…… 할 수 있어요!
각자 흩어져서 의뢰받은 물건을 찾아보기로 해요.
민필리아: 제가 맡은 분량을 회수하면 여길 피해서
약간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.
그럼……!
민필리아: 아…… 다행이다…….
의뢰 받은 물건을 저도 최대한 회수해 왔어요.
민필리아: 반규정자 응 모우족은 좀 무섭지 않았나요…….
그래도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에요.
[너야말로 무사해서 다행이다.]
민필리아: ……네! 실전 경험이 별로 없어서 긴장했지만……
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니 기뻐요.
민필리아: ……선대 민필리아까지는 율모어군과 함께
죄식자에 맞서 싸웠다고 해요.
민필리아: 하지만 저는 싸울 필요가 없어진 후에 발견되었고…….
오히려 멋대로 죄식자와 싸우지 못하도록
율모어에 갇혀 있었어요.
민필리아: 그래서 산크레드가 절 데리고 나오기 전까지는
싸우는 방법도, 살아가는 방법도 아무것도 몰랐어요…….
민필리아: 그런데 산크레드가 말해줬어요.
만약 당신을 소환하는 일에 실패하면 대죄식자에 맞서
싸워야 할 사람은 같은 가호를 지닌 제가 될 거라고…….
민필리아: 산크레드는 분명
그 가능성 때문에 저와 함께 다니고 있을 뿐이지……
사실, 지금의 저는 보기도 싫을 거예요.
민필리아: 왜냐하면 전 진짜 민필리아가 아니니까요……!
산크레드가 가족처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제가 아니에요.
민필리아: ……예전에 둘이서 나바스아렝 폐허에 간 적이 있어요.
빛의 무녀가 나타나서 '빛의 범람'을 막았다는 바로 그 곳에요.
민필리아: 그런데 그곳이 가까워질수록 제가 제 자신이 아닌 듯이 느껴져서……
너무 무서워서…… 눈도 귀도 막고 싶었는데…….
그러다 의식을 잃었던 것 같아요.
민필리아: ……그 후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어요.
민필리아: 하지만 아득한 꿈처럼 어렴풋하게
'진짜 민필리아'와 산크레드가
대화를 나누고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.
민필리아: 산크레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,
그날 이후로 가끔씩 함께 있을 때 괴로운 표정을 짓곤 해요.
민필리아: 그런 걸 느껴도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.
절 구해 준 사람을 계속 상처 주고 있을 뿐…….
민필리아: 그래서 저는 진짜 민필리아로 변하고 싶어요.
제 안에 있는 또 다른 마음이 시키는 대로
당신을 만나러 간 건 그 때문이었어요.
민필리아: 그런데 이렇게 당신과 함께 있어도
왜 만나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는지 알 수가 없네요…….
민필리아: 뭔가를 전하고 싶다는…… 아니, 누군가를 만나게 하고 싶은……?
그런 감정…….
민필리아: 앗…… 이건, 뭐죠……!
티타니아: 왜…… 날 가둔 거야……?
티타니아: 심심해…… 지루해…… 나빴어…… 나빴어…… 나빴어……!
티타니아: 너…… 나랑 같이……놀……래……?
민필리아: 방금 그건…… 환각?
저 성에서…………?
민필리아: 제가 회수한 물건들은 여기 있어요.
당신은 그걸 응 모우족에게 갖다 주세요…….
민필리아: 저는 산크레드에게 가서 보고하고 올게요……!
위드 라드: 으아아아……!
요, 용서해 주세요…… 티타니아 님!
위드 라드: 아, 다, 당신이군요.
투명 잉크는 되찾았나요?
위드 라드: 우와! 거의 전부 다 찾아오셨네요!
대단해요, 대단해! 정말 감사합니다!
위드 라드: 오랜만에 티타니아 님의 목소리가 들려서
점점 더 심란해지던 참인데
덕분에 약간 기운이 났어요!
위드 라드: ……어라? 혹시 당신도 요정왕의 목소리를 들었나요?
그렇다면…… 우리 둘 다 운이 나빴네요…….
위드 라드: 어떤 생물이든 대부분 죄식자가 된 시점에 지성을 잃어요.
티타니아 님도 예외는 아니었지만, 본능만 어설프게 남았나 봐요.
위드 라드: 그래서 '놀고 싶다', '여기서 꺼내 줘'……
그런 강한 집념이 봉인의 틈으로 새어 나와
때때로 누군가에게 전해지거든요…….
위드 라드: 사실은 다들 알고 있어요.
그 목소리를 영원히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걸…….
위드 라드: 아차차, 이야기가 옆길로 샜네요.
멋지게 일을 해 주셨으니까 그에 걸맞은 보답을 해야죠.
뚝딱뚝딱, 척척! 자, 가져가세요!
위리앙제: 흐음…… 괜찮으시다면
○○○ 님 혼자서
한번 '세토'와 대화를 해보시면 어떨까요……?
위리앙제: 마지막에 대죄식자를 쓰러뜨릴 사람이 당신인 이상,
그의 불안을 떨쳐 줄 수 있는 사람도 당신뿐입니다.
위리앙제: 그리고 실제로 당신에겐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.
그러니 다른 사람이 당신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
당신과 세토가 직접 대면하는 것이 최선일 것 같습니다…….
세토: ……지켜보고 있었어.
모두가 어떤 마음인지 들은 모양이군.
세토: 그렇다면 이해했겠지. 우린 너희가 싫어서
'수정 구두'를 주지 않으려는 게 아니야…….
세토: 이젠 인간이 싸우는 것도 싫고 죽는 것도 싫다고.
넌 모두를 쓰다듬어 줬지……?
딱 한 번이라도 자신을 쓰다듬어 준 인간이 죽는 건 슬퍼.
[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이야.]
세토: ………난감하군.
네가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 난 자꾸만…….
세토: 괜찮다면 말해 다오.
왜 너는 요정왕에게 도전하려 하지……?
세토: 이곳은 지금 너희 인간이 사는 곳이 아니야.
그리고 요정들은 원래 적극적으로 변하려 하지 않지.
3가지 보물도 아무런 대가 없이 받지는 않았을 거야.
세토: ……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의 봉인을 풀고
무시무시한 요정왕과 싸우려는 이유가 뭐지……?
[이 세계를 구하고 싶어서.]
세토: ………………!
세토: 그렇군…… 이런 우연도…… 있는 건가…….
세토: 그렇다면 네가 그 말에 걸맞은 힘을 가졌는지
실력을 확인해 보도록 하지…….
힘이 있다는 걸 증명한다면 '수정 구두'를 주는 걸 생각해 보겠다.
세토: ……요즘 이 주변에
몇몇 떠돌이 죄식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.
네가 그들을 쓰러뜨려 다오.
세토: 그러려면 일단 놈들을 유인해야 하는데……
그에 대해선 내게 생각이 있다.
옛날에 인간 친구와 사냥을 할 때 자주 쓰던 방법이지.
세토: ……그럼 싸울 준비를 한 다음 동쪽 공터로 와라.
난 먼저 가 있으마.
세토: 왔군…….
싸울 준비는 완벽하게 했나?
세토: 죄식자를 유인하기 위해 내 울음소리를 쓰도록 하지.
굶주린 짐승은 약한 울음소리로, 영역 싸움을 하는 상대는
위압적인 울음소리로 유인하는 것…… 그게 사냥의 정석이었어.
세토: 자, 그럼 시작하자…….
네가 시작 신호를 주면 놈들을 유인하겠다……!
펜던트 거주관 관리인: 아, 일어나셨군요.
수정공의 선물은 마음에 드셨나요?
펜던트 거주관 관리인: 피로가 풀리면 '성견의 방'으로 오시라고
동료분들께서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.
조심해서 다녀오세요.
위병단 경비: 수정공에게 볼일이 있으십니까?
제가 '성견의 방'까지 안내해드리겠습니다.
알리제: 마침 잘 왔어…….
안 그래도 지금 손님이 찾아왔거든.
에메트셀크: 하아…… 아니, 왜 너까지 그런 표정인데?
곧 다시 만나자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 말이지.
에메트셀크: 편하게들 있어.
약속대로 난 너희를 방해하지 않을 거야.
그저 구경만 하러 왔을 뿐이라고.
에메트셀크: ……그야, 뭐, 이 세계로 영웅을 소환한
수정공이란 자에게 관심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.
산크레드: 넌 우리를 지켜보겠다고 했지…….
그러다 보면 정말로 손을 잡는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.
산크레드: 하지만 여태 아씨엔이 저질러온 짓을 생각하면
우리가 네놈들과 손을 잡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.
에메트셀크: 성급하게 굴지 마. 그리고 일일이 따지지도 말고.
우선은 서로 관찰해 보자고 했잖아?
에메트셀크: 너희는 하던 대로 계속 대죄식자를 토벌하면 돼.
에메트셀크: 결과적으로 너에게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되면
다시 손을 내밀도록 하지…….
에메트셀크: 진실을 짊어지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상대로서 말이야.
에메트셀크: 싫으면 그때 가서 내 손을 뿌리치면 그만이야.
그리고 계속 그래왔듯이 서로 죽고 죽이면 돼.
……간단하지?
에메트셀크: 오, 이런…… 아무도 안 믿어주는 분위기네…….
이래서 평소에 잘하라는 건가 봐…….
에메트셀크: 뭐, 됐어. 여기서 아무리 말해 봤자 시간 낭비지.
지금은 그냥 기억만 해둬.
에메트셀크: 네가 들을 준비만 된다면,
언제든지 진실의 심연 속에서 얘기해 주마.
에메트셀크: 언젠가 찾아올 선택을 위해……
오랜 불멸의 존재, 오직 아씨엔만이 깨달은 이치를 하나도 숨김 없이.
에메트셀크: ……그럼 계속 애써 봐라.
지켜보는 내가 지루해서 잠들지 않도록, 알았지?
알리제: 뭐 하는 작자야…….
산크레드: 갈레말의 초대 황제도 연기했던 녀석이다. 말이야 유창하겠지.
그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되겠지만…….
산크레드: 넌 저 녀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?
알피노: 그래, 우리를 속일 생각이었다면
이 시점에 자신을 드러낼 이유는 없을 테니 말이네…….
알피노: 저자의 말을 따르자는 건 아니지만
어쨌든 아씨엔의 행동을 막을 수단도 없어.
경계는 하되, 지금은 우리의 목적을 우선시하는 게 좋겠네.
수정공: 그렇다면 다시 시작하기로 하지.
……다음 죄식자 토벌에 대해 설명할까 한다.
수정공: 그대들의 활약 덕에
일 메그 주변을 지배하던 대죄식자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.
수정공: 레이크랜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야.
'빛의 범람' 이후에 이룬 최대의 쾌거라 할 수 있지.
정말로…… 고맙다.
산크레드: 그렇다면 아직 빛으로 뒤덮인 주요 지역은
콜루시아 섬 주변, 아므 아랭……
그리고 라케티카 대삼림 정도군.
수정공: 그래…….
그리고 그 지역들을 지배하는 대죄식자의 본거지는
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.
수정공: 그래서 이번에는 각자 분담해서 조사와 토벌을 했으면 하는데
어떤가……?
알리제: 그렇다면 내가 아므 아랭을 조사하고 올게.
그 지역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으니까.
알피노: 콜루시아 섬에는 내가 가겠네.
율모어 내부는 몰라도, 도시의 바깥 지역을 조사한다면
예전 인맥을 활용할 수도 있을 걸세.
수정공: 그럼 남은 사람들은 '라케티카 대삼림'으로 가면 되겠군.
수정공: 그곳에 있는 야슈톨라와 협력해서
대죄식자를 찾아서 토벌해주었으면 한다.
민필리아: 야슈톨라 씨라면,
산크레드와 위리앙제가 말하던 마법사……?
산크레드: 그래.
야슈톨라가 대삼림에 자리 잡은 후로는
나도 자주 연락하지 못했지만.
수정공: 야슈톨라는 도무지 나를 신뢰하지 못하는 모양이더군…….
그래서 이번에도 미리 연락은 못했다.
수정공: 위리앙제,
자네는 야슈톨라를 여러 번 찾아간 적이 있지?
길 안내를 부탁해도 되겠나?
위리앙제: 알겠습니다.
신비와 어두운 기도가 가득한 그 숲으로……
제가 안내해 드리도록 하죠.
수정공: 고맙다.
그동안 나도 내 임무를 마치고 오도록 하지.
알리제: ……그게 뭐야?
수정공: 돈 바우스리가 보낸 서신이다.
이번 충돌에 대해 묻고 싶으니
율모어로 오라고 쓰여 있더군.
알리제: 잠깐만, 괜찮겠어?
아무래도 위험할 것 같은데.
수정공: 우리는 어차피 정면 충돌을 각오하고 일어섰지 않은가.
대화로 풀 여지가 있다면 오히려 환영이지.
수정공: ……하지만 난 이 탑에서 멀리 벗어나면
몸 상태가 좀 안 좋아지는 문제가 있어.
수정공: 알피노, 미안하지만 콜루시아 섬을 조사하러 가는 김에
날 보좌해줄 수 있겠나?
알피노: 그래, 물론 그렇게 하겠네!
수정공: 그럼 각자 출발 준비를 하자.
……부디 다들 무사히 돌아오길 바란다.
알피노: 예전에 콜루시아 섬에서 지낼 때도
대죄식자의 위치를 조사하지 않은 건 아니라네.
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을 뿐…….
알피노: 이번에는 조사 방법을 바꿔 볼 생각이네만
성과가 있을지 장담은 못하겠어.
수정공도 보좌해야 하니 적당한 선을 지키도록 주의하겠네.
알리제: 그럼 난 아므 아랭의 어디부터 찾아봐야 하나?
아직 가 보지 않은 폐허가 몇 군데 있었으니까
거기부터 시작해 볼까…….
위리앙제: 제가 그 땅으로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.
가는 길에 야슈톨라의 이쪽 상황에 대해서도
말씀드리겠습니다.
산크레드: 라케티카 대삼림은 어마어마하게 넓어.
나와 민필리아도 그 일각에서 머문 적은 있지만
정식으로 그 거점을 방문하는 건 처음인 듯하군.
민필리아: 야슈톨라 씨…… 어떤 분일까요?
수정공: 그럼 각자 준비가 끝나는 대로 출발하도록 하지.
수정공: 라케티카 대삼림으로 가기로 한 ○○○ 일행은
그 전에 레이크랜드의 '좁 요새'에 들러주길 바란다.
수정공: 그곳에는 광요 교회라 불리는,
'빛의 범람' 이전에 많은 사람들이 믿었던 교회의 유적이 있어.
수정공: 지금은 드나드는 사람도 없지만……
예배당의 제단 안쪽에 어떤 석판이 놓여 있을 거다.
그걸 야슈톨라에게 선물로 가져갔으면 해.
위리앙제: 흐음…….
그럼 저희는 그 '좁 요새'에서
다시 합류하기로 하죠.
수정공: 우리도 곧 출발할 생각이다.
그 석판은 좁 요새에 있는 교회 옛터의 제단 안쪽에 있어.
야슈톨라의 마음에 들어야 할 텐데.
산크레드: 이 요새는 경비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겠군.
떠돌이 죄식자를 토벌하기에는 충분할지 몰라도
율모어군이 다시 침공해올 가능성도 있으니까.
산크레드: 위병의 수가 한정되어 있다면 함정을 설치하는 방법도 있지.
때를 봐서 라이나에게 얘기해 봐야겠군…….
민필리아: 광요 교회의 폐허는 산크레드와 방랑 생활을 할 때
몇 군데에서 본 적이 있어요. 창문의 형태가 약간 귀엽답니다.
위리앙제: 기다리고 있었습니다.
이 요새의 북쪽에 라케티카 대삼림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습니다.
위리앙제: 하지만 일단 수정공의 말대로
선물로 가져갈 석판부터 찾기로 하죠.
(도중에 튕겨서.... 로그의 손실이 생겼습니다.)
산크레드: 우리가 찾는 석판이면 좋겠는데…….
민필리아: 이렇게 어두운 곳에서 찾으시다니 대단해요……!
위리앙제: ○○○ 님……
말씀하신 대로 제단 안에 오래된 석판이 있었습니다.
위리앙제: 표면에 새겨진 것은 고대 롱카 문자로 보입니다.
아, 롱카는 과거에 라케티카 대삼림에
뿌리를 내렸던 문명을 말합니다…….
위리앙제: 네, 틀림없습니다……. 수수께끼와 지혜로 가득한 이 석판은
그야말로 진실의 탐구자, 야슈톨라에게 걸맞은 선물이 될 것입니다.
위리앙제: 역시…… 숙련된 모험가라고 불리실 만한
놀라운 실력이십니다.
위리앙제: 그럼 석판을 갖고
라케티카 대삼림으로 출발하고 싶습니다만……
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.
위리앙제: '밤의 주민'은 자기 이름을 빛에 드러내서는 안 됩니다…….
따라서 그들은 평소에 본명이 아니라 통칭을 사용합니다.
위리앙제: 보통 친족이나 조상의 이름을 쓴다더군요.
그래서 야슈톨라 역시 그들 앞에서는 다른 이름을 씁니다…….
위리앙제: 마녀 '마토야'…….
여러분도 밤의 주민 앞에서는 그렇게 부르셔야 합니다.
위리앙제: ……그럼 출발하도록 하죠.
대삼림으로 가려면 북동쪽 문을 통과해야 합니다.
경비병에게 말을 걸면 지나가게 해 줄 겁니다.
위리앙제: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. 이 부근입니다.
위리앙제: 라케티카 대삼림은 매우 광대하지만,
지금은 대부분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밀림입니다…….
위리앙제: 그중 여기 시튀아 습원은 비교적 너른 지역입니다.
그래서 '밤의 주민'이 거점으로 삼고 있기도 하죠.
에메트셀크: 네 눈앞에 땅이 펼쳐져 있다면
가서 쳐라, 그곳을 평정하라!
에메트셀크: ……아아,
내가 솔이던 시절에는 이러면서 종종 여행을 다녔는데 말이야.
에메트셀크: 가는 곳마다 나라란 나라는 모조리 정벌하고 정복했었지!
아아, 참으로 위대한 나의 갈레말 제국!
산크레드: ……넌덜머리 나는 놈이군.
에메트셀크: 너야말로 넌덜머리가 난다, 이 멍청한 놈.
구경만 하겠다는데 뭘 그리 매번 눈에 쌍심지를 켜고 그래.
에메트셀크: 그게 싫으면 몰래 숨어서 지켜봐 주랴?
일부러 모습을 드러내주는 깊은 뜻을 왜 몰라주는 걸까.
민필리아: 그럼 저희와 함께……
싸워 주시겠다는 뜻인가요……?
에메트셀크: 뭐, 마음이 내키는 데까지만?
하지만 도움이 될 거란 기대는 하지 마.
에메트셀크: 이 숲은 다소 그림자가 지긴 했어도,
본질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빛에 지배당한 땅이야.
에메트셀크: 어둠의 사도 아씨엔은 이 땅에 그냥 서있기만 해도 불쾌하거든?
그런데 여기서 싸우라니, 죽어도 싫다고.
산크레드: 따라오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.
하지만 네 멋대로 행동하지는 마라.
민필리아: 괘, 괜찮아요……!
아씨엔이 나타나면 육체를 빼앗기지 않도록
조심해야 한다고 산크레드가 가르쳐줬거든요……!
산크레드: 휴우…… 저 녀석의 동향은 너도 잘 지켜보도록 해.
에메트셀크: 응? 왜 나한테 말을 걸지?
귀찮아 죽겠네, 알아서 가라니까…….
에메트셀크: 그래도 뭐, 네가 아씨엔에게 관심을 갖는 건 좋은 자세야.
어디 보자, 질문 하나 정도는 대답해 줄 수도 있어.
[어째서 그 모습으로...?]
에메트셀크: 아아, 그게 궁금했나 보군.
우리 아씨엔은 말하자면 물 같은 존재……
육체라는 건 옮겨 담을 수 있는 그릇에 지나지 않아.
에메트셀크: 그리고 빼앗은 육체를 그대로 쓰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
재창조해서 자기가 원하는 형태로 바꾸는 녀석도 있지…….
에메트셀크: 난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바꿔야 하는 타이밍이 오기 전까지는
최대한 같은 모습을 유지하려 하고 있거든.
이 세계의 '적당한 누군가'를 내게 익숙한 솔의 모습으로 바꿨지.
에메트셀크: 반면, 옮기는 그릇마다 거의 손을 대지 않았던 게 바로
네가 죽인 라하브레아다.
에메트셀크: 뭐…… 그 정도로 자주 모습이 바뀌다 보면
대개는 자기 자신이 무너지기 마련인데 말이지…….
참 대단한 영감이야.
에메트셀크: 응? 왜 나한테 말을 걸지?
귀찮아 죽겠네, 알아서 가라니까…….
에메트셀크: 그래도 뭐, 네가 아씨엔에게 관심을 갖는 건 좋은 자세야.
어디 보자, 질문 하나 정도는 대답해 줄 수도 있어.
[궁금한 것이 없다.]
에메트셀크: 그럼 쓸데없이 말 걸지 마!
아, 혹시 그건가? 침묵을 못 견디는 타입?
거참 성가신 영웅님이로구만…….
위리앙제: 에메트셀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뜻밖이지만……
이 숲에 대한 그의 통찰은 틀리지 않다고 봐야 합니다.
위리앙제: 이곳 역시 죄식자의 위협에 줄곧 노출되어 온 땅입니다.
특히 2년 전 습격에선 처참한 피해를 입었습니다.
위리앙제: '밤의 주민'의 지도자였던 도사들도 대부분 전사하고……
자칫 궤멸할 뻔한 이 땅을 야슈톨라가 지켜냈습니다.
그래서 주민들은 그녀를 인도자로 받아들인 것이지요…….
위리앙제: 그럼 우선 여기서 가장 가까운 '밤의 주민'의 거점……
'곤 요새'로 안내하겠습니다.
위리앙제: 2년 전 습격으로 불에 타서 무너졌지만
복구되었을지도 모릅니다.
에메트셀크: 이봐…… 그렇게 일일이 나한테 신경 쓰지 마.
빨리 하던 일이나 하라고.
위리앙제: 흐음…….
민필리아: 아무도 없나 본데요……?
산크레드: 상당히 심하게 불탔던 모양이군.
위리앙제: 이곳이 '곤 요새'입니다만……
아무래도 복구되지는 않은 모양이군요.
위리앙제: 그렇다면 야슈톨라는
다른 거점에 머무르고 있을 겁니다.
다른 곳을 찾아보죠.
도사 같은 청년: 지금이다, 포위해!
도사 같은 청년: 새로운 죄식자라고……!?
그냥 평범한 인간같이 생겼는데……!?
산크레드: 같은 게 아니라 너희와 똑같은 인간이다.
일단 무기부터 거두고 이야기하지.
밤의 주민으로 보이는 남자: 죄식자가 말을 하네……!?
밤의 주민으로 보이는 여자: 방심하면 안 돼, 인간을 흉내 낸 울음소리일지도 몰라……!
밤의 주민으로 보이는 남자: 이, 이봐…… 역시 인간이라는데?
에메트셀크: ……그런데 말이야.
에메트셀크: 모습을 드러내서 내가 '있다'는 사실은 알려줬잖아?
그리고 사실 난 싸울 때 도움이 안 된단 말이지.
즉, 하루종일 같이 다녀봤자 무의미하단 뜻이야.
에메트셀크: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……
정말 미안하지만 벌써 귀찮아지기 시작했어.
낮잠 자기 좋은 나무 위로 가고 싶어, 응 그게 좋겠어.
에메트셀크: ……그럼, 다음에 보자.
밤의 주민으로 보이는 남자: 하, 한 명이 사라졌어!?
역시 수상해!
산크레드: 귀찮은 건 우리라고…….
???: 시끄럽군요.
……죄식자는요?
도사 같은 청년: 마토야 누님!
도사 같은 청년: 누님, 저거 정말로 죄식자 맞아?
우리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그냥 인간 같은데…….
야슈톨라: 조금 멀리 있긴 했지만
제 눈으로 본 침입자는 강력한 빛을 띠고 있었어요.
저게 죄식자가 아니면 뭐라는 거죠?
위리앙제: ……알고 계실지도 모르겠지만
야슈톨라는 과거에 사고로 시력을 잃었습니다.
위리앙제: 대신 만물이 지닌 에테르를 볼 수 있기 때문에
시야 자체는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을 텐데…….
위리앙제: 마녀 마토야, 알아보시겠습니까?
접니다…… 위리앙제입니다.
야슈톨라: ……그래요, 당신이 맞는 것 같군요.
그리고 산크레드와……
말로만 듣던 이 세계의 민필리아인가요?
위리앙제: 맞습니다.
그러니 부디 무기를 거두어 주시겠습니까?
야슈톨라: 글쎄요…….
당신이 정말 위리앙제라면
옆에 함께 온 사람은 누구죠?
야슈톨라: 그…… 죄식자로밖에 보이지 않는, 빛에 잠식당한 자는요?
위리앙제: ……설마 잊으신 건 아니겠지요?
우리 '새벽의 혈맹'의 영웅을.
위리앙제: 그는 드디어 이쪽 세계로 건너와,
이미 대죄식자를 둘이나 처치했습니다.
야슈톨라: 이럴 수가…… 정말 당신인가요……?
도사 같은 청년: 누님……?
우리는 어떻게 해야…….
야슈톨라: 미안해요, 제가 착각했어요.
다들 무기를 거두세요.
야슈톨라: 환영 인사가 다소 거칠었군요, 미안하게 됐어요.
야슈톨라: 정식으로 인사하죠. 라케티카 대삼림에 온 걸 환영해요.
'밤의 주민'이 당신들을 맞이할 거예요.
민필리아: 이분이 마토야 씨…….
아름답고 강해 보이세요……!
산크레드: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야.
에메트셀크 녀석은…… 어차피 근처에 있겠지.
계속 신경은 쓰고 있는 게 좋겠군.
위리앙제: ………….
야슈톨라: 자…… 차분하게 얘기를 하려면
지금 제가 머무르고 있는 거점으로 이동하는 게 좋겠어요.
야슈톨라: 여기서 북동쪽으로 길을 따라 걸어오세요.
그러면 동굴에 다다를 테니까…… 그 앞에서 기다릴게요.
루나르: 앗, 누님의……!
아까는 갑자기 포위해서 놀랐지? 미안.
루나르: 난 루나르라고 해.
당신은 이름이 뭐야? 어디에서 왔어?
루나르: 오호, 크리스타리움에서!
죄식자를 조사하기 위해 누님을 만나러 왔고,
지금은 석판 해독을 기다리는 중이라고…….
루나르: 그래, 알았어. 그런 일이라면 대환영이지.
그럼 이 똬리가지 마을에 대해 가르쳐 줄게.
민필리아: 저기…… 괜찮으면 저도 함께 들어도 될까요……?
루나르: 그럼, 물론이지!
마토야 누님의 손님이라면 우리한테도 소중한 손님이야.
민필리아: 감사합니다.
……'밤의 주민' 여러분은 마토야 씨를
상당히 신뢰하고 계시는군요.
루나르: 당연하지!
누님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모두
2년 전에 죽었을지도 모르니까!
루나르: 그때는 정말 많은 동료들이 죄식자에게 당했었지…….
숙련된 도사님도 목숨을 빼앗겼고 남은 거라곤 나 같은 초짜와
망연자실한 주민들 그리고 처참히 무너진 거점뿐이었어…….
루나르: 그런 상황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건
누님이 죄식자에게서 우리를 지켜 주고
냉정한 조언을 해 줬기 때문이야.
루나르: 누님은 어느새 우리의 중심에 있었어.
다들 무슨 일만 있으면 누님의 지혜를 구하게 되었지.
루나르: 물론 처음엔 외지인에게 '밤의 주민'의 동향을 맡기는 것에 대해
반발하는 사람도 있긴 했어.
하지만 그들도 점점 마음을 열게 되었고 게다가…….
루나르: 난 우연히 보고 말았거든.
롱카의 역사에 대해 조사하는 누님의 꼬리가 이렇게……
쫑긋하고 있는 걸!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 같더라니까.
루나르: 그걸 보고 나니 의심할 마음이
조금도 생기지 않더라고!
루나르: 방금 그 얘기는 누님한테 비밀이다, 알았지?
그럼 지금부터 똬리가지 마을에 머물기 위해
필요한 정보를 알려 주지.
루나르: '밤의 주민'은 손님에게까지 신앙을 강요하지는 않아.
다만, 우리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알고
몇 가지 규범을 지켜 주면 고맙겠어.
민필리아: 그건…… 어둠을 섬긴다는 것 말인가요……?
루나르: 그래, 한마디로 말하면 그렇지.
하지만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.
루나르: 둘 다 남쪽에 있는 작은 방으로 와 봐.
뭘 하든 간에 일단 그것부터 해야 하니까.
민필리아: 마토야 씨의 방도 그랬지만
실내는 상당히 어둡네요.
루나르: 아, 왔구나.
당신들은 줄곧 빛에 노출된 채로
여기까지 여행해서 온 거지?
루나르: '밤의 주민'은 여행에서 돌아오거나 빛이 강한 곳에 다녀오면
이렇게 어두운 곳에 놓인 항아리의 물을 몸에 뿌려서
빛을 몰아내.
루나르: ……안타깝게도 죄식자가 되는 걸 방지하는 효능까진 없지만.
앞으로 똬리가지 마을의 주민과 어울리기 위해서는
이건 해두는 게 좋아. 그럼 다들 환영해줄 거야.
루나르: 자, 당신들에게도 뿌려 줄 테니까
내 앞에 '무릎'을 꿇어 볼래?
루나르: 자, 끝났다.
당신들 안에 있는 여분의 빛을 몰아냈어.
민필리아: 확실히 뭔가 신기한 기분이에요.
개운하기도 하고…… 가벼워진 것도 같고……
마음을 다잡게 되는 느낌이에요…….
민필리아: 이건 특별한 물인가요……?
루나르: 우리 도사들의 기도를 담은 물이긴 해.
기도를 통해 아주…… 지극히 적기는 하지만
물이 어둠의 성질을 띠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.
루나르: 뭐? 따가웠다고……?
그렇게 이상한 물은 아닌데.
민필리아: 저도 불쾌한 느낌은 없었는데요…….
루나르: 흐음, 지극히 적다 해도 어둠의 성질이 있어서
죄식자에게 이걸 뿌리면
일시적으로 괴로워한다고는 하던데…….
루나르: 설마…… 당신……
누님의 착각이 아니라 진짜로 죄식자였어?
루나르: 아, 미안. 농담이 영 별로였네.
물이 너무 차가워서 그렇게 느낀 거 아닐까?
루나르: 자, 이제 준비는 다 끝났으니
똬리가지 마을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와.
분명 이것저것 많이 가르쳐 줄 거야.
루나르: '밤의 주민'끼리는 특별한 인사말과 몸짓으로
자신이 적이 아니라 동포라는 것을 나타내는데……
여행자를 위한 인사말은 따로 있어.
루나르: '아진투타'…… 롱카어로 '좋은 밤 보내길'이라는 뜻이야.
이걸 사용하면 '밤의 주민'이 인정한 손님이라는 걸
나타낼 수 있지.
루나르: 인간과 체격이 비슷한 죄식자나
밀렵꾼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 보니 그래.
내가 누군지 판별할 수 있도록 하는 건 중요한 일이야.
민필리아: 저기…… 저는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건 적이
거의 없는데…… 괜찮을까요……?
루나르: 괜찮아, 괜찮아!
일단 '아진투타'라고 말을 걸면 나머지는 술술 풀릴 거야.
루나르: 그럼 난 여기서 기다릴 테니까
모두에게 인사하고 오도록 해!
조용한 노파: ………….
조용한 노파는 싱긋 웃으며
다정하게 악수해 주었다.
조용한 노파: ………….
본디아: 어머, 누구지……?
본디아: 어머나, 안녕? '밤의 주민'의 손님이구나.
씩씩하게 인사해 줘서 고마워.
본디아: 근데 좀 더 조용히 말해도 괜찮아.
우리는 규범에 따라 평소에는 되도록 조용하게 지내거든.
어둠 속 고요함에 귀를 기울이는 마음으로 말이야.
본디아: 덕분에 숲의 이변이나 죄식자의 기척도
재빨리 알아챌 수 있지.
아스게이르: 뭐, 뭐야…… 외지인인가……!?
아스게이르: 아아, 손님이구나!
그 인사말을 쓰는 걸 보니 한동안 여기에 머물거나
앞으로도 이 숲을 드나들 생각이겠지?
아스게이르: 그럼 독에 대한 내성을 높이는
특제 약차를 마시도록 해.
이 숲에는 독성이 있는 식물이나 생물이 많거든…….
루나르: 모두에게 인사하고 왔어?
민필리아: 아, ○○○ 씨……!
저기, 저기, 저……!
민필리아: 용기를 내어서 몇 분께 '아진투타'라고 말해 봤어요.
그랬더니 다들 다정하게 말을 걸어 주셨어요……!
가슴이 콩닥거렸지만 아주 즐거웠어요……!
민필리아: '밤의 주민'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했는데……
이들의 신앙은 마토야 씨 말대로
살기 위한 지혜 같은 느낌이었어요.
민필리아: 그걸 제가 직접 느낀 것이 정말 기뻐요.
……아직 약간…… 긴장이 가시진 않았지만요…….
루나르: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 왔나 보군.
잘했어, 잘했어!
루나르: 일단 이곳 안내는 이 정도로 끝낼까 하는데……
더 알고 싶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
언제든지 주민들에게 물어봐.
루나르: 이제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잖아!
루나르: ……아, 맞다.
한동안 여기에 머물게 될지도 모르니까
식사와 잘 곳을 준비해 두는 게 좋겠지?
루나르: 누님의 손님이니까 돈을 받지는 않을 거지만……
혹시 시간이 있으면 좀 도와줄래?
[물론이지.]
루나르: 오, 아주 믿음직스러운데?
그럼 사양 않고 부탁하겠어.
루나르: 마침 저쪽 웅덩이에 샘물이 고여 있어.
그걸 퍼서 광장 옆의 밭에다 물을 줬으면 해.
민필리아: 저, 저도 할게요!
저도 돕고 싶어요!
루나르: 그래, 알았어. 둘이서 하면 금방 끝날 거야.
항아리를 써도 되니까 한 사람이 샘물을 담고
나머지 한 사람이 밭까지 옮기면 되겠네.
루나르: 물을 다 주면 밭 근처에 있는
'에르사벨'에게 보고해줘.
루나르: 그럼 난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올게.
잘 부탁한다.
민필리아: 제가 항아리를 가져와서 물을 담을게요……!
민필리아: ○○○ 씨, 적당한 크기의 항아리를 찾았어요!
그런데…… 살짝 금이 가 있어서
최대한 빨리 옮겨야 할지도 모르겠어요…….
민필리아: 그럼 샘물을 담을게요.
민필리아: 고생하셨어요.
밭에 물은 다 주셨나요……?
민필리아: ……아, 한 번 더 운반해야 하는군요.
알겠어요, 금방 담아 드릴게요!
에르사벨: 아까 인사하러 다니던 손님이네?
나한테 무슨 볼일이야?
에르사벨: 어머나, 밭에 물을 줬구나……!
금방 알아채지 못해서 미안해.
그리고 정말 고마워.
에르사벨: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토디아라고……
도와주던 아이가 있었는데 세상을 떠났거든…….
에르사벨: 지금은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일을 도와주고 있는데
설마 손님한테까지 도움을 받게 될 줄은 몰랐어.
민필리아: 저기, 그렇다면……
더 도와 드릴 일은 없나요……?
에르사벨: 아니야, 밭에 물만 주면 끝이야.
우리 밭은 그렇게 많지 않거든.
필요 이상으로 많이 만들지 않는 것도 규범 중 하나야.
민필리아: 하지만 이것만으로는…….
민필리아: 저기…… '밤의 주민' 여러분은
더 살기 좋은 곳으로 터전을 옮길
생각은 안 해 보셨나요……?
에르사벨: 후후, 하긴…….
당신처럼 앞날이 창창한 사람한테는
이상할지도 모르겠네.
에르사벨: ……있잖아, 아가씨.
'밤의 주민'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아?
민필리아: 음…… 제가 알기로는…… '빛의 범람' 직후에
고향을 잃어 갈 곳이 없던 사람들이 시초였다고…….
민필리아: 처음에는 집회 때만 모이던 사람들이
몇 년 후에는 본격적인 공동 생활을 하기로 결정하고
라케티카 대삼림으로 들어갔다고…… 책에서 그렇게 읽었어요.
에르사벨: 하핫, 공부를 열심히 했나 보구나.
역사상으로는 그게 맞아.
에르사벨: 하지만 실제로는 그곳에 사람의 마음이 있었어.
그 마음이 흐름을 만들고 역사를 만들어 온 거야.
에르사벨: 처음에 '밤의 주민'이 된 사람들은
눈앞에서 무참히 사라진 사랑하는 사람과 고향의 모습을
마음속에서 오랫동안 지울 수 없었어.
에르사벨: 범람 이전에도 많은 신앙이 있었지만 그중 어느 것도
빛에 삼켜지거나 죄식자가 되어 죽은 사람의 영혼이
어떻게 되는지 설명하지 못했지.
에르사벨: 그래서 사람들은 현재를 위한 신앙……
즉, 생명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했어.
에르사벨: 생명은 그 마지막 순간, 어둠에 도달하지…….
에르사벨: 그렇다면 세상을 떠난 사람은 모두 어두운 하늘바다로
간다고 믿는 거야. 지금은 빛에 뒤덮여 보이지 않지만
그들의 영혼은 그곳에서 어둠 속을 떠 다니고 있을 거라고.
에르사벨: 그래서 지상에 있는 우리는 기도를 올려.
그곳으로 간 영혼들이 평안하기를……. 그리고
그들을 품은 어둠이 언젠가 이별을 슬퍼하는 이들에게로 돌아오기를.
에르사벨: 그런 우리의 마음과 험준한 밀림을 개척하기 위한
지혜를 한데 모아 우리는 규범을 만들어왔어.
민필리아: ……'밤의 주민'은 따뜻한 마음과 함께 있군요.
에르사벨: 그렇게 말해 주니 기뻐!
따뜻한 건지 겁이 많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.
에르사벨: ……알지? 이 세계는 이미 다 망가져서
살아갈 이유도, 용기도 쉽게 잃게 되잖아?
에르사벨: 그래도…… 우리가 살아 있었다는 증거, 이 생명이
마지막에 어딘가로 가게 된다면……
조금 더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.
에르사벨: 그래서 우리는 편안한 삶보다도
누군가와 함께 계속 기도하며 살고 싶은 거야.
민필리아: ……살아 있었다는 증거………….
루나르: 오, 밭에 물은 다 줬어?
루나르: 그래, 고마워.
우리도 당신들의 식사와 잘 곳도
문제없이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아.
심각해 보이는 밤의 주민: 루나르 씨, 큰일이야……!
심각해 보이는 밤의 주민: 떠돌이 죄식자가 나타났어.
아마…… 인간을 죄식자로 만들 수 있는 놈 같아……!
루나르: 구체적인 위치는……!?
심각해 보이는 밤의 주민: 남쪽의 수풀 안이야.
다행히 똬리가지 마을의 존재는 아직 모르는 것 같아.
루나르: ……그럼 굳이 우리가 먼저 접촉할 이유는 없겠군.
모두에게 그 녀석이 떠날 때까지 외출하지 말라고 전달하고
최대한 조용히 넘어가 보자.
심각해 보이는 밤의 주민: 알았어…….
하지만 그렇게 되면 토디아의 유품이…….
심각해 보이는 밤의 주민: 장례식 전에 적어도 토디아의 명명석만은
되찾아 오고 싶었는데…….
루나르: 아아…… 그래서 넌 토디아가 공격당한
남쪽의 수풀까지 찾아갔던 거로군……?
민필리아: 저기…… 죄식자를 쓰러뜨리지 않아도 되나요……?
루나르: 그래…… 그냥 졸개라면 전력에 따라 다르겠지만
사람들을 죄식자로 만들 가능성이 있는 놈이라면
전투 자체를 피하는 게 최선이니까.
민필리아: 하지만 방금 '유품'이라고……
무슨 사정이 있는 건 아닌가요……?
심각해 보이는 밤의 주민: 얼마 전 그 남쪽 수풀에 들풀을 캐러 갔던,
토디아라는 동료가 죄식자에게 습격을 당했거든…….
심각해 보이는 밤의 주민: 우리가 달려갔을 때는 이미
유품이라고 할 만한 물건은 남아 있지 않았는데
그녀가 하던 목걸이의 가죽 끈이 끊어진 채 떨어져 있더라고.
심각해 보이는 밤의 주민: 원래 그 목걸이에는 명명석이라고……
'밤의 주민'이 태어나 이름이 지어질 때 받아서
평생 지니고 다니는 특별한 돌이 달려 있거든.
심각해 보이는 밤의 주민: 그래서 곧 다가올 토디아의 장례식 전에
어떻게든 그 돌만이라도 찾아주고 싶었는데…….
민필리아: ……그 돌을 찾아오는 역할을
제게 맡겨 주실 수 없을까요……?
민필리아: 빛의 가호…… 아, 저기……
저는 죄식자로 잘 변하지 않는 체질이에요…… 그러니까……!
루나르: 그러고 보니 누님이
당신을 '민필리아'라고 부르던데……
혹시 진짜 지금의 '민필리아'야?
루나르: 이럴 수가……
그렇다면 정말 부탁해도 될까……?
하지만 이렇게 작은 아이인데 괜찮을지…….
민필리아: 못 미더우실지도 모르지만 저는……!
여러분과 여러분의 신앙이 훌륭하다고 생각했어요.
그러니 제가 할 수도 있는 일이라면 해보고 싶어요.
루나르: ……알았어.
하지만 무리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.
위험해지면 우선 자기 자신부터 지켜.
민필리아: ○○○ 씨, 전 다녀올게요.
저기…… 만약 그 사이에 산크레드가 돌아오면…….
[민필리아 혼자 가게 할 수는 없어.]
민필리아: 감사합니다……!
잘 지도해 주세요……!
루나르: 토디아의 명명석은 짙은 녹색 비취야.
부디…… 정말로 조심해라.
루나르: 괜찮으면 당신들도 참석해 줄 수 있을까?
이 돌을 찾아 준 사람이니 유족들과 '밤의 주민'들도 기뻐할 거야.
루나르: ……그럼 난 장례식 준비를 하러 갈게.
민필리아에게도 참석해 달라고 전해줘.
루나르: 장례식은 남쪽에 있는 '지암소'에서 하기로 했어.
안에 누군가 있을 테니까 말을 걸면 안내해 줄 거야.
산크레드: ……뭐지, 죄를 지은 듯한 그 표정은?
민필리아: 산크레드,
저…… 있잖아요, 똬리가지 마을에 계신 분들이
저한테 '밤의 주민'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주셨어요……!
민필리아: 그리고 ○○○ 씨와 함께
죄식자를 퇴치하고 유품도 찾았어요…….
제 마음대로 돌아다니긴 했지만 그래도……!
산크레드: ……○○○과 함께 있었다면 상관없어.
하지만 상처는 제대로 치료하도록 해.
민필리아: 앗…… 제가 다친 건 어떻게 알았어요……?
산크레드: 그보다 ○○○이 할 말이 있나 본데?
민필리아: 죄, 죄송해요……!
무슨 볼일이 있으신가요……?
민필리아: 토디아 씨의 장례식에 참석을…….
민필리아: 알겠어요.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꼭 참석하고 싶어요.
시간 맞춰 '지암소'로 갈게요.
조용한 노파: ………….
야슈톨라: 자…… 우선 이 석판이 '무엇'인지부터 얘기해야겠군요.
야슈톨라: 이건 롱카 제국 시대 말기에
당시 황제의 명령으로 기록된 석판이 틀림없어요.
야슈톨라: 롱카 제국 말기는 주변 국가들과 전쟁이 끊이지 않아
영토를 계속해서 빼앗기기만 하던 때였죠…….
상당히 힘든 시대였을 거예요.
야슈톨라: 상황이 그렇다 보니 황제는 동맹국에 지원을 요청했어요…….
이 석판은 그 탄원서의 일부더군요.
민필리아: 지원을 요청하는 탄원서…….
그것이 저희가 익스 마야 숲에 들어가기 위한
단서가 될 수 있나요……?
위리앙제: 네…… 이 석판은 가장 '정답'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…….
위리앙제: 황제는 지원 요청과 더불어
'롱카의 동맹자임을 증명하는 방법'을
이 석판에 기록한다고 했습니다.
위리앙제: 그 부분을 해독해서 실천에 옮기면
롱카의 수호자들과 협상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…….
야슈톨라: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…….
그 다음의 중요한 부분을 해독하기에는
롱카어 자료가 부족해요.
야슈톨라: 그래서 저는 롱카어 문장을 비교적 연구가 진행된
고대 노르브란트어로 번역한 비문이 있는,
'대화의 비석'을 보러 갈 생각이에요.
민필리아: 그건 먼 곳에 있나요……?
야슈톨라: 아니요, 같은 시튀아 습지인걸요. 거리는 가까워요.
다만 그걸 보관 중인 사람들이 문제인데…….
야슈톨라: '늘어둠의 총아'…….
원래는 '밤의 주민'이지만 신앙을 독자적으로 해석해서
과격한 행동을 일삼는 위험한 일파죠.
야슈톨라: '대화의 비석'은 그들의 근거지에 보관되어 있어요.
야슈톨라: 물론 저도 뒤처지진 않겠지만……
비문을 조사하려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.
그래서 당신과 산크레드가 잠입을 도와주면 좋겠어요.
산크레드: 이번만큼은 '저도 갈게요'는 안 통해.
전에 잠입은 인원수가 적을수록 좋다고 가르친 거 기억하지?
민필리아: ……네, 이번에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.
모두들 조심하세요…….
산크레드: 민필리아를 부탁한다.
그리고 아까 입은 상처도 살펴봐 줘.
야슈톨라: 그럼 당장 출발하도록 하죠.
똬리가지 마을에서 모든 준비를 끝낸 후에 마을 밖에서 모여요.
북쪽으로 조금 가면 갈림길이 있으니까 거기서 봐요.
민필리아: 다녀오세요…….
다친 곳은 치료하고 있을게요……!
위리앙제: 저도 해독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
기존 자료를 정리해 두겠습니다.
부디 조심하시길…….
산크레드: 난 완벽하게 준비됐어.
야슈톨라: 와 줘서 고마워요.
목적지는 여기보다 북쪽에 있는
'늘어둠의 총아'의 거점이에요.
야슈톨라: ……하지만 곧바로 가진 않을 거예요.
바로 앞 '서기의 나무동굴'에 동료 경비원이 있으니
일단 거기서 근황을 들어 보도록 하죠.
야슈톨라: 이동할 때는 조심하도록 해요.
'늘어둠의 총아'가 배회하고 있을지도 모르거든요.
야슈톨라: 그들은 죽음을 최고의 어둠이라고 믿고 있어요…….
그래서 스스로 목숨을 버려야만 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고
다른 사람을…… 회개라는 구실로 습격도 하죠.
야슈톨라: 습격당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면서 계단이 있는 쪽 길로 가요.
나무동굴 부근으로 가면 경비원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.
밤의 주민 경비원: 휴우…… 덕분에 살았어…….
그런데 당신은……?
야슈톨라: 다행이에요…… 무사했군요.
산크레드: 우리도 오다 보니 수상한 기척이 느껴지더군.
살짝 유도했더니 살기 어린 '늘어둠의 총아'가 공격해왔어.
밤의 주민 경비원: 아, 마토야 님의 일행이었군…….
이거 미안하게 됐네…… 내가 실수를 했어.
밤의 주민 경비원: 요즘 들어 '늘어둠의 총아'들의 움직임이
아무래도 이상해서 알아보려다가……
너무 깊이 들어가는 바람에 오히려 쫓기는 신세가 됐어.
야슈톨라: 이상한 움직임이라……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?
밤의 주민 경비원: 그놈들이 죽음이라는 어둠에 다가가는 수단이라면서
숲속 생물에게서 모은 독을 독자적으로 조합하는 건 알지?
밤의 주민 경비원: 그중에서도 독거미는 교배와 육성부터 시작하는 것 같아.
밤의 주민 경비원: ……그런데 요즘 들어 그 사육이 지나치게 활발해.
마치 뭔가 큰 계획을 준비라도 하는 것처럼…….
산크레드: ……짐작 가는 부분이 있어?
야슈톨라: 안타깝지만 없어요…….
하지만 '늘어둠의 총아'는 '밤의 주민'을 눈엣가시처럼 여겨요.
우리를 노리고 어떤 계략을 꾸며도 이상한 일은 아니죠.
야슈톨라: 그래도…… 그렇네요…….
독거미에 열중하고 있다면 그걸 역으로 이용해서
그들의 거점에 쉽게 잠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.
야슈톨라: 독거미의 천적은 벌이에요.
벌을 산 채로 잡아서 독거미 사육장에 풀면
'늘어둠의 총아'는 허둥대며 해결책을 마련하려고 소란을 피우겠죠.
야슈톨라: 그 틈을 타서 몰래 들어가면…….
산크레드: 나쁘지 않군.
벌을 산 채로 잡으려면 벌집 근처에 연기를 피워서
기절시키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긴 한데…….
산크레드: 혹시 연기를 피울 만한 도구가 있나?
그리고 커다란 자루도 필요한데.
밤의 주민 경비원: 이 앞의 오두막 안에 수제 연막탄이 있어.
포대 자루도 잔뜩 있으니까 마음대로 가져가.
산크레드: 그래, 고맙다.
산크레드: 잘 들어, 이렇게 하자…….
거대한 벌집을 찾으면 일단 수제 연막탄을 사용해.
그리고 벌이 기절하면 벌집까지 통째로 포대 자루에 담는 거다.
산크레드: 물론 기절하지 않고 벌집에서 튀어나오는 놈들도 있겠지.
커다란 포대를 사용하기 전에 그놈들부터 해치우는 걸 잊지 마.
……그럼 각자 2포대씩 갖고 흩어져서 모아 오자.
밤의 주민 경비원: 난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
일단 똬리가지 마을로 몸을 피하는 게 좋겠군.
당신들도 몸조심해…….
산크레드: 이쪽은 성과가 좋다.
숲속에서의 생존이라면 좋든 싫든 경험이 많거든……
벌레를 상대하는 법에도 익숙해졌어.
야슈톨라: 어서 와요.
경비원은 만약을 위해 똬리가지 마을로 돌아갔어요.
떠나면서 당신에게 다시 감사 인사를 전했고요.
야슈톨라: 그래서…… 저와 산크레드는 2포대씩 벌집을 모았는데
당신도 벌집을 찾았나요?
야슈톨라: 역시 훌륭하군요.
이렇게 많은 벌을 독거미 사육장에 풀어놓으면
'늘어둠의 총아'도 큰 혼란에 빠질 거예요.
야슈톨라: 자, 기절한 벌이 다시 깨어나기 전에
그들의 거점으로 가도록 하죠!
산크레드: 어서 출발하자.
포대 자루의 입구는 단단히 묶었지만
도중에 벌이 탈출이라도 하면 큰일이니까…….
야슈톨라: '늘어둠의 총아'의 거점은
여기보다 서쪽에 있는 '맺어진 서약'이에요.
야슈톨라: 경비원의 말에 따르면 입구와는 별개로
독거미 사육장으로 이어지는 환기구가 있대요.
벌을 들여보내려면 그곳을 사용하는 게 좋겠어요.
야슈톨라: 환기구의 위치도 설명을 들었으니 안내할게요.
지금 가는 길도 계속 조심하도록 해요.
산크레드: 유독 탁 트인 곳이로군…….
빨리 일을 끝내는 게 좋겠어.
야슈톨라: 보세요, 저게 독거미 사육장으로 이어지는 환기구예요.
산크레드: ……흐음, 약간 거리가 있지만
자루를 던져 넣을 수는 있겠군.
산크레드: 자루의 입구를 느슨하게 해 두면 깨어난 벌이
일제히 사육장 안으로 들어가겠지.
산크레드: 그럼 내가 다녀올게.
산크레드: 전부 무사히 던져 넣었어.
이제 기다리기만 하면…….
늘어둠의 총아의 비명: 으, 으악! 벌이다! 벌이 들어왔잖아!?
늘어둠의 총아의 비명: 빨리 잡아!
거미한테 피해가 가면 안 돼!
늘어둠의 총아의 비명: ……앗…… 으, 으아악……!
점점 더 많이…… 대,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지……!?
다들 집합해! 벌을 쫓아내라!
야슈톨라: 작전이 성공한 것 같아요.
이 틈을 타서 맺어진 서약에 잠입하도록 하죠.
야슈톨라: 만약 남아 있는 '늘어둠의 총아'와 맞닥뜨리면
미안하지만 강행 돌파하기로 해요.
산크레드: 그럼 너와 야슈톨라는 먼저 가라.
난 너희가 전투한 흔적을 없애면서 뒤따라가도록 하지.
산크레드: 기회를 봐서 적당한 곳에서 소란을 피우며 시선을 끌게.
야슈톨라가 비문을 조사하는 동안 네가 호위를 맡아.
야슈톨라: 오늘은 믿음직스러운 기사님이 두 분이나 계셔서 든든하네요.
산크레드: 난 음지에서 활약하는 역할이지만 말이지.
야슈톨라: 어머, 그것도 어둠의 전사 일행다워서 좋군요.
……그럼 잠입을 시작해 볼까요?
산크레드: 난 나중에 너희를 뒤따라가마.
야슈톨라의 호위를 잘 부탁한다.
야슈톨라: 수경이 있는 걸 보니
여긴 '늘어둠의 총아'가 기도하는 곳이군요…….
야슈톨라: 기도에 필요 없는 물건은 여기다 두진 않았을 거예요.
좀 더 안으로 들어가 보죠……!
야슈톨라: 찾았어요……!
이게 찾고 있던 '대화의 비석'이에요.
야슈톨라: 저는 서둘러 석판 해독에 필요한 말을 조사해 볼게요.
그동안 당신은 입구 쪽에서 망을 봐 주세요.
그리고…….
야슈톨라: 만약 적이 나타나지 않을 것 같으면
여기 있는 벽화를 살펴봐 주시겠어요?
야슈톨라: 제가 '봤을' 땐 전부 고대의 그림……
'늘어둠의 총아'가 그린 그림은 아닌 것 같아요.
야슈톨라: 지금부터 롱카의 수수께끼에 도전할 거잖아요.
지식은 최대한 많이 확보해 두는 편이 좋죠.
……그럼 잘 부탁해요.
야슈톨라: 이 롱카 문자는…… 이런 뜻이구나…….
그렇다면…….
벽화 관찰을 시작합니다.
벽에 그려져 있는 그림을 찾아, 좌클릭으로 확인하세요!
굉장히 오래되어 보이는 벽화다.
가운데에 있는 사람이 무기를 들고 있다.
검은 짐승이 쓰러져 주위 사람들이 기뻐하는 듯하다…….
꽤 오래되어 보이는 벽화다.
많은 사람들이 왕좌에 앉은 인물을 알현하고 있다…….
조금 오래되어 보이는 벽화다.
소용돌이치는 어둠과 대치하는 몇 명의 사람이 그려져 있는데,
가운데 부분이 무참하게 긁혔다…….
야슈톨라: …………?
무슨 일이죠?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.
이쪽 조사는 시간이 더 걸려요.
아르버트: 각기 다른 시대의 영웅을 그린 거라더군.
신화 시대, 롱카 시대…… 그리고…….
아르버트: 옛날, 내가 살아 있던 시절.
이 동굴에 틀어박혀서 벽화를 연구하던 녀석이 있었다.
아르버트: 녀석한테 몇 가지 의뢰를 받았는데,
짐승을 처치하거나 식재료를 구해다 달라는 거였지……
특이한 녀석이었지만 금방 친해졌다.
아르버트: 녀석 말로는, 이름도 모를 아주 예전 시대에
누군가가 제일 처음 그렸을 거라더군.
자신들을 이끄는 영웅의 그림을.
아르버트: 그 뒤로 오랜 세월이 흘러
롱카 시대에 그 그림을 발견한 누군가가
그 옆에 자신들의 영웅을 그렸다는 거야.
아르버트: '그러니까 너희가 언젠가
세상에 이름을 떨치는 영웅이 되면
그 모습을 이 옆에 그려야겠어!'
아르버트: 그렇게 말하고는 활짝 웃더군.
잔심부름만 잔뜩 시키면서 농담도 지나치다 싶었는데.
아르버트: 저건…… 아마 나와 내 동료들의 모습일 거다.
녀석이 정말로 그렸을 줄이야…….
아르버트: '빛의 범람' 이전이었을까…… 이후였을까…….
지운 흔적도 차라리 그 녀석이 한 거면 좋겠어.
그게 더…….
아르버트: 너의 싸움은 미래에 어떻게 전해질까?
야슈톨라: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. 제 작업은 끝났어요.
어서 철수하죠.
야슈톨라: ……왜 그러죠?
어쨌든 여길 나가야 해요.
밖에서 산크레드와 합류하도록 해요.
산크레드: 너희도 무사했구나.
……그렇다면 내 유인 작전이 조금은 도움이 되었나 보군.
야슈톨라: 이 근처까지 왔으니 이제 괜찮아요.
두 분 덕분에 무사히 필요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어요.
야슈톨라: ……아, 벽화 쪽은 어땠나요?
뭔가 흥미로운 그림이 있었나요?
야슈톨라: 영웅의 초상……?
신화 시대와 롱카 시대와 범람 직전의…….
야슈톨라: 놀라워요…… 이런 종류의 일에 대해서도
날카로운 관찰력을 갖고 있군요.
박물진열관 같은 곳에서 역사를 공부하고 왔나요?
야슈톨라: 아무튼 지금 당장 활용할 만한 지식은 아닐지라도
당신이 꼭 봐야하는 그림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.
'어둠의 전사'라는 새로운 영웅이 되려는 사람이니까요.
야슈톨라: 그럼 여기서 오래 머무는 것도 위험할 테니
똬리가지 마을로 돌아가도록 하죠.
야슈톨라: 도와줘서 고마워요.
저는 돌아가면 바로 석판 해독을 계속할 테니
두 사람은 좀 쉬도록 해요.
야슈톨라: 루나르에게 말하면 식사와 잘 곳을
친절하게 안내해 줄 거예요.
그럼 나중에…… 반드시 좋은 소식을 갖고 갈게요.
루나르: 아앗, 당신도 무사히 돌아왔구나!?
나 참, 말도 없이 맺어진 서약에 갔다고 해서
얼마나 놀랐는지 알아!
루나르: 나무동굴의 경비원한테 그 얘길 듣고
정말 많이 걱정했다니까.
그런데 누님은 돌아오자마자 방에 틀어박혀 있고…….
루나르: 휴우…… 뭐, 누님은 늘 그러긴 하지만.
무사하니까 됐다고 치자.
루나르: 자, 당신들도 무사히 돌아왔고,
순찰을 떠난 동료들도 곧 돌아올 때가 되었네.
식사 준비를 할 테니까 모닥불 근처에서 기다려 줘.
민필리아: ○○○ 씨, 어서 오세요……!
다들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.
민필리아: 그, 그런데…… 저…… 옛날에 산크레드를
찾아오는 여자들이 그렇게 많았다는데 그게 사실인가요……?
위리앙제가 "그도 많이 데었을 겁니다"라고 하던데…….
산크레드: 이 녀석의 상처는 위리앙제가 완벽하게 치료했다는군.
그런데…… 치료하면서 대체 무슨 얘기를 한 거지……?
루나르: 오늘은 숲이 소란스럽군…….
루나르: 순찰을 담당하는 녀석들도 좀 늦을 거라더군.
식사는 다 준비되었는데…….
루나르: 어쩔 수 없지, 우리 먼저 먹기로 하자.
미안하지만 누님과 다른 사람들을 불러 줄래?
야슈톨라: 얼버무리려 하지 말아요.
그 사람에 대해, 당신은 이미 눈치채고 있잖아요!
야슈톨라: 그 사람은 '빛의 가호'를 지니고 있어서
대죄식자를 쓰러뜨려도 죄식자로 변하지 않는다고…….
전 분명히 그렇게 들었어요.
야슈톨라: 하지만, 그렇다면 그 끔찍한 에테르 상태는 뭐죠?
도무지…… 무사한 걸로 보이진 않던데요.
야슈톨라: ……이건 제 추측이지만,
대죄식자가 방출하는 빛은
'빛의 가호'와 상쇄되는 게 아닌 거죠?
야슈톨라: 그 사람의 몸 안에…… 가호를 받은 몸 안에 봉인될 뿐이죠.
아닌가요?
위리앙제: ……최종적인 대처에 대해서는 생각이 있습니다.
다만, 그걸 지금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.
야슈톨라: 당신의 완고함에는 두손 두발 다 들겠군요.
상황이 이런 데도 우리에게 말할 수 없다고요?
야슈톨라: 위리앙제,
당신이 나쁜 짓을 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.
야슈톨라: 하지만 너무 숨기기만 하면
지금까지처럼 당신을 믿어주기는 힘들어요.
야슈톨라: ……사실 말이죠.
당신과 동시에 소환된 저는 계속 위화감을 느꼈어요.
야슈톨라: 이 모든 일의 발단이 된, 당신이 봤다는 제8재해의 광경……
정말로 당신이 소환될 때 본 게 맞나요?
밤의 주민으로 보이는 남자: 크, 큰일이다~!
밤의 주민으로 보이는 남자: 유, 율모어군이…… 쳐들어왔어!
수정공: 오랜만이다.
이렇게 직접 만나는 건 네 취임식 이후인가.
부쩍 더 거대해졌군.
바우스리: 으음…… 수정공…….
내 앞에서 잘도 그런 태도를 보이는구나.
바우스리: 네 도시가 '어둠의 전사'인지 뭔지 하는 놈들의
죄식자 토벌에 가담하고 있다는군.
바우스리: 그것도 모자라 내 군대까지 엉망으로 만들었다지?
……대체 어쩔 셈이냐?
수정공: 의도를 물어보고 싶은 건 나다, 돈 바우스리.
대죄식자 토벌은 우리 모두의 염원 아니었나?
수정공: 실제로 레이크랜드의 사람들은 물론,
일 메그의 주민들까지 모두
되찾은 어둠을 기쁘게 맞이하고 있다.
수정공: 인류가 힘들게 손에 넣은 반격의 씨앗……
넌 왜 그걸 짓밟으려 하지?
바우스리: 아아, 뭘 모르네, 몰라도 한~~참 몰라, 수정공!
너희가 보고 있는 희망은 한때의 환상에 불과해!
바우스리: 설령 죄식자를 토벌한다고 해도 말이야.
이 세계는 이미 손쓸 수 없을 만큼 망가졌어.
바우스리: 남겨진 땅도, 자원도
인간이 자유롭게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.
바우스리: 그럼, 인간들 사이에서 전쟁이 시작되겠지.
얼마 남지 않은 인류는 그때야말로 자멸할 거다!
바우스리: 그래서 내가 관리해 주겠다는 거야!
새로운 왕…… 아니, 신이 되어서!
바우스리: 인간은 나만 동경하고 내 발밑에서 꿈을 꾸지.
나는 질서, 나는 평온, 나는 인간에게 남겨진 유일무이한 행복이다!
바우스리: 수정공, 인간은 어리석은 존재야…… 아무리 이상적인 세계를 보여줘도
어떤 식으로든 트집을 잡고 싶어한다니까?
그런 놈들을 이끌고 가려면 겁을 좀 줄 필요가 있어.
바우스리: 오직 내 밑에서만 안심할 수 있고,
오직 내 밑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고 믿게 만들어야 한다고.
바우스리: 죄식자는 바로 그걸 위한 힘이야.
세상은 나에게 그들을 주고 군림하라고 명했어!
수정공: ……그렇군.
제8재해가 일어난 후의 미래였다면
너의 찬란한 왕국은 분명 완성되었겠지.
바우스리: 응? 무슨 소리냐……?
수정공: 아니, 혼잣말이다.
아무튼 네 주장은 잘 알았다.
수정공: 돈 바우스리.
너에겐 힘이 있으니 늘 남을 굴복시키는 입장이었겠지.
자신보다 낮은 자밖에 모른다면 그런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.
수정공: 하지만 인류는 네 생각보다 끈기 있고 강인한 존재다.
수정공: 부족한 것들을 서로 빼앗는 것이 아니라,
풍족하게 만들면 돼…….
그런 꿈이 있었기에 인간의 지혜와 기술이 발전해 온 거다.
수정공: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번 위기도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.
그러려면 우선 죄식자부터 쓰러뜨려야 한다.
바우스리: 같잖은 소리…….
사람들은 누구나 바로 눈앞의 행복을 원해.
100년, 1000년 뒤에 만들어질 낙원에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이냐.
수정공: ……그래도 나는 지켜봐 왔다.
자신은 이룰 수 없는 희망을 향해
피와 눈물을 흘리며 누군가의 뒤를 밀어주는 사람을.
수정공: 자신에게 맡겨진 무거운 책임에 괴로워하고,
계속되는 이별에 눈물을 흘리면서도
그 의미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을.
수정공: 세계는 그렇게 이어져 왔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.
그렇기 때문에 믿음을 가지고……
눈앞의 굴레를 끊는 일에 내 한목숨 바칠 수 있어.
바우스리: ……그러니까, 죄식자 토벌에 계속 가담하시겠다?
수정공: 그래, 난 기대하고 있거든.
미래로 향하는 길이 열리고,
모두가…… 그리고 그가 발을 내딛는 그 순간을.
바우스리: 하아…… 참 나…….
바우스리: 뭐 새삼스럽지도 않은 답변이야!
너희들은 정말이지 멍청해도 너~~~~무 멍청해!
바우스리: 이 회담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,
이미 내 군대는 빛이 남아 있는 각 지역으로 출발했다.
바우스리: 남아 있는 대죄식자를 지키기 위해……
그리고 그들을 노리는 반역자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 말이야!
바우스리: 내가 널 부른 것도 대화를 위해서가 아니야……
바우스리: 꼭두각시 인형으로 만들기 위해서지!
바우스리: 엇…… 사라졌어!?
바우스리: 가짜였어……!?
개나 소나 다 날 바보 취급하다니……!?
란지트: 네놈들이 '밤의 주민' 대표냐.
야슈톨라: 네, 일단 저에게 말씀하시죠.
야슈톨라: 그런데……
당신들, 우리 순찰꾼에게 손을 댔군요.
야슈톨라: 원만한 대화를 원한다면 먼저 그 아이를 돌려보내세요.
란지트: 내 용건을 전달하는 게 먼저다.
얌전히 듣는 게 좋을 거다.
란지트: 나의 주군, 돈 바우스리의 명을 받들어,
지금 이 순간부터 이 숲은 율모어에서 관리한다.
앞으로는 우리의 지시를 따르도록.
야슈톨라: 상당히 억지스럽군요…….
야슈톨라: ……함께 온 걸 보니
'늘어둠의 총아'는 그 통보를 받아들였나 봐요?
란지트: 이 녀석들과는 나의 주군께서 사전에 밀약을 맺었다.
란지트: 허나, 네놈들 '밤의 주민'은 지금까지 몇 번이나
율모어의 보호를 거절했지.
언제 반기를 들지 모를 위험한 존재란 뜻이다.
란지트: 이에 따라 나의 주군은 이 숲을 관리하는데 있어
이쪽 일파를 협력자로 인정하고, 주권을 부여하기로 했다.
늘어둠의 총아 지도자: 돈 바우스리는 약속했어…….
율모어의 관리하에서는 오직 우리 '늘어둠의 총아'만
정당한 일파로 인정하겠노라고!
늘어둠의 총아 지도자: 듣자 하니 레이크랜드와 일 메그에
어둠의 전사님이 강림하셨다면서?
늘어둠의 총아 지도자: 그분이 왜 여길 제일 먼저 오지 않은 줄 알아?
다 너희 '밤의 주민'이 퍼뜨린 미적지근한 신앙 때문이라고!
야슈톨라: 우리를 증오하는 마음에 저들 편에 섰나 보군요…….
율모어와 손을 잡으면 어둠은 멀어지기만 할 텐데요.
란지트: 지금부터 몇 시간 유예를 주겠다.
'밤의 주민' 중에 율모어를 따를 자가 있다면
'맺어진 서약'으로 오거라.
루나르: '늘어둠의 총아'의 거점으로 오라고!?
우리한테, 기도를 그만두란 소리야……!?
늘어둠의 총아 지도자: 너희 기도는 어차피 어디에도 닿지 않았어!
이제부턴 우리가 올바른 기도법을 가르쳐주겠다.
야슈톨라: ……가지 않는 사람은요?
란지트: 충고는 했다.
말을 듣지 않는 자는 반역의 의사가 있다고 판단해 처단한다.
야슈톨라: ……안에서 얘기해요.
우선 부상자부터 돌보고요.
산크레드: 율모어도 수단을 가리지 않기 시작했군…….
골치 아픈 상황이지만 우리가 이미 이 숲에 잠입해 있으니
다행이야. 방법은 분명 있을 거다.
민필리아: 저희가 더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……?
그 순찰꾼도 그렇고 똬리가지 마을분들도
모두 구할 수 있는 그런 일이……!
위리앙제: ○○○ 님…….
그 순찰꾼 청년은 무사히 옮겼지만
아직도 위험한 상태라고 합니다.
위리앙제: 그 청년의 목숨이 위태로운 건 '늘어둠의 총아'가 만든
비장의 독극물 때문입니다.
치유마법으로는 정화하기 어려운 물질이죠…….
위리앙제: 지금 도사들을 중심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합니다만,
상황이 좋지 않다고…… 방금 그분이 알려 주고 가셨습니다.
우리는 그저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…….
위리앙제: ……어떻게 됐습니까?
야슈톨라: 이곳으로 옮겼을 때는 이미 온몸에 독이 퍼져 있었어요.
고통을 덜어 줄 수는 있지만 목숨을 유지하기는…….
루나르: 그런 표정 짓지 마…….
당신들도 그렇고 똬리가지 마을 주민들도
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해 줬어…….
루나르: '늘어둠의 총아'가 쓰는 독은 100종류가 넘는다고 들었어.
설령 더 빨리 치료를 시작했다고 해도
효과가 있는 해독법을 찾기는 어려웠을 거야.
산크레드: ……다른 주민들은 어때?
루나르: 물론 분개하고 있지…… 그리고 두려워하고 있어.
'늘어둠의 총아'의 배후에 율모어가 붙었으니
침착하라고 해도 소용없는 상황이야.
루나르: 지금부터 모두를 불러 상대의 요구에 대해
차분히 이야기를 나눠 볼 생각이지만…….
루나르: ……누님.
지금 당장 이 분들을 데리고
이 숲을 떠나는 게 좋겠어.
루나르: 우리는 대부분 마지막 순간까지 신앙을 버리지 않을 거야.
하지만 그렇다고 당신들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어.
루나르: 다들 이뤄야 할 사명이 있다고 했지?
그렇다면 지금은 도망쳐야 할 때라고……!
야슈톨라: ……도망치라고요?
야슈톨라: 그럴 필요 없어요.
기다리던 동료들이 왔으니
오히려 지금은 공격해야 할 때예요.
야슈톨라: 율모어군의 목적이 이 땅에 있는 대죄식자를
쓰러뜨리지 못하게 막는 거라면
먼저 토벌해버리면 그만이에요…….
야슈톨라: 그러면 그들도 라케티카 대삼림에
귀중한 병력을 주둔시킬 이유가
없어지지 않겠어요?
산크레드: 맞는 말이지만…….
그렇게 단언하는 걸 보니 너, 혹시…….
야슈톨라: 네, 마침 아슬아슬하게 석판 해독이 끝났어요.
이제 그 내용을 따르기만 하면
동쪽 숲으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도 할 수 있을 거예요.
야슈톨라: ……다들 어때요?
좀 서둘러야 되겠지만 돌진할 용기와 힘이 있나요?
위리앙제: 운명에 대항할지 아니면 받아들일지…….
어느 쪽을 선택하든 도망칠 곳이 없다면
우리의 답은 자연스럽게 나오겠지요.
야슈톨라: ……이렇게 됐으니 우린 잠깐 다녀올게요.
당신도 도사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힘내요.
루나르: 저, 정말 막무가내라니까…….
루나르: 하지만 다들 그렇게 말한다면…… 믿을게.
우리는 다 함께 힘을 모아서 끝까지 버텨 내겠어.
그동안 누님 밑에서 허투루 훈련한 건 아니거든.
야슈톨라: 그럼 신속하게 움직이도록 하죠.
그 석판에 따르면 롱카의 동맹자임을 증명하려면
숨겨진 인장이 필요하다더군요.
야슈톨라: 그러려면 물속에 잠긴 롱카의 유적에서
간단한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는데……
물속에서도 호흡이 가능한 당신의 힘을 빌릴 수 있을까요?
야슈톨라: 고마워요…… 그럼 곧바로
서쪽에 있는 '투시 메키타 호수'로 가도록 하죠.
자세한 건 그쪽에 가서 설명할게요.
산크레드: 그럼 우리는 똬리가지 마을에 남아서
방어 태세를 견고하게 할 수 있도록 돕겠어.
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게.
루나르: 고마워. 잘 부탁할게.
야슈톨라: 자…… 이 호수의 바닥에는
롱카의 유적이 몇 군데 있어요.
야슈톨라: 우리의 목적은 그곳에 숨겨져 있다는
'롱카 인장'을 찾는 거예요.
방법은 석판에서 해독했어요.
야슈톨라: 동물의 모습을 본뜬 3개의 석상을 바른 순서대로 만지면
인장이 보관된 보물고의 문이 열릴 거라고 해요…….
문제는 이 '바른 순서'라는 부분이에요.
야슈톨라: 고대 롱카 문명의 중심 사상은 자연과의 공생이었어요.
그래서 다양한 동물을 '영물'로 섬기고 있었죠.
야슈톨라: 이 사상을 바르게 이해하고 있다는 걸
순서대로 동물 석상을 만져서 증명하는 셈이에요…….
그것이 보물고 문을 여는 조건이고요.
야슈톨라: 이제 해독 결과로 알게 된
영물에 관한 정보를 공유할게요.
야슈톨라: "그대여, 물뱀을 가장 먼저 받들라.
그 힘은 대립 끝에 따르며 나라를 일구는 초석이 되리라."
롱카의 선조는 숲의 주인인 뱀을 다스려서 나라를 일으켰대요.
야슈톨라: "그대여, 원숭이를 두 번째로 받들라.
그 혼은 자신의 연찬을 구하며 나라를 높이 들어 올리리라."
자리 다툼을 하는 원숭이의 모습을 경쟁을 통한 발전에 비유했군요.
야슈톨라: "그대여, 늑대개를 세 번째로 받들라.
그 무리는 하나의 몸처럼 움직여 나라를 평온케 하리라."
개의 사회성을 본받아 평화를 유지하자는 뜻일까요?
야슈톨라: 이제 석상의 종류와 만질 순서가 짐작되나요?
자, 수고스럽겠지만 물속 탐색은 믿고 맡길게요.
야슈톨라: 어때요, 찾았나요?
야슈톨라: 이건…… 롱카의 황제와 깊은 관련이 있는
올빼미 의장이 새겨져 있군요…….
우리가 찾던 '롱카 인장'이 맞아요……!
야슈톨라: 훌륭해요, ○○○…….
당신은 보물 사냥꾼의 재능까지 있군요?
야슈톨라: 당신 덕분에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왔어요.
이제 이 '롱카 인장'을 갖고
익스 마야 숲으로 가도록 하죠.
야슈톨라: 저는 먼저 돌아가서 산크레드에게 설명하고 있을게요.
당신은 헤엄치느라 지쳤을 테니 피로를 풀고 오세요……
똬리가지 마을의 동쪽으로 이어지는 동굴에서 만나요.
민필리아: 정말로 롱카 인장이 있었군요……!
저희도 출발 준비는 끝났어요.
산크레드: 똬리가지 마을 녀석들에게
그들이 평소에 쓰던 함정을 응용하는 법을 가르쳐 줬어.
산크레드: 하지만 위험한 독을 사용하는 '늘어둠의 총아'와
율모어군이 같이 쳐들어온다면 오래 버티진 못할 거다.
……서두르자.
위리앙제: 누군가의 불행은 다른 누군가의 행복이라지만……
이 인장이 남아 있다는 건 롱카 황제가
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증거겠군요.
위리앙제: 그렇게 나라가 무너지고 그 유적을 숲이 삼켰기에
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…….
왠지 운명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.
야슈톨라: 다 모였군요…….
평소에는 동쪽 숲에 장벽을 쳐 두는데
도사들에게 부탁해서 풀어 달라고 했어요.
야슈톨라: 우리는 여기서 대죄식자가 숨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
익스 마야 숲으로 들어갈 거예요…….
야슈톨라: 예전에 제가 들어가려고 시도했을 때는
롱카의 수호자에게 금방 발각됐어요.
야슈톨라: 이번에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…….
인장이 있다고는 해도 주위를 잘 둘러보고
경계하면서 숲속으로 들어가도록 해요.
야슈톨라: ……대죄식자를 찾아내어 쓰러뜨리고
반드시 모두 함께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기로 해요.
야슈톨라: 나타났군요……!
활을 지닌 수호자: 외부에서 온 침입자여!
이곳은 아무나 들어오는 곳이 아니다.
당장 여기서 나가라!
야슈톨라: 으앗, 잠깐만요……!
야슈톨라: 잠깐 기다리라고 했잖아요!
지팡이를 지닌 수호자: 언니, 저건……!
야슈톨라: 롱카의…… 황제의 서신을 해독해서 구했어요……!
우리는 롱카의 동맹이에요……!
창을 지닌 수호자: 굉장해, 언니!
이거 좀 진짜 같은데~?
지팡이를 지닌 수호자: 와아~!
그렇다면 아직 늦지 않은 걸까요~?
활을 지닌 수호자: 아무래도…… 그런 것 같군.
활을 지닌 수호자: 롱카의 인장을 가진 자여!
그 인장을 자세히 확인해보겠다.
활을 지닌 수호자: 발 아래의 파란색 꽃을 따라오면 우리의 마을이 나타날 것이다.
그곳에서 너희를 기다리겠다.
창을 지닌 수호자: 잘 찾아와~ 그럼 이따 보자~!
야슈톨라: 참 나…….
이야기만이라도 먼저 들어봐도 되지 않나요…….
야슈톨라: 그래도 대화할 기회는 마련했군요.
일단 시킨 대로 가 보죠.
창을 지닌 수호자: 오! 왔다, 왔어!
길을 잃어버리지 않고 잘 찾아왔네~!
지팡이를 지닌 수호자: 으아아…… 진짜 '바깥 사람'이군요……!
아, 아, 안녕하세요……!
활을 지닌 수호자: 어서 와…….
그럼 아까 그 인장부터
확인했으면 하는데.
야슈톨라: 네, 좋아요.
롱카 유적에서
황제의 서신을 해독해서 얻은 거예요.
활을 지닌 수호자: ……흐음, 우리가 전해 들은 인장의 형태와 일치해.
활을 지닌 수호자: 무게도 롱카의 금과 비슷하군……
가짜는 아닌 것 같다.
활을 지닌 수호자: 너희를 롱카의 동맹자로 인정하겠다.
정말 잘 와 줬어…….
우리 수호자들은 3천 년 동안 이때를 기다렸다.
아르메: 나는 이곳 '파노브 마을'의 수장인 아르메라고 한다.
위메: 난 위메!
아르메 언니의 동생이야!
샤이메: 저는 셋째 샤이메라고 해요.
여러분이 늦지 않게 와 주셔서 다행이에요.
야슈톨라: 늦지 않게 왔다고요……?
아르메: 그래…… 절박한 사정이 있거든…….
아르메: 그쪽도 이제 와서 우리의 숲을 찾아온 이유가 있겠지?
괜찮다면 안에서 이야기하지 않겠나?
아르메: 드디어 찾아온 롱카의 동맹자들이여……
'파노브 마을'에 온 너희들을 환영하는 바이다.
위메: 그럼 안으로 안내할게!
바닥이 오래되어서 이끼가 좀 끼어 있으니까
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.
샤이메: 그럼 안내할게요~
저, 근데…… 이름이…….
샤이메: ○○○ 씨로군요!
바깥 세상에서는 그런 이름이 유행하나 보네요~
샤이메: 자, ○○○ 씨!
저를 따라오세요~
위메 언니도 말했지만 바닥 조심하시고요!
산크레드: 보아하니 온통 비스족뿐이군.
게다가 여자들밖에 없는 것 같은데…….
민필리아: 정식으로 인정받아서 다행이에요.
야슈톨라 씨와 ○○○ 씨가
인장을 가져다주신 덕분이에요.
위리앙제: 3천 년의 시간…… 비스족……
아아, 그렇군요…… 진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…….
야슈톨라: 어서 얘기를 들어 보도록 하죠.
……비스족 마을이 신기하다고
여기저기 돌아다니면 안 되는 것 알죠? 나중에 하세요.
샤이메: 얘기는 아르메 언니가 할 거예요…….
저도 여기서 듣고 있을게요.
위메: 괜히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걸?
우리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
그쪽의 급소를 꿰뚫을 수 있으니까!
위메: ……농담이야!
그래도 거짓말은 아니니까 알아서 하라고!
아르메: 자…… 그쪽에서 인장을 제시해 줬으니
이번에는 우리 쪽 사정을 밝히도록 하지.
아르메: 우리는 롱카의 마지막 황제를 모신 근위병의 후손이다.
황제께서는 나라가 멸망하던 때,
우리 선조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지.
아르메: 롱카의 지혜는 인간의 지혜.
결단코 끊기게 해서는 안 된다…….
아르메: 언젠가 동맹자가 올 때까지 반드시 그 지혜를 지키거라.
그리고 그날이 오면 그들의 바람에 응하여 지혜로 이끌라.
그리하면 롱카는 불멸할 테니…….
아르메: 그 말씀에 따라 우리는 숲에 머물며
롱카 유적을 수호해 왔다.
위리앙제: 흐음…… 황제가 여러분의 선조에게 그 일을 맡긴 것은
혹시 비스족의 특별한 수명 때문입니까?
아르메: 그런 이유도 있었겠지.
우리 비스족은 다른 '인간'에 비해
3배 가까이 오래 사니까…….
아르메: 언제 올지도 모르는 동맹자를 기다리며
지혜를 미래로 계승하기 위해서는
강한 힘과 장수를 누리는 우리가 적임자였던 건 틀림없다.
위메: 하지만 그건 '살아 있어야' 가능한 얘기잖아?
생각해 봐…… 100년 전의 '빛의 범람'과 죄식자의 등장……
그건 솔직히 우리도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어…….
샤이메: 네…….
원래는 숲 곳곳에 동포들의 마을이 있었는데
범람 이후에는 점점 사라져서…….
샤이메: 결국 남은 건 범람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을 모은
이곳 '파노브 마을' 정도예요…….
아르메: 우리 비스족은 10대 후반에 성별이 결정되지.
그런데 남자가 되는 쪽이 압도적으로 적어서
이제 다음 세대의 존속이 위험한 상황이다…….
아르메: 그렇게 되면 당연히 황제의 명령도 지킬 수 없게 돼.
힘든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.
야슈톨라: 그런 시기에 우리가 찾아왔고……
그래서 '늦지 않았다'는 거였군요……?
위메: 정말 기적이란 게 있나 봐!
3천 년이나 감감무소식이었는걸!
우와, 난 이제 정말 틀렸다고 생각했거든!
샤이메: 위메 언니도 참, 그런 말 하면 안 되지!
아르메: 아무튼 이런 사정이 있어
너희의 방문을 무척 기쁘게 여기고 있다.
아르메: 너희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
황제의 말씀대로 응하고 싶다만…… 어떤가?
아르메: 그렇군…….
공격당할 위기에 놓인 서쪽 숲에서 대죄식자를 찾아 왔다고…….
아르메: ……미안하다.
대죄식자가 어디 있는지 나는 아는 바가 없어.
아르메: 보고를 받은 기억도 없다만……
너희는 뭔가 들은 게 있어?
위메: 흐음…….
최근 30년 동안은 화제에 오른 적이 없는 것 같은데?
그 전에도…… 들었던 기억이 없고.
민필리아: 30년……?
여러분은 대체 몇 살이신가요……?
위메: 방금 그 질문은 못 들은 걸로 할게!
어린애가 한 질문이니까 용서는 해 주겠지만 말이야!
아르메: 하지만 우리 자매가 가장 연장자는 아니다.
마을 안에 뭔가 단서를 가진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.
야슈톨라: 그럼 이곳에서 조사를 해도 될까요?
아르메: 물론이다. 원하는 대로 해.
워낙 귀가 밝은 동료들이라 지금까지
우리가 한 얘기도 다들 들었을 거야.
야슈톨라: 그럼 흩어져서 각자 물어보고 다니도록 하죠.
끝나면 다시 여기서 모이기로 하고요.
샤이메: 대죄식자의 정보를 찾으시면 좋겠네요.
요즘은 동료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
유적 근처만 겨우 감시할 수 있거든요…….
위메: 비스족은 다른 종족하고 나이 세는 법이 다르거든.
뭐, 우리 마을에 있는 건 거의 젊은 친구들이지만!
아르메: 드디어 동맹자가 나타났는데
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면 황제나 선조들을 뵐 낯이 없지.
우리도 최대한 협조하겠다.
파노브의 사냥꾼: 숲의 나무들, 짐승들, 그리고 롱카의 유산…….
그 모든 것이 미묘한 균형으로
유지되고 있답니다.
파노브의 사냥꾼: 야쿨루스는 저희의 날개입니다.
이 아이들의 힘이 없으면 숲을 지킬 수 없습니다.
로이메: 앗, 대죄식자의 거처…… 말인가요?
미안해요, 짐작 가는 게 없네요…….
로이메: 저희의 사명은 유적을 지키는 것과 오래 사는 것…….
대죄식자가 있는 곳을 굳이 알아낼 이유가 없어서…….
나이메: 아아, 네가 그…….
아르메 자매들과 한 얘기는 다 들었어.
나이메: ……그런데 나도 대죄식자에 대해 아는 게 없어.
유적 근처는 평소에 순찰을 다니고 있으니까
다른 곳에 있거나 아니면…….
코릴: 뜨헉!? 뭐, 뭐야! 외부인이 왜!?
왜 여기에 있는 거야!?
코릴: 뜨아아아악!? 동맹자!? 정말이야!?
순찰 끝내고 와서 밥 먹는 데 집중하느라
전혀 알아채지 못했네, 이런…….
코릴: 그런데…… 대죄식자의 거처라고 했지!?
흐음…… 오래된 정보긴 한데 그래도 들은 적은 있어.
코릴: 우리 엄마는 '라케티카 대폭포' 쪽에 있는 마을 출신이었어.
죄식자 때문에 멸망해서 지금은 없는 마을인데…….
코릴: 엄마가 옛날에 그 마을 근처를 순찰하다가
나무숲 너머로 글쎄,
어마어마하게 위험해 보이는 죄식자를 발견했대.
코릴: 부하 죄식자를 여럿 거느리고 있는 걸 보면
대죄식자가 틀림없을 거라고 엄마가 그랬어.
돌아가셔서 더 이상은 물어볼 수 없지만…….
쇼이나: 대죄식자의 거처……?
그건……………… 모르겠어.
쇼이나: 하지만 몸집이 큰 녀석일 것 같아…….
부하 죄식자가 몇 년마다 한 번씩 대규모 사냥을 하거든…….
그때 먹이로…… 인간을…… 데려가…….
쇼이나: 그걸 보면 우두머리는 아마 밀림을 걷기 힘들 만큼 클 거야…….
그리고 날 수 있는 날개도 없고…… 그런 놈이겠지…… 아마도.
산크레드: 우리는 마을 북쪽을 돌아보고 왔는데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어.
죄식자의 피해를 그다지 받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…….
민필리아: 이곳 마을 사람들은 큰 눈으로 지긋이 바라봐서
얘기하면서도 계속 두근두근했어요…….
그래도 열심히 물어보고 다녔어요……!
위리앙제: 수호자인 비스족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더군요.
야슈톨라도 이런 때만 아니면
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을까요.
야슈톨라: 탐문 조사를 하면서
마을 주변을 한번 죽 둘러봤는데……
대죄식자의 단서가 될 만한 흔적은 없었어요.
아르메: 이제 모두 다 돌아왔군…….
유력한 정보는 찾았나?
아르메: 뭐라고……!?
라케티카 대폭포 쪽에 의심스러운 죄식자가……!?
처음 듣는 얘기로군…….
위메: 하지만 라케티카 대폭포라…….
거긴 좀 골치 아픈 곳인데…….
야슈톨라: 무슨 말인가요……?
저도 처음 들어 보는 지명인 걸 보면
숲속 아주 깊은 곳에 있을 것 같긴 한데요…….
샤이메: 네, 맞아요…….
게다가 여러 번 죄식자와 전투를 거듭하면서
그쪽으로 이어지는 길이 붕괴되는 바람에…….
샤이메: 저희도 접근할 수가 없어서
오랫동안 방치된 곳이랍니다…….
아르메: 반대로 생각하면 오히려 그런 곳이어서
오랜 세월 동안 우리에게 들키지 않고
대죄식자가 몸을 숨기고 있을지도 모르겠군…….
아르메: 흐음…… 꼭 가야겠다면
아주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…….
아르메: 우리가 전해 들은 얘기로는
롱카의 신전 중 하나인 '키타나 신굴'이
대폭포 방면으로 이어져 있다고 한다.
아르메: 오랫동안 봉인된 신전이기는 하지만
그 문을 열 수 있다면
안쪽을 통해서 대폭포로 갈 수 있을지도 몰라.
야슈톨라: 좋은 소식이군요.
그런데 문을 열 방법은 있나요?
아르메: 물론이지. 우리 수호자들은
그걸 후세에 전하기 위해 살아왔으니까.
아르메: 이 일대의 신전은 전부 마력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다.
북쪽에 있는 '크물 별유적'에서 마력을 흘려 보내면
키타나 신굴의 문도 작동할 거야.
위메: ……근데 그게 말이 쉽지, 실제로는
'크물 별유적'에도 많은 함정과 장치가 있어서
그것들을 통과하지 못하면 마력을 흘려 보낼 수 없어.
위메: 우리는 그곳까지 동맹자를 인도할 수는 있는데,
유적 안에 있는 걸 엿보는 건 금지되어 있어.
……쉽게 말하면 장치를 어떻게 해제하는지 모른다는 뜻이야!
샤이메: 맞아요…….
황제께서는 선조들에게 수호자의 임무를 맡기시면서
봉인된 유적의 문을 여는 방법은 일부러 알리지 않으셨어요.
샤이메: 그럴 운명을 가진 자는 스스로 문을 열리라…….
너희는 인도한 후에 그저 지켜봐야 한다……라고요.
그러니 장치는 여러분이 스스로 해제하셔야 해요…….
야슈톨라: ……제법 자극적인 도전장인데 어떻게 할래요?
[그 도전, 받아들이겠어.]
야슈톨라: ……우리 중 최고의 실력자가 이렇게 말하네요.
물론 저도 도전할 생각이지만…… 그럼 되겠죠?
아르메: 그래, 너희의 생각이 그렇다면
수장인 내가 기꺼이 유적으로 인도하지.
야슈톨라: 잘 부탁해요.
그런데…… 다른 일 때문에 그러는데,
그동안 여동생분들의 힘을 좀 빌려도 될까요?
야슈톨라: 대폭포 방면에서 목격된 것이 대죄식자라는 정보는
상당히 유력하긴 하지만 아직 가능성에 불과해요.
다른 가능성은 없는지 계속 조사하고 싶어요.
야슈톨라: 제 동료들은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에 정통하거든요.
그러니 이 숲을 조사하면 뭔가 깨달을 수도 있어요……
그러려면 안내자가 필요하고요.
아르메: 그런 일이라면……
위메, 샤이메. 할 수 있겠지?
위메: 우리만 믿어!
위리앙제: 그렇다면 저희는 위메 양, 샤이메 양과 함께
탐문 조사와 숲 관찰을 더 하고 있겠습니다.
나중에 뵙죠…… 부디 조심하시기 바랍니다.